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대한 감각 (민병훈 소설 | 양장본 Hardcover)

겨울에 대한 감각 (민병훈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2.00
Description
불친절하고 불연속적인 감각만이 유일한 논리로 작용하는 세계
이미지는 진술하고 서사는 침묵하는, 멈춘 소설의 세계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시차 없이 접할 수 있는 기획이다. 그 열두 번째 작품으로 민병훈 작가의 『겨울에 대한 감각』이 출간되었다. “아직 명명되지 않은 세계의 유일한 작가” 민병훈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작가는 세상은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재인식’되는 것이므로, ‘구성’이 아닌 ‘재구성’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신작 『겨울에 대한 감각』에서도 익숙함을 거부하고 “이미지는 진술하고 서사는 침묵하는”(해설, 박혜진 평론가) 방식으로 세상을 감각한다. 이처럼 “익숙한 세계의 작가이기를 거부”한 민병훈 작가는 이미 “만들어진” 보편적 세계가 아닌 “만들어질” 세계를 선보인다.
저자

민병훈

2015년『문예중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소설집『파견』『재구성』등을냈다.

목차

겨울에대한감각
벌목에대한감각
불안에대한감각
에세이당신을통한감각론

해설감각을위한논리-박혜진

출판사 서평

“따지고보면아무런상관이없지.상관.연관.한없이생각하면모두연결된것처럼보였다.
그런걸끊어내기엔계절이제격이었지.”

아직불리지않은세계에대한이야기

표제작「겨울에대한감각」에는사물의이미지들이불연속적으로출현한다.화자가보고떠올리는생각을독자가그대로지켜보는소설이라고할수있다.이국에서보내는나날,화자와어머니의일본여행,유학시절에있었던일,공항에서보내는시간등.그러다문득그이미지들사이로아버지의죽음이라는사건이끼어든다.“소나무를심었다.백조라고말했다”(9쪽)는문장으로시작하는이소설의중심이미지는어딘가에잠겨있다는공통점을가진‘소나무’와‘백조’다.소나무는“땅위의백조”,백조는“물속의소나무”다.소설후반부에화자는눈에잠기는자신의모습을상상한다.화자는눈송이를일괄적인‘눈’으로인식하는것이아니라개별적인“이름모를도형들”(18쪽)로인식한다.이는화자가인식하는세상의모습과같다.화자에게세상은“하나의이야기”가아니라“파편화된이미지”(해설,박혜진평론가)로존재한다.

따지고보면아무런상관이없지.상관.연관.한없이생각하면모두연결된것처럼보였다.그런걸끊어내기엔계절이제격이었지.한계절에오래머무르는상상을했다.오래머무른것처럼시간이지났지.겨울이왔네,말하지않았지.
(「겨울에대한감각」,21쪽)

「벌목에대한감각」의화자는산속집에살며밤마다나무가쓰러지는환청을듣는다.벌목작업이중단되는한밤중에화자가환청을듣는이유는,자신이자른나무에동료가사망하는사건을겪었기때문이다.화자는이후이모집에살며시간을보내지만,이모집이위치한산에벌목작업이시작된것이다.화자의환청은비단자신의“죽음에대한직접적인공포”(해설,박혜진평론가)가아니다.동료를죽음에이르게한사건에대한공포에서촉발되었을것이다.그러나이소설은트라우마로화자의상태를환원시키지않는다.잘려나가는나무와화자가머물고있는산속집까지의거리를연상시키며사건을“공간으로이미지화”한다.

새벽같은공기속에서,별안간한아이가내앞을앞질러뛰어갔다.아이는붉은빛으로뛰어가며점점시야에서사라지고,나는느리게걸음을떼면서,불현듯어떤결심을했는데,이제남은방법이라곤,이곳을떠나거나,이곳을떠나게만들거나,이곳이떠나거나,이곳이나를밀어내는것이라고,하지만그런시도는가능하지않을거란생각이들었다.아이는다른아이들무리에섞여함께달려가고있었다.
(「벌목에대한감각」,62쪽)

「불안에대한감각」은선원이되기를희망하여요트를타고항해하던중겪은사고를현재의화자가기억하는이야기다.화자는의도치않게겪은사고로인해인명피해를목격했다.사고당시물위에떠있던시체들을현재의화자는,유년시절보았던감전돼죽은개구리사체의이미지와나란히떠올린다.이야기는이야기로이어지지않고“이미지에서이미지”로점프한다.화자는사건을서사로이해하지않을뿐아니라“신뢰하지않”는다.이미지를통해관찰하며“서사에대한회의”에서탈출한다.이미지란화자에게“도피처이자새로운출발점이며유일한안식처”(해설,박혜진평론가)다.민병훈작가의소설은흐르지않고건너뛰며움직이지않고멈춘다.

너는아무것도모른다.다시물어보자.뭐가궁금한것이냐.나의기억?혹은그들에대한기억?뚜렷하게떠오르진않는다.기억을떠올리는일에자주실패했다.기억이란건언제나다른그림자를가진건물들같았고,시간이지날수록골격만남은철거현장에서삽을쥐는기분이었다.하지만말해주마.기억나는대로.무슨이야기가나올지는나도모르겠다.무책임하겠지.사실과거라는게그렇다.입맛에맞게부풀리거나빼먹거나.
(「불안에대한감각」,78쪽)

민병훈작가의소설은“무수한이미지의단위”를수많은장면으로만들고,그장면들로서사를환기한다.“습관이작동하지않”는민병훈작가의소설은의식의심연이아닌“무의식이라는원초적인표면을재현”하고,“하나의해석에반대하는저항의형식”을띠며끊임없이혼돈을부추기는“무의식의리얼리티를가중”시킨다.세편의소설은“불연속적인이미지”의방법론을통해“불연속으로서의인생”(해설,박혜진평론가)이라는주제를드러내고,민병훈작가는읽는이에게“진짜자기와연결되는시간”을선사한다.

해설
두부류의작가가있다.물건을만드는작가와재료를만드는작가.물건대신재료를만드는민병훈은만들어진세계가아니라만들어질세계를완성한다.익숙한세계의작가이기를거부한그가치러야할대가는외롭고쓸쓸한길위에서의정주일것이나민병훈을아직명명되지않은세계의유일한작가로위치시키는것역시그가선택한쓸쓸한길이다.이글은민병훈만이작가로존재하는,아직불리지않은세계에대한이야기가될것이다.
-박혜진(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