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가 제철 (안윤 소설 | 양장본 Hardcover)

방어가 제철 (안윤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4.00
Description
소중해질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이름들을
다정하게 감싸는 결연한 빛의 이야기

“살아서 기억해. 네 몫의 삶이
실은 다른 삶의 여분이라는 걸.”

안윤 소설집
저자

안윤

2021년장편소설『나지라,쿠르만,이카티리나』로제3회박상륭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달밤
방어가제철
만화경
에세이없는것들이있는자리

해설재생되는사랑,재생하는이야기-김보경

출판사 서평

소중해질기회조차갖지못했던이름들을
다정하게감싸는결연한빛의이야기

[자음과모음트리플시리즈]는한국문학의새로운작가들을시차없이접할수있는기획이다.그열네번째작품으로안윤작가의『방어가제철』이출간되었다.“섬세한자각과심리의교직이우아하게펼쳐지는수작”“묵묵한성찰,근래보기드문내공”(제3회박상륭상심사평중)이라는평가를받으며소설을발표하기시작한안윤작가의첫번째소설집이다.수상작을통해(“심상과감각을자극하는데부족함이없는작품”을선보인작가는신작『방어가제철』로“각별한관찰력”(해설,김보경문학평론가)과“디테일에대한천착”을보여준다.

“살아서기억해.네몫의삶이실은다른삶의여분이라는걸.”
더는대답을들을수없는이름들에게전하는안부
그애도의기록,재생의기록

「달밤」은화자가애정을가지고아끼는‘소애’의생일상을차려주는것으로시작한다.화자는‘소애’가먹고싶다고했던육개장을“인생마지막과제인것처럼정성을다해서요리”(16쪽)한다.화자는음식을하는중간중간,소애에대해생각하는중간중간,‘언니’를호명한다.화자가‘언니’라고부르는‘은주’는이미이세상에없는사람이다.화자는‘은주’의장례식장에서먹었던미지근한육개장을떠올린다.‘소애’를위한생일상은자연스럽게‘은주’를위한제사상과연결된다.화자가두사람을위해음식을준비하는일은,“정성어린마음과사랑을표현하는일”(해설,김보경문학평론가)이나다름없다.‘소애’와‘은주’는화자를가운데두고연결되어있다.화자와‘소애’의관계는‘은주’와화자의관계와유사하게반복된다.‘은주’가화자가시쓰기를포기하지않기를바랐던것처럼화자는‘소애’가음악을포기하지않기를바란다.‘은주’와화자의사랑은화자와‘소애’의사랑안에서끊임없이다시재생되며기억되고,기록된다.

살아있는나는이제뭘해야할까.언니가없는데,언니가스스로없기를원했는데살아있는나는뭘할수있을까.살아있는나는,살아있으니살아.살아서기억해.네몫의삶이실은다른삶의여분이라는걸똑똑히기억해.그렇다고너무아끼지도말고너무아까워도말고,살아있는나를아끼지말고살아.
(「달밤」,30쪽)

표제작「방어가제철」의화자는과거에한시절을함께경유했던,오빠‘재영’의친구‘정오’와재회한다.‘재영’과‘정오’가고등학생이던시절,세사람은영화,음악,책을공유하며취향공동체를이루면서외로움을나눴다.‘재영’과‘정오’가대학에가면서관계가소원해지던중,건설현장에서아르바이트하던‘재영’이사고로세상을떠나면서완전히와해된다.엄마의반대를무릅쓰고미대에가고싶어하던화자는자신의미술학원비를마련해주겠다고약속했던‘재영’의죽음에죄책감을느낀다.어느덧삼십대가된화자는지병으로돌아간엄마의죽음을계기로‘정오’에게연락해‘재영’의죽음이후처음으로재회한다.방어가제철인계절에만난‘정오’와화자는방어를먹는다.「달밤」의화자가죽은‘은주’를생각하며제사상을차렸던것처럼,이후두사람은3년간매계절만나제철음식을먹으며‘재영’을기억한다.함께식사를하는일상적인의례를통해두사람은‘재영’의죽음을천천히받아들인다.그렇게혼자서는할수없던애도를,함께완수한다.

나는오래전나홀로은밀하게간직했던장면하나를떠올렸다.그리고이제야내가그순간을오롯이그리워할수있게되었다는것을알았다.
(「방어가제철」,72쪽)

「만화경」의초점화자‘나경’은이혼후혼자전세로빌라를구해살고있다.‘나경’은입주첫날부터집주인‘숙분’때문에불편함을느낀다.불쑥불쑥나타나참견을한다든지,외출할때마다내려다보는등지나치게감시받고있는듯해시달린다.그러던중‘숙분’이혼자집안에서쓰러지는일이생긴다.다행히‘숙분’의친구‘단심’이늦지않게119를불러위기를모면한다.함께병원에따라간‘나경’은‘숙분’이자신에게보였던행동의이유를알게된다.‘나경’의전세입자였던젊은여성‘이미리내’가집안에서혼자외롭게생을마감했고,이후‘숙분’은두번다시그런일이생기지않도록자신의방법으로나름대로최선을다했던것이다.‘나경’은그제야‘숙분’을이해하고집에남아있는‘미리내’의흔적을더듬으며그녀를애도하고,“이름을모르던예전으로돌아갈수없게돼버렸다는것”(116쪽)을담담히깨닫는다.

누렇게변색된플라스틱환풍기가장자리에빼곡하게붙어있는야광별스티커를세어본다.서른다섯개,미리내의나이보다두개많고,나경의나이보다하나가적었다.(……)나경은서른셋의미리내를상상해본다.
왜하필여기에붙였을까.그궁금증은끝끝내물음표로남았다.
(「만화경」,115쪽)

안윤작가의세소설은‘애도’라는하나의주제아래각기다른애도의방식을보여준다.음식에관한디테일로연결되기도하는소설들은안윤작가“특유의훈기”(해설,김보경문학평론가)로감싸여있다.죽은누군가의기억을안고“다른삶의여분”을살아가는이들뿐만아니라“소중해질기회조차갖지못했”(에세이「없는것들이있는자리」)던것들을위로하고위안하며지금을살아갈수있도록,한발자국이라도더나아갈수있도록부드럽게등을밀어준다.

■■■해설
「달밤」의화자가은주를생각하며올려다본달,「방어가제철」의화자기억속정오,재영과의바래지않는눈부신장면,「만화경」의화자가야광별스티커를보며떠올리는미리내(은하수).이각각의광원에서흐르는빛은과거와현재,죽음과삶의심연을건너지금이자리를비추며,누군가를계속살아가게한다.안윤의소설은그렇게어떤애도의기록은재생의기록이될수있다는것을보여준다.
-김보경(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