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두 번 (김멜라 소설)

적어도 두 번 (김멜라 소설)

$13.00
Description
“나는 등번호 9번에 윙포워드, 머루, 차콜그레이 그리고 인터섹스다.”
소수자에 대한 한국문학의 새로운 감수성, 김멜라 첫 소설집
김멜라 작가의 첫 소설집이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되었다. 2014년 “풍부한 현실 감각과 강렬한 생명력의 매개자”(황광수 문학평론가)라는 평을 받고 등장한 작가는 연이어 문제작을 발표해오며 평단과 독자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표제작인 「적어도 두 번」은 “당대 사회의 가망과 한계를 동시에 건드리는, 그래서 그 사회에서 이미 굳어진 익숙한 가치판단과 해석의 방식을 물음에 부치는”(인아영 문학평론가, 문장 웹진 2018년 9월호) 문제작으로 호명되며 소외된 주체들을 적극적으로 문학사에 기입하려는 2020년대의 흐름에서 주요한 작품으로 논의되었다. 표제작 외에도 소설집에 수록된 총 일곱 편의 단편은 각양각색의 이채로운 매력을 품고 있는데, 소수자에 대한 한국문학의 새로운 감수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차라리 인간 따윈 그만두고 로봇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로봇은 남자 여자 구별 없이 그냥 로봇일 뿐이니까”(「호르몬을 춰줘요」)라는 소설 속 발언을 이어나가며 작가는 생물학적 신체성으로 젠더 범주를 재단하려는 시각을 전복한다. 이성애로 한정된 삶을 강요하고 그 외부를 허용치 않는 가족주의적 생애 모델을 인간의 숙명으로 설명하는 언어 또한 뒤집는데, 일상 곳곳에서 퀴어적 생활과 퀴어적 정동, 퀴어적 삶의 방식과 인식을 발견하고 창출하는 시도가 매혹적이다. 아울러, 김멜라 소설은 여성이 겪는 삶과 여성들의 연대를 때론 얼음 같은 문장으로 때론 유쾌하고 무구한 시선으로 들려준다. 우리가 어떤 목소리에만 익숙한지 되돌아보게 하고, 어떤 새로운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지 넌지시 일러준다. 여기 한국문학에 새롭고 낯선 목소리가, 김멜라의 소설이 지금 도착했다.
저자

김멜라

1983년서울에서태어났다.
2014년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을통해소설을발표하기시작했다.

목차

호르몬을춰줘요
적어도두번
물질계
모여있는녹색점
에콜
스프링클러
홍이

해설얼어붙은결정론적세계를깨뜨리는방정식_김건형(문학평론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세상의어둠속에서미량의빛을포집하기위해확장되는예민한동공,
김멜라첫소설집

“나는등번호9번에윙포워드,머루,차콜그레이그리고인터섹스다.”
소설가구병모추천!

작가가제기하는이의들-보편적인식앞에송곳니를드러내는그지독한질문들한가운데던져진당신은,손쉬운치유나희망이나화합이보이지않음에도끝내좌절에매몰되지않는인물들에게자기도모르게악수를청하고싶어질지모른다._구병모(소설가)

자신의정체성숫자를스스로만들고자신의몸을스스로설명하는방정식.운명이아니라여정으로서의삶.저들이확정해둔운명이아니라자신의관계성과수행성을충실히살아가면서스스로가되는삶.김멜라의소설은방정식의답을이렇게아름답게써냈다._김건형(문학평론가)

“차라리인간따윈그만두고로봇이되는것도나쁘지않다.
로봇은남자여자구별없이그냥로봇일뿐이니까.”

소설집을여는「호르몬을춰줘요」부터작가는소수자의목소리를적극적으로들여온다.이소설은인터섹스인도림의시선에서이야기가진행된다.태어날때부터의사나부모의판정에의해특정성별로‘지정’되어등록되며그렇게신체를‘개조’당하지않으면‘비정상’으로낙인찍히는인터섹스.사춘기가되면서튀어나온‘버섯’때문에고민에빠져있는도림역시그삶속에서이제남자가될지여자가될지결정해야한다.이분법적성규범이그자체로계급이자시민권으로작동하는한국사회에서성장해야하기때문이다.하지만도림은그누구보다씩씩하다.축구부에서정체성숫자9를등번호로정한도림에게는남자와여자의차이보다는정강이뼈의단단함과왼발을쓸수있는지가더중요하다.그리고어느날자신이누구인지대답해줄사람들을찾아이태원으로모험을떠나며소설은새로운국면에접어든다.아마도림에게가장적절한말을해줄사람은‘레사’일것이다.소설「물질계」에서‘나’는논문을끝내지못한연구실조교다.집안을‘말아먹’을팔자를타고났다는무당의저주를피해과학의물리법칙세계로도망쳤지만,그럼에도“대학원에서젊음까지말아먹”었다.여성혐오적인가십과노동력착취가일상인,여성학자들의미래를유리천장으로제약하는곳에서버티는삶.그러던어느날나는‘레즈비언사주팔자’라고쓰인전단지를보고‘레사’를만나며인생의전환점을맞이한다.

