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명 소녀 분투기 -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6

은명 소녀 분투기 -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6

$13.00
Description
『조선가인살롱』『플라스틱 빔보』 작가 신현수 신작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 작품

시대의 억압과 불평등에 맞서는 당당하고 힘찬 목소리!
『은명 소녀 분투기』는 일제강점기 시기에 실제로 일어났던 학생 동맹 휴학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경성의 명문 학교에 입학해 조선에서 가장 축복받은 사람들에 속했던 세 여성 청소년 혜인, 애리, 금선은 일본인 선생님들의 부임 이후 학교가 변해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한복을 만들던 수업에서 기모노를 만들거나, 기숙사 방을 선생이라는 이유로 마음대로 훔쳐본다거나 하는 등 불합리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 와중에 융희 황제까지 승하하게 되면서, 주인공들은 더 이상 전과 같은 학교생활을 보낼 수 없게 된다.
주인공들은 이러한 불평등 속에서 침묵 대신 맞서 싸우기를 선택한다. ‘동맹 휴학’이라는 수단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표현하고, 학교의 진짜 주인은 학생임을 강력하게 피력한다. 주변 어른들과 다른 학교의 학우들까지 함께 힘을 보태주면서 동맹 휴학은 성공을 눈앞에 둔 듯했으나,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일본 경찰들에게 잡혀가고 마는데…….
『은명 소녀 분투기』는 일제강점기라는 우리의 아픈 과거를 품고 있지만, 소설에서 궁극적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비단 시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작품 속 인물들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 차별과 억압 속에서 침묵하고 순응하지 않고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이들의 당찬 목소리는 결국 오늘날 청소년들에게 각자가 겪고 있는 불평등 앞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제공해줄 것이다.
저자

신현수

충북청주에서태어나이화여자대학교국문과를졸업했다.오랫동안국민일보기자로일하다동화로2001샘터상에동화가,2002년‘여성동아장편소설공모’에소설이당선되면서작가가되었다.동화부터청소년소설,어린이지식정보책까지다양한주제를넘나들며글을쓰고학교와도서관등에서강연도하며어린이와청소년을만나고있다.지은책으로『사월의노래』,『그해유월은』,『한눈에쏙세계사4_격...

목차

달밤의긴급뉘우스
새로마주한현실
슬픔은전염되는걸까
살구꽃은봄비에지고
검은댕기드리운소녀여
두눈에호롱불을켜고
당하고있지만은않아
내뜻대로,우리뜻대로
너의희망이무엇이냐
만천하에자명한일
거칠고낯선곳
이제와서핏줄?
인간에대한회의
그날이온다
그날이왔다
민애리독주회
잔인한시간들
햇살은눈부시지만
유월의교정은싱그럽고
태평양너머에서온편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세상은넓고여자들도할일이많단다.”
우리만의언어로선언하는용기와자유의문장

소설속인물들은사랑하는학교에서일어난일본인선생의폭력과폭언을외면하지않는다.각자의자리에서할수있는최선을다해빼앗긴학교와자유를되찾기위해노력한다.일제강점기라는아픈과거를배경으로하고있지만,사건을해결하는청소년화자들의용기의언어는오늘날청소년들에게도깊게와닿는지점일것이다.
『은명소녀분투기』에등장하는‘은명여자고등보통학교’의학생혜인,애리,금선은여성청소년의교육기회가적었던당시에명문고등학교에입학한‘축복받은소녀들’이었다.그들이학교에서일어난억압과폭력의그림자를외면했더라면,소설속어른들이말했던것처럼조용히학교를졸업하고시대에순응하는사람이되었을지도모른다.그러나소설속인물들은순응대신반항을,침묵대신선언을택했다.비록그로인해꿈꾸던‘신여성’이되지못한다고해도,더나은내일이확실히보장되지않는다고해도그곳을향해한발을내디뎠다.이글을읽는청소년독자들은소설을읽는동안나라면이런부조리한교육방식과시스템앞에서어떤선택을내렸을지자연스럽게고민하는계기를갖게될것이다.그러다정신을차려보면,어느새나역시도혜인과애리,금선의옆에서그들의,우리의자유를되찾기위해선언하고있을지도모른다.

온마음으로응원하는눈부신내일
과거를넘어현재까지이어지는발걸음

이소설은‘동맹휴학’이라는학생운동을중심으로우정과사랑그리고용기를이야기한다.작가는주인공들이학생으로서,국민으로서자유와긍지를되찾는모습을통해이글을읽는독자들역시부당하고힘겨운상황속에서침묵하기보다함께힘을합쳐청소년다운목소리를내고,희망찬내일을향해한걸음한걸음굳세게걸어갈수있기를바라며이소설을썼다.각자의힘듦과함께오늘을살아가고있는청소년들에게이소설이내일을향한발걸음을뻗기위한동력이될수있기를바란다.



