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절에 버리러 - 트리플 17 (양장)

엄마를 절에 버리러 - 트리플 17 (양장)

$12.00
Description
이전에 없던 엄마와 딸의 이야기
자주 딸 같고, 가끔 엄마 같은 당신에게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나는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하는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의 열일곱 번째 작품. 황산벌청년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가 이서수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엄마를 절에 버리러』는 서로를 부양했고, 부양하는 세 모녀에 대한 소설 세 편과 작가 이서수의 ‘딸 같은 엄마’에 대한 에세이 한 편을 담고 있다. 출가를 결심한 엄마와 절에 가는 모녀의 여정을 담은 「엄마를 절에 버리러」, 화가 나면 늑대로 변하는 여자에 대한 소설을 쓰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 「암 늑대 김수련의 사랑」, 자가 격리를 위해 엄마와 딸 단둘이 모텔로 떠나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세 편의 소설은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노동과 돌봄의 차원에서 가감 없지만 무겁지 않게 그려낸다.
저자

이서수

1983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4년단편소설〈구제,빈티지혹은구원〉이동아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당신의4분33초》《헬프미시스터》《몸과여자들》《엄마를절에버리러》등을출간했다.황산벌청년문학상,이효석문학상,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월급사실주의동인이다.

목차

소설엄마를절에버리러
암늑대김수련의사랑
있잖아요비밀이에요

에세이무지개떡처럼

해설살짝귀엽고한없이현실적인‘엄마’의변신담―안서현

출판사 서평

인생의룰렛에서불행이당첨되더라도
당첨없이소원만비는인생이끝까지가더라도

『엄마를절에버리러』에는세명의엄마와세명의딸이등장한다.첫번째모녀,「엄마를절에버리러」의딸은어린시절부터악착같이돈을벌었다.십대시절친구들에게콘돔을팔아번돈으로대학에갔고,연애보다는일,결혼이아니라아파트를위해달려왔다.그러나갑자기아버지가쓰러지면서모든게어그러지기시작한다.아버지의기나긴투병생활과오래된가난에서‘아버지를해약’하는대신평생을모은적금을해약하기를선택한후딸에게남은건갚아야할빚과육십대가된엄마뿐이다.그런데아빠의장례식에서엄마가난데없이절에들어가겠다고선언한다.빚과엄마가있는삶과빚뿐인삶.무엇이더나은지결정하지못한채로딸의‘엄마를버리러’가는길이시작된다.

버스에서내려곧바로택시를잡아탔다.여기까지온김에바다부터보자고말했지만엄마는들은척도안했다.택시기사에게목적지를알려주는엄마의표정이무겁고진지해서나도결국입을다물었다.엄마는배낭을품에안고두손을맞잡았다.엄마의주름진손가락과검버섯핀손등을바라보고있는동안문득우리가족의말로가왜이렇게된걸까싶어서코끝이시큰거렸다.
(「엄마를절에버리러」,32쪽)

두번째,「암늑대김수련의사랑」의모녀는단둘이산다.보증금4천만원에월세30만원,붉은벽돌로지은다가구주택1층이그들이사는곳이다.딸은퇴근후부업으로로맨스판타지소설을쓴다.월세정도는벌수있을것같아공모전에지원하고밤을새워소설을쓰는일도부지기수다.소설쓰기를좋아하지만돈이되기때문에쓴다.엄마는딸의소설을전부읽는것으로딸을응원한다.그러던어느날엄마가딸에게자신이쓴소설을읽어보겠냐며제안한다.엄마는배움이짧은것이평생의콤플렉스라딸의소설뿐만아니라책,잡지,티브이까지섭렵하며온갖지식을배웠다.그런엄마가쓴소설의제목은“암늑대김수련의사랑”.화가나면늑대로변하는육십대여성‘김수련’의사랑이야기다.딸은엄마의이야기를읽고당황한다.“왜하필늑대로변하는여자와과거엔남자였던여자의사랑이야기인가”싶다.하지만이내깨닫는다.‘김수련’은엄마의분신일지도모른다고말이다.

