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들

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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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서로의 존재를 마주하기 위해 넘어서야 하는 시선의 허들
납작한 세계를 다시 한번 부풀리는 일곱 편의 이야기
『모서리의 탄생』 이후,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지속해온 신주희의 두 번째 소설집 『허들』이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집에는 제21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고통마저 스스로 선택하는 예술가들의 고군분투를 형상화”하며 “보들레르식의 야생성까지 느껴”진다는 평을 들은 「햄의 기원」을 비롯해 일곱 편의 이야기를 실었다. 신주희는 일상의 벽 속에서 분투하는 다양한 층위의 인물들을 서사 속으로 불러와 ‘평범’하고 ‘보통’의 삶을 요구하는 외부 세계와 이에 저항하는 내부 세계의 충돌을 다룬다.
인물들은 자주 질문하고, 절망하고, 의문을 가지지만 신주희는 이에 직접 답해주거나 깊은 내적 진실을 설명하는 대신 이들의 곁에 가만히 있어주기를 택한다. 이 “있어주기”의 모습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요청하는 또 다른 지지로 드러난다. “존재의 대가는 타자와의 우연한 연루, 불확실하고 취약하기에 그만큼 복잡하고 입체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에 값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박인성 평론가의 말처럼, 우리는 “자기 존재에 대한 희망 속에서 서로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고, 바로 그 지점에서 신주희는 불친절한 타자들이 서로 걸려 넘어지는 과정을 통해 서로가 연루되는 바로 그 순간들을 포착한다.
저자

신주희

2012년『작가세계』신인문학상에단편「점심의연애」가당선되어등단했다.세월호추모공동소설집『우리는행복할수있을까』,남북한작가공동소설집『국경을넘는그림자』등에작품을수록했다.소설집『모서리의탄생』을냈다.단국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중앙대학교문예창작학과대학원에서석사과정을수료했다.제21회이효석문학상우수상을수상했다.

목차

햄의기원
저마다의신
허들
휘발,공원
잘자아가,나무꼭대기에서
소년과소녀가같은방식으로
로즈쿼츠

해설_존재의허들|박인성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제21회이효석문학상우수상수상작수록
서로의존재를위한이야기,신주희두번째소설집

『모서리의탄생』이후,활발하게작품활동을지속해온신주희의두번째소설집『허들』이출간되었다.이번소설집에는제21회이효석문학상을수상한,“예술이라는이름으로고통마저스스로선택하는예술가들의고군분투를형상화”하며“보들레르식의야생성까지느껴”진다는평을들은「햄의기원」을비롯해일곱편의이야기를실었다.신주희는일상의벽속에서분투하는다양한층위의인물들을서사속으로불러와‘평범’하고‘보통’의삶을요구하는외부세계와이에저항하는내부세계의충돌을다룬다.

서로의존재를마주하기위해넘어서야하는시선의허들
납작한세계를다시한번부풀리는일곱편의이야기

소설의표제작인「허들」은주인공인‘나’가쓰는유서의형식을띤다.이유서는오직그녀의어머니에게만발송되는것인데,이어머니라는존재는‘나’에게평범한삶을요구하는일반적이고범속적인모습을가지고있다.그러나이러한평범성이지니는압력은주인공에게“삶에서넘어서야하는지나치게높은허들”인동시에“‘나’의삶을그저비난받지않기위해서세상의모든압력을견디는삶으로만들었다.”「허들」과반대편에서있는작품인「로즈쿼츠」는죽은엄마의삶을반추해가며“피해자되기의삶에집중했던”주인공의목소리를듣는다.자신의삶을망가트린어머니에대한피해의식은이야기의걸음에따라“온전히그녀의말로설명된적없는과거의기억들을반추”하는방식으로증폭되며,“그저가해자일수없는삶의입체성을다시파헤치고부풀린다.”

나아가,소설의주인공들이겪는압력에는누군가에게비난받는것에대한공포가포함된다.타인이자신을판단하는것,유해한사람으로매도당하는공포가도사리고있는「휘발,공원」에서,연인들은SNS셀럽의가십을발판삼아자신들의사랑을굳건하게만들려는행위가가진기만성을폭로하고,「저마다의신」에서는2020년부터전세계를덮친코로나시대에살아가는한인물을주인공으로삼는다.단절과상실로얼룩진시대에서,“우리사회가어떻게저마다의신을요구하는외로운개인들로이루어져있는지”묻는다.

「소년과소녀가같은방식으로」는탈북민의이야기를다룬다.브로커를통해한국에어렵사리들어왔지만생활은안정적이지않다.“영도는그일을통해정말무서운것이무엇인지알았다.인간으로산다는것,그형태를유지한다는것이었다.”인간으로살아가기위해영도는제약회사의약물실험에참여하는등의일을한다.그는자꾸만자신과함께탈북행렬에함께했지만결국죽은기은을떠올리면서,이구조의피해자와가해자가누구인지를질문한다.그러나“그것은결코피해자-가해자의이분법으로가를수없는타자와의연루와그것을통해서입체화되는자기삶에대한이해에의해서환기된다.”

걸려넘어지더라도뛰어야만하는존재들의연루방식
“나는나의유서가여기서멈추지않기를바라요.”

