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반만이라도

밤의 반만이라도

$17.00
Description
윤성희, 성해나 소설가 추천!
2020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선진의 첫 소설집. 그가 담아낸 여덟 편의 소설들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다채롭게 그려진다. 이 퀴어 여성들의 이야기는 겨울이라는 한정적인 계절과 비밀스러운 밤 속에서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이선진이 펼쳐놓은 세계에 가만히 시선을 던지는 순간 우리는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사랑과 날것의 삶을 속절없이 상상하게 된다.
불안하고 동요하는 우리 각자의 마음 틈새 위에 가만히 손을 얹는 이 소설집에는 어떤 단언도 담겨 있지 않다. 그저 우리는 “존재와 사건들 이면의 가늠할 수 없는 복잡함”을 함께 견뎌낼 만한 고요한 위로를 느끼게 된다. 이선진이 남긴 “작지만 분명한 인기척”은 끝나지 않을 겨울밤 내내, 우리에게 식지 않을 따뜻한 자국을 남길 것이다.
저자

이선진

저자:이선진

1995년인천에서태어났다.2020년『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부나,나
나니나기
보금의자리
망종
무관한겨울
밤의반만이라도
고독기(考讀期)
생사람들

해설│수치의유산과살아있는반전(半全)의밤―전청림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수상이선진첫소설집
윤성희,성해나소설가추천!
“새롭게독자를만들어낼가능성”

“나한테도있어요,나만의밤이.”

밤을긁어내그리는여덟빛깔이야기
반쪽으로완성하는흩어진마음의세계

2020년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한이선진의첫소설집이자음과모음에서출간되었다.그가담아낸여덟편의소설들은“이세계모든유의전형성을질문에부친다”(김미정_심사평중에서).현실과환상을넘나들며다채롭게그려지는퀴어여성들의이야기는겨울이라는한정적인계절과비밀스러운밤속에서더욱애틋하게다가온다.이선진이펼쳐놓은세계에가만히시선을던지는순간우리는정형화되어있지않은사랑과날것의삶을속절없이상상하게된다.“새롭게독자를만들어낼가능성”(김미정_심사평중에서)에기꺼이응답하는이선진의‘밤’은우리에게흩어진채로온전한마음을선사해줄것이다.

"모두진실했고진심이었고오직나만의것"

서늘한온기로가득한이기적인마음
그로부터시작되는애틋한사랑담

「부나,나」의‘나’는같은도서관사서인‘부나’를만난뒤복잡하고불편한감정의소용돌이한가운데놓이게된다.악성민원,동성애혐오와같은문제앞에서도주눅들지않는부나와달리“여자대여자로어떤‘선’을넘은경험은단한번도없”었던‘나’는,경험의부재속에서부나에게“양가적인감정”을느낀다.부나의아버지가살고있는‘안면도’에서있었던모종의사건으로두사람은멀어지게되고시간이지난뒤재회한다.‘나’와부나사이에놓인간지럽고묘한긴장은미완성된사랑의의미를곱씹게만든다.
「나니나기」의‘나’는대학동기이자짝사랑상대였던‘유미’의장례식장에연인인‘연휘’와동행한다.장례식장도착전과후에그들이나누는평범한대화에는삶과죽음,타인을향한미운마음이공존한다.‘나’는설령부정적인것일지라도자신의감정에쉽게타협하지않는다.“무람없이밉살스러운”마음은도리어유미를애틋하게회상하게만들고,멈추었던걸음을연휘와함께다시나아가게만든다.그과정이실패한사랑을위한애도처럼다가오는작품이다.

“다만이곳이그녀에게아늑하고편안한
보금자리가되어주길바라면서.”