나는문서가열리길기다리며,은빛털을휘날리는암늑대로변한엄마를상상했다.그등에올라타털을꼭쥐고있는어린나의모습도…….엄마가달릴때마다나는위아래로들썩이고,엄마의털을더욱세게거머쥔다.떨어지지않으려고.어떻게든함께가려고.바람을가르며우리는함께달린다.
눈을뜨니엄마가쓴사랑의세계가화면가득펼쳐져있었다.
(「암늑대김수련의사랑」,85쪽)

「있잖아요비밀이에요」는엄마‘김월희’와모텔로떠나는딸‘서한지’의이야기다.호텔이아니라모텔이고,호캉스가아니고자가격리를위해서다.코로나확진자수가급증하던어느날‘김월희’와함께사는사위‘차기훈’이코로나확진판정을받는다.‘차기훈’은정부방침에따라자택치료를해야했는데화장실이하나뿐인것이문제가된다.확진자인‘차기훈’을집에서내보낼수도없고완전한격리도불가능한상황.‘서한지’는서둘러자가격리자를위한숙소를알아보지만,현실적인문제앞에결국그들이향한곳은대학가근처의저렴한모텔이다.

서한지는집을향해걸어갔다.김월희가끄는캐리어바퀴소리가등뒤에서들려왔다.드르륵.드르륵.드르륵.서한지는문득김월희가낮동안모텔방에서무얼하며시간을보냈을지궁금해졌다.서한지는김월희에게물었고,횡단보도앞에서서신호를기다리던김월희는천천히입을열었다.
_「있잖아요비밀이에요」,130쪽

듣기싫은음악을참고듣다보면
언젠가는좋은음악이나오는것처럼

‘엄마를절에버리러’가는길이란애초부터시작된적이없다.딸은엄마와함께회를먹어야지결심하고,밤이되면함께불꽃놀이를하기위한폭죽세트를사고,배낭에는속옷을챙긴다.“여행이아니라고생각”했지만,실은처음부터여행이었던것이다.엄마의부양을받던딸은이제‘엄마의엄마’가되어엄마를부양한다.어느새뒤집힌부양관계에서엄마는딸에게부담이되지않기위해,딸은엄마에게부담을지우지않기위해노력한다.다만우리의모녀는이러한‘다정한책임감’을돈과경제라는현실적인이야기뒤에숨김으로써이전의전형적인가족서사와구분되는‘가정경제서사’를보여준다.
이서수의소설에는감정적인분노도,울부짖음도없다.건조하게나열된불행의상황은“주거와노동과지갑사정이곧인물자신”(해설안서현)이되고마는현실을보여줄뿐이다.이렇듯집도없고,노후대비는꿈도못꾸고,복권은사는족족천원짜리만당첨되곤하는‘현실적인소설’이지만,팍팍한현실을살게하는‘설탕한숟갈’이이서수의소설에는있다.이서수는별것아닌것처럼보이지만지속할수있게하는힘,즉“엄마의귀여움이라는치트키”(해설안서현)를발동함으로써현실의쓴맛에고통스러워하는독자의손바닥에‘설탕한숟갈’을올려준다.

작가의말
아주많이후회해도된다.완벽하지않은삶을살았다고자책하는것이이상한일이라는걸깨달을때까진.그걸깨닫고나면후회가아무런소용없는일이라는걸알게된다.완벽하지않아도된다는게아니다.완벽한삶이란원래부터없다는뜻이다.
_「무지개떡처럼」중에서

해설
‘가족’이라는단한마디로독자들의공감과몰입을이끌어내려하던과거의수많은이야기들과달리,이이야기는‘가족’이아니라눈을돌려‘경제’가인물의욕망이자사건의원인임을보여준다.그리고깨닫게한다,사실은언제나‘경제’가문제였다는것을.이제‘가족서사’가아니라‘가정경제서사’의시대인것이다.
_안서현(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