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들의 어머니 - 트리플 19 (양장)

갱들의 어머니 - 트리플 19 (양장)

$13.00
Description
이야기하지 않기 위해 꺼내는 이야기
끝나지 않음을 각오한 시작들이 펼쳐진 세계

“갑자기 진입하는 모든 이름이 우리가 우리인 유일한 방식이라면
나는 모든 이름이었고 모든 이름인 상태이며
또다시 모든 이름이 될 것인가.”

김유림 소설집
작가-작품-독자의 트리플을 꿈꾸다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19

흩어지지 않는 말, 결정結晶을 가진 느낌
김유림의 세계 안에서만 만져지는 현실적 환상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의 열아홉 번째 안내서. 2016년 시인으로 등단해 최근 소설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김유림의 첫 번째 소설집이 출간됐다. 늘 살아 움직이는 시어로 환상과 현실 사이를 거닐던 김유림이 이제 소설이란 새로운 세계 안에 그만이 구축할 수 있는 세상을 유연하고도 견고하게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갱들의 어머니』 안에 펼쳐진 세 개의 세상은 마치 시작과 끝이 이어진 무한 루프의 세계 같다. 하지만 제자리로 돌아올 때마다 느껴지는 미묘한 변화가 그 세계 안에서 수없이 존재하고 사라지는 무한한 생명과 삶과 사고를 감각하게 한다. 김유림의 손끝에서 새 의미를 획득한 언어들, 그것들이 부유하고 관계 맺는 과정, 그 과정 속에 새로이 번역되는 또 다른 언어들은 어떠한 범주와 구조를 형성하며 ‘김유림의 문학’으로 정의된다.

저자

김유림

1991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6년[현대시학]신인상으로등단했다.시와소설등을쓴다.시집『양방향』,『세개이상의모형』,공저『셋이상이모여』이있다.재미있게놀고있는데똑똑똑,한남자가다가와당신의방문을두드린다.전부제자리에넣어두고오거라.잘시간이다.

목차

소설갱들의어머니
핸드폰을든채로죽으면안돼
두갈래로나뉘는길

에세이쓰지못한것들

해설김유림의픽션들―최가은

출판사 서평

쓰이지않았기에영원히존재하는이야기
존재하지않기에영원히쓸수있는대상

「갱들의어머니」는다짜고짜소설을쓰겠다는,쓸수도있겠다는희망을내던지며시작한다.「갱들의어머니」의주인공이쓰겠다는소설은바로「갱들의어머니」.그가「갱들의어머니」를쓸수있는이유는,바로그가갱들의어머니이기때문이다.자신이“갱들의어머니가될것이라예상”한순간,“갱들의어머니라는걸예감”한주인공에겐일반시민으로위장한채능청스레사는갱들을식별해내고거둘만한“소양과재능”이있다.갱들도그가자신들의어머니라는사실을본능적으로알고찾아온다.마치운명처럼.

“운명이라는게존재해서운명을믿는게아니라운명이찾아오기때문에운명을받아들이는것이고그런데운명이찾아오더라도운명이운명이아닐운명이라면운명이아니다.그렇지만나는운명이운명이라는걸받아들이기때문에어머니인걸지도.”(14~15쪽)

소설속에는‘진짜나’와‘가짜나’가등장하고,제1세계와제2세계가제시된다.스스로가‘가짜나’인지‘진짜나’인지혼동하고,‘진짜나’가‘가짜나’에게잠식되고,‘가짜나’에게비추어‘진짜나’를더애착하기도한다.그러한‘나’는제2세계에서인생사에통달하고,갱들에대한깨달음을얻고,노스탤지어에시달리기도한다.때론‘나’와또다른‘나’의가교가되어제2세계에대해‘나’들에게들려준다.이는모두표현되지만그구분은뚜렷하지않다.진짜와가짜,존재와비존재,말해지고말해지지않는것,시작과끝이모두모호한채로남겨진다.마치그것들은별로다르지않다는듯이.소설역시마찬가지다.「갱들의어머니」속「갱들의어머니」는주인공의일기장에적힌문장으로그존재감을분명히한다.

“이소설은쓰이기이전에훨씬생생했다.”(41쪽)

말하는것과말해지는말
배회를마치며시작되는배회

「핸드폰을든채로죽으면안돼」는주인공의독백으로채워진소설이다.마치집의내부설계도를그릴수있도록구석구석을설명하는듯한데,더정확히는말로써구조와요소를그려나가고있는것처럼보인다.

