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플랜트 (윤치규 소설 | 양장본 Hardcover)

러브 플랜트 (윤치규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2.00
Description
식물의 방식으로 바라보는
지금 우리들 연애의 세 가지 장면

“연애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손이 많이 가면 어떡해요.”
“연애보다는 훨씬 쉽죠. 적어도 식물은 좋아한다고 막 달려들지는 않잖아요.”
저자

윤치규

2021년서울신문과조선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낮에는은행에서일하고밤에는소설을쓴다.
재능보다열정으로쓰는편.사회화된INTP.

목차

일인칭컷
완벽한밀플랜
러브플랜트
에세이모든연애의기록

해설사랑과분리된연애-김정빈

출판사 서평

식물의방식으로바라보는
지금우리들연애의세가지장면

[자음과모음트리플시리즈]는한국문학의새로운작가들을시차없이접할수있는기획이다.그열한번째작품으로윤치규작가의『러브플랜트』가출간되었다.“탄탄한문장을토대로서사의리듬을형성하는능숙함”(2021서울신문신춘문예심사평중)을가지고있다는찬사와“더설득력있고개성적인‘이야기의컷’들을독자에게들려줄수있는디딤돌이되기를바란다”(2021조선일보신춘문예심사평중)는기대를받으며2021년서울신문과조선일보신춘문예2관왕을거머쥔윤치규작가의첫소설집이다.

“연애하는것도아닌데이렇게손이많이가면어떡해요.”
“연애보다는훨씬쉽죠.적어도식물은좋아한다고막달려들지는않잖아요.”

“쓰고싶은게있다면아직도연애뿐”
윤치규첫소설집

「일인칭컷」은비혼식을선언한여자친구‘희주’와말레이시아여행을떠난‘나’의이야기를담고있다.‘일인칭컷’은희주가인스타그램에올리는사진구도의명칭이다.‘나’는‘희주’가왜자신을두고비혼식을했는지,회사에서성희롱사건을겪은후‘희주’가어떤심경의변화를겪었는지,‘희주’가자신에게부탁해찍는‘일인칭컷’이왜‘일인칭’인지이해하지못한다.‘희주’와‘나’가“세상을바라보는해상도”(해설,김정빈평론가)의차이는여행내내두드러진다.‘희주’와달리‘나’는팜나무와야자나무의차이에대해무심하고,‘희주’에게는이제차오르기시작하는초승달이‘나’에게는기울어가는그믐달로보인다.‘나’는자신이“알수없다는것”(11쪽)에두려움을느끼는사람이라고말하지만,팜나무와야자나무의차이를알지못한다는것엔두려움을느끼지않는것처럼여성으로서‘희주’의삶과남성으로서자기삶의차이에대해무지하다는점에는두려움을느끼지않는다.마지막장면에서‘나’는“끝끝내이해되지못할타자로서의애인을목격”(해설,김정빈평론가)한다.

희주는이런사진을‘일인칭컷’이라고불렀다.사진은인물보다배경에초점을맞추고,장소가온전하게담기면서도카메라를등지고서있는희주의뒷모습이한쪽구석에반드시놓여야했다.여행할때면희주는이런사진을자주찍어서올렸다.그때마다사진을찍어주는사람은언제나나였다.그러니까엄밀히말하면사진속에서일인칭시점은바로나였다.카메라를등지고서있는희주는정작삼인칭피사체에불과했다.(「일인칭컷」,15~16쪽)

「완벽한밀플랜」은어딘가조금불안정해보이는‘현영’과‘나’의신혼여행기를그리고있다.‘나’는‘현영’이여러가지문제를안고있다는사실을알았지만,사랑을통해자신이‘현영’을바꿀수있으리라고믿었다.하지만예상과달리현영은계속해서손목을그었고,술을많이마셨다.결혼식전날수면제를과다복용하고응급실에실려가는일까지벌어지지만,‘나’는오히려“일어나야할일이일어난것같았”다는“안도감”을느끼고결혼을강행한다.‘나’는“상대방에게사랑을이유로변화를강요하는것”(해설,김정빈평론가)이“일방적인욕심”이었다는사실을깨닫고반성하며이에순응한다.하지만순응이후‘현영’과제대로대화하지않고단절된다.‘나’의입장에자신이‘완벽한밀플랜’을짜는사람이라면,‘현영’은그계획을망치는사람인것이다.두사람은결국“95퍼센트확률의터틀퀘스트”를실패하고,서로의깊은간극만재확인한다.뿔달린물고기가바다거북의몸에뿔을꽂고함께깊은바닷속으로잠겨드는것이뿔달린물고기의탓만도,바다거북의탓만도아닌것처럼‘나’와‘현영’의관계는“정답을찾으려는시도없이단지”유보된다.

