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의 심장 (김하서 소설)

줄리의 심장 (김하서 소설)

$13.00
Description
우리가 느끼는 죄의식은 어떻게 현실을 왜곡하여 보게 하는가.
제2회 자음과모음 신인상 수상작가 김하서의 첫 소설집 『줄리의 심장』. 저자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각각의 작품들은 다른 지적 성취와 스토리를 보여주면서도 결국 저자가 천착하고 있는 현실 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김하서 작가가 2017년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작가임을 알려준다.

최선을 다해 사랑했으나 결국 바람난 아내에게 이혼당한 남편의 이야기를 담은 《앨리스의 도시》, 갑자기 찾아온 질병에 아픈 아이를 어찌할 바 모르는 아빠의 이야기를 담은 《버드》 등 이 시대를 사는 평범한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 깊이 있는 욕망을 표현하지 못했을 때, 그 욕망이 좌절되었을 때, 우리의 의식은 어떻게 현실을 미끄러지며 살게 하는지에 대해 보여준다.
저자

김하서

저자김하서는1975년생으로단국대학교경제학과와동대학원국문과를졸업했다.이후영국노팅엄대학교대학원에서문화비평을공부했다.「앨리스를아시나요」로2010년제2회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등단한후작품활동을계속하고있다.2012년『레몽뚜장의상상발전소』를발표하였다.

목차

앨리스의도시
버드
유령버니
줄리의심장
아메리칸빌리지
파인애플도둑
디스코의나날

해설|질주하는불안의해방적상상력_이은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제2회자음과모음신인상수상작가김하서’의첫소설집
어긋난시간의차원,환상공간과현실세계를오가는욕망과고독에관한통찰


『줄리의심장』은제2회자음과모음신인상수상작가김하서의첫소설집이다.「앨리스의도시」「버드」「유령버니」「줄리의심장」「아메리칸빌리지」「파인애플도둑」「디스코의나날」등총7편의단편소설을담은이책은김하서작가의독특한작품세계를보여준다.각각의작품들은다른지적성취와스토리를보여주면서도결국작가가천착하고있는현실세계를보여준다는점에서김하서작가가2017년우리가주목해야하는작가임을알려준다.그녀는이미‘인간의내면에도사리고있는불안과죄의식,잔인성을드러내는데특이한개성과성취’를보여주면서,‘서로어긋나있는시간의차원을겹쳐보임으로써일상을위협하고있는불가해한힘을드러내는데재능’이있다는평을받았다.이작품집에서작가는“우리가느끼는‘죄의식’이어떻게현실을왜곡하여보게하는가.마음깊이있는욕망을표현하지못했을때,그욕망이좌절되었을때,우리의의식은어떻게현실을미끄러지며살게하는지”에대해서보여준다.
이작품집에서주인공들은최선을다해사랑했으나결국바람난아내에게이혼당한남편(「앨리스의도시」,갑자기찾아온질병에아픈아이를어찌할바모르는아빠(「버드」),돈을벌지못해아내로부터외면당해외롭고힘든일상을사는남편(「파인애플도시」)과같은평범한현대인들이다.이시대를사는평범한상처입은사람들말이다.평범한사람들에게욕망의속도에따라사는사람들의세계,그리고그들에게빨리빨리일하라고말하는사람들이가득한세계는어떻게보일것인가.뒤틀리고낯선공간으로보일것이다.김하서작가는이런현실을현실인지아닌지고민하게쓰는특성을가지고있다.
아마도그들에게는현실이분홍토끼가면을쓴누군가가초대한파티같기도(「앨리스의도시」),그리고치킨을뜯어먹는이상한아이가존재하는놀이터같기도(「버드」),파인애플이도둑맞은세상(「파인애플도둑」)같기도할것이다.사실세계를둘러보면우리의세상은누구에게는안락하고따듯한가정,또다른누구에게는안정적인회사,그리고즐거운욕망을충족시켜주는공간으로보인다.그러나,현실에서는아무도말걸어주지않는가정,그래서외롭고불안하고,누군가에게준상처로인해죄책감에시달리는그런현실이다.작가는그래서현실을비현실적이면서도현실적인형태로그려낸다.너무잔인한사건들이일어나서비현실같지도하고,오히려그게현실같아서잔인한그런현실로안내하는것이다.이책의작품에서‘현실’이란판타지속공간과도같고,그‘환상’은그로테스크해서‘현실’같기도하다.

