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 -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0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 -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0

$14.80
Description
제12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세상에서 가장 소심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비밀 복수 모임 ‘AA’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돌 오빠와를 둔 주인공은 악몽 같던 과거와의 악연을 끊기 위해 성적에 집착한다. 어느 날, 문제집에 잘못 표기된 정답으로 인해 시험문제를 틀린 주인공은 ‘미미 책방’으로 가 분풀이를 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과 주인공은 세상을 향한 ‘복수’를 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는 작고 사소한 의지로 발현되는 ‘복수’에 관한 이야기다. 나를 괴롭게 하는 무수한 세상의 굴레 속에서 주인공을 포함한 소설 속의 여러 인물은 자신의 삶과 자존감이 조금 더 단단해지기를 바라며, ‘나’를 괴롭히는 것들을 향한 복수를 계획한다. 누군가는 그 복수가 하등 쓸모없는 것이라고도, 아무런 타격을 입히지 못할 것이라고 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나보다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악의적으로 주인공을 괴롭히는 반 아이들에게서 주인공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을지 고심한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 가장 자신 있는 것이 공부임을 깨닫게 되고, 반 전체에게 공부를 시키겠다고 다짐하게 되는데…….

저자

이도해

제12회자음과모음청소년문학상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아직도말과글이서툴러,작가라고불리기부끄럽다.하지만진심이담겨있는글은반드시통할것이라믿는다.

목차

Lesson1.그렇게쉽게사과하면안되는거란다
Lesson2.인류발전에코딱지만큼도기여하지않는법
Lesson3.모두의인생에는적이있는법
Lesson4.빈곤한상상력과창의성은두통만불러올뿐
Lesson5.이득은좀더가시적이고확실한것이어야했다
Lesson6.지옥에는버터도설탕도없을텐데
Lesson7.사람은언제나루틴의동물
Lesson8.얼굴에는적당한음영이있어야한다

에필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제12회자음과모음청소년문학상수상작품!

“전그애들모두에게공부를시킬거예요”
세상에서가장소심한사람들의복수모임이열린다!

『시간을파는상점』을시작으로『오즈의의류수거함』『소리를삼킨소년』『식스팩』등에이르기까지꿈꾸는십대를위한이야기를보여준자음과모음청소년문학상이12회를맞았다.이번수상작『우리반애들모두가망했으면좋겠어』는자의와타의로혼자가된열여덟살주인공을포함하여소심하지만담대한결심을품은채살아가는여러인물의삶이녹아있는작품이다.

우등생이되어엄마와오빠로부터완전한독립을꿈꾸는주인공은어느날문제집에잘못기재된정답으로인해성적이떨어지게된다.분노를풀기위해학교앞서점에서문제집속해당문제에줄을그어대던주인공을발견한서점주인‘미미’는주인공에게서점2층에서열리는독서모임에참여하라며제안을가장한‘협박’을한다.

그곳에서주인공은다쿠아즈에악취가나는치즈를소량넣어미식가들의후각을마비시키려는장기프로젝트를계획중인쿠키의음모에경악하고,같은반에서왕따를당하다가자퇴한수학천재뚜벅이가세상에절대도움되는일을하지않겠다는다짐을듣고,현실세계의연결고리를무너뜨리는SNS에몇십년후에악성바이러스가퍼지도록코드를심으려는킬로의말에의아해하는등익명의세계에서자신을괴롭게하는이들에게복수를꿈꾸는사람들을만난다.

그들모두몇년부터몇십년까지의장기프로젝트를계획하고있지만,주인공은성적이좋다는이유로자신을괴롭히는‘고명경패거리’에게지금당장복수를하고싶다고말한다.모임의리더이코는그런주인공에게“너그애뒤통수에지우개라도던질수있겠니?”라고묻는다.그리고주인공은실제로도지우개조차던지지못한다.

“나는결심했다.앞으로걷지않으면아무것도변하지않는다.”
상처를이겨내고세운계획은소심해보일지라도담대하다

소설속인물들은모두저마다의사연을갖고있지만,공통적으로‘소심한사람들’이다.너무소심해서사회가그릇된방식으로자신들을괴롭혀도크게반항하지못하고,익명속에숨어서아주사소하면서도큰피해가가지않을복수만을꿈꾼다.이들의복수는정말로누군가의삶을몰락시키기위함이아니다.‘나’라는스스로가이사회에서오롯이무언가를하고있다는,나의존재가이행위속에서가장가치있는행위라는것을자신에게,그리고이세상에공표하기위한발버둥이다.

“떨어지는물방울이바위를뚫는다는말이있다.아주작은에너지라도꾸준하면바위도뚫을수있다.살아남으면한방울의물이라도떨어트릴수있고,그낙수가모이면바위를뚫는날도분명온다.”
_작가의말중에서

작가는이소심하고미약한존재들을통해오늘을겨우내살아가고있는소설밖청소년들의목소리에귀기울이고자했다.그런의미에서심사과정중심사위원들이“청소년들이바라는청소년소설은무엇인가?”에대한질문을던졌을때,모두가그질문에대한답으로이소설을뽑을수밖에없었다.즉,『우리반애들모두가망했으면좋겠어』는이야기속인물들뿐만아니라소설을읽는청소년독자의‘복수’까지도응원하는소설인셈이다.

