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XX - 새소설 14

1990XX - 새소설 14

$15.00
Description
“너네는 하얀 말이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니?”
“글쎄요. 행운?”

제6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 수상작
파괴적인 과거를 딛고 일어나 나아가는
우리와 그들의 미래를 위한 이야기
제6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 수상작!
파괴적인 과거를 딛고 일어나 나아가는
우리와 그들의 미래를 위한 이야기

제6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을 수상한 『1990XX』가 ‘새소설 시리즈’ 열네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에픽』 『베개』 『Always Crashing』 『Spillover Magazine』 등 여러 문예지에서 소설가로서의 두각을 나타내던 김아나 작가의 첫 소설이다.

1990년은 가장 많은 여자아이가 낙태된 시대로서의 대표성을 가진다. 이는 단순히 과거에 일어난 한 사건이나 토막 난 시대성이 아니라 지금까지 끊임없이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병렬화된 ‘현재’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러한 1990년의 특이점에 천착해 단편이 모여 있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지만 마지막 단편에 각 단편의 흐름이 한데 모이는 독특한 구조를 내세워 그 해의 ‘백말띠 여아 집단 낙태’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

김아나

1987년서울출생.토끼띠.2021년‘던전’에단편을실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에픽』『베개』『AlwaysCrashing』『SpilloverMagazine』에단편과에세이를실었다.

목차


Ⅰ.대학살
Ⅱ.하얀털이빛나는말
Ⅲ.밤과지하와짐승들의왕
Ⅳ.무한궤도D
Ⅴ.베눌라의우버운전사
Ⅵ.초판(初版)의아이들
Ⅶ.이뼈가소녀들을그곳으로인도하리라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1990년에사라진백말띠여성들,
환영받지못한여성들을향한진언

제6회자음과모음경장편소설상을수상한『1990XX』가‘새소설시리즈’열네번째작품으로출간되었다.“흥미로운소재,강력한주제의식그리고매력적인서술이라는장편소설의3박자를고루갖춘소설”(심사평_박인성소설가)이라는호평을들은이소설은제목에서부터이야기하고자하는바를명확하게드러낸다.‘1990’은백말띠는기가세다는이유로여아집단낙태를실행에옮겼던한국의1990년을,‘XX’는1990년에태어나자마자살해당했거나태어나지조차못한아이들의염색체를가리킨다.
실제로1990년은가장많은여자아이가낙태된시대로서의대표성을가진다.이는단순히과거에일어난한사건이나토막난시대성이아니라지금까지끊임없이그여파가이어지고있는,병렬화된‘현재’이기도하다.작가는이러한1990년의특이점에천착해단편이모여있는형태로구성되어있지만마지막단편에각단편의흐름이한데모이는독특한구조를내세워그해의‘백말띠여아집단낙태’에대해이야기한다.따라서이소설은백말띠해에낙태된여자아이들에대한애도이자그들의죽음과지워지지않는존재를현재화하기위한의식적인시공간여행이라할수있다.

다층적인장르와시대를넘나들며벼려낸
기이하고,강력하고,매력적인이야기들

1990년.독일이통일되고미국이우주로망원경을발사하는동안한국에서는조용한학살이자행되었다.많은이가임신한아이의성별을감별한후,여자아이일경우낙태했다.처음부터이세상에존재하지도않았던것처럼아주깨끗하게.여성들은“마치내몸이자기몸인것처럼내가앞으로무얼해야할지지시”하는시부모나남편에의해아이를지워야했고,그이후의일은혼자“다뒤집어쓰고”심지어“죄책감을강요”당하기도했다.
이런‘대학살의해’1990년의모습을온갖장르문법을통해종횡무진펼쳐내는이소설은자신에게무관심한어머니의비밀모임에따라간현우의이야기로시작된다(「대학살」).비밀모임의정체는1990년에낙태당한여자아이들을위한천도재.현우는그곳에서1990년생이되어야했을자신의누나,지안의영을만나고,무언가근본적으로잘못되었음을깨닫는다.하지만이를돌이키기에는너무늦은것처럼보였다.적어도남자-현우의눈에는.
「하얀털이빛나는말」은1930년과1989년에생성된여성들에대한괴담을이야기한다.구전되는괴담들은시간이지날수록뒤틀리며뻗어나가죄없는희생양을만들어낸다.1930년에경성에서일어난의문의방화사건은약자였던조선인들이누명을쓰는결과를낳았고,여기에서파생된백말띠여아들이과거에살았던미친여자들의운명을닮을것이라는1990년생백색말띠괴담은저주가되어여아집단낙태라는사회적괴물을만들어낸다.