나는질주한다,불안을껴안고,결핍의세상에서.
왜나의현실과너의현실은다른가,우리모두결핍되어있기때문인가
우리모두가보는세상이다르기에공감할수밖에없는작품들


그녀의작품속주인공들은불안으로인해질주한다.그러면서타인의결핍에귀기울인다.「유령버니」에나오는빈아파트로이사온주인공은자신보다더외로워보이는버니에게관심을가져준다.그녀는허물어진아파트옆집에서고래울음소리같은소리를내면서운다.그울음소리에주인공은그녀에게말을걸지만그녀는텅빈,차가운눈빛만을보여줄뿐이다.건물이무너진다는소리에그가생각난것은다름아닌고래울음소리를내며울던‘버니’였다.7년간의결혼생활을끝낸그가관심을가진다른결핍으로가득한버니였다.「아메리칸빌리지」에서소통할수없는부인때문에괴로웠던외로운남편은수족관안에갇힌고래를풀어주려고총을꺼내든다.결국다른듯보이는이단편들의주인공들은외로운영혼을알아보면서소통을시도하고있었던것이다.현대사회에서사는인간들의고독과외로움은이작품에서는영혼의떨림을알아보는구체적인징후들로빛난다.직장을관두고떡볶이집을하는걸로여겨지는김대리떡볶이집의사장과자신의일을위해잘나가는직장을때려치운주인공은서로를위로하며과거를공유한다.(「파인애플도둑」)뱃속아이의중절수술을막지못해상실감에젖은남자와친구의자살을막지못해괴로운여고생,이둘은과연무엇을공유하고서로에게무엇을위로받고싶었을까.결국이둘은사고로동료를잃은다른학생들을만나자신의괴로움만을토로한다.결국같은처지의누군가도서로를이해할끈은없는게아니냐고작가가말하는듯하다.(「디스코의나날」)
결핍의세상,안정적인삶따위는없는우리들에게작가는어떤메시지를전달하고싶을까.과연우리가살고있는현실은같은것인지,우리가만나는세상의영혼들은이세상에는없는나만의세계에만존재하는것은아닌지묻는다.불안한영혼,흔들리는영혼,해소되지않는영혼의갈등속에서우리는그저현실을살아내고만있는것은아닌지.언제나기대를배반하는결론이있다는주인공의말처럼이소설들은우리에게희망찬결론만을주지는않는다.그러나그저당신만괴로운것이아니라나도괴롭다는한가지이해만결국우리들은같이살아낼수있는것이아닌지.이작품은불안한영혼들에게답을주지는않지만,가끔심장이사라진개를만나더라도,새를먹는어린아이를보더라도,토끼탈을쓴이상한여자를보더라도그모든것은나의영혼을위로해주는특별한존재라는것을말해준다.그것이비록환상일지라도말이다.

해설
불안을껴안은영혼은적어도그불안에대해서는한계를모를것이다.불안에잠식된영혼의근거인대상의부재,존재의결핍,즉텅빈곳은아무것도아니거나혹은모든것일수있다.김하서의소설들은이텅빈곳에서울려퍼지는환상곡과같으며,불안에사로잡힌이들이스스로만들어낸환상을건반삼아부재를횡단하려는필사적인몸부림이이세계의주조음이다.
그리하여그들의불안이모두해소되었느냐고묻는다면이에대한답또한간단하다.그것은불가능에가깝고불안은결코해소되지않을것이다.그러나영원히해소될수없다는점이야말로불안으로하여금존재의결핍을어떤방향으로든끝없이매개하고재구성할수있게한다.소설속문장들을,나아가이소설에서저소설로미끄러지고질주하는텅빈기호들의무한한연쇄는한계를모르는상상력의원천으로서의불안을형상화하고있다.“모든일은즉흥적이고충동적인일탈처럼보였다.”뿐만아니라“모든일은그토록단순하지않으며언제나기대를배반했다.”그런일탈과배반마저도나름의리듬과질서로삶의공백을해명해줄수만있다면어떻게든의미가있는것이라고,악몽처럼비틀린소설들은지독히도진솔하게증명하고있다.
_이은지(문학평론가)

[책속으로추가]

그가이도시에처음왔던날처럼돛이무섭게펄럭이는듯한광풍이부는날이었다.이런날낙타같은단단한얼굴을한장기여행자들은다가올불운을피하듯가방을싸서먼북쪽으로이동하는법이었다.베란다밖에서는아침일찍부터사다리차의소음이요란하게들려왔다.903호노부부가이사를가는것이었다.짐은거의이삿짐트럭에옮겨실은것같았다.그는인사라도하기위해집을나와903호로건너가보았다.903호는문이활짝열려있었다.그곳엔아무도없었고빛이바랜가구들도사라진채텅비어있었다.그는휑한거실을가로질러노부부와정체모를초록색해초국과하얀쌀밥으로저녁식사를했던식탁자리로걸어갔다.머리카락처럼가늘고미끄덩거리는것을소리없이흡입하던노부부의초록이가득했던입이떠올랐지만그날의모든일은진짜일어난일이아닌것처럼아련했다.그곳은조금전까지노부부가살았던집인데도냉랭하고썰렁했다.마치처음부터텅비어있던것처럼쾨쾨한먼지와곰팡내가났다.(p.94)