“현관문을기준으로오른쪽을보면작고오래된신발장이있습니다.다이소에서산작은구둣주걱하나를거기걸어뒀습니다.그러나이런세세한것까지그림에그릴수는없겠죠.그저작은직사각형하나를오른쪽벽면에붙여보도록합시다.세로선하나,가로선하나입니다.”(53쪽)

집을채우고있는요소들의출처나사이즈,심지어그것에대한사연이나단상까지언급되는데,그것이나열되는이유나목적은등장하지않는다.이렇게낱낱이집안을그림으로써얻어지는결과또한소설속에선찾을수없다.어느순간,이것은이대로나열되는것에의미가있음을,어떤결과가되기위한원인값이아님을알수있다.

“분명히말하지만,이모든게한데모여섞여있는게아닙니다.각자는각자의자리를가지고있습니다.각자의자리가어디가될지는각자의상호작용에달려있지요.모든걸알고있을수는없습니다.모든걸알고있기때문에정리가가능해지는건아닙니다.어떤것들은수납장속에넣어두고잊어버리기도해야하지요.”(65쪽)

하지만이흩어진정보들이마냥단순하게여겨지지않는이유는,이소설의시작에있다.이모든이야기가“죽고싶었던순간에대한짧은기록”이라는것.심지어“이기록을매번새롭게작성한다”고고백한다.모든걸끝내고싶은순간적욕망을뒤로하고주인공은다른욕망을좇는데,그것은“더길고지난하며반복적”욕망인글쓰기다.하지만반복에도변화는있다.분명하지않지만반드시존재한다.그것이바로새로운시작,다시금무엇으로부터든비롯될수있는희망이된다.변화하는시간을끝으로소설은재시작을알린다.

다른길로떠난여행에서다다른같은지점
그리다르지않지만딱히같지도않은현실

앞선두소설에서어른거리는형상은「두갈래로나뉘는길」을통해분명하게형체를드러낸다.글쓰기행위의결과와탐정적주체가그것이다.소설가로서의김유림이가장선명한소설이라고도할수있겠다.「두갈래로나뉘는길」에는임시보호중인개‘볼보’가등장한다.번역된개의말을구실/이유로주인공은끊어진두관계(나-애인/볼보-토니)를이으려한다.여기에도움을주는이가탐정이다.번역기를통해나온개의말과수의사가운을입은탐정의말.그희부연말들은결국목적을달성하며(토니를찾아내며)선명해진다.그리고볼보,토니와함께거니는길을통해소설은또다시끝과연결된시작을꺼내보인다.

“내가그작은가게의존재를알아챈것은두갈래로갈라지는길로다시돌아왔을때였다.모든게,모든반복이자연스러웠다.혹시나해서처음에선택하지않은다른길을택했지만길은결국바다로이어졌다.”(110쪽)

소설속엔소설「민을잃어버림」「토니가말하길」이등장한다.이소설들은‘소설과실제’‘환상과현실’을자연스레이으며‘소설속소설세계-소설세계-소설밖현실세계’를잇는다.소설속인물들을잇는다.무엇이실제고무엇이환상인지는중요하지않다.비존재도존재하지않음으로써존재하는것이고,비현실에서도현실처럼살아갈수있는것이다.

“이모든게사실인지아닌지모른다고,그런것도모르면서,그런것도모르기때문에이곳으로돌아올수있었다고나는생각했다.”(143쪽)

어긋나는시공간을통과해돌아오는제자리
그럼에도언제나다른대답을내놓는삶에대하여

김유림은이렇듯끝이아닌끝,현실과다름없는환상,말하지않음으로써꺼내어지는말,쓰지않았지만존재하는이야기등을소설속에서구현한다.모순적이고궤변같으면서도심지가분명하고일관된말하기를소설로서해내는것이다.그리고그안에는어떤“결락”,그것을잊지않으려는또는어떻게든메우려는강박이존재한다.이책의해설을쓴문학평론가최가은은“김유림에게는도무지참을수없는문학적문제가있는것처럼보인다”고말했는데,결국메워지지않는소설속결락과결코해소되지않는김유림의문학적문제는그결을같이하고있는듯하다.그것은이소설이영원히끝나지않으리란,김유림의이야기는언제까지나이어지리란기대를갖게한다.그만이펼쳐낼수있는이작지만특별한세계속에진입해김유림식‘순환’에몸을맡겨보길권한다.

작가의말

내게느낌은무정형이아니다.느낌은아주명확한시나리오를가지고있다.느낌은결정적이고전략적이다.이야기가찾아오면이야기를이야기가아니라느낌이라고받아들이려했고,그런방식으로이야기를온전히보전할수있었다.느낌만오는경우는없었다.느낌은뭔가를끌고온다.냄새나벽지,껌같은것말이다.그것은언제라도돌아갈수있는시작지점같은것이다._「쓰지못한것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