흑백모니터속의추상적인형상이여자아이로밝혀지는순간사회는,시부모들은,남자들은,여자들은,백색으로빛나는불꽃말을타고저택에불을지른미지의미친년유령이미지를떠올렸다.만약방화범과같은띠를가진여자아이가태어난다면그아이는무시무시한일을저지른뒤손에식칼을들고이렇게말할수도있었다.
“날태어나게한건당신들의원죄야.”

이저주는2084년에도여전히지속된다.아니,더욱광범위해져“사지가제대로붙어있고시력최상,냄새를맡는데지장이없는후각,온전한촉각을보존한어린이.ADHD와유아우울증,자폐,언어장애,학습장애,발달장애,거짓말과가출,도둑질과필로폰과펜타닐에서안전한,정신이건강한어린이”를제외하면모두길바닥에내버리는지경에이른다(「밤과지하와짐승들의왕」).그리고그렇게버려진아이들중살아남은여자아이는고양이와바퀴벌레,쥐와두더지땃쥐,개들에게거둬져그들의왕이된다.
‘완전함’과‘정상’에만집착하는인간들과‘불완전함’을‘다름’으로보고자신의무리로받아들이는동물들의모습에서우리는우리가남자아이만을정상으로취급했던,인간이기를그만두었던시절이어쩌면지금도,미래에도이어지고있을지도모른다는생각에과거를돌아보게될것이다.

숨이끊어져도여전히서로를보듬으려하는,
희망을놓지않고새로운방향으로뻗어나가는
여성들의애도와연대의목소리

이후소설은1990년생백색말띠괴담의여파에서살아남은여성들의이야기로접어든다.유튜브라이브를위해흉가에들어갔다잔인했던과거를직시한후사명감을띠고과거가“발산한모든것들,폭력과학대,욕설을전부되”돌려주며태어나지못한아이의이름을“망막안에넣고,갈비뼈속으로”품어기억하고(「무한궤도D」),낙태가불법인먼나라에서“맨날숨어다니는거좆같”다고느끼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불법체류까지하면서.위험을무릅쓰면서”임신중절수술을하는의사에게로임산부를데려가과거와다른미래를만들려노력하는(「베눌라의우버운전사」)여성들.그리고이러한기억과노력,태어나지못한친구들을애도하고감싸는연대의손길은마침내“갈가리찢긴”1990년생여자아이‘소리’를현재로꺼내어오는(「초판의아이들」)원동력이된다.

나의첫번째딸,1990년3월3일.새벽세시출생.어떻게소리를잊을수가있었지.찰나의망각일지라도오선은스스로를용서할수없었다.소리.결코복제불가능한초판의아이.그아이가집필한책의초판본이오선의손에들려있었다.

이처럼작가는태어나기도전에부정되고차별받고마침내살해당한,혹은가까스로살아남았으나환영받지못한여성들의뒤틀린삶과죽음을이야기하기위해수많은시공간에서불화하는캐릭터들과파편화된서사를꺼내온다.그리고마지막단편「이뼈가소녀들을그곳으로인도하리라」에서모든캐릭터와서사를한그릇에담아냄으로써그들이필연적으로도달해야할곳,애틋함과위로와평등이흐르는여성연대의공간에그들을안착시킨다.

도서관이기록해온여자들이싸워온건결국스스로모든일을선택하고자하는당연한권리였다.빌어먹을,정말살기힘든시절이었겠다.미래는살면서한번도무언가가힘들다는고민을해본적이없었다.그런데지금,도서관의미지근한돌바닥에누워있는현재는그빌어먹을힘듦에서비롯된것이었다.미래의현존은할매들이깨부수고재건축하고닦아놓은토대위에있었다.

“『1990XX』는강렬하다.기이하다.불친절하다.그리고무엇보다지금우리에게꼭필요한소설이라는점에서뼈아프다.”(심사평_김미월소설가)1990년을기억하는,그리고1990년에서살아남은이들이라면누구나이소설이주는뼈아픔의이유를알수있을것이다.이아픔에전율하는모든이가“제육체를되돌려받기위해투쟁했던”역사가새겨진“할매들의몸을관찰하며미래를꿈꿀수있을”미래와마찬가지로우리의과거-현재-미래를검은돌에,새하얀뼈에새롭게새겨나가기를바란다.끊임없이들렸던,들리고있는그리고앞으로도들릴여성들의목소리를세상에퍼뜨리는이소설의힘을받아.

‘새소설’은지금한국문학의가장참신하고첨예한
작가들의시선을담는소설시리즈입니다.
읽는즐거움을누릴수있는젊고새로운작품을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