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커피일 뿐이야 -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2

단지 커피일 뿐이야 -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2

$14.50
Description
커피 냄새와 함께 찾아온 엄마의 사랑은 과연 진짜일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이선주 작가의 따뜻한 성장 소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2권이 출간되었다. 『단지 커피일 뿐이야』는 트라우마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새로운 길을 제시하며,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는 것이 기존의 가족을 허무는 것이 아님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아빠가 돌아가신 지 1년도 되지 않아, 주인공 산에게 갑작스럽게 새아빠가 생긴다. 새아빠의 이름은 브랜든. 동네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그는 집에서도 매일같이 커피를 내리고, 산은 새아빠의 등장 이후 온 집 안에 퍼진 커피 냄새가 역하기만 하다.
어느 날 산은 술을 마시고 브랜든의 카페 유리문을 부수고, 벌로 브랜든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산은 브랜든이 엄마와 카페 건물을 공동 소유했음을 알게 되고, 브랜든이 엄마에게 불순한 목적으로 접근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데…….
저자

이선주

이야기의힘을믿으며아동청소년문학을쓰고있다.청소년소설『창밖의아이들』로제5회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대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지은책으로는동화『할머니와나의이어달리기』,『그냥베티』,그림책『외치고뛰고그리고써라!』와「태동아,밥먹자」시리즈,청소년소설『맹탐정고민상담소』시리즈,『띠링!메일이왔습니다』,『열여섯의타이밍』등이있다.또한『이번연애는제발!』,『마구눌러새로고침』,『열다섯,그럴나이』등의앤솔러지청소년단편집에참여하였다.청소년테마소설『성장의프리즘』에「여름캠프의밤」을수록했다.

목차

단지커피일뿐이야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아빠가돌아가신지1년도채되지않았는데
세상에서가장불편한커피냄새가내게찾아왔다

『단지커피일뿐이야』의주인공산에게는아빠가돌아가신지1년도되지않아갑작스럽게새아빠가생긴다.새아빠의이름은브랜든.아빠가살아계실적자주갔던카페의사장이다.브랜든은집에서도매일같이커피를내리고,산은브랜든이집에함께살게된이후커피냄새를역하게느끼기시작한다.
산은커피냄새를극복하기위해수많은노력을한다.숨을참아보기도하고,다른음료에커피를섞어마시기도하고,직접커피를내려보기도한다.하지만산은커피냄새를극복하지못한다.정확히는커피냄새가자신에게불편하다는사실을,역하다는사실을있는그대로받아들이고극복하려하지않는다.이책에서는‘커피냄새’로형상화되는트라우마나고통은피해야만하는것이아니라받아들이는것이라는사실을,그것이더용기있는방식의‘극복’임을작가는산의행동을통해자연스럽게풀어낸다.

고통은인간의존재조건이다.존재하지않는다면고통따윈느낄수없을테니까.
원고를쓰는동안고통을주시되,고통을받아들일용기도함께달라는기도문을떠올렸다.
산이가고통을겪지않기를바라기보다는,고통을이겨낼수있는용기를갖길바라는마음으로글을썼다.
_작가의말중

새로운환경에적응하는청소년의
현실적이면서도솔직한감정들을말하다

『단지커피일뿐이야』는트라우마를대하는태도에대한새로운길과함께새로운가족이생긴다는것이기존의가족을허무는것이아님을이야기한다.산과산의엄마,그리고브랜든이서로를조금씩이해하는,어른과아이모두의성장소설이라고할수있겠다.
산과함께성장하는인물중산의친구인재범의사랑이야기는소설에밝은분위기를더해주면서동시에청소년들에게이성관계에있어어떻게행동하는것이옳은지생각해볼여지를주기도한다.

“어제연락씹었더니전화만30통가까이왔어.쟤사이코지?”
오로라가침을삼켰다.
“쟤전여자친구한테도막집착하고그랬어?나무서워서나왔어.”
오로라가구조를기다리는고양이같은표정으로나를쳐다봤다.열번찍어안넘어가는나무없다고했던재범이의말이떠올랐다.사실도끼들고쫓아오면어떤여자라도넘어간척할수밖에없지않을까.
_본문중

또브랜든의전여자친구,문제의블로그‘아무리마셔봤자’의주인등잠깐씩등장하는입체적인캐릭터들의존재감도이책을더욱즐겁게읽을수있도록만드는요소중하나다.이들은잊을만하면등장해때로는산에게혼란을주기도하고,때로는깨달음을얻게만들어주기도한다.산이브랜든에대한오해를푸는과정에서브랜든을보다잘이해하게만들어주는역할을하는셈이다.

사랑도트라우마도,청소년들에게는‘처음느껴보는감정’일수있다.이러한감정을겪을때필연적으로하게되는실수들과마음속에서일어나는불안감을『단지커피일뿐이야』를통해바라볼수있기를,그리고마침내산과재범처럼한발짝더성장하기를바란다.

