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권지예 장편소설)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권지예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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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권지예 장편소설『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늘 자유를 갈망하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사임당이지만, 사대부가의 여식으로 태어나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기란 어려운 법. 특히 서출이자, 역적의 자식이란 굴레를 쓴 준서와의 사랑은 더더욱 불가능했다. 그러나 “부드러움이 결국 강함을 이긴다. 나는 삶을 껴안기 위해 구부러졌다”는 회한 섞인 말처럼 그녀는 사랑의 아픔조차 예술로서 승화시키고자 했다.
저자

권지예

저자권지예는1997년등단.소설집『꿈꾸는마리오네뜨』『폭소』『꽃게무덤』『퍼즐』,장편소설『아름다운지옥』(전2권)『4월의물고기』『유혹』(전5권),그림소설집『사랑하거나미치거나』『반고흐,서른일곱에별이된남자』,산문집『권지예의빠리,빠리,빠리』『해피홀릭』등이있다.「뱀장어스튜」로2002년이상문학상,『꽃게무덤』으로2005년동인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초혼(招魂)
빛과그림자
까치연
나,항아(恒我)
달그림자
홍매화
초롱(草籠)
가연(佳然)
홍화(紅花)
준서(俊瑞)
동해바다
연리목(連理木)
쌍그네
동심결(同心結)
백년가약
대관령
파종
독수공방
백정(白丁)의칼
선물
정인(情人)
붉은비단보(褓)
불꽃
진실
유품(遺品)
여명(黎明)

개정판을내며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신화속에박제된여자,
누구나알지만아무도모르는그여자”

이상문학상,동인문학상수상작가권지예가그려내는
사임당의사랑과예술이야기\

|책소개
드라마로채워지지않는감동을그리다!
새로운화폭에펼쳐지는사임당의예술혼과불멸의사랑

사라지고두구만남은시에서발아한문학적상상력

2008년,조선시대의대표적여성예술가인신사임당을모티프로예술가소설의한전형을직조해낸권지예가또한번그녀의이름을호명한다.작가는사임당이남긴세편의시중에서유일하게두구만남아있는‘낙구(落句)’라는시에주목한다.

밤마다달을향해비는이마음(夜夜祈向月)
살아생전한번뵐수있기를.(願得見生前)

“누구나알고있는그녀의두수(首)의시,「유대관령망친정(踰大關嶺望親庭)」,「사친(思親)」은어머니를그리워하는사친시(思親詩)다.하지만전문이전하지않고두구만남은‘낙구’라는불완전한시는읽자마자내머리에서지워지질않았다.이시에서만약그녀가이토록그리워하는이가어머니가아니라면?”이러한상상의씨앗에서시작해작가가열정으로완성시킨『붉은비단보』에는사임당의이름이명시되어있지않았다.우상으로서존재하는사임당을온기와숨결과눈물을가진한인간으로그려내고싶다는의지가아직은시기상조라고여겨졌던터.그러나이번에개정판을내면서그녀의이름을되찾아주게되었다.‘사임당.’어긋난사랑의상처를예술로승화시키며훌륭한어머니,아내,딸로서의삶을온전히지켜온사임당을오늘의시간으로다시불러낸다.

“나는나,내마음의주인은나……”
자유로운영혼을가진여성예술가,사임당

“언제부턴가예술적자아를가진여성예술가의이야기를쓰고싶었다.”폭풍같은열정과광기,그로인해불행한삶을살아야했던여성예술가들의삶을그리고자했던작가는작품안에조선시대의대표적여성예술가인신사임당의외면적생의조건들을주요모티프로불러들인다.당시에는‘끼’라고치부되어인정받지못했던,예술가적재능을가지고태어난사임당.어린시절,그녀는아들을낳고싶은부모의염원을담아부르던‘개남(開男)’이란이름을거부하고,완벽한자신의주인이되고자항아(항상恒,나我)라스스로이름짓는다.

