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별, 꽃과 별의 이름을 가진 아이 -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8

두메별, 꽃과 별의 이름을 가진 아이 -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8

$13.00
저자

범유진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저서로『맛깔스럽게도시락부』『선샤인의완벽한죽음』『우리만의편의점레시피』『두메별,꽃과별의이름을가진아이』『아홉수가위』등을발표했으며,다양한장르의앤솔러지에참여했다.하루를위로하는초콜릿같은글을쓸수있기를바란다.

목차

대한의가장천한사람들
내이름두메별
대송오빠가왔다
바다를본적있니?
고기팔러간날
안경과그림
경성에갈수있다고?
끈이잘린갓
신을던지다
노촌대백정촌
비밀편지
광대의고백
비프리(Befree)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여자라서받는억압,백정이라서당하는차별
이모든것을벗어던지기위한
한소녀의용감한모험이시작된다!

두메별은백정들이모여사는마을‘백정촌’에서살고있다.두메별의아버지는손재주가좋아가죽장인으로이름을날렸지만을사조약이후,개인의도축이금지되면서일본인에의해허가된곳에서일감을받아근근이살아가고있다.백정촌근처에는양민들이사는‘노촌’이있는데그곳사람들은늘백정촌사람들을무시하고핍박한다.이는어른뿐만아니라아이도예외가없어서백정의딸인두메별은노촌아이들로부터매번무시와모욕을당한다.
어느날,양반집의양아들로들어간두메별의큰오빠대송이오랜만에마을로온다.대송은두메별에게책을선물하고,형평운동(백정신분해방운동)에대한이야기를해준다.얼마뒤,대송의일행으로마을에머리를짧게자르고안경을쓴신여성춘앵이나타난다.그녀는다른사람들과달리백정을차별하지않고자신과같은사람으로따뜻하게대한다.두메별은춘앵으로부터사람은누구나같은존재라는것을배운다.또춘앵은학교를세워백정촌아이들을대상으로글을가르쳐준다.언어에탁월한소질이있는두메별에게춘앵은형평운동에대한이야기를들려주며함께경성으로가자고제안한다.
『두메별,꽃과별의이름을가진아이』는백정의딸인두메별이공평한세상이오길꿈꾸는이야기다.여자라서받는억압과백정이라서당하는차별을모두벗어던지고자두메별은백정촌을떠나려고한다.주어진환경을극복하고,주변의만류에도꿋꿋이자신의길을찾아나아가는두메별의모습은독자들로하여금지금내가머물고있는곳을돌아보게끔할것이다.


-
책속에서

“아재요,아재는안무섭습니까?”
나는사탕을왼쪽볼에물고는물었다.
“무엇이?”
“양반한테이리구는거.”
오름아저씨는박하사탕을와득와득깨물어먹었다.
“무섭기는.조선양반이뭐일본사무라이처럼칼을차고다니는것도아닌데.”
“순사처럼?”
“그렇지.그리고곽훈장은이젠양반도아니야.호적팔았잖아.양반취급해주면아이고고맙구먼,해야지.뭐저리고개가빳빳한지모르겠어.”
“호적을팔면양반도더이상양반이아닌겁니까?”
오름아저씨는잠시생각하더니고개를끄덕였다.
“그렇고말고.양반그거그까짓종이한장이다.두메야,너는똑똑하니깐잘새겨들어라.세상이변할거다.양반이고농민이고천민이고간에앞으로는돈있는놈이최고가될거야.”
다른사람이그렇게말했으면나는헛소리라생각했을거다.하지만그말을하는사람이오름아저씨이기에진짜앞으로는그런세상이될것만같았다.돈이많다는이유로백정에게금지된모든것을가진오름아저씨.백정이당하는온갖멸시에서조금이나마벗어난아저씨.
_21쪽

대송오빠와오름아저씨가나누는대화를흘려들으며나는종이읽기에집중했다.
‘공평……은사회의근본……이고사랑은인간의본……성이다.’
고로우리는계급을타파하고모욕적인칭호를폐지하며,교육을장려하고우리도참다운인간으로되고자함이우리의취지이다,까지읽었다.한문장을다읽고나서야그림속깃발에커다란글씨가있다는것을알았다.
“형평.”
깃발의글씨는단번에읽혔다.내입이떡벌어졌다.나는벌떡일어나대송오빠를돌아봤다.
“오라버니!형평운동을하나?”
“응?그치.”
“와말을안했나!이야,그렇구나.오라버니가형평운동을…….오라버니,그럼이제여기두강습소생기나?내도보통학교갈수있기되나?그기는,그형평운동을하는사람들은원래뭐를하던사람들이고?몇살부터들어가나?가시나도있나?”
“야,니숨넘어가겠다.”
얼굴이뜨거웠다.대송오빠가형평사사람이라니.진주는형평운동이시작된곳이다.대송오빠가진주에서예천까지왔다는것이무엇이바뀔것이라는신호처럼여겨졌다.내몸안에서작은불꽃이마구터지는것만같았다.
_72쪽