일곱편의단편들에서각기다른인물들은결국“삶은돈이들어.생존은그보단좀덜들고.존재하는것?실은그게가장비싸지.”라고이야기하고있다.그들사이에는생존과사람다운삶,그리고평범하게존재하는것사이에서분열되어있다.그들이원하는삶에가닿을방법은망연해서그들은그저삶을견디는존재가된다.

인물들은자주질문하고,절망하고,의문을가지지만신주희는이에직접답해주거나깊은내적진실을설명하는대신이들의곁에가만히있어주기를택한다.이“있어주기”의모습은작가가독자들에게요청하는또다른지지이기도하다.“존재의대가는타자와의우연한연루,불확실하고취약하기에그만큼복잡하고입체적인관계를유지하려는노력에값하는것이아닐까.”라는박인성평론가의말처럼,우리는“자기존재에대한희망속에서서로를지탱하고있”는것이고,바로그지점에서신주희는불친절한타자들이서로걸려넘어지는과정을통해서로가연루되는바로그순간들을포착한다.포착속에서그들이살아가던납작한세계는부풀어오르며,자기존재에대한희망이함께피어오르게된다.견디는삶에서내가나로서존재할수있는장소에의열망은바로이곳에서발원하며,자기존재에대한희망속에서서로를지탱할수있게되는것이다.

세상은사람들에게평범함을요구하지만,평범하게살기위한조건조차사실은지나치게많은것들을요구한다는사실을잊어버린다.『허들』에등장하는인물들의경직된모습은외부공기의기압을버티기위해서한껏부풀어있는허파를떠올리게한다.허들이란그저평범함의기준을넘어서는것이아니라,우리가서로의존재를위해넘어서야하는진정한타자의눈높이를제시해주는것처럼보인다.이허들은설령우리가그기준에걸려넘어지더라도뛰어야만하는,깊이있는존재의연루방식이다.
―「해설」중에서,박인성(문학평론가)

책속에서

그다음순간내뱉은말은스스로도놀랄만큼낯설었다.
지랄하고있네.
정말지랄맞은얘기였다.사실은그렇다고생각할게별로없었는데도그랬다.화씨는원래부터그랬고,지금도그런얘기를하고있으니까.예술계,라고저들끼리의값을정한세계의사람들은죄다이런얘기를떠드니까.화씨는멈춘화면처럼잠시술잔을응시했다.눈을깜빡이는화씨와나사이에침묵이흘렀다.잠시뒤,나는상황을수습하듯다급하게말했다.
병원엔가봤어요?
아니요.
병원엘가봐요,그럼.(「햄의기원」,23쪽)

삶은돈이들어.생존은그보단좀덜들고.존재하는것?실은그게가장비싸지.알아.실은너도그게하고싶었던거잖아.고양이의이름을부르고,그들을먹이고,그것을전시하는것.좋아요,하는지지를받고싶은마음.그걸제일먼저눈치챈사람이여진언니잖아.언니가고양이먹이상자를들고너를찾아왔지.그러고는대뜸자기도언젠가고양이를기를거라고했어.고양이는다복잡하고다르게생겼지만단하나의재료로만든느낌이라고.그게너무아름답다고.너는금방알아차렸지.그건고양이를오래만져본사람만이할수있는얘기라는걸.(「저마다의신」,45쪽)

저시체동양인이야?
응.나는몇번봤어.우리또래고.
어쩌다저렇게됐대?
그런걸왜물어?
뭔가나랑비슷하게생긴것같아서.
말도안돼!너혹시겁먹은거야?
친구는급기야풉,하고웃음을터뜨렸습니다.나는웃을수가없었고요.오히려곧울음이터질것같았지요.
야!햄스트링을움직여봐.햄스트링.
친구는그제야긴장을푼듯,나의허벅지뒤쪽을가리키며중얼거렸습니다.
바이쎕스피머러스,여기넙다리두갈래근.앞으로나갈때방향을바꿔주는역할을한단다.
그러고는놀리듯내어깨를툭,치고천천히강의실안으로들어섰습니다.(「허들」,72~73쪽)

영도는고개를저었다.기은의독기어린눈빛이생생했다.넌결국서울에가지못할거다,강물에휩쓸려떠내려가고숲에서혼자길을잃게될거다,악을쓰던기은의악담과저주가떠올랐다.그런데그게왜나였나.기은은왜내게그랬나.영도는몸을떨었다.(「소년과소녀가같은방식으로」,163쪽)

엄마의초본에따르면,나는엄마에대해아는것이하나도없었다.오히려엄마의주소들과그곳에머문짧은시간이불행을향해딱딱아귀를맞출때나는안도했다.불행의행적을확인한것으로엄마에게다른삶이란가능하지않았을거란식의논리가있었다.(「로즈쿼츠」,184쪽)

무엇인가를뛰어넘는것이목표가되는삶에서기권을선언할작정이다.대신삶속에서가능한해피엔드에대해다시생각해본다.아직정해지지않은결말앞에서다양한마음들을만나고그마음들이울리는공명에귀기울이는여유를가지면서.
그러니,부디적당히뛰시길.
대신잘먹고,잘주무시길.되도록오래행복하시길.(작가의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