“끝없이펼쳐져있는고운떡고물같은백사장으로흰거품을문파도가들락날락하는것도신기했다.(……)갑자기눈시울이시큰해졌다.꽃과나비의세계,채소와풀벌레의세계,그리고글자로이루어진어떤갇힌세상에서이렇듯넓은세상으로나아갈수있다니.아아,세상은어디까지일까.내가알고또내가살면서알아갈세상은어디까지일까.”(148쪽)

늘자유를갈망하고더큰세상으로나아가고자했던사임당이지만,사대부가의여식으로태어나시대의한계를뛰어넘기란어려운법.특히서출이자,역적의자식이란굴레를쓴준서와의사랑은더더욱불가능했다.그러나“부드러움이결국강함을이긴다.나는삶을껴안기위해구부러졌다”는회한섞인말처럼그녀는사랑의아픔조차예술로서승화시키고자했다.“사내의사랑도부모에대한정도종당엔변화하기마련.우주의모든것은사계절처럼변하고,어차피모든존재는홀로인것이다.홀로우주를사는것이다.붓은홀로우주를주유할수있게하는날렵한한필의말이었다.”이렇듯사임당에게있어진정한정인은‘사랑하는사내’가아닌붓끝에서피어나는‘예술혼’이었다.

붉은비단보안에고이감추어진
외로운생의그림자……

‘위대한어머니의표상’이라는견고한이미지에줄곧갇혀있었던사임당.작가는벽장속깊숙이감춰두었던붉은비단보를꺼내듯자신의끼와욕망을억누르며슬픈삶을살아야했던그녀의어두운삶의그림자를펼쳐보인다.“흐르는물처럼끊을수없고,안개처럼가둘수없고,바람처럼잡을수없는허허로운마음”들.사임당은세상에미처내놓지못한붉은비단보를바라보며자신의지나온삶을반추한다.“아아,이것이내마흔여덟해동안내생의그림자로다.”
자유롭고열정적인예술혼과차갑고냉철한이성의균형을위해부단히자신을담금질해왔던그녀였지만,실제삶은주위사람들에게상처주지않기위해“내몸을조이는엄나무가시같은상처를참으며”살아왔던것.결국그녀의붉디붉은예술혼은수많은상처들을자양분으로자라난것이다.작가는‘물속에서쉬지않고발짓을해야하는백조’와같았던사임당의지난한생을통해이렇게묻고있는듯하다.현실과균형을잃지않으면서,일상에매몰되지않으면서,예술혼을자유롭게불태울수있는예술가의경지는어떤것일까.

“결국예술가란작품으로남는사람이라고단언하고싶다.예술가는생에함몰되지말아야하며어떡하든작품으로살아남아야한다.어쩌면영원한예술가의존재는자신만의‘붉은비단보’안에갇혀있을지도모를일이다.그러므로소설속에서내가툭,던져놓은‘붉은비단보’를열어그녀의생사를확인하는것은독자들의몫으로남겨둔다.”(「작가의말」중에서)

*책속으로추가
재주많고총명하고속도깊은신씨가의둘째딸로사람들에게각인되어그것에서벗어나지않으려고애쓰며살아왔지.(……)내삶이아무런고통없이갈등도없이순하게이어져왔다고생각할지모르겠다.하루에도몇번씩내생에치를떨면서도유능제강(柔能制剛)이란단어를새기면서살아왔다.부드러움이결국강함을이긴다.나는삶을껴안기위해구부러졌다.엄나무연리목처럼구부러지고휘었다.(392~393쪽)

불꽃은배고픈짐승의혀처럼날름날름비단치마를잘도먹었다.머리카락이타는듯,살이타는듯한비단타는냄새가역하게풍겨왔다.그냄새가너무역하다싶을때가슴속에서무언가가울컥솟았다.불이붙은치마를끌어다입을막았다.선지같은붉은핏덩어리가치마에쏟아졌다.각혈이었다.(402~403쪽)

타다만붉은비단보의그림은어머니의단심(丹心)이었다.어머니이전의한여인의마음이었다.그붉은비단보안의그림을볼때면매창은한없이자유로움을느꼈다.비록여인으로서삶이갇혀있더라도화폭에서는한없이자신의삶을펼칠수있을것같은위안과희망이었다.양식에갇히지않고자신의마음속에일어나는풍경을그린것도아름다운그림이될수있다는새로운발견.(4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