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 새소설 11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 새소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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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가족, 그 징글징글한 시작과 끝에 대한
처절한 애증의 이야기

제8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게 가족이에요.”
가족, 그 징글징글한 시작과 끝에 대하여
류현재 작가의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이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되었다. 작가는 전작 『네 번째 여름』으로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신작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으로 제8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하며 대체 불가 스토리텔러의 역량을 입증했다. ‘가족 간병’이라는 예민한 소재를 흡입력 넘치는 스토리로 녹여낸 이번 작품을 통해, 작가는 서로 다른 무게로 짊어지는 ‘가족의 책임’이 일으키는 비극의 내막을 생생하게 추적한다.

소설은 한 노부모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찹쌀떡이 목에 걸린 채 죽어가는 어머니, 칼에 찔려 피 흘리는 아버지. 그들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자식을 생각하지만, 그것은 네 명이나 되는 자식 중 누가 더 불효자인지 답을 낼 수 없다는 비감 어린 회한이다. ‘뒤통수를 친’ 자식들에 대해 치욕스러워하는 부모. 피할 수 없는 순리로 닥쳐온 부모의 ‘늙고 병듦’을 짊어진 자식들. 서로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그들의 끊을 수 없는 굴레가 끊긴 그날, 그 가족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저자

류현재

소설가.1973년2월생.물의자리에서태어났다.약속된나이에펜을잡기시작해2003년‘MBC베스트극장’[아빠로미오엄마줄리엣]으로데뷔했다.그후방송작가로왕성히활동하며[난니가부러워],[우리가쏜화살은어디로갔을까?]를연달아선보이고,『야미』,『남편은요세미티에있습니다』,『아내를위해서월요일에죽기로했다』등몇권의책을더집필했다.

『네번째여름』은작가특유의선연한문체가살아있는미스터리물이다.활자를읽고있음에도순간의상황이눈앞에펼쳐지는강렬한몰입감은류현재만이구현해낼수있는필력의극치라할수있다.한편의드라마를연상시키는『네번째여름』은2020대한민국콘텐츠대상에서스토리부문수상의영예를안았다.한치의오차도허용치않는촘촘하고치밀한전개가완벽한스토리텔러의조건으로손색없다는평이다.

지금은귀어해새벽을일으키는어부로두번째삶을써내려가고있다.소설속배경이자실제터전인남해가더특별할수밖에없는이유.살아있으나죽지않고죽어있으나살지않는그곳,가늠조차힘든심연의바다는그녀에게야말로풀리지않는미스터리다.

목차

프롤로그
김은희
김현창
김인경
김현기
김영춘과이정숙
에필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행복한우리집’과‘지긋지긋한지옥’
욕망의간극사이,곪아가는가족

『가장질긴족쇄,가장지긋지긋한족속,가족』은인간의가장본질적이고강렬한사랑과증오가뒤얽힌관계에관한이야기다.한때누구보다사랑하는존재였지만남보다못한사이가된,그러고도끊을수없는‘가장질긴족쇄’인가족에대해사실적이고집요하게조명한다.

이혼한차녀‘김은희’는어머니가뇌졸중으로쓰러지자간병을위해부모의집으로들어간다.하지만부모는여전히자존심을세우며“김은희가그들을모시고있다는표현은매우부적절하고오히려자신들이오갈데없는김은희모자를부양하고있는거라고자부했다”(31쪽).그런고압적인부모의태도와길어지는간병생활에그녀는정신적으로지쳐가고,자신의고통을이해하지못하는형제들에대한불만이쌓여간다.그렇게억압된‘김은희’의마음은,결국아버지의생일날‘딸랑찹쌀떡하나’사온장녀‘김인경’이부모의편을들며자신을비난하자폭발하고만다.

“살아계실때효도해라.그런말하는사람들은죄다효도라고는눈곱만큼도안해본사람들이야.해봤으면그게얼마나징글징글한건지,기약없는지옥인지아니까그런말못하지.그래서세상에는효도하는사람들보다후회하는사람들이더많은거야.그게효도보다훨씬더쉽고짧으니까.나도빨리좀그래봤으면좋겠다.눈물질질흘리면서돌아가시기전에효도할걸,그렇게후회하는날이제발하루라도빨리…….”(50쪽)

그사실을알고도대학병원의사인장남‘김현창’은‘진리탐구’를위한신문칼럼을쓴다고가버리고,고시에실패해물류센터일을하며사는막내아들‘김현기’는아예부모의연락을받지않는다.원가족은이제자식들에게행복과거리가먼족쇄일뿐이고,늙고병든부모의부모노릇이지긋지긋한그들은부모에게단한가지만을바란다.

“우리가부모님께바라는건그거딱한가지예요.우리를도와주시려고할필요도없고,걱정해주실필요도없어요.정말자식들을위한다면그냥조용히자식들이하자는대로해주시기만하면돼요.”(64쪽)

“걱정마.우리한텐자식이넷이나있어.”
끊을수없는관계의무게

자식넷과부모,여섯명의가족이각자의속사정을보여주는방식으로이야기는전개된다.서로를누구보다잘안다여기지만실상남보다도모르는사이.각자의시점에서는다른가족의마음을절대로알수없게묘사하는치밀한구성으로소설은그러한‘가족’의관계를구현해낸다.차녀‘김은희’는막내‘김현기’가보기에는“자신이가장무른돌인줄도모르고온가족을상대로부딪치는”(164쪽)것이안타까운누나지만,장녀‘김인경’에게는“단순하고감정적”(114쪽)인철부지동생일뿐이다.같은인물이어도바라보는사람과관계,시기에따라그면면은전혀다르게해석되며그것은자식들이부모를보는시선에서가장극명한차이를드러낸다.

