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의 탄생 (신주희 소설)

모서리의 탄생 (신주희 소설)

$13.50
Description
점, 선, 면과 같은 사람들이 부딪치고 깨질 때마다
솟아오르는 날카롭고 예리한 모서리들!
세계에 대한 평면적 이해를 거부하고, 다양한 구성의 변화를 통해 이야기의 입체성을 중시해온 신주희의 첫 소설집 『모서리의 탄생』은 고통의 지점들을 그려내고 있다. 사랑하는 딸을 잃고 북쪽의 가장 끝을 찾아가는 노인과(「극」) 스스로 실종을 선택한 아내와 아들의 흔적을 뒤쫓는 두 명의 화자(「미싱 도로시」) 등. 그러나 통증은 부위를 옮겨가거나 응축될 뿐 사라지지 않는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 맨 얼굴과 마주함으로써 비로소 그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갖게 된다. 이것이 신주희 소설이 세상을 향해 또렷한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는 이유이다.
저자

신주희

2012년『작가세계』신인문학상에단편「점심의연애」가당선되어등단했다.세월호추모공동소설집『우리는행복할수있을까』,남북한작가공동소설집『국경을넘는그림자』등에작품을수록했다.단국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중앙대학교문예창작학과대학원에서석사과정을수료했다.

목차

당신은말한다
네개의이름
점심의연애
사막의뼈
미싱도로시

홀로,코스트코
브라질리언왁싱
소녀의난
인어

해설고통의큐비즘|박인성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세계에대한평면적이해를거부하고,다양한구성의변화를통해이야기의입체성을중시해온신주희의첫소설집『모서리의탄생』이출간되었다.2012년『작가세계』신인문학상을수상한「점심의연애」는“사고차량에서의식을찾아가는필사적인과정을요가자세로환치한솜씨뿐만아니라구성의긴밀도와문장의안정성도탁월하다”는찬사를받았다.카피라이터로활동했던이력답게소설집에실린열편의작품은강렬한감각으로체험된다.‘점,선,면과같은사람들이부딪치고깨지면서’생긴날카로운모서리같은고통의순간을뻣뻣한관절마디가꺾이는듯한생생한통증으로우리에게전달하고있다.이러한충격은무감각해진상태에서깨어나고통의원인을정확하게파악하고,그것으로부터벗어나기위한적극적인시도이다.

진원을알수없는소문과눈덩이처럼불어나는의혹,
삶을위태롭게하는균열로이루어진불쾌의세계!

이소문의클라이맥스는지금부터다.도무지오리무중이던부부의아기가중국의외딴부두근처에서발견되었다는비보를듣는다.소름끼치게도싸늘한시체가되어.그리고소문의질은점점더나빠진다.발견된아기의몸이텅텅비어있더라,눈도,간도,심장도,피한방울도남김이없더라,그것은중국어딘가로팔려가고중국부자들은그것으로몸보신을한다더라등,등,등.소문은더는회복할수없는지경에이른다.
_당신은말한다,14쪽.

『모서리의탄생』에등장하는인물들은우울증을유발하는불안에무방비상태로노출되어있다.수록작「당신은말한다」에서‘여자’는조선족베이비시터에게납치된아기가중국외딴부두에서텅빈시체로발견되었다는괴담을접한이후로,CCTV를통해조선족베이비시터를관찰하며불길한생각을키워나간다.이러한불안은좀더극단적인행동으로나타나기도한다.컨테이너박스에감금된채아버지의감시를받으며지내던청년이성적욕구를해결하기위한섹스돌의가슴을빨며‘엄마’라고부르는가하면(「사막의뼈」),더많은정자를팔기위해그것과유사한코코넛주스를마시면서도끊임없이갈증에시달리기도한다(「홀로,코스트코」).이렇듯작가는불안의수위를점점높여가며소설속인물들을위태로운경계위에세워놓는다.

“문득,모서리그너머가궁금했다”
고통의입체성을되살리는법

빛이있었다.누군가의말처럼빛다음에는어둠이,어둠다음에는고요가있었다.그안에는짙게일렁이는물이있었고깊이를알수없는물의한가운데서부적절한것이탄생했다.맨처음,나는비린내를풍기는다시마같았다.(……)내몸의세포들은소녀의모든것을양분처럼빨아들였다.그리고새로운기관들을만들어내는데그것을사용했다.말하자면나는,고도로농축된소녀였다.
_소녀의난,223~224쪽.

「소녀의난」의서술자는아직태어나지않은‘태아’이다.소녀의배속에있는‘나’는소녀의불안과일탈의감정을고스란히공유한다.뿐만아니라소녀를매개로소녀의늙은애인인‘윤’과그의딸‘치아’를관찰한다.이러한독특한구조는「당신은말한다」에서도발견된다.CCTV를통해조선족베이비시터를감시하는‘여자’의시선과그런‘여자’를관찰하고있는‘당신’의시선이교차된다.베이비시터를보고있는‘여자’의시선에불신이가득차있는것처럼,‘여자’를보고있는‘당신’의시선에도불신이가득하다.「홀로,코스트코」에서주인공‘박규’는이름대신불완전한호명인‘너’로불린다.박규가‘너’라고지칭되는이유는자신의욕망을정확히알지못하고가짜이미지들만을빌려오기때문이다.
이러한시선은3차원적시각을통해대상을입체적으로표현하는‘큐비즘’과유사하다.『모서리의탄생』은보는사람과보이는사람의관계만이아니라보는사람을보는사람,혹은보는사람내부의분열된시선을허용함으로써이야기를보다입체적으로만든다.“이것은납작해져버린타인과세계에대한이해를복원하는과정이기도하다.”(박인성문학평론가)

『모서리의탄생』은고통의지점들을그려내고있다.사랑하는딸을잃고북쪽의가장끝을찾아가는노인과(「극」)스스로실종을선택한아내와아들의흔적을뒤쫓는두명의화자(「미싱도로시」)등.그러나통증은부위를옮겨가거나응축될뿐사라지지않는다.소설의등장인물들은고통을외면하지않고그맨얼굴과마주함으로써비로소그것을정확하게표현할수있는언어를갖게된다.이것이신주희소설이세상을향해또렷한목소리를가질수있는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