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은피를사랑했고,할아버지는꿈을사랑했다.”
리얼리즘과판타지의결합이이뤄낸문학적성취
황광수문학평론가는“『딩씨마을의꿈』을읽으면서알베르카뮈의『페스트』가떠올랐는데,인류의보편적인문제를다루면서도우리삶과구체적으로관련되어있기때문에훨씬더비판의식이살아있다고느꼈다”라고말하며,“또한기법적인측면에서감탄했던부분은이미죽어서땅에묻힌열두살짜리소년의시각으로작품이그려져있다는점,그리고꿈을활용하여고통과절망이라는평면적인주체를중층적으로표현하여독자들이재음미할수있도록하였다는점”(옌롄커작가와의대담에서)이라고밝혔다.
이처럼『딩씨마을의꿈』이이뤄낸문학적성취는리얼리즘과판타지의결합을통해인간의문명사적재앙에대한고통스러운사유를드러내고있다는데있다.주인공‘나(샤오창)’는십년전,상부의주도로마을에서대대적으로일어난매혈운동의우두머리였던아버지에대한복수로누군가마을어귀에놓아둔독이묻은토마토를먹고세상을떠나게된다.너나할것없이피를팔아부를축적하게되었지만,결국엔열병(에이즈)에걸려고통스럽게생을마감할수밖에없는비극적인현실의상황을이미죽은열두살소년의시선으로그려내어작품의강렬함을극대화시키고있다.
꿈속에서그는전에가본적이있는웨이현현성과둥징성지하에마치거미줄처럼얽혀있는파이프를보았는데,파이프에는피가흐르고있었다.제대로접합되지않은파이프연결부위와파이프가꺾어지는지점에서는피가분수처럼솟구쳐허공을향해뿌려지고있었다.붉은비가내리는것같았다.진한피비린내가코를찔렀다.할아버지는평원의우물과강물모두새빨갛고비린내가진하게풍기는피로변해있는것을보았다.
(/pp.21~22)
그리고『딩씨마을의꿈』을관통하고있는또하나의중요한요소는할아버지의꿈이다.“고통과절망을희화화하거나축소하지않고그무게와질감을그대로드러내되,그아픔과추한외상의충격을경감시켜줄수있는서사적장치”(김태성번역가)가바로꿈인것이다.이처럼작가는할아버지의꿈을통해‘피를팔아천당과같은세월’을얻으려고했던딩씨마을사람들의희망이절대로실현될수없는허황된것임을상징적으로드러내는동시에,현실과비현실의경계를넘나들며견고한허구의세계를구축함으로써보다근원적인진실에도달할수있도록한다.
“인성의가장후미진구석에자리한욕망의그꺼지지않고반짝이는빛”을쓰고자했다는작가의말처럼『딩씨마을의꿈』은‘꿈’을통해인간의욕망과문명이빚어낸비극적인현상들에천착함으로써중국문학에서독창적인영역을확보한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