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자의 하인

엘자의 하인

$17.00
Description
“이건 지구가 멸망할 징조가 아니었다.
엘자가 돌아왔다는 징조였고, 나를 향한 엘자의 명령이었다.”

사춘기의 풋사랑을 올올히 묘사하며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강지영 작가의 성장 소설
『심여사는 킬러』, 『프랑켄슈타인 가족』 등의 소설을 통해 폭넓은 인간 군상을 포착하여 걸출한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여준 작가 강지영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 자음과모음에서 새 옷을 입고 출간되었다. 순진한 열두 살 소년이 아름답고 이상한 소녀 엘자를 만나면서 사춘기를 맞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이 성장소설은 개발 전 파주를 배경으로 하여 시골 마을 이웃들의 은근한 따스함과 유머가 가득한 이야기다. 작가는 우리가 지나쳐온 근과거의 풍경을 생동감 넘치는 고유어로 묘사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한국문학의 다채로운 맛을 살린다. 이제는 스릴러, 액션, 오컬트 등으로 지평을 넓힌 강지영 작가의 초기작을 다시금 선보이며, 작가가 가진 깊은 내공이 담긴 이 장편소설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첫사랑의 쌉쌀한 맛이 여전히 유효함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저자

강지영

저자:강지영
소설집『굿바이파라다이스』『개들이식사할시간』『살인자의쇼핑목록』,장편소설로『신문물검역소』『어두운숲속의서커스』『프랑켄슈타인가족』『하품은맛있다』『페로몬부티크』『심여사는킬러』『살인자의쇼핑몰1,2』『굿드라이버』등이있다.
카카오페이지와네이버웹툰에<스틸레토><마녀사월><살인자의쇼핑목록>을연재했다.

목차


엘자의하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이건지구가멸망할징조가아니었다.
엘자가돌아왔다는징조였고,나를향한엘자의명령이었다.”

사춘기의풋사랑을올올히묘사하며
현실과판타지를넘나드는강지영작가의성장소설

『심여사는킬러』,『프랑켄슈타인가족』등의소설을통해폭넓은인간군상을포착하여걸출한이야기꾼의면모를보여준작가강지영의세번째장편소설이자음과모음에서새옷을입고출간되었다.순진한열두살소년이아름답고이상한소녀엘자를만나면서사춘기를맞고어른이되어가는과정을담은이성장소설은개발전파주를배경으로하여시골마을이웃들의은근한따스함과유머가가득한이야기다.작가는우리가지나쳐온근과거의풍경을생동감넘치는고유어로묘사해,그동안잊고있었던한국문학의다채로운맛을살린다.이제는스릴러,액션,오컬트등으로지평을넓힌강지영작가의초기작을다시금선보이며,작가가가진깊은내공이담긴이장편소설을통해우리가잊고있었던첫사랑의쌉쌀한맛이여전히유효함을독자들에게전하고자한다.

남자같은엄마와여자같은아빠,
치매로정신이오락가락하는외할머니
평온하고잔잔한파주시골마을의소년에게
갑작스레나타난크고푸른눈동자를지닌엘자

『엘자의하인』의주인공양하인은도시개발이전의파주에살고있다.초등학교졸업을앞둔열두살의하인은도시개발이전의파주에산다.하인의가족은제법특이한데,엄마가보일러수리일을하며가장의역할을수행하고,아빠는살림과뜨개질을한다.함께사는외할머니는치매로정신이들락날락해싫었다가좋았다를반복하게한다.하인은종선이라는가겟집아이와친하게지내며,아옹다옹한소년시절을보내고있었다.그러던어느날,하인이네집바깥채에묘한모녀가세를들어오며마을에이런저런일들이일어나게된다.
바깥채모녀는시내술집에출근하는혼혈여성스텔라와그녀의딸엘자다.하인과동갑이라는엘자는검은머리에하얀피부에새파란눈을가졌다.엘자는작년에죽은하인이의개컴온과똑같이생긴개를데리고온데다,그개의이름조차하인이다.

