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의 오리무중 - 트리플 23 (양장)

테레사의 오리무중 - 트리플 23 (양장)

$14.00
저자

박지영

저자:박지영

2010년조선일보신춘문예로등단했다.장편소설『지나치게사적인그의월요일』『고독사워크숍』,소설집『이달의이웃비』가있다.2013년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소설테레사의오리무중
올드레이디버드
장례세일

에세이테레사와나의오리무중

해설자아를분리한노동자와,그들의연대가능성-선우은실

출판사 서평

2024현대문학상우수상수상작수록
규격화된마음을두드리는진심
유쾌하게펼쳐지는연대의가능성

“저는해피엔딩이아닌건참을수가없어요.
알잖아요?진짜어려운건누구도다치지않는타협이라는걸.
그러니까,그힘겨운선택을절대폄하해서는안된다고요.”

등단이후꾸준히어지러운세상에서각자의방식으로고독한사람들이맺는관계를써온작가박지영의첫번째연작소설집『테레사의오리무중』이자음과모음트리플시리즈로출간되었다.2024현대문학상우수상을수상한「장례세일」을비롯해두편의소설이실린이소설집에서는2013년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을수상하고김유정문학상우수상,현대문학상우수상을수상한박지영소설가의씁쓸하고유쾌하며고독하고다정한세계가펼쳐진다.

「테레사의오리무중」은성당부속센터에서일하는테레사가자신의자아를분리할수있음을깨닫고,일하는신체적테레사(자신)와꿈을이루려는자아(테레사)가함께살아가는이야기이다.테레사는센터의중간관리자주경과일하는방식을두고반목한다.주경은테레사에게그녀의입밖으로자아가튀어나오는것이보이니주의하라고하고,그때문에테레사는자신의자아가형태를지녔음을알게된다.테레사는자아를분리해자신의꿈을실현해보려고한다.반복되는일을하는테레사는자아가꿈을이루기를바라지만막상자아는빈둥거릴뿐이며,급기야는주경에게돈을빌려도망치고만다.

포장공정을확인하러온주경이다가와말했다.여사님은,마스크를쓰시는게좋겠어요.마스크를벗고있다는걸잊고있던터라성테레사는깜짝놀라며마스크를찾아썼다.둘러보니여사님들중에반이상은마스크를벗은채일하고있었다.그런데왜나한테만.마스크착용의무가해지된지가언제인데,이것은관리자의갑질이아닌가?그것도상급관리자도아니고,기존의중간관리자가공석이된틈에같은작업반에있다가어부지리로중간관리자자리를임시로꿰차게된주경이이런요구를한다고?애초에벗을생각도없었는데주경이강제하자마스크를쓰고일하는게더없이불편하게만느껴졌다.그냥참을까하다가다른여사님들도안쓰셔서괜찮은줄알고,하고조심스레말을꺼내자주경이조용히속삭였다.
자아가.
네?
자아가자꾸튀어나오려고하던데요.마스크로가리는편이낫겠어요.(10~11쪽)

세계를버텨나가는자조적개인과
비관을어루만지는담담한손짓

두번째이야기「올드레이디버드」는계약직영우와미술관정규직학예사정사이의미묘한관계를다룬다.큐레이터와친구가되고싶어하는영우는학예사정에게선물을주기도하며그녀와친밀한관계를유지하고있다고생각한다.영우는정의세계,부유하고평온한세계를동경하며그들이귀여워하는고양이에게부러움을느낀다.그러던어느날정은실수로차로고양이를치어죽인다.영우는고양이수습을바라보면서정과자신사이에비밀이생겼다는묘한기쁨을갖지만그이후정은영우를피할뿐더러,영우의계약직마지막출근날에는휴가를낸다.영우는쉬면서고양이를임시보호하다가입양자로나선주경에게고양이테루를넘겨주고서,그들의생활에집착하다가곧자신이원하는것은어떤포근한사랑이라는결말에이른다.

영우의고양이는아직밖에있었다.추위와어둠속에.그러니이곳역시고양이가있는세계였다.그리고영우또한추위와어둠속에길위를떠도는것으로오래전부터고양이가있는세계에머물고있었던거였다.고양이를간절하게좋아하지는않는마음그대로도온전하게속한채.고양이는그런식으로모두에게공평했다.나쁜동네산책을하는길위의사람들곁에서,공평한추위와공평한어둠을나누며(132쪽)

체념을기본으로장착하고살아가는이들에게주어지는
지극히현실적인‘해피엔딩’의세계

2024현대문학상우수상수상작「장례세일」은평생을실패한세일즈맨으로살아온아버지독고씨의장례를치르기위해그의장남현수가벌이는일종의희극이다.서른이넘도록계약직을전전하는현수는장례식장에서일하게되는데그곳에서는직원가족이상을당하면30퍼센트를할인해주는혜택이있었다.현수는평생가난속에서살다간아버지의죽음을그곳에서치르기를바란다.그러나친구가거의없어텅빌아버지의장례식장을상상한현수는,이서글픈죽음을성황리에마무리하고자그간독고씨가일하며관계를맺던이들에게과대광고성죽음세일즈를시작한다.그것은아버지의친구와동료들에게거짓으로꾸민감사메시지를보내는것이었다.그가보낸가짜추억이담긴감사메시지에많은사람들이감동하고,마침내아버지가죽자장례식장에는예상보다많은이들이찾아온다.

어쩌면누군가의‘그래도싼’인생은,본인이무언가를이루어서가아니라이렇게아무관계없는,이유없는타인의완전한선의에의해서다른의미의‘그래도싼’인생이될수도있는게아닐까,현수는먹먹히그런생각을하기시작했다.아무리비싼가격을매기더라도그래도싸다,그래도싸,라고중얼거리게되는한사람몫의공정.그러니현수뿐아니라그누구도타인과자신의인생에함부로싸구려인생이라는가격표를붙여서는안되는것이다.그런것은결코누구에게도허락되어서는안되는것이다.그렇게독고씨의죽음은오늘밤,낯설고온전한선의에의해새로운의미를부여받은‘그래도싼’죽음이된다.(203~204쪽)

『테레사의오리무중』에실린느슨하게연결된세편의단편에서공통적으로이어지는특징은세계를바라보는박지영식의날카로운유머와거미줄처럼이어진인물들의관계다.박지영은각기다른사정을가진인물을등장시켜사람의복합적인면모를보여주는동시에,이를연결시켜독자들의삶에존재할지도모르는테레사,영우,현수를보게한다.“박지영소설의인물들에게노동자로서경험은단순‘체험’이아니라,곧자기의정체성이나자기삶의가치를압도적으로좌우하는요소로작동하며,그렇기에이들에게‘어떤노동자인가’하는물음은자신의일부를넘어전체가치에대한증명과직결돼있다.”(선우은실_해설중에서)

이인물들의삶은너무도희극적이고코믹하지만,그사이에담긴삶의비애가남기는여운은깊고짙다.어디로사라졌는지모르는테레사의아홉번째자아를함께찾아가고,친구가될거라고착각혹은소망한영우의마음을이해하며,버티는삶을살아온자신에게드디어감사편지를쓰게된현수의결심을읽어나갈때,우리는『테레사의오리무중』을통해“각각의소설에서종내포기하지않는인간적가치에대한희구”그리고“현실의복잡성에도불구하고아주본원적인연대의가치를발견할수있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