책속에서

엄마는아빠가돌아가신지일년도안됐을때아빠의단골카페사장과결혼을선언했다.처음에는농담인줄알았다.하지만아빠의죽음이농담이아니었듯이엄마의재혼도농담이아니었다.어어어,하다보니새아빠,브랜든과한집에살게됐다.
아빠가자주앉아서움푹들어간소파자리엔이제브랜든의재킷이놓여있다.아무냄새도나지않던―아니,인지하지못했던―우리집에브랜든이내린커피냄새가진동하기시작했다.그때부터나에게커피란브랜든그자체가됐다.
모든게그대로인데모든게달라진생활이었다.
_8쪽

만약아빠가길을잘못들어런던커피를발견하지않았더라면,엄마가아빠를그리워하며런던커피에갈일도없었겠지.그럼브랜든이엄마를위로해줄일도없었을것이다.
아빠가생전안하던산책을하고,생전안잃어버리던길을잃어버려런던커피까지오게된건운명일까?그럼아빠가죽은건?엄마가브랜든과재혼한건?
나는고개를저었다.그따위운명이있을리없지않은가.어떤우연은인생을생각지도못한방향으로이끈다는생각은커피냄새처럼내속을울렁거리게했다.
_33쪽
아빠가돌아가신지일년만에엄마가재혼했고,나는그슬픔에취해있어야하는데여자가눈에들어온다는게정말이해되지않았다.자기취향의이성을보면눈이돌아가는게사람의본성이다.그럼슬픔은?슬픈와중에도똥을싸고학교를가고밥을먹고이성을보며침을흘린다.그렇다면슬픔도별것아닌거아닐까?내가너무슬픔을확대해석하는걸수도.
그런데나정말슬픈데?
_45쪽

“내생각엔말이야.”
여자가따라일어섰다.
“브랜든이사기꾼이아니란걸너도이미알고있는것같아.아니야?”
“아니요,아닌데요?브랜든은사기꾼이에요!그새끼는사기꾼이라고요!”
마지막에소리를빽질렀다.가게안에사람이많았고그들이모두나를쳐다본다는것도알았지만,목소리가제멋대로나갔다.순간카페안에있는커피들이나를향해달려드는것같았다.보이지않는냄새로나를거미줄처럼옭아매는듯했다.내가벗어나려할수록거미줄은나를더감아왔다.
벗어나야해,벗어나야해.
그러나나는안다.벗어날수없음을.
_96쪽

컴컴한밤,땀이날정도로골목길을뛰니가슴이후련했다.내가살았던골목골목을지나아빠와함께했던골목,재범이와함께했던골목,그리고브랜든의카페가있는골목을지났다.아빠와함께했던골목을지날땐아빠가바람이되어나와함께하는것같았다.
언제까지이골목들이그대로일지모르겠지만,먼훗날에도이곳을달릴수있으면좋겠다는바람이마음속에자라났다.
_117쪽

“왜요?”
브랜든이고개를저었다
“아,왜요?”
“똑같아서.”
“뭐가요?”
“……너랑네아버지랑.그자리,네아버지가좋아하시던자리였잖아.젠틀하셨어.나를존중해주는기분이었어.왜,그런손님들많잖아.내가돈냈으니까너는커피나내려라,그런거.근데네아버지는내가커피내리는모습을한장면도안놓치려고하셨어.그럼막내가대단한일을하는것같은기분이들었지.그래서네아버지오시면원두도더신경쓰고그랬어.내가가진가장좋은커피를드려서다행이라고,아직도생각해.”
나는뭐라고대답해야할지몰랐다.브랜든이아빠의모습을아직도기억하고있다는게신기했고,무엇보다아빠이야기를먼저꺼내서놀랐다.아빠가돌아가신후나를비롯한아빠를아는모든사람은아빠에대해말하길꺼렸다.상처였기때문에밴드를붙인후모른척하고싶었던것이다.
그러나상처에는공기도필요하다는사실을우리는미처몰랐다.가끔은약을바른후밴드를붙이는대신공기를통하게해줘야한다.
_130쪽

“만약네가지금의커피냄새를이겨내도어디선가또다른커피냄새가불어올거야.”
“무슨소리예요?”
브랜든이다내린커피를고양이가파란색물감으로그려진도자기잔에따랐다.
“내이야기를하는거야.뭔가를극복한다는게쉽지않더라고.만약에그걸극복했다고해도또다른시련이라고할까,그런게찾아오기도하고.인생이그래.”
“거창하네요.”
“거창한게아니야.내가인생을더살았다고거들먹거리는것도아니고.커피냄새같은걸늘가지고다니는게인생같더라고.그건절대없어지지않아.없어진것같더라도조금만방심하면뒤에서슬쩍나타나서나여깄어,하는거지.나도그런거있어.커피냄새같은거.”
_1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