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빗 인 더 홀 (김나현 소설)

래빗 인 더 홀 (김나현 소설)

$16.80
Description
안온한 모순들과 서늘한 상냥함,
단정하게 그려낸 수상한 세계로의 초대

“삶과 상처, 기쁨과 슬픔, 어쩌면 소멸까지도
부재의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김나현 소설집
보드랍고 따듯하게 낯섦을 건네는
‘김나현의 첫 소설집’

〈안나〉 원작 『친밀한 이방인』 소설가 정한아 추천!

2021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통해 소설가로서 첫발을 뗀 김나현이 그간 부지런히 그려낸 일곱 개의 작은 세계를 그러모아 한 권의 세상을 완성했다. 멀리서 보면 안온하기 그지없는 삶을 집요하게 들여다보며 낯설고 서늘한 구석을 기어코 떼어내 각양의 이야기로 발전시키는 작가의 능력은, 사실 그 자체보다 단정하고 차분한 방식과 과정에서 더 빛을 발한다. 그녀가 만든 세계라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도 어쩐지 믿어봄 직하다고 여겨지는 수수께끼 같은 마법이 이 한 권에 펼쳐져 있다. 우리는 그저 작가가 가리키는 그 세계로, 무한히 확장할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저자

김나현

2021년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소설을발표하기시작했다.
장편소설『휴먼의근사치』를펴냈다.

목차

안의세계
오늘할일
래빗인더홀
미동
로쿰
앙배의이야기
꿈의책의꿈

해설│불가해한삶속성실한수수께끼의미학-민선혜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평연한소멸,안전한균열,아늑한추락
익숙하고당연한것을새롭게감각하는시간

소설집은김나현의등단작「안의세계」로문을연다.견고하게이상한작가의세계그정문에위치한소설이다.「안의세계」안에는안眼(눈)이없는인물이등장한다.주인공이레는이눈이없는여자를통해‘보는것’과‘보이는것’의섬세한차이를알아간다.눈이있어보이는것과눈이없음에도볼수있는것을깨달으며세상을보는시각과본다는것의의미를새로이정의한다.이소설의결말에닿을때쯤모두가자신의눈두덩에손을가져가보거나그자리를채울또다른눈을상상해볼것이다.
「오늘할일」은회사,성과,결혼,대출,내집마련,소음,보상금같은현실적인소재들이가득담긴소설이다.매일다이어리에‘오늘할일’을적고제대로수행하지못한나를확인하는매일이이어지는소설의중심부는,우리에게소설이아닌다이어리를읽고있는것같은착각을불러일으킨다.매일의다짐이사실은어차피지키지못할약속이자이룰수없는계획임을알고있는대목에서,그것을자각한후에도성실하게할일을기입하는것을멈추지않는대목에서우리는희망과불안이한몸임을받아들인다.


“따뜻한물에잠기듯,검은구멍속으로몸을밀어넣듯
마음놓고존재의암전을누릴수있었다”

표제작「래빗인더홀」은작고보드라운토끼의시선으로이야기가흐른다.유치원사육장에살고있는,바이러스창궐이후혼자남겨진이토끼를통해서도희망과불안은같은문을통해드나든다는사실을알수있다.무언가를잊기위해구멍으로들어갔거나들어가려는존재들과누군가를찾기위해구멍으로들어가려는존재를통해소멸은어쩌면하나의가능성임을,외로움과평안은그리다른말이아님을속삭이듯알려준다.
「로쿰」에나오는구멍은조금더서늘하다.어느날갑자기몸에생긴구멍에스스로가먹히고,그과정을고스란히지켜봐야하는기묘한잔인함마저존재한다.구멍에의해사라지는건몸체뿐이아닌데,구멍이커지는소멸이발현될수록존재에대한기억역시함께사라진다.흐르는시간만큼막을수없는소멸은기어이모든기억을망각시키지만,노트로옮겨적은기억은사라진와중에도선연히존재하며소멸을저항해낸다.


존재와선택의무한한여지,
그파편들이아름답게존재하는세계

「미동」에는존재하지않고도가장선명하게존재하는인물이등장한다.격리라는이름으로방안에스스로를가둔여자는,방밖에위치한그녀의엄마와언니와조카로인해조금은기구한인생의전환점들이들추어진다.기억하는이마다묘하게다른모양을한그녀의과거는,현재에이른방안의존재를의심케하는혼동을선사한다.
제목그대로앙배의이야기로이루어진「앙배의이야기」는가장다양한가능성을지닌소설이다.앙배와나그리고앙배의이야기로인한나의이야기모두저마다의‘만약’이존재하며셀수없는물음표와말줄임표를만들어낸다.액자속앙배의이야기에서빚어지는분실과획득이일으킨날갯짓은액자밖나의인생에나비효과가되어선택의순간,기회와성공의열쇠가된다.하지만이소설의제목이화자인‘나’의이야기가아닌‘앙배’의이야기인이유는또한선택에있음을밝혀둔다.
마치앞선가능성들을실현하면이런모양일까.「꿈의책의꿈」은현실과꿈이,과거와현재가이음점없이맞닿아유연하게넘나드는과감한소설이다.삶의가능성과꿈의현실성은교차하고전복되는지점을느낄수없을만큼자연스럽게흐르고,우리는그안에서기묘한희망을맛볼수있다.


의지대로되지않는지점마다열리는가능성,
그것이바로“성실한수수께끼의미학”

『래빗인더홀』의해설을쓴민선혜 평론가는“김나현의소설에는수수께끼같은부분이하나씩존재한다”면서도“수수께끼의답을찾지못했다고상심할필요는없다”고말한다.“삶의모든질문에답을내릴수는없다는사실이작가가세계를바라보고이해하는핵심이기때문”이라는이유를덧붙이면서.즉,김나현은이몽환적이고수상한세계속에서도가장진실된마음,가장현실적인이치를바탕에두고있는지도모른다.우연히펼쳐내거나손가는대로풀어놓은것이아닌,아무리구르고넘어지고추락해도다치지않을만큼안전한바닥이존재하는것이다.그바닥에깔린쿠션은김나현이라레이블링된가능성과희망일것이다.

■■■해설

김나현의소설은볼록렌즈실험처럼어느한곳을들여다보게만들고,그곳에잠재해있던이상한기미들을살며시들춰낸다.김나현의볼록렌즈가빛을모으는지점은잘보이지않는곳,그래서더욱이볼록렌즈가필요한곳이다.가만히들여다보지않으면보이지않는마음과,가만히바라보지않으면이해되지않는세계와사람들.김나현은이렇게삶의애매한곳을향해아주정확하게빛을모은다.희미하고분명치않은삶의구석들을확대해보는것만으로그누구도쉽게답을말할수없는수수께끼가스르륵튀어오른다.
-민선혜(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