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여름 (김은 소설)

사랑의 여름 (김은 소설)

$14.00
Description
비틀린 세계를 구석구석 비추는 시선으로
틔워 올린 사랑과 자유의 실마리
김은 첫 소설집
정연하고 민감한 시선으로 인물과 그 세계를 명징하게 구축해온 소설가 김은의 첫 소설집 『사랑의 여름』이 출간되었다. “실제 사건을 테마로 하여 치밀한 구성력을 선보였다”(『작가세계』 심사평)는 「바람의 언어」를 비롯해 여덟 편의 이야기가 담겼다. 김은의 세계를 관통하는 감각은 “애석하게도 우리가 삶에서 끝끝내 발견할 수 있는 건 온갖 종류의 ‘알 수 없음’ 즉, 모호함”(해설, 염승숙)이다. 작가가 부려 놓은 이 모호한 세계의 삶들은 각기 다른 인물의 다채로운 삶들로 펼쳐지고, 그 주인공과 독자 모두에게 아릿한 통증으로 와 박힌다. 그 통증은 우리가 체념하려 하나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이 위협적인 세계에서 살아가는 지친 사람들, 제 몫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주는 힘은 무엇인가. 현재의 우리를 비추고 발견하는 것이 소설이 지닌 강력한 힘이라고 할 때, 김은은 한 발 더 나아가 그곳에서 다른 방향을 바라보게 한다. 가족과의 불화나 친밀함에서 파생된 일상적인 갈등들이 우리 삶의 파편화된 일상을 조망하고, 그 일상은 냉연하게 우리의 눈앞에 펼쳐지지만, 삶이 지속되는 한 길은 하나가 아니며 한 걸음의 발자국으로 우리가 선회할 수 있음을, 이 소설의 세계는 단호하게 증명해나간다.
저자

김은

2014년『작가세계』신인문학상에단편「바람의언어」가당선되어등단했다.앤솔러지『우리는행복할수있을까』『무민은채식주의자』『낯익은괴물들』『마스크마스크』에작품을수록했다.2021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수혜했다.

목차

사랑의여름

스매싱의완성
위해하는마음
바람의언어
피피와구구
실선을긋다
오늘의기원

해설|명백히꽃한송이의사랑과자유를_염승숙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불안을향해기울인감각의선을따라
자신의세계를그려나가는여덟편의이야기

삶의비틀린구석을정연하고민감한시선으로살펴인물과그세계를명징하게구축해온소설가김은의첫소설집이다.이번소설집에는가족과의불화나친밀함에서파생된일상적인갈등을소재로우리삶의파편화된일상을냉연한눈길로건져올린이야기가담겨있다.가족을버려둔채도망쳤다가어느날돌아와가족몫의선산에장뇌삼을찾으러가자는아버지,상대를위한다는마음으로선을넘는상대를위하는마음과위해하는마음에서갈피를정하지못하는동료들,70일밖에살지못하는농장병아리의목소리등을그럼에도불구하고놓을수없는,끈질긴희망의선위에서그려낸다.“세월호사건을떠올리게하는테마로치밀한구성력을선보”였다는찬사를받은2014『작가세계』신인문학상수상작「바람의언어」를비롯하여총여덟편의소설이담겼다.

사회학자인리처드세넷은“불안은성격형성적(character-forming)”이라던라이트밀러의말을빌려“사람들은자신들이아니라환경이길러낸불안을다루면서내적인힘을발전시킨다”라고했다.김은은위협적인환경에처한인물을그림으로써이를묘사해나간다.
표제작「사랑의여름」에서아버지는가장의역할을던지고가족을내버려둔채사라졌다가어느날돌아와그들몫의선산에장뇌삼을찾으러가자고한다.그와함께한산행에서“산으로올라가는입구는보이지않았다.”그리고“가시돋친가지와넝쿨들”이가득한이길한복판에서아버지는“분명여기쯤이맞는데”하고중얼거릴뿐이다.「톱」에서는일하는학원에서학생에게불법촬영을당한후에도제목소리를내지못하는주인공이사랑하는외할머니의죽음뒤편에드리워진비밀의그림자를발견하며,「스매싱의완성」에서는한국의이국적인동네에서상류층과테니스를치지만실상은학교에서오해로인해소외당하고있는시간강사의분투를더운여름날스매싱한번을하기위해온이방인과대치시킨다.비정규직으로공무원일을하던오빠가어느날부터방에틀어박히고,자신은그와같은상황의청년들의노동의향을설문조사를하며매일매일좌절을느끼는이야기를다룬「피피와구구」,감염병시대에과도하게위생을신경쓰며집에침잠한주인공이기형곤충세밀화를그리는이야기인「실선을긋다」등,김은은삶에찾아오는갑작스러운사고와도같은불운들,부지불식간에훼손당한일상을남김없이모아불안의세계를구성한다.
자신을둘러싼위협적인환경앞에서이인물들은“불안을‘처리하기위한방식으로”(해설)움츠리려한다.이들이움츠러드는이유는김은이다루고있는소설속세계와그세계의근원이되는현실세계에드리워진깊고어두운위기에기반하며,“누군가를위로하고마음을베풀어주는것은때때로위험할수도”있다는불안으로펼쳐진다.


몰아쳐오는불안과강박의시대에서
고요한폭풍처럼밀려올
요원하는사랑과자유의세계

그러나이인물들이영원히불안의세계에머무르는것은아니다.표제작인「사랑의」“삶의균형을깨뜨리는변수들은내부가아닌외부에존재했고,그외부란언제나가족의범주를벗어나지못했다”고생각하며,“가족과사랑은무엇이며가족구성원으로서의성실한의무와자유로운방종은양립가능한것인”(해설)가라는질문을던지지만,그와동시에현실을탈출하고자하는희망만큼은계속해서마음안쪽에서끓고있다.소설이현실의파편을재구성하는데그치지않고,그이후와미래를그려냄으로써독자에게여러겹의세상을경험하게하는힘을지녔다고할때,김은은“현실의문제를해결하는것만으로도삶은쉴틈이없”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주저앉지않겠다는용기를내는인물들을조망함으로써그가빚은세계에환한불빛을비춘다.“어쩐지이밤이영원히끝나지않을것같다는생각”을하면서도쉬지않고차를몰아2차가해자인원장을마주할결심을하며,“더이상은함부로이고싶지않”다고자신에게속삭이는‘나’(「톱」)와현실을비유해둔것처럼뜨거운볕이내리쬐는테니스코트를“결과는더이상중요치않”다며빠져나오는성욱(「스매싱의완성」)의모습이이를증명한다.

“그날이후로나는‘샌프란시스코’라는말을떠올릴때마다조용한폭동을일으키고싶어졌다.늘성실히그자리를지킬것이라는모두의기대를배신하고,아버지처럼‘사랑의여름’으로훌쩍떠나고싶은마음이들었다.꼭샌프란시스코가아니더라도,꼭여름의계절이아니더라도.”

통장의잔고를떠올리고,적성에도맞지않는회사에서출퇴근을반복하면서매순간힘이센현실앞에속박되고마는일상의여로에서‘샌프란시스코’에가닿기란얼마나요원한것인가.삶은언제나내‘의지바깥’에놓인듯긴장을늦출수없고인간은누구나가시나무덤불속에서서로를놓쳐버리는실수를저지르지만,해마다여름은돌아오고우리는명백히꽃한송이의사랑과자유를꿈꾼다.역설적이게도그꿈의세계를우리는김은의소설로소망한다.
_염승숙(소설가ㆍ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