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소설)

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소설)

$13.80
Description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이현석 첫 소설집

“그 다른 세계에서도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분명 굳건할 것임을
당신이 이해하는 날이 오기를”

가장 동시대적인 윤리를 서성이며 구축하는 질문들
현재 한국 소설 평단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현석 소설가의 첫 소설집 『다른 세계에서도』가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되었다. 작가는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 공모를 통해 소설 「참(站)」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2020년에는 제1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읽어내는 힘”(오정희 소설가) “관념과 실감의 충돌 속에서 어느 쪽에도 함몰되지 않으려는 안간힘”(권여선 소설가) “섬세하고 엄정한 시선과 감수성”(전성태 소설가)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배경으로 한 소설집의 표제작이자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다른 세계에서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작가는 가장 동시대적인 윤리와 사회문제를 소설로 풀어내며 정교하고 치밀한 질문을 던지는 리얼리스트다. 다양한 인물들의 다채롭고 이질적인 목소리와 시선을 교차하며 서사를 구축하면서 골똘히 고민해봐야 하는 현실 사안의 세부와 인간 본연의 모순적인 지점까지도 감각하게 한다. 이현석의 소설은 현재의 세계에 대해 비판적으로 치열하게 기억하고 기록하며, 그럼으로써 망각을 저지하며 더 나은 이후의 세계를 맞이하려는 삶의 문학이다.
저자

이현석

2017년중앙신인문학상을통해소설을발표하기시작했다.
2020년제11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그들을정원에남겨두었다
다른세계에서도
라이파이
부태복
컨프론테이션
눈빛이없어
너를따라가면
참(站)
참고한내용과약간의덧붙임
발문우리의가능성_한정현

출판사 서평

작가가내놓은첫번째작품집은사건이다.이작품집은새로운계보의리얼리즘을촉발할것이다._박민정(소설가)

크고높은고민을하는그의인물들은비록고독하겠지만우리가거의잊었거나잊을뻔한근원적인질문앞에서게한다는점에서놀랍도록아름답다._조해진(소설가)

바로그마음이결국엔우리를구할거니까.이소설들이우리를가능하게만들거니까._한정현(소설가)

가장동시대적인윤리를서성이며구축하는질문들

소설집의처음을여는「그들을정원에남겨두었다」에서의사인‘나’는소설가이기도하다.이시진은내가담당하고있는식물인간상태의환자인데,그는과거에커밍아웃하면서부인과딸을떠났었다.10여년을함께한그의동성연인은병원에찾아왔지만어떤관계도인정받지못한채,이시진의가족들에게쫓겨나야했다.한편나의대학동기인수연은그상황을텍스트로풀어내며생활동반자법제정이라는공론을이끌어내려하지만,그과정에서사실을과장하고각색한다.나는수연에게전화를걸어그글은픽션이아니라고,쓰기전에는최소한동의는구했어야했다고비판하지만,되레수연이되받아친다.

“넌물어봤니?”
(……)데뷔직후인2년전지금은폐간된작은문예지에발표한단편을떠올린나는얼굴이뜨겁게달아올랐다.갑작스러운청탁에부랴부랴쓰고는잊어버린작품으로거기등장하는주요인물의모티브가수연이었다.(17쪽)

‘나’는그소설을떠올리며,그인물을충분히가공했다고속으로항변하지만그럼에도떳떳하지못한기분에사로잡힌다.이처럼소설은첨예한사회문제를다루면서재현과대상화에대해서숙고해야할어려운질문을던진다.표제작인「다른세계에서도」에서역시임신중지및재생산권에대한중층적이고다면적인시선을이야기로풀어낸다.소설은동생의갑작스러운임신을걱정하는산부인과의사인‘나’(지수)가아직태어나지않은조카(동생해수의태아)에게보내는전언의형식으로전개되는데,사안에대한시각은‘나’가참여하고있는산부인과전문의들의칼럼필자모임에서첨예화된다.필진들모두가낙태죄폐지에는동의하더라도그결론에도달하기까지구사하는언어는다르다.희진선배는“옳다고여기는거랑말해져야하는게늘같을수는없”(57쪽)다며현실적목표를이루기위해대중의반감은최대한피하는방식의표현을지향한다.반면지수는여성이자기삶을결정하는권리로서의임신중지를피력한다.이현석의소설은젠더/계급/가족의층위를넘나들며그미세한결을섬세하고사려깊게살핀다.소설집에서특기할만한점은병원을배경으로한소설이많고그실감이두드러지는데이는직업환경의학과전문의이기도한작가이현석의이력이묻어나기때문일것이다.

이지적이고생명력있는이야기의넓고깊은매혹

이현석의소설은다분히이지적인방식으로활달하고생명력있는이세계의순간들을그려내며우리를매혹속으로이끈다.또한다채로운소재와방식과구성으로풍성하고도능란하게이야기를꾸려나간다.「라이파이」는1959년부터10년간연재된동명의SF만화를소설속으로끌어온다.‘라이파이’는한국최초의토종히어로.검은안대를쓰고흰두건을이마에두른라이파이는연두색쫄쫄이유니폼을입은채돌려차기한방으로적들을제압한다.‘나’(영우)의아버지조한흠이청소년기에열광했는데,이제는노년에다다른조한흠의환시속에라이파이가지속적으로등장하는것이다.그리고조한흠의행동이좀이상하다.가히뛰어난도시연애담이라고할법한「컨프론테이션」은이제는사랑에다소심상한전문직여성화자에대한탄성넘치는심리묘사가압권이다.소설은‘내’가다시연애감정을느끼며예외적인관계로한사람을들이는그순간을,단단해지다가도이윽고허물어져가는그관계성을성찰해내는데,게르하르트리히터의회화〈컨프론테이션〉의배경과묘하게교차시키며삶의비의를곱씹게한다.

노란색감과따스한촉감으로충만한기억을되새기다보면결국에는단단해보였던우리의관계가열없이허물어져간장면들에당도하리라는것을알면서도.이를테면그것은구드룬엔슬린과안드레아스바더가연인사이였음을뒤늦게알게된여름밤처럼평범한대화끝에찾아왔다.(171쪽)

제발트의소설구조를차용했다고밝힌「눈빛이없어」에서는이현석소설의또다른면모를볼수있다.제발트의독자라면환호할법한이소설은발전소기술자로일했던,천부적인손재주를지닌우재의삶에대해,일하면서겪었던끔찍했던일들에대해,거기서사라져간사람들에대해,그미시사를건조하고담담한필치로묘사해낸다.「너를따라가면」의배경은1980년광주다.소설은그당시광주에서간호사로일하는정혜의삶전체를조망하며여성젠더라는렌즈를통해그날광주의시공간을강렬하게환기한다.“내피가더러워,더럽냐고!”(251쪽)수혈이시급한상황에서도작부의피에대해차별적으로말하는사람들을본다.
소설들의끝에이르면작가는‘작가의말’을대신한‘참고한내용과약간의덧붙임’을마련해작품을쓰게된배경및출처등을상세하게적어두었다.이는어떤책임감내지명징성을추구하려는작가의성향을반영하는것일텐데,이현석소설가는자신의글쓰기를“정치적산문을문학적비명으로환원하고자하는작업”(『문학동네』2020년여름호)이라고표현한바있다.작가는자신의글쓰기를의식하며,현실을가감없이직시하고기억해야만하는순간들을어떤식으로기억할지신중히고민한다.『다른세계에서도』는그작업의충실한첫번째결과물이다.그리고박민정소설가의추천사처럼,이작품집은새로운계보의리얼리즘을촉발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