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은‘홀로’늙어간다는편견에맞서는
50대딸과80대엄마의유쾌한한집살이
여기‘어쩌다비혼’으로갖은직업을거쳐씩씩하게혼자서잘살아온50대여성과“나죽을때가됐나봐”라면서로또를사는80대여성이있다.50대딸은하루하루늙어가는엄마와함께시간을보내기위해한집살이를결심했건만,각자의취향과삶의태도가단단해진두여성이함께살아가는일은생각보다쉽지않다.“내가좀잘해주려고하다가도잘해줄수가없어”“커피는우라지게잘사먹네”라며별것도아닌일로사소한다툼이벌어지기도한다.그렇지만50대가되어버린딸에게이하루하루는떨어져있을때는몰랐던엄마의모습을발견하게되는소중한날들이기도하다.
“노인의일상은아이의일상보다주목받기어렵다.상대적으로유쾌하지도재밌지도않으니당연하다.그러나분명노인의일상에도유머와여유,귀여움이존재한다.내가엄마와의일상을쓰겠다고결심한이유도그때문이다.이책은엄마와내가서로를돌보며쓰는기록이자점점사그라드는엄마를남기기위한흔적이기도하다.”(171~172쪽)
『우리만의리듬으로삽니다』는보호자로서엄마와나의역할이바뀌는시기를통과하면서마주한엄마와의일상을유쾌하게담은에세이다.엄마와함께사는일은자식생각해서괜히‘싫다’고말하는엄마의진심을헤아려가는일,물이찬서로의아픈무릎을주물러주는일이었다.예전에는번듯한가정을꾸려사는모습을보여드리지못하는것이불효를저지르는것같았지만,이제는엄마와작고소중한일상을공유하며가장든든한존재가되어드릴수있음이가장큰효도라고생각하며감사하게된다.또,인생선배인엄마에게크고작은인생의고난을넘어가는방법을배우기도한다.유쾌한할머니로늙어가는좋은롤모델이되어주는엄마의곁에서차근차근나이듦을배워가는이야기를통해독자들은자신이지금통과하고있는시간을넘어내가나이들었을때의세계를상상해볼수있다.
당당하고명랑한할머니가되고싶어!
지금우리에게가장필요한
50대비혼선배의목소리
50대비혼이가장자주듣는말은무엇일까?옆에서늙어갈배우자도,늙어서도챙겨줄자식도없어소위‘개밥에도토리’신세가될지도모른다는우려와같은말이아닐까.연애와결혼을왜안하냐고,안정된가정과자신을똑닮은아이를갖고싶지않느냐는,30~40대비혼여성이듣는말과는사뭇다르다.과연혼자나이든다는것은세간의선입견처럼마냥불행하고두려운일이고,중년과노년이된비혼여성의삶은고립과가난의늪에빠지게되는일일까?
『우리만의리듬으로삽니다』에는나이들어가는자신의모습을직면한중년비혼여성의현실적인목소리를또한담겨있다.50대비혼여성이바라본세상의풍경은30대와40대때비혼여성으로서살았을때와는다르다.연애와결혼이라는화두에서자연스레배제되고,흰머리를주기적으로염색하면서몸의노화를받아들이고,한명의경제인구로서점차자리를잃어가는과정을맞닥뜨린다.
저자는이처럼비혼여성으로나이들어가는현실이마냥아름답기만한것은아니라고말하면서도,나만의방식으로사는삶에서행복을발견한다.몸과마음의변화,사회적시선을담담하게마주하고,느슨하면서도든든한관계를쌓아가면서‘당당하고명랑한’할머니로늙어가고자하는목표를세운다.
연애와결혼,출산으로이어지는‘정상’적인삶의루트를밟는것이당연했던시대에서한발짝벗어난중년비혼의이야기는여전히많지않다.비혼선배의이야기가소중한이유다.이책을통해비혼을꿈꾸고,비혼으로살아가고있는이들은비혼의미래를보다선명하게상상해볼수있을것이다.
“여기,스스로평생쌓아온사랑을하나도포기하지않은채나의리듬을지키며살고있는이야기를만나보기를바란다.비혼이결혼의반대편에선개념이아니듯,타인과의동행은비혼자의모순이아니며나다운삶이분명하다고힘주어말해줄선배를늘기다렸다.”(곽민지작가)
열심히살아서도착한곳이어디든
나만의그리고우리만의리듬으로삽니다
저자는50대가되어서도글을쓰면서생계형아르바이트를해야했을때‘이생망(이번생은망했다’의줄임)’중년으로늙어가고있는것은아닐까싶은순간이있었다고한다.그럼에도불구하고‘여기가뭐어때서’라며삶을쉽게포기하지않고,자신이밟고서있는땅을단단하게만들어가는저자의이야기는분명힘이세다.
“세상에는수많은삶의결이있고,사람마다,가정마다각자의사정과서사가있다.”라고말하는,비혼여성으로나이들어가는삶과더불어개개인의고유한삶을존중해주는사회를희망한다는저자의목소리에귀기울여보자.그목소리가만들어내는리듬위에몸을싣고,나와우리만의리듬을찾아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