손에큰태극기를든사람들몇몇이앞장서서외쳤고그뒤를장터에있던사람들이따랐다.나와오빠도손을마구흔들며사람들틈에끼어들었다.인파에떠밀려장터를벗어나는데헌병이달려왔다.어머니는나와오빠를끌어안고쌓여있는가마니뒤로주저앉듯숨었다.나와오빠의손바닥에그렸던태극기를침묻힌손끝으로마구문질러지우는어머니의숨결은무척이나거칠었다.그거친숨결이정수리를간질이던기억이선명하게떠올랐다.
“샘님,만세불렀던거나라구하려고했던거지요?”
“그렇단다.”
“근데노촌어른들이요.백정이양민이되면조선이망한다고하던데참말입니까?”
춘앵은살포시웃었다.
“두메야,조선은이미무너졌단다.지금이나라는대한제국이야.완전히다른세상이란다.그리고백정은이미양민이지.사람들의인식이변하는데시간이걸릴뿐그게사실이란다.나는대한제국은조선과는완전히다른나라가되어야한다고생각해.백정이든여자든모두가국민으로서행복한나라.그게내꿈이야.”
조선은이미무너졌다.이곳은다른나라,다른세상이다.춘앵의말은내게신비한주술같았다.춘앵의말한마디한마디가내머릿속에무언가를와르르무너뜨렸다가다시쌓아올렸다
_116쪽

“놔라.안놓나,이가시나야!”
김돌섬은그순간을놓치지않고팔을휘두르며몸으로나를밀어냈다.나는집마루아래로튕겨져나갔다.마루아래놓여있던맷돌이내가슴을찧었다.엄청난아픔과함께제대로숨이쉬어지지않았다.나는바닥에엎드린채헉헉숨을몰아쉬었다.
“두메야,괜찮니?”
춘앵의목소리가이상할정도로아득히멀게들렸다.
“내가죽신을훔친거니들이분명타.”
“아니어라,진짜아니라예.”
아지의떨리는목소리가아주선명하게들렸다.나는억지로몸을일으켰다.김돌섬이아지와막송이에게해코지를할것이다.저사람들이백정촌아이들을해칠것이다.저들에게백정은사람이아니다.백정조차소를죽일때에는기도를하고,소가어떤인생을살아왔는지를되짚어보고,소와눈을맞춘다.그러나저사람들은백정이어떤삶을살고있는지전혀관심이없다.자신들이우리에게해온차별조차모른다.우리의눈을보지않는다.
_160쪽

“아부지!”
나는한천의강둑을뛰어이미멀어진아버지를쫓아가소맷자락을붙잡았다.
“와나는안되나!아부지도경성에갔었지않나.아부지도,아부지도다른세상을꿈꿨던거아니가.근데와나는못가게하나!”
“치아라!”
아버지는내손을뿌리쳤다.
“니가뭘아나!오냐,다른세상?오겠지.올것이라안믿으면어찌살겠나.하지만그세상오기까지사람들이수두룩하게죽어나갈지누가아나.그리해서온세상에우리자리가있을것이라누가장담한다나.오냐,나도갔었다.그르나내가지금어디있나?니도결국다시돌아오게될거라이.실패해서몸하고마음만다칠거라이거다.”
아버지의말소리는채찍이되어내마음을후려쳤다.
“와실패할거라생각하나?내는실패안한다.실패해도또도전하면되지않나.”
“양반도실패했다.사내아들도실패하고.그들도다시기올라가지못했다.그것을네가?백정에,가시나인네가뭘어쩐단말이냐.못한다.경성따위갈생각은하지도마라.”
“내는할거다!하고말거다!”
아버지는내외침따위듣지않겠다는듯뒤돌아서멀어졌다.빛은백정촌안으로빨려들어가듯사라져갔다.나는어둠속에혼자남았다.
_2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