꿰맨 눈의 마을 - 트리플 22

꿰맨 눈의 마을 - 트리플 22

$13.00
Description
작가-작품-독자의 트리플을 꿈꾸다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22

닫힌 세상을 단숨에 뜯어내는
가장 빛나는 상상, 온몸으로 경험하는 신기루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의 스물두 번째 안내서.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우수상을, 제4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시프트』로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조예은의 첫 번째 연작소설집 『꿰맨 눈의 마을』이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섬뜩하면서도 독창적인 호러 소설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작가 조예은이 이번에는 바이러스로 뒤덮여 종말을 맞이한 세계를 환상적으로 그려낸다. 갑자기 나타난 ‘저주병’으로 괴물이 되어버린 사람들과 살아남은 이들의 작은 세계인 ‘타운’에서 벌어지는 세 편의 소설은 우정과 사랑, 모험에 대한 이야기이자 세상의 모든 ‘다름’에 대한 조예은의 애틋한 전언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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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예은

제2회황금가지타임리프공모전에서「오버랩나이프,나이프」로우수상을,제4회교보문고스토리공모전에서『시프트』로대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스노볼드라이브』『뉴서울파크젤리장수대학살』『테디베어는죽지않아』,소설집『칵테일,러브,좀비』『트로피컬나이트』『만조를기다리며』등을썼다.

목차

소설
꿰맨눈의마을
히노의파이


에세이빛나는모형들

해설끝나지않는세계의조예은원더랜드―이다혜

출판사 서평

세상을바라보는감은눈의세상
‘단하나’를거부하는진짜세상의이야기

“나도너와같아.우린괴물이아니야.”

2066년6월6일,인류는멸망했다.극지방의빙하가80퍼센트까지녹아해수면이상승해도시가물에잠기고나라가사라졌다.무너지면안되는많은것들이무너졌다.무수한죽음과난민들의행렬끝에‘저주병’이등장했다.그병은신의저주라고불렸다.감염경로와방식을전혀가늠할수없었을뿐더러,그증상이신이내리는형벌처럼기괴하고끔찍했기때문이다.저주병은인류의본래모습을앗아가는병이었다.사람들에게는세번째팔,두번째머리,다섯번째의눈이생겨났다.운좋게저주병에서벗어난이들은그들만의벙커,‘타운’을만들었다.타운은선택받은이들의새로운세상,곧‘방주’였다.견고하게만보이는방주였지만오래된것들에는언제나틈이생기기마련이었다.타운의틈은바로저주병이었다.어디선가흘러들어온바이러스가타운내부에도감염자를만들었다.타운인들은타운을지키기위해,그리고“인류의보전”을위해규칙을만들었다.타운의제1규칙,“얼굴이아닌곳에난이목구비를보면신고하라”.

「꿰맨눈의마을」은주인공‘이교’가친구인‘램’을잃게된후의이야기다.‘램’은목뒤에두번째입이생겼다는죄로타운에서추방당했다.램을잃은후이교를뒤덮은건친구를잃은슬픔과아무것도할수없다는무력감그리고두려움이었다.사실이교에게는비밀이있다.등뒤에세번째눈이있다는것.이교의눈은태어났을때부터이교와함께였다.다만감은눈은아주작고마치주름처럼보여‘정상인류’를구별하는과정에서살아남을수있었다.이교의부모님은이교의세번째눈을꿰매고옷차림을단속하는것으로이교를지켜냈다.이교는저주병에걸린채로태어났지만‘여전히’괴물이되지않았다.램의생각에혼란하던이교는램과놀던마을가장자리계곡에서홀로수영을하다낙하산을타고내려온‘람’을만난다.람은타운밖의사람으로홀로경비행기를운전하다추락해타운에왔다고한다.이교는람을보고깜짝놀란다.멸망이전구인류의흔적이라는비행기,그리고눈이다섯개인소녀람.이교는람으로부터믿을수없는타운의비밀에대해듣게되고,이내람과함께타운을떠나기로결심한다.

“이렇게아무렇지도않은일이었다니.”
람이이교를마주보았다.한때저주의표식으로오해했던아름다운세번째눈이자비롭게이교를내려다보고있었다.이교는람의다섯개의눈에하나하나눈을맞췄다.람이말했다.
“이제비행기가있는곳으로가자.”
이교는고개를끄덕였다.여덟개의눈을가진두사람이황야를걷기시작했다.(61쪽)

절망속에서찾아낸희망
비관을직시하면서도포기하지않는
‘그럼에도불구하고’의세계

“언젠가견딜수없어지는때가오면,
파이를만들어봐.”