<책속에서>
“그것도조만간얘기해주려고했어.암튼넌은봉이처럼돼도좋고,윤기자처럼신문기자가돼도좋을거같아.요즘신문사에여기자도있거든.조선여인들이우물안개구리처럼살아서그렇지,세상은넓고여자들도할일이많단다.”
“정말그럴까,이모?”
“당연하지.중요한건인생목표가현모양처여서는안된다는거야.현모양처는부수적인거지그자체가목표가될수는없어.이모는유능한의사이자현모양처가되는게꿈이야.윤기자꿈은뭔지아니?유능한기자이자현부양부가되는거래.”
_27~28쪽

창덕궁돈화문앞까지걸어가는동안나는여태한번도경험하지못한격한슬픔을느꼈다.학교에서출발할때만해도안그랬는데,정말이상한일이었다.
어느새돈화문앞에다다르자애끓는울음소리가사방에가득했다.굳게닫힌돈화문앞에구름처럼몰려든이들이가슴을두드리고땅을치며서러이통곡하고있었다.그런와중에도일본기마경찰들은따그닥따그닥말발굽소리를내며조선인들사이를왔다갔다하며감시했다.곤봉을허리에찬헌병과순사들도삼엄한눈초리로사방을살폈다.
그때상급생언니들이소리쳤다.
“저쪽이비어있네.얘들아,우리저기로가자!”
“그래,모두저쪽으로!”
학우들은줄줄이돈화문앞한구석으로향했다.나도애리와금선의손을잡고급히발걸음을옮겼다.가슴한구석에서부터뭔가뜨거운것이올라오는것같았다.
_37쪽

나는말없이유치장벽에몸을기댄채눈을감았다.이대로죽고만싶었다.그러면더러운꼴을더는안봐도될테니.음전언니가곁에서나직이말했다.
“혜인아,지금은힘들어도나중엔말해다오.우린동지잖아.무슨일이있는지서로알아야지.”
미자언니도다정한목소리로거들었다.
“그래,우리끼리못할말이뭐가있어.”
애리는그저말없이내어깨를껴안아주었다.그때갑자기거센빗줄기소리가들창을두드렸다.
“비가많이오나보네.여기끌려올때만해도날씨멀쩡했는데.”
애리가말하자음전언니가대꾸했다.
“멀쩡하긴.아침부터꾸물꾸물했어.구름도가득했고…….”
음전언니의그말이슬퍼나는울음을터뜨리고말았다.
_125~126쪽

사흘만에찾은오월중순의교정은평화롭고푸르렀다.그끄제기마경찰이말발굽소리를내며들이닥치고,동맹휴학을외치던학우들이짐짝처럼트럭에실려나갔던그교정이아니었다.학교의주인인우리가어떤핍박을받고있는지분명알고있으련만,나무들은초록으로물드는것만이저희일이라는듯그저푸르고싱그럽기만했다.
_130쪽

“젊음의특권중하나가잘못을바로잡는용기인데금선이혼자서발빼고있는것도이상하지.우리가모두힘을합치지않으면간악한일본을어찌물리치겠나.다른학우들한테는동참하라고외치면서내동생한테는하지말라는것도어불성설이고.”
“네…….”
금선에대한얘기를나누다보니석준오빠와한결가까워진듯한생각이들었다.동생을염려하는애틋한마음이고스란히전해져,든든한오라버니를둔금선이부럽기까지했다.
_159쪽

나는은명을졸업하면나은봉선생님같은교육자겸문장가가돼서낮에는여학교,밤에는야학에서조선여성들에게신학문도가르치고애국애족정신도불어넣어주고싶어.요새경성엔정식학교를못다니는여성들을위한야학이많이생겼거든.은봉선생님도그런곳에서소녀들과주부들을가르치고계셔.
내계획어떻게생각하니?나는진정한신여성이라면자신의재능과지식을나라와사회를위해쓸줄알아야한다고생각해.나은봉선생님처럼.우리채희이모처럼.
금선이도지금내옆에서너한테보낼편지열심히쓰고있어.금선인꼭관비유학생으로뽑혀서동경유학갈거야.우리그렇게각자서로노력하고멋진모습으로조선에서다시만나자.나는‘민애리독주회’에서내동무민애리가멋들어지게피아노연주하는모습꼭보고싶어._1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