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절제술 - 트리플 21 (양장)

날개 절제술 - 트리플 21 (양장)

$13.00
Description
작가-작품-독자의 트리플을 꿈꾸다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21

미지를 헤집는 당돌한 상상력
불가능함으로 만드는 가능한 세계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의 스물한 번째 안내서. 2022년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주목받는 신예 서윤빈의 소설집 『날개 절제술』이 출간되었다.
“한국에서밖에 나올 수 없는 SF” “독창성과 신선함에 읽는 내내 압도”됐다는(한국과학문학상 심사평) 평을 받으며 세간의 주목을 끈 그가 또 한 번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낸다. 『날개 절제술』은 ‘날개 절제술’을 받는 천사(「날개 절제술」), 방전된 휴대폰에서 시작된 정체불명의 소음(「리튬」), 미래를 비추는 망원경(「다이윗미」)까지, 장르와 소재의 경계를 무력화하는 서윤빈의 당돌한 상상력을 담고 있다.

저자

서윤빈

「루나」로제5회한국과학문학상중단편대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파도가닿는미래』가있다.

목차

소설날개절제술
리튬
다이윗미

에세이배틀그라운드

해설소설관찰술―노태훈

출판사 서평

비로소쓰여진운명적진화론
신의시선에서기계의소음으로,
그리고우주로……

갑자기세상에등장한천사,「날개절제술」은천사의탄생에서부터시작한다.흔히하나님의지령을받은사자(使者),신과인간의중간에위치하는‘천사’를떠올린다면서윤빈의‘천사’를접하고는당황할수있다.서윤빈의천사,‘아이’는여느인간과다르지않게태어났다.인간과인간사이에서,제왕절개라는어쩌면가장인간적인수술방식을통해서말이다.외적으로그들이인간과다른것은태어나면서부터가지고있는‘날개’의존재와성장하면서생기는천사의고리가전부지만,이소설에서그것들은제거되어야하는성분으로규정된다.또한‘선의’와‘사랑’이라는천사의성격마저이기심을가르치고자‘차세대경영인학원’에보냄으로써교정하고자한다.이렇듯세간의인식은천사를인간과동등한존재로보는것이아니라,다른존재,결여된존재로취급한다.
소설은‘아이’의탄생에서시작해‘아이’가다시자신의아이,천사를낳는것으로끝이난다.이거대한수미상관의구조가의미하는바는무엇일까.천사들이날개와고리라는신체적특성뿐만아니라운명을유전하며그들의삶이그렇게또반복될것임을의미한다고볼수있을까.그렇다면‘날개절제술’이란날개가절제되듯이그들의삶역시주체적의지가소거된채정해진대로흘러갈것임을암시하는것일까.

잘려나가는날개를보며아이는자기가태어났을때일어났을일을상상했다.미친듯이우는자기모습과볼품없이쪼그라드는날개를.마취기운이돌면서서서히감기는산모의눈꺼풀을.갈라진자궁에서끊임없이나오는탯줄과거기에달린조그만두번째날개를.(39쪽)


“당신무엇하다입니까?세상필요하다당신입니다.”
또하나의진화,미지의이야기

「리튬」은철물점을운영하는‘나’가딸의집에퍼지는알수없는소음을추적하는이야기다.‘나’는한때라디오공장을운영하며나름대로성공을거둔이력이있으나,라디오의쇠퇴는그가설자리를지워버렸다.더이상무언가를만들고파는일대신물건을고쳐서먹고사는‘나’를딸은탐탁지않아하지만,자신이어떻게할수없는커다란소음불편앞에서딸은‘나’를찾는다.딸의집에퍼지는소음은“싸구려탈수기가돌아가는소리”나“마이크를스피커에가까이가져다댄것같은소리”처럼서로상반되나집요하게딸과사위를괴롭힌다.‘나’는소음의정체를추적하다그것이딸의집에있는방전된휴대폰들에서기원한것이라는사실을알아낸다.“화면을켠다면10분도채버티지못할에너지”로“온종일함께공명”하고있는휴대폰들.‘나’는그기묘한현상이“그저우연한오류의반복”이아니라어떤‘진화’이자‘몸부림’이라는것을깨닫는다.

내가발견한것의의미를깨닫기까지는조금시간이걸렸다.아니정확히는그의미를인정하기까지는하루가넘는시간이필요했다.그것은어느날갑자기은행이파산했을때,아내가집을떠났을때,혹은개조한워크맨너머로총격과비명이들려왔을때의느낌과비슷했다.(65쪽)

날개달린우주선을타고
다시한번스윙바이

「다이윗미」는우리은하끝에서임무를수행중인‘B’라는인물에대한관찰기이다.관찰자인‘나’는과거‘B’와같은기술대학원을다닌인물로,소설속에서는누구나망원경과어떤시간계산을통해미래를볼수있다.‘나’역시도그렇게망원경으로‘B’의먼미래를관찰하는데,이소설의설정상한인물이볼수있는미래는특정한어느누군가의아주먼미래뿐이라‘나’가볼수있는미래역시오직‘B’의것뿐이다.다시말해,이소설에서‘나’의현재와‘B’의미래는동시에진행되고있으며,이는‘나’가‘B’를관찰하는시점에서이미‘B’의미래가결정되어있다는의미이기도하다.익숙하다면익숙할수있는SF의문법속에서서윤빈은한발더나아간다.

B는조난자를찾아보려고노력했으나끝내서윤빈을찾을수없었다.B는도움이되지않을걸알면서도망원경으로주위를둘러보았다.그러나B의망원경이비추는것은인상을팍쓰고잘이해되지않는소설을끙끙대며읽어내려가는한독자의모습뿐이었다.우주로나간이후B의망원경은그독자만을비췄다.독자는단한번도B에게도움이된적이없다.(90쪽)

‘B’는어느날임무를수행하다‘긴급통신’을받는다.“블랙홀의중력에의해원자수준으로붕괴할예정”인“서윤빈”의것이다.하지만‘B’는“서윤빈”을찾을수없고,다만‘B’의망원경이비추는것은“인상을팍쓰고잘이해되지않는소설을끙끙대며읽어내려가는한독자의모습뿐”이다.소설속에작가본인을등판시키는데다심지어는이소설을읽는‘독자’까지지면위로올림으로써서윤빈은소설의세계관을다차원적으로확장한다.

해설을쓴노태훈평론가는서윤빈을“소설의시선과목소리”를통해서사의개연성을“담보”하는작가라고말한다.“누군가를응시하고,무언가를오래도록바라보”는서윤빈의“‘관찰’하는힘”은‘독창성과신선함’이라는이전의평가에서한번더성장한모습이다.『날개절제술』은작가서윤빈의흥미로운시도세편이모인소설집이다.‘제왕절개를통해태어난천사’‘휴대폰에서기원한진화’‘타인의미래를보는망원경’까지,기존의장르와문법에묶이지않고거침없이자신만의세계를풀어나가는서윤빈의당돌한상상력은이제막시작되었을뿐이다.

해설

결국이소설은우리의삶이무언가를관찰하는일,나아가그것을기록하는일로점철된다는것같다.그렇게보면지상을내려다보는신의시선에서시작해기계가들려주는신호의소음으로,다시우주로부터소설을읽고있는바로우리자신으로돌아오는이관찰은하나의거대한순환이기도하다.
_노태훈(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