“이제어디로가요?”
나는레사의우산아래서서물었다.
“불의여자랑물의여자가만났으니뭘해야할까요?”(「물질계」,117쪽)

「적어도두번」은레즈비언여성인‘나’가시각장애인여성청소년인이테에대한성적접촉을‘변명’하는구조로이루어져있는문제작이다.특히나고백의청자로중년남성이자지식인교수인유파고를앉혀두는구도는범상치않은데,이는대타적이고메타적인기획이다.윤리,도덕,정치적올바름,보편의문제,인간의이기심,위선폭로를다룬지금까지의한국소설을아예다른방식으로새롭게독해하도록하는논쟁적인작품이다.

“저는무엇이잘났다고이테를동정했을까요.데드존을향해달리는한낱인간주제에어떻게서서자는나무를불쌍히여길수있을까요.”(「적어도두번」,84쪽)


얼음의문장과그로테스크의칼날,
세상의어둠속에서미량의빛을포집하기위해확장되는예민한동공

김멜라소설은서늘하고매혹적인이미지들의연속이다.구병모소설가가추천사에서밝혔듯,보편적인식앞에서‘송곳니를드러내며’지독한질문을던지고이의를제기한다.그리고그소름끼치도록기이한이미지와불안과균열의기미로술렁이는서사는독자들에게새로운독서경험을제공한다.「모여있는녹색점」에서해연은친구인미아가비행기사고로베네수엘라에서실종된후부터지독한불면증에시달린다.남편강투는함께고통을겪으면서도미아의죽음으로부터헤어나와일상을회복하고자하지만,해연에게는그게거의불가능하다.한편,예전에강투는미아에게이상하게불편한감정을느껴왔었다.강투가보기에지나치게기복이심한성격의미아는해연의세계와는어울리지않았다.그리고그둘사이에미묘한기류를감지했었다.

“여자들은서로의무릎이나뺨에자연스럽게손을대며얘기했다.다시가랑비가내리기시작했고그는창을두들기는빗소리와함께공간을떠도는여자들의속삭임에파묻혔다.그들이내뿜는알수없는분위기에그는완전히넋을놓았다.여성과여성은,그들이나누는무언가는그에게신비로운마음을불러일으켰다.그는그기억을소중히간직했고해연과미아사이에서비슷한느낌을받은적도있었다.”(「모여있는녹색점」,151쪽)

「홍이」는‘홍이’라는이름을물려받은동물들이차례차례잡아먹히는과정을도입부에설화처럼서술하면서죽음과폭력의패턴을그려낸다.소설속주인공인중경은경찰인데,그녀는남성적인집단에서일하며온갖불쾌감을감내해야했다.식사자리에서중경이먹던백숙을직접가리키며닭에게는‘좆이없다’는것이개와의차이점이라고말하는선배들의무례를견뎌내야하는것이다.한편중경의사촌동생인홍이의이야기가교차된다.홍이는잔인하게죽인동물사체를전시하는범죄를반복한다.그리고그기원에는개농장에서자신이도살해야하는개들의짖는소리로고통받으면서도술에의지해버티던삼촌이있다.작가는성적폭력과밀접한육식문화,그리고윤리적폭력과밀접한재현문화를젠더적측면에서조명한다.
김멜라소설은예민한동공을지녔다.그예민함으로각각의단편은빛을발한다.소수성에대해날카로운감수성을드러내며작가는보편타당한것들에이의를제기하고칼날을들이댄다.가장이채롭고가장파격적이고가장독보적이고문제적인그러므로가장퀴어적인소설들을써냈다.그리고사회가옭아맨삶이아니라하루하루관계성과수행성에충실히살아가는삶에대한소중한인식을우리에게선사한다.작가의말에서김멜라는이소설들을“나로서는알수없는것들을어떻게한번설명해보려고한시도들”이라고밝혔지만그알수없는것들로우리가안다고생각해왔던문학에물음을부치며온전히새로운공간위에서있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