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람주의보 -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5

범람주의보 -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5

$14.50
Description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일상은 당연한 것일까?
1년 내내 비가 내리는 미래의 서울,
가장 더럽고 척박한 곳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
자음과모음 105번째 청소년문학 『범람주의보』가 출간되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오는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깨끗한 곳이 생기려면 그곳의 오물을 버리는 더러운 곳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점을 꼬집는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편의 시설들과 깨끗한 거리는 과연 당연하게 누려야 하는 것들일까? 보이지 않는 것들을 외면하고 살아도 되는 걸까? 소설은 하나의 질문에서 파생되는 여러 현상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본다.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세상, 사람들은 날씨에 적응하기 위해 ‘누비스’라는 방수 시스템을 개발했고 해가 들지 않는 세상에서 인공 햇빛을 쐬며 청결에 목숨을 건다.
혜인이 또한 그런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또래처럼 학교가 끝나면 학원 뺑뺑이를 돌고, 일광욕을 하고, 누비스를 제 몸처럼 사용했다. 그랬던 혜인이의 인생은 누비스와 모든 편의 시설을 거부하고 다리 밑에서 비를 맞으며 생활하는 할아버지로 인해 송두리째 뒤바뀐다. 할아버지는 혜인이에게 일반인들이 편하게 살기 위해 소수의 사람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 그리고 그 여파로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는 통협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혜인이는 점차 자신이 누리고 있었던 생활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달아 간다.
그러나 혜인이의 부모님은 다리 밑에서 살아가는 할아버지가 노망이 났다며 양로원에 가둬버린다. 혜인이는 통협동에서 알게 된 아이와, 배가 아파 입원했을 때 병원에서 만난 할머니 수향 씨와 함께 할아버지 구출 작전을 세운다. 과연 혜인이는 무사히 할아버지를 구출할 수 있을까?

저자

설재인

저자:설재인
1989년생.한때는고등학교에서수학을가르쳤으나인생이요상하게흘러가서,이제는하루종일소설을쓰고읽는일을한다.근육이간을보호해주지못하는걸아주잘알지만그래도술을오래마시기위해매일세시간씩체육관에머무른다.2019년《내가만든여자들》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내가만든여자들》《사뭇강펀치》,장편소설《세모양의마음》《붉은마스크》《너와막걸리를마신다면》《우리의질량》《강한견해》《내가너에게가면》,에세이《어퍼컷좀날려도되겠습니까》가있다.

목차

프롤로그
1~29
에필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양로원에억울하게갇힌할아버지를구출하라!
혜인이와여민이,그리고수향씨의무모한구출작전
그뒤에숨겨진,우리가기억해야할이야기

할아버지가양로원에갇혔다.까다로운입소절차는‘노망이났다’는말한마디에너무나도쉽게해결됐다.혜인이는부모님을이해할수없었다.엄마는늘할아버지에게화만내고아빠는할아버지가앞에있어도마치없는사람처럼엄마에게만말을걸곤했다.혜인이는할아버지를이해하고싶었다.할아버지의편이되고싶었다.그래서결심한다.할아버지의양로원구출작전을.

혜인이의할아버지는일반적인시선에서보면좀처럼이해할수없는사람이다.너무나도양심적인나머지회사가통협동에오수를버린다는것을알게된이후로죄책감에시달리다잘다니던회사를그만둔다.그이후로도그들의아픔을되새기고자다리밑에서불편하게지낸다.누구나사용하는방수시스템인‘누비스’조차사용하지않는다.통협동에오수를버리기시작한회사에서만든것이기때문이다.그때문에혜인이는다리밑강물이불어날때마다이제는희귀아이템이되어버린‘우산’을들고할아버지를맞이하러가야했다.

역시나,할아버지는내가그렇게부르자마자원하던대로입을뗐다.실은좀과하게뗐다.수향씨를향해냅다주절거린것이다.맞아요,내가그래요,사람이…….그래서가족들이해준다는것도마다하고속만썩이고있습니다,얼마나답답할까미안하긴한데내가마음이불편하거든요,이비를이렇게쉽게안맞을수있는방법이있으면,그방법이점점많이퍼지면사람들은점점비를맞을수밖에없는사람들에대해서는잊게될거예요,비를맞는사람들이존재한다는걸모르고믿지않게될겁니다,그래서나라도안하려고합니다…….
_p.39~40

한편,통협동에서살며혜인이의할아버지를‘서가할아버지’라고부르며친할아버지처럼따르는소년여민이는또래보다어른스럽고차분한성격을지녔다.여민이는자신을포함한통협동에살고있는이들의아픔을누구보다도뚜렷하게직시하고있었다.통협동의아이들이태생부터달고태어나는화상같은무늬,가난하고더러운동네.

“서가할아버지한테얘기많이들었어.”
서가할아버지.그호칭이너무낯설어눈만굴리고있는데성여민이다시덧붙였다.
“할아버지손녀라고해서꼭할아버지처럼나를좋아하라는법은없으니까,날혐오해도돼.많이들그러니까.”
전혀상상하지못한말이라서나는정말깜짝놀라고말았다.
_p.90

처음에혜인이는여민이를보고깜짝놀라지만점차피부에새겨진무늬가‘살라맨더’같다는생각을한다.그이후로혜인이는자신이해야할일이무엇인지깨닫는다.보이지않는것들을기억할것.당연하다는생각을버릴것.그들을위해움직일것.

“내게이슬이란,노망과같은층,같은자리에위치하는단어.”
보이지않지만분명히존재하는것들을조명하다

『범람주의보』를관통하는큰주제는‘이타적인마음’이다.타인의일을나의일처럼생각하고그들을배려하며기억하는것.혜인이는서울의진실과통협동의모습을접하고충격을받는다.그누구도가르쳐주지않은,학교에서조차배우지않는그들의이야기.‘저런사람들’이라며늘타자화되고일반인들과섞이지못하는이들.어딘가에존재하지만그동안모르고살았던것들이었다.혜인이는보이지않지만분명히존재하는것들에대해생각한다.보이지않도록양로원에가둔‘노망’난이들,그리고비가내리지않는새벽에만볼수있는‘이슬’.

수향씨가흰머리를쓸어넘겼다.손에물기가약간남아있어머리에방울방울물이맺혔다.나처럼검은머리위였다면티도안났을텐데,새하얀머리카락에붙어있는물방울들은정말잘보였다.풀잎에맺힌이슬처럼.물론나는이슬이란걸한번도본적이없다.그건24시간내내비가오지않는땅에서야관찰이가능한아름다움이니까.문학교과서에서나본그런개념이다.
그러니내게이슬이란,노망과같은층,같은자리에위치하는단어.
_p.57

『범람주의보』는보이지않는이들을잊지말자며따뜻한손길을건넨다.우리가이렇듯아무일없이살고있다는것은보이지않는곳에서각고의노력을다하고있는이들이있기때문이라는것을,‘평범함’속에가려진이들은어디든존재한다는것을상기하면서.

타인을위해움직이는것은쉽지않다.하지만혜인이와할아버지,그리고여민이,수향씨는기꺼이타인을생각하고그들을위한다.주변의것들을당연하다고여기지않고끊임없이질문하며부조리를바로잡으려노력한다.비록작은몸짓이라순식간에세상을바꾸지는못할지라도포기하지않는다.그들의‘양로원탈출대작전’은하나의큰날갯짓이었다.이세상에보이지않지만분명히존재하는자들이있다는,작은나비의큰날갯짓.그들을향해걸음을옮길때비로소조화로운세상을기대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