무너지거나사라진자리에서
새롭게뻗어나가는삶을향한끈질긴움직임

이선진의“특유의불안정하고아슬아슬한긴장의상황”은「보금의자리」속장르적상상력을통해다시한번펼쳐진다.전세만기를앞두고있던‘나’는죽어유령이된집주인과뜻밖의계기로마주한다.두사람의비현실적인만남은주거불안문제,건축현장에서사망한‘나’의애인의죽음과같은현실적인이야기로확장된다.단호한농담과“가난과사랑,언어를오가는다층적인수치의결이새겨”진이선진의소설은,환상의방식을빌려집과공간이라는보편의주제를다채롭게바라보도록만든다.
‘현실’을‘환상’으로꾸려내는이야기는「생사람들」에서도살펴볼수있다.매일일기처럼유서를쓰는‘나’에게죽은‘하우’가찾아온다.그들이나누는대화와스치는풍경속에는내내죽음이공존한다.다시만날것처럼하우와다정한작별을한‘나’는엄마,언니와함께서로가죽고싶었거나죽을뻔했던이야기를나눈다.죽음에대한대화와서술이이어지는동안소설은오히려‘살아있음’의의미를떠올리게한다.
「망종」은할머니의기일을맞아‘우매’씨의집에‘나’와‘미진’이방문하며시작된다.생전의할머니는할아버지와사별한뒤자식들에게우매씨와연인임을“선언”했다.유년기에“이성애적규범의압박감”과“퀴어한욕망”의충돌을경험한‘나’는성장한후에도그영향아래놓이게된다.할머니와우매씨의추억을회상하는동안‘나’는위태롭고불확실한감정으로점철된미진과의관계를응시한다.한편80대레즈비언커플이었던할머니와우매씨의“건강하고젊은연애”는만성적인‘나’의“우울”과“분노”속에서“사람이니까그럴수”있다는사소하고단순한사실아래“명징한자기이해”로이어지게만든다.특정세대에머물지않는이선진의유연한시선은“물려받을만한세대론적역사도긍정적인모델도찾아보기”어려웠던퀴어의현실에깊은파동을일으킨다.

“그겨울,
우리는어두워지는데일가견이있었다.”

빛과밤의정반합
역설로완성되는사랑의세계

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당선작인「무관한겨울」은“재치와유머를담은문장력”“애틋한서술과통찰”(노대원,편혜영_심사평중에서)이란평을받았다.소설은‘나’가예상치못한교통사고로입원한‘영문’을찾아가그를돌보는일종의문병기다.영문은자신이일하던어린이집원장이“CCTV가없는곳에서아이의발바닥을수차례바늘로찔렀다”는것을외면한적이있다.스스로를처벌하고자바늘을건네는영문의부탁을‘나’는거절하지않는다.한정된공간에서명랑한리듬을잃지않으며이어지는‘나’와영문의진심과농담은상처와사랑을동시에닮아있다.‘나’는영문의죄책감을외면하지않는방식으로,“응원도방관도아닌그사이의어중간한형태”로곁을지킨다.이렇듯소설은“‘무관’한겨울이지속되어야타인과‘유관’해질수있다는역설”을덤덤하게그려낸다.
표제작「밤의반만이라도」의13살‘나’는활동보조사인엄마를따라전맹인‘미수’씨와그의딸이자같은반인‘너’를만난다.‘너’는‘나’의마음에그어둔‘금’을쉽게넘어오는사람이었고그런‘너’에게‘나’는처음으로사랑을느낀다.전맹시각장애를“밤을품는특권으로정체화한”미수씨는시력을잃어가던‘너’와‘나’의관계를달가워하지않는다.

“준비물:숨길보물,돗자리(...)보물을찾아헤맬마음.”

세사람은함께보물찾기여정을떠난다.그것은‘나’로하여금반짝이거나아름다운보물대신,완성되거나온전하지못한“반쪽짜리”이야기와“실패”가오히려“생의조건”이될수있음을깨닫게하는계기가된다.보이지않아도볼수있고,볼수없더라도보이는일.어느한쪽으로정의되거나한번에간파되지않는“모순”은이선진이선사하는새로운종류의성장이자“실패담”이다.
「고독기(考讀期)」는팬데믹을배경으로,타인뿐만아니라자기자신과거리두기가필요한‘나’의이야기다.“자기혐오를겪는”‘나’는“내가너무도나라는것”에우울감을느끼고그것은마치코로나바이러스처럼“나를가장못살게구는”일로환원된다.그러던중자신의성정체성을인정하려하지않는‘은오’와갈등을겪은‘나’는물리적으로떨어져지내게된다.그동안‘나’는각자의자리에서팬데믹을견뎌내는사람들을보며채워졌다가비워지는괄호처럼관계의거리를보다여유있게바라보게된다.이는소설의제목인‘고독(考讀)’의뜻처럼깊이생각하며삶의지문(地文)을읽어내리는것과맞닿아있다.
이처럼『밤의반만이라도』는불안하고동요하는우리각자의마음틈새위에가만히손을얹는다.그것에는어떤단언도담겨있지않다.그저우리는“존재와사건들이면의가늠할수없는복잡함”을함께견뎌낼수있길,『밤의반만이라도』가전하는고요한위로를느끼게된다.이선진이남긴“작지만분명한인기척”은끝나지않을겨울밤내내,우리에게식지않을따뜻한자국을남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