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갈증 (양장본 Hardcover)

녹색 갈증 (양장본 Hardcover)

$12.00
Description
시차 없이 당도하는 불안에 대비하는
조용히 무너져가는 세계에 대한 상상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시차 없이 접할 수 있는 기획이다. 그 열세 번째 작품으로 최미래 작가의 『녹색 갈증』이 출간되었다. 최미래 작가는 2019년 『실천문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떠오르는 신예다. 첫 책인 『녹색 갈증』은 코로나로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여기의 시공간을 공유하며 현재 우리의 불안을 세심하게 포착한다.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해서 마지막 작품인 「뒷장으로부터」까지 하나의 궤적을 그리는 작품들은, “슬로모션으로 붕괴되고” “층층이 가라앉는” 세계를 지켜봐야 하는 사람의 불안과 그것에 대비하는 방식을 공감각적이고 입체감 있게 그려낸다.

이 소설집의 제목은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말한 ‘녹색 갈증’과 연결되어 있다. “인간에게는 자연과 생명체에 이끌리는 경향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으로의 회귀본능은 자연스러운 증상이라는 그의 주장이다. 즉, ‘녹색 갈증’은 다른 형태의 생명체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욕구라고 할 수 있다.”(해설, 소유정 문학평론가) 그런 의미에서 ‘녹색 갈증’은 최미래의 소설에서도 유효하지만, 단순히 ‘녹색 갈증’에 목말라하는 도시 생활자의 삶을 그려낸 것이 아닌 한층 더 입체적인 욕망으로 그려진다. 소설집에 등장하는 ‘녹색 갈증’을 느낀 이들이 주로 찾는 공간은 ‘산’이다. 하지만 여기서 ‘산’은 실제적 공간이라기보다 “연필을 굴리지 않아야 그려지는 그림”처럼 오직 상상으로만 닿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저자

최미래

2019년『실천문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애매한동인‘애매’로활동중이다

목차

프롤로그
설탕으로만든사람
빈뇨감각
뒷장으로부터

에세이내어깨위의도깨비
해설바로여기,뒷장으로부터-소유정

출판사 서평

오직‘나’에의해서만만들어질수있는세계,
그러나닿을수없는세계에대한선명한갈증

이소설집의제목은사회생물학자에드워드윌슨이말한‘녹색갈증’과연결되어있다.“인간에게는자연과생명체에이끌리는경향이내재되어있기때문에자연으로의회귀본능은자연스러운증상이라는그의주장이다.즉,‘녹색갈증’은다른형태의생명체와연결되고싶어하는욕구라고할수있다.”(해설,소유정문학평론가)그런의미에서‘녹색갈증’은최미래의소설에서도유효하지만,단순히‘녹색갈증’에목말라하는도시생활자의삶을그려낸것이아닌한층더입체적인욕망으로그려진다.
소설집에등장하는‘녹색갈증’을느낀이들이주로찾는공간은‘산’이다.하지만여기서‘산’은실제적공간이라기보다“연필을굴리지않아야그려지는그림”처럼오직상상으로만닿을수있는장소이기도하다.

연필을굴리지않아야그려지는그림이있다는건아직도믿어지지않는사실이다.어떻게그감각을설명할수있을까.(……)일부러애쓰지않아도그곳의날씨는자유자재로바뀌었으며처음디뎌본곳인데도이미예전에와본적있는것같이익숙했다.긴시간뒤에찾아올거라고예상한미래가바로눈앞에당도한것처럼.(「프롤로그」,28쪽)

주인공인‘나’에게산으로가는법을알려준‘윤조’도당연히실존하는인물이아니다.‘윤조’는내가쓴소설속인물이며,「프롤로그」의마지막에서‘나’는어떤결말도짓지않은소설속에‘윤조’를남겨둔채도망친다.
그후로‘나’는「설탕으로만든사람」에서“한편의이야기가아니라어떤마음자체를잃어”(41쪽)버린상태가되어삭막한도시에서의삶을살아간다.마음에드는사람이없어직접설탕으로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사람을빚는공주가나오는그림책처럼오로지‘나’는소설속‘윤조’를통해서만살아있다는느낌을감각할수있었기때문이다.
그러므로‘윤조’가없는세상에서‘나’는심한갈증을느낀다.「빈뇨감각」에서‘나’는목마름을느끼고실제로물을마시지만갈증이해소되지않는다.그럴때마다물을많이마셔요의를느끼지만,문제는요의를해결한뒤에도끝나지않는잔뇨로이어진다는것이다.

소변을참는동안에도나는손가락을멈추지않았다.밀려드는파도처럼문장은끝도없이이어졌다.이것까지만맞아야지.이것까지만.하지만파도는한개,두개나누어져있다고볼수없고내가그끝을선택할수도없었다.(「빈뇨감각」,98~99쪽)

‘나’의요의는밀려드는파도처럼끝도없이이어지는문장으로자연스럽게치환되며‘윤조’와의재회를예고한다.「뒷장으로부터」에서‘윤조’는보석함을스스로열고나와엄마의살가운딸과언니의다정한동생역할을수행한다.그런윤조를보며‘나’는“보석함에서기어나온게윤조가아니라나인것만같”(116쪽)은기분에휩싸이며,윤조가내가쓴소설의등장인물이아니라윤조가쓴소설에자신이등장하는것같은느낌을지우지못한다.“이건기억해야할거야.너도그이야기속에있다는거”(「설탕으로만든사람」,73쪽)라는‘나’의헤어진애인‘명’의말처럼,비로소‘나’는‘윤조’의이야기를통해자신을들여다볼수있게된다.
이처럼최미래작품에서시차없이당도하는불안에대비하는방식은오로지‘상상(글쓰기)’을통해서만가능하다.“윤조가나오는나의소설은분명히끝을맺었지만윤조의삶은거기서끝나지않았을것이고,지독하게살아남아서어른이되었을지도모른다”는생각은다름아닌‘나’자신을향한바람이기도하다.
그러므로‘녹색갈증’은실존하는어떤존재를향한것이아닌,“글쓰기를통해강력한생명력을부여받은하나의세계”로확장된다.그것은“오직‘나’에의해서만만들어질수있는세계”이며,그러나“닿을수없는그세계에대한열망이지금‘나’에게는가장선명한갈증”(해설,소유정문학평론가)인것이다.

■해설
윤조와함께있을때에만‘살아있음’을느꼈다는‘나’의고백은오직글쓰기를통해서만실존을감각했다는말이기도하므로.요컨대‘나’에게작동하는녹색갈증은실존하는생명체는아니지만,쓰는이에의해강력한생명력을부여받은하나의세계에대한것으로이어진다.오직‘나’에의해서만만들어질수있는세계,그러나닿을수없는세계를향한열망이지금‘나’에게는가장선명한갈증일테다.
-소유정(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