그렇기에현영이예전처럼술에취해위험한일을벌이면나는실망했고동시에빠져나올수없는자괴감에시달렸다.그럴때마다현영은내잘못이아니라고말했지만,사실은그게제일괴로웠다.이모든게나와는상관이없다는것.나를만나도똑같다는것.내가곁에있어도아무도움이되지못한다는것.그런생각이자꾸만나를어딘가아득히먼곳으로내몰았다.(「완벽한밀플랜」,57쪽)

표제작「러브플랜트」는앞의두작품이그려낸연애,결혼에이어‘이혼’이야기를다루고있다.이혼경험이있는‘백현준’은같은경험이있는‘이미나차장’과동질감을느끼며가까워진다.백현준은“고백할때제발꽃사지마공포증”(67쪽)을가지고있는꽃집사장으로,일방적인고백에공포와분노를느끼는인물이다.일방적인고백에그렇게과한반응을보이게된이유는,이혼경험때문이다.‘백현준’은“이혼소송이라는절대적이고사회적인권력에의해자신의연애공식을파괴하는절차”(해설,김정빈평론가)를거친것이다.연애-결혼-이혼의과정을거치며‘백현준’은‘일반적인’연애가‘일방적인’연애가될수있다는것을깨닫는다.이혼소송이“피해자와가해자를가리는재판”이아니듯두사람이함께하는사랑에서비롯된연애-결혼-이혼이라는단계는한사람의잘못으로,한사람의노력으로망가지거나지속될순없다.‘백현준’은꽃다발이아니라율마화분으로‘이미나차장’에게자신의마음을조심스럽게내비친다.하지만거기에서더나아가진않는다.식물을기르는것처럼관계에도“인내와꾸준함”이필요하다.‘백현준’은‘이미나차장’의뒷모습을오래지켜보며전에는알지못했던방식,식물의방식을배운다.

그때백현준은왜아내에게결혼을종용했던것일까?물론아내를좋아했던게가장큰이유였다.(……)당시백현준은분명히뭔가에취해있었다.회사에서인기가많던아내를차지하게됐다는자부심같은게있었을수도있고,술만마시면인사불성이되는아내의나쁜버릇을자신이얼마든지고칠수있다고오만하게자신하기도했다.그리고더나아가서이렇게불안정한사람을자신이남자로서책임져야한다는이상한강박에사로잡혀있었는데그건사실누구도바라지않은혼자만의비틀린열정이었고일방적인망상에불과했다.(「러브플랜트」,94쪽)

윤치규작가는세편의소설을통해연애,결혼,이혼의세가지장면을자신만의고유한컷으로제시한다.엇비슷해보이는연애들도그속을들여다보면저마다의잎맥을가지고있듯,모두에게같은연애는없고,윤치규작가는누구보다그것을잘알고있다.“쓰고싶은게있다면아직도연애뿐”이며“이제는조금다른연애를쓰고싶다”는작가의말처럼,윤치규작가가보여줄‘조금다른연애’가기다려진다.

해설
우리가세편의윤치규소설을보면서알수있는한가지는,연애를겪지않고주변이야기에서교훈을얻어내려고해서는안된다는것이다.그러니백현준의방식이옳고그것을따르자는판단은삼가자.멀리서보면비슷비슷한연애들도각이야기속의맥락은본인만이쥐고있으므로,모두에게적용가능한규칙은없다.지금은단지이소설을재미있게읽어내면될뿐이다.
-김정빈,「사랑과분리된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