소설에서이야기하는복수는악의적이거나거대한것이아니다.‘나’라는존재가몸도마음도가장급변하는청소년기의시간을잘버텨내고있음을,내가“뭐라도하고있다”는것을나만의목소리로세상에표현하겠다는의지다.소설속주인공이스스로를극복하고다음발걸음을내디뎠듯이소설을읽는독자들도가장사소한발걸음을통해오늘의내가건재함을느끼고,내일로가기위한힘을얻기를바란다.

작은시도들로회복하는
‘나’와우리의자존감

주인공이자신의고통을하찮은복수로승화하였듯,독자들이이이야기를읽으면서누구나가지고있거나가질법한어두운내면을치유할수있으리라기대해본다.
_김혜정유영민김선희(제12회자음과모음청소년문학상심사위원)

책속에서

"교복을보아하니……요앞여고로구나?”
망했다.나는할머니의주름투성이손을본능적으로움켜잡으며말했다.
“세권다살게요!”
“이름도명찰에붙어있구나.”
할머니는내가슴주머니에붙은명찰을응시했다.이쯤되자,현실을받아들여야만했다.십분뒤,필라테스복을갈아입지도못한엄마가나를들들볶아새카맣게태워버릴미래가눈앞에그려졌다.
“잘못했…….”
“얘,그렇게쉽게사과하면안되는거란다.”
울먹거리던나는뜬금없는말에눈이동그래졌다.그녀는내교복의명찰을떼어서내손에친히쥐여주기까지했다.
“이런것을달고다니는것도물론안되지.”
_11쪽

“양주홍요새배달한대.1반애가어제치킨시켰는데걔가들고왔더래.”“와……어울리네.걔한테딱이다,배달.”
“자퇴하고뭐하나했더니…….”
그애가자퇴했다니,지금알았다.
‘절망적이군…….’
친구하나없는반.
모두의샌드백이사라진야만의집단.
공부만죽어라파며,별일없이조용히지나가길희망했던나날이주마등처럼스쳐지나갔다.
여전히이쪽을보지않는,학급반장고명경의뒤통수를가만히응시했다.
‘재도생기부에학폭위열린기록을적고싶진않을거야…….’
그녀역시어쨌든간에모범생의일종이었다.
‘뭐,이러다가말겠지.’
_41~42쪽

“베어,싸워본적있어요?”
“싸워요?”
“상대방에게주먹을날리거나,길가에서고래고래소리를지르거나,미운놈의악성루머를지어내서뒤에서퍼트리는등의일을해본적이있나요?”
망치는퍽심각한표정이었다.나는천천히고개를저었다.
‘규칙밖에서는살수없는인간들.’
뚜벅이의말이떠올랐다.짜증나는대스타오빠에게후각상실다쿠아즈를건네지못하고휴지통에처박았던일도떠올랐다.29년동안꾸준히먹지않으면효과가나지도않는과자였다.
그런내가누구랑싸운다고?고명경과주먹다짐?바락바락소리를지르면서?
_53~54쪽

“엄마,엄마는그게좋아?”
엄마는여전히내말을하나도이해하지못하고있었다.엄마가가져온보리차를마시며생각했다.
언젠가오빠가텔레비전에나와서줄줄불어버릴지도몰라.
가난하고,
끔찍하고,
견딜수없는과거를,
전국민이알게될지도몰라.
그러니까한문제라도더맞히고,1점이라도올리는것,그게내게는최우선과제였다.최은성에게서멀어지기위한가장쉬운일.최은성의동생으로불리는것보다는차라리이름을잃은반1등,전교1등이나은것임은분명했으니까.
그렇게악착같이지켜온익명의나였다.내가그의가족으로알려지고싶지않다는사실을,최은성은모를까?아냐,오빠는알고있을거야.
그러니까최은성은지금나를벌주고있는게틀림없다.창문이덜컥대던그때부터지금까지그에게미뤄왔던내몫의위협과공포에대한벌을.나와나이차도얼마나지않던어린오빠를혼자아빠앞에세워두고모른척하고,심지어죽으라는말까지퍼부었던나에게말이다.
_210~211쪽

지금의나는문제하나에연연하는그런나약한인간이아니다.내겐재수도있고삼수도있다.그걸뒷받침해줄재수없지만돈많은오빠도있다.내답이오답이었다는것을인정하는건예상외로훨씬많은안정감을주었다.
“누군가를끌어내리는건의외로엄청난에너지를쏟아야한다고.”
양주홍이똑부러지게말했다.나도알고너도아는사실이었다.미움과괴롭힘에도재능이있다.AA의그누구도그재능을지니고태어나지못했다.아쉬운일이지만어쩔수없었다.(중략)
“그래도우리도뭔가하고있다는게중요한거지.”
내가결의에찬목소리로말했다.내게는21년짜리프로젝트가있다.
_2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