“만날똑같은소리,진짜지겨워죽겠어.”
동성빌라시절에도부모님은똑같았었어.달라진건그땐우리가그걸지겨워하지않았지만이젠지겨워한다는거지.(162쪽)

부모노릇을절대포기할수없는늙고병든부모는한탄한다.“다틀려먹었어.그게왜옛날일이야.우리가가족이었을때,지들이우리자식이었을때,우리가지들부모였을때,바로그땐데…….”(202쪽)그러한괴리에서자라난미움에떠밀려가족은자기도모르는사이한발씩천천히파국으로나아가게된다.

‘누가그들을죽였나?’그답을찾는사이독자는‘가족’이라는의무를짊어진이들에게필연적으로깃들고야마는편협한사랑과끈적한증오를함께직시하게된다.그애증이이끈파멸앞에서마침내마주하게되는비극의근원은놀랍도록강렬한여운을선사한다.가정의수마다존재하는가족의고통과애환,그면면을적나라하게폭로하는이소설의마지막페이지를넘길때,진정한가족애란무엇일지돌아보게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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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다음생에서는어느자식이더효자인지를두고아내와입씨름을벌였으면좋겠다.
이제는옛말이돼버린효도,효자라는말이그때까지남아있다면말이다.
_10~11쪽

육체적인쇠락이찾아와이제는자식이그들의보호자가됐는데도불구하고여전히자존심을내세우는부모가어처구니없었다.혼자화장실도못가는엄마의상태와자신이없으면밥도못찾아먹는아버지의처지를생각하면더기가찼다.그런데도그들의정신은자식들을호령하던과거에머물러있었다.
_32쪽

“그래,맞아.내엄마만아니었으면,내아버지만아니었으면이렇게힘들진않았을텐데.이혼으로끝낼수있는관계였으면이혼을해도벌써몇번은했을거야.”
_41~42쪽

“살아계실때효도해라.그런말하는사람들은죄다효도라고는눈곱만큼도안해본사람들이야.해봤으면그게얼마나징글징글한건지,기약없는지옥인지아니까그런말못하지.그래서세상에는효도하는사람들보다후회하는사람들이더많은거야.그게효도보다훨씬더쉽고짧으니까.나도빨리좀그래봤으면좋겠다.눈물질질흘리면서돌아가시기전에효도할걸,그렇게후회하는날이제발하루라도빨리…….”
_50쪽

“어떻게부모가자식잘못되는걸그냥보고만있어?”
“그생각을버리세요.”
“뭐?”
“우리가부모님께바라는건그거딱한가지예요.우리를도와주시려고할필요도없고,걱정해주실필요도없어요.정말자식들을위한다면그냥조용히자식들이하자는대로해주시기만하면돼요.”
_64쪽

김인경은우는아이떡하나더준다는말이참싫었다.왜울고싶어도참고있는아이에게안주고우는아이에게주는데!그럼애써울음을참고있던그아이는뭐가되냐고!
_111쪽

누군가그런말을했던것도생각났다.자식은선불이고부모는후불이라고.자식은태어날때이미기쁨과행복을다줘서자식한테는베풀기만해도억울하지않는데,부모한테는이미받아먹은건기억나지않고,내가내야할비용만남은것같아늘부담스러운거라고.
_119쪽

핏줄이라는말은사기다.진짜피로연결되어있지도않은데,연결된것같은착각을하게하니까.혹시라도,눈에보이지않아도핏줄이연결돼있다면그건아래로만향해있을것이다.부모는자식에게핏줄이이어져있는데,자식의핏줄은부모가아니라자신의자식을향해서만뻗어있을테니까.그리고자식을향한핏줄이연결되는순간,부모쪽에서온핏줄은막혀버린다.거추장스러운넝쿨취급을받게되는것이다.
_161쪽

“사람들이옷을입고있는데도꼭안입은것처럼보여요.”
이정숙은민망해서요양원사람들과눈을마주치지못했다.
“평생입고있던누구엄마,누구아버지라는부모의옷을벗어버려서그래.벗은게아니라다른이들이벗긴거지만.”
_174쪽

나는니들이옹알이를할때도다알아들을수있었는데.다른사람들은무슨말인지몰라도내귀에는신기하게다들렸었는데.
_186쪽

“약,약속……부모…….”
우리약속했잖아요.죽을때까지부모로살겠다고.자식들이뭐라그래도우리는그렇게살면돼요.이정숙이눈으로하는말을김영춘은알아들었다.
“그래.제깟놈들이뭐라그러든자식일뿐이고,우리가부모야.그러니까우리는우리일을하면되는거야.그놈들도움없이도우리끼리충분히할수있어.”
_1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