소녀는엄마인외국여자를그대로줄여놓은것처럼아름다웠다.그러나꼭하나전혀닮지않은곳이있었다.그건그애의눈동자였다.엘자는양배추인형처럼크고푸른눈동자를가지고있었다.그런색깔의눈동자로남들처럼보고읽을수있는것인지의심스러웠다.
_본문중에서

엘자는밖에나갈때는늘검은선글라스,검은스타킹에장갑을착용한다.이낯선모녀덕분에작은마을은순식간에수런거리기시작한다.스텔라에게반한동네아저씨들은과잉친절을베풀고,하인이를비롯한소년들은엘자에게마음을빼앗긴다.모녀에게이성으로서반한남자들은정성을쏟지만,모두가모녀에게호의적인것은아니다.스텔라가지나가면양공주라는뒷말이나고,엘자는남다른외모에새까만차림때문에아이들사이에서마녀라는소문이돈다.
엘자는자신을눈앞에서욕하는아이들에게화가나면붉은입술로이상한주문을외운다.그주문을들은아이들은팔이부러지거나물에빠지거나하는등나쁜일을당한다.무섭지만이상하게신경쓰이는소녀엘자.하인은엘자가마녀일지도모르겠다고생각한다.

첫사랑의환상속에서펼쳐지는
소년과소녀의아릿한성장담

삶에누군가가등장하면누군가는사라지는법.하인의외할머니가어느날온데간데없이증발하고,하인은마치어른처럼외할머니의방을차지해혼자생활하게된다.할머니를돌보던시간이사라지면서,하인은엘자와더많은시간을보내며엘자의비밀을알게된다.엘자는자칫해서햇볕을쬐면피부에반점이생기고빈혈증세를보였다.그비밀을아는사람은오직마을에셋뿐이다.하인이는저도모르게엘자의하인역할을하게된다.친구를사귀고싶지만방법을모르는엘자와,어리숙한소년하인의관계는하인이매일엘자의양산을들어주며점차친밀해진다.

엘자가내게몸을기대고걷는지금이순간,어째서그때마셨던코코아냄새가코끝을스치는지알수없었다.함께걸을수있는시간을좀더마디게쓰고싶었지만그러기에엘자는너무나지쳐보였다.그애의옆얼굴이눈이부실지경으로빛났다.그빛이너무나찬란해,나는차마그애를바로보지못했다.
_본문중에서

하인은엘자를바라볼때마다“어째서몸이주인을배신하고제멋대로노는지알수없”을정도로따끔따끔한마음이,그애의얼굴이빛나는것이,“가슴이짜르르하고온몸의관절이삐걱대는동시에소름이빽빽이돋아”나는것이,무엇인지비로소알게된다.하인은“혹시엘자가내게마법이라도건걸까.삼장법사가오공이머리에금고아를씌워꼼짝못하게했던것처럼,엘자역시제멋대로나를부리기위해맘속으로주문이라도외웠는지모른다”라고생각하지만,그저소년은삶에등장한소녀엘자를사랑하게된것이다.첫사랑과격동하는집안사정사이에서하인의단순한소년시절이끝나고,아름답지만잔인한어른의세계로진입하게된다.그러던겨울,사라진외할머니가돌아온다.이제는다른이가떠날시간.엘자는이마을과하인에게안녕을고한다.

강지영작가는2013년에출간한이작품을개정하며결말을고쳐썼다.십년만에다시마주한엘자와하인의결말을바꾸는것은“실은계획하지않은일이었다.개정제안이닥친뒤에야원고를천천히다시읽고,문득그리고언뜻뭔가가떠올라실행했을뿐이다.”그러면서“얘,인생은말이다,닥치는대로사는거야.우는것만큼가치없는일이없어”라고말해주었던외할머니의말씀을떠올렸다고한다.
『엘자의하인』은우습고도사랑스러운인물들과개발직전시골마을에대한섬세한묘사를통해우리가겪어온각자의성장기를다시금기억하게한다.영원히끝나지않을것만같은어린아이의세계가끝나고,어른이된다는경험은살면서모두가하게된다.그사이우리의곁에서단단할것만같았던어른은허물어지고,마냥연하고부드럽기만하던아이의마음에는서서히굳은살이생겨난다.어느“순간만큼은모녀의역할이바뀐것처럼엘자는어른처럼커보였고,스텔라아줌마는아이처럼작아보”이는것처럼.그렇게우리는모두어른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