두번째이야기「히노의파이」는이교가타운을떠나기전,그리고램이추방당하기전의이야기다.이교의삼촌‘백우’는저주병에걸린감염자를타운밖으로내보내는문지기다.그에게는연인‘히노’가있다.히노는저주병에걸린추방자에게제공하는미트파이를만드는조리사다.타운인들에따르면미트파이는추방자가자신의최후를선택할수있게하는마지막배려로,그들이괴물이되기전존엄한죽음을선택할수있게한다는명목대로독을넣어만든것이었다.히노는갓난아이때타운의울타리밑에버려져조리사였던‘구노파’가데려와키운아이였다.누군가의가족이었던자를추방하는문지기와그들에게줄독이든음식을만드는조리사라는수식어는백우와히노를함께하게만들었다.평화롭게사랑을키워가던이들에게변화가생긴것은황야에서였다.타운의유일한외지인으로타운밖을궁금해하던히노를위해백우가몰래그를데리고황야로나간것이었다.하지만히노는그날자신이만든미트파이를먹고죽어가는추방자를보게되고이내충격에휩싸여스스로를방에가둔다.자책하는백우의앞에모습을드러낸히노의어깨에는날개처럼보일만큼여러개의팔이자라나있다.백우는자신때문이라며스스로를탓하고,히노는백우에게자신의파이레시피를남기고제발로타운을벗어난다.백우는그러한히노를원망하며잊지못한다.마침내조카이교를타운밖으로데려다준날,백우는결심한다.미뤄왔던히노의파이를만들기로.

히노,나는그무수한별의수만큼내가두고온사람들을생각해.우리의손에묻은피와파이를먹은사람들을,그들에게서빼앗은시간과그들이가질수있었던모든걸생각해.우리가지금껏믿어온것에대해서.돌아갈수없는길을너무멀리왔다는생각이들어.그러니오늘은꼭파이를완성하고싶어.
할수있겠지?(127~128쪽)

황야의신기루에서빛나는실재가되다
마침내감은눈을뜨면보이는
‘조예은원더랜드’

타운에서쫓겨난‘램’은황야를헤매다파이를먹기로결심한다.하지만웬걸,파이를먹어도램은죽지않았다.램은이제살기위해움직인다.그러다램의앞에무언가가추락한다.작은별이떨어져나온것같기도한그것은비행기였다.구인류의산물이라는비행기.램은추락한비행기안에서발견한물과식량으로삶을이어나간다.그리고사진한장을발견한다.정상인류의기준으로는너무적은팔과너무많은다리,있어서는안될곳에생겨난기관들,그렇지만웃음이만연한가족사진을.그때조종대에서지지직소리가들리기시작한다.비행기의주인을,또한램을구하기위한소리가.

그는이교가있는꿈으로향하며계속해서타운과황야를,끊어진다리와그건너를곱씹었다.우리가두려워하던것.우리가믿었던것,우리가저지른일들,이제는돌이킬수없는사건들.기억의징검다리를건너꿈의세계로입장하면이교가기다리고있었다.그는꿈속의이교에게그모든걸전부말해주었다.그곳을벗어나서야마주하게된타운과황야의진실을말이다.
이교,황야를지나면다리가나와.그다리를지나면새로운세상이있어.그러니까.
“같이가자.”(164~165쪽)

『꿰맨눈의마을』은정체불명의저주병을둘러싼타운의비밀과인물들의성장을그리는연작소설이다.환경파괴와기후위기라는인류의오랜문제는세상을,그자신을멸망시켰다.빙하가녹았기에깊숙한곳에얼어있던고대의바이러스들이세상을덮쳤다.신의저주인줄알았지만실은명확한인과의결과였고,신화(神話)가아닌진화(進化)였다.신의저주가아니었기에애초에타운은방주가될수없었다.타운인들은저주병을방주에생긴틈처럼여겼지만,신의방주였다면생기지않을틈이었다.모든것은인간의선택이었고,그들의‘다름’을받아들이지않고자하는아집이제눈을꿰맨것이었다.
어쩌면우리는눈을꿰맨채세상을바라보고있다고여기는지도모른다.제멋대로의잣대와편견으로눈을가리고있으면서눈앞의세상이진짜라고믿고있는지도모른다.단단히닫힌눈을열면새로운세상이있다.이제는닫힌눈을열고진짜세상을보아야할때다.『꿰맨눈의마을』은세상의모든‘다름’에대한조예은의애틋한전언이다.눈을열면보인다.“조예은의원더랜드”가.

작가의말
대부분의이야기는가짜다.허구는자신을최대한숨기려할때도있고,있는힘껏드러낼때도있지만허구라는것자체가사라지지는않는다.더군다나내가쓰는이야기에는대부분초현실적이거나판타지스러운요소들이등장하니,음식에빗대본다면돈가스소스가노란색이거나보라색인모형을만드는꼴이다.
최대한먹음직스럽고,진짜같지만어딘가이상한,이상해서계속보게되지만끝내진짜라고믿고싶어지는그런걸만들고싶다.나는모형들이좋다.지면과스크린위의진짜인척하는모든이야기를사랑한다.그래서일단은계속하는수밖에없다.
_에세이「빛나는모형들」중에서

해설
조예은의세계는애틋하다.무너진세계에서도빛바래지않는기이한낭만의흔적.고어가순정과엮여들고,죽음은새로운관계를낳는다.비극이있어서비로소온전해지는세계를몇번이고경험하게한다.일상적인풍경은어떤사건으로완전히짓이겨지고,그이후에비로소만나지는세게가주인공을새롭게살게한다.‘알수없음’의세계를유머와낙관으로그려보이는조예은의방식은“그럼에도불구하고”의세계다.
_이다혜(작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