그들중몇몇은수군거리며욕을했고,여기저기서비웃음소리가들려왔다.잠시후실내는조용해졌다.욕을하거나비웃던그들은말없이우울하고도창백한얼굴로그를멍하니바라보았다.그들의얼굴은지나치게투명하면서도푸르스름했고눈빛은건너편의헐벗은콘크리트뿐인아파트보다어둡고황량하다는것을알았다.욕망이나고통없는검고텅빈눈빛들이집요하게그를바라보았다.그를비난하는것같기도하고원망하는것같기도한.그는갑자기그들이두려워졌고여기가버니의집이아니라빈아파트란말에충격을받아비틀거리며그곳을빠져나왔다.
그는텅빈아파트에모여파티를하는저들의정체는무엇일까생각하다그들의푸르스름하던얼굴과잿빛눈동자가떠올라몸서리를쳤다.유령들이그의옆집에모여파티를하고있는거라고생각하니온몸에소름이돋고심장마저차갑게얼어붙는것같았다.창백하던버니의작은얼굴과잿빛눈동자가떠오르자버니또한저들처럼빈아파트를찾아다니며여기저기떠도는유령이었는지도모른다는확신이점점굳어져갔다.그의집으로돌아오자마자거실스위치를켰지만전기가나갔는지불이들어오지않았다.(p.100)

「줄리의심장」

중년남자가맨앞에섰고그뒤에아내가그뒤엔빨간목도리를한여자애가따르는식이었다.여자애는정말와플을들고다람쥐처럼조금씩앞니로뜯어먹었다.치마를두개입은아내나와플을뜯어먹는여자애에비해목사같은남자는정상적으로보였다.그의입에서속삭이는소리가들려오기전까지는말이다.하늘에계신우리아버지로시작하는주기도문을낭송하듯나직하고진심이느껴지는목소리였다.
“이일은이,이사팔,이오십,이육십이,이칠의십사,이팔의십육,이구십팔,이일은이,이사팔…….”
우스꽝스럽지가않았다.오히려남자의입에서흘러나오는구구단은경건한라틴어기도문을읽는듯한착각을불러일으켰다.그는구구단을외우는남자였다.삶의어떤시련이남자가지하철을걸으며2단만외우게한걸까.타인에관심이없는나조차도금테안경너머에있는남자의삶의역사에호기심이생겼다.언젠가햄버그스테이크를까맣게태우던날,아내가정신없이읽던책‘타인의삶’이떠오르며남자의메마른목소리너머의간절함에홀려저기있는거라는의혹이들었다.(p.125)

「아메리칸빌리지」

사람들이많은곳,소란스러운곳,조는그두가지를혐오했고추라우미수족관은두가지조건을갖춘데다바닷속처럼어둡고답답해서견디기힘들었다.그런데도그는인내심을발휘해눈이어지러운열대어떼와우스꽝스러운가오리와화가난듯한상어를지나쳤다.물고기들의무표정한검은눈동자와마주치고싶지않았지만사방어디든그것들이느리게헤엄치며그를바라보았다.하늘하늘나는듯푸른수족관에서헤엄치고있었지만사방은유리에갇힌자신들을바라보는차가운동공뿐이겠지.자기들을잡아가두고관찰하는눈,신기한듯바라보지만따듯함이결여된눈빛에지쳐물고기들은하루하루신경증에걸려비늘을물어뜯거나눈을파먹고죽어가겠지.조는물고기들의플라스틱같은검은눈이그를비난하고있는것같아마음이무거웠다(p.157)

「파인애플도둑」
사람들이많은곳,소란스러운곳,조는그두가지를혐오했고추라우미수족관은두가지조건을갖춘데다바닷속처럼어둡고답답해서견디기힘들었다.그런데도그는인내심을발휘해눈이어지러운열대어떼와우스꽝스러운가오리와화가난듯한상어를지나쳤다.물고기들의무표정한검은눈동자와마주치고싶지않았지만사방어디든그것들이느리게헤엄치며그를바라보았다.하늘하늘나는듯푸른수족관에서헤엄치고있었지만사방은유리에갇힌자신들을바라보는차가운동공뿐이겠지.자기들을잡아가두고관찰하는눈,신기한듯바라보지만따듯함이결여된눈빛에지쳐물고기들은하루하루신경증에걸려비늘을물어뜯거나눈을파먹고죽어가겠지.조는물고기들의플라스틱같은검은눈이그를비난하고있는것같아마음이무거웠다.(p.185)

나는자리에얼어붙은채번쩍거리는승용차를보며어깨를덜덜떨었다.저검은유리로선팅한승용차안에서분노에싸인누군가가나를향해돌진해올것같았다.그것은스무살의가엾은나인가.백발의주름가득한나인가.그순간에도자살한인디밴드가수의목소리는감미롭고애절했다.나는어울리지않는불일치에서생의잔인함과끔찍함을목도하고울음이터져나왔다.무엇이이토록두려운지,아무것도이루지못한채나이를먹는것인지,아내와나빠진관계때문인지,모호하고불투명한채언제까지이런삶을버틸수있을지나는아무것도알지못했다.(P.195)

「디스코의나날들」

아,율의입에서신음이흘러나온다.그제야자신이월미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