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통과하는 빛과 같이 - 트리플 시리즈 25 (양장)

창문을 통과하는 빛과 같이 - 트리플 시리즈 25 (양장)

$13.00
Description
작가-작품-독자의 트리플을 꿈꾸다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25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스물다섯 번째 안내서. 2018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두 차례의 젊은작가상과 오늘의작가상, 김만중문학상,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작가 서이제가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로 찾아왔다.
『창문을 통과하는 빛과 같이』는 “아리스토텔레스다운 선형적 시퀀스와의 야무진 결별 선언”(김만중문학상 심사평)이라는 평을 받으며 실험적인 소설 형식과 높은 완성도로 주목받아온 서이제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형식이 곧 주제”(서이제, 『얼루어』)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세 편의 소설 또한 각각의 작품으로서, 세 편의 소설로 구성된 하나의 소설집으로서 다양한 형식을 구성하며 읽는 재미를 준다.

저자

서이제

저자:서이제
2018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0%를향하여』『낮은해상도로부터』가있다.2021·2022젊은작가상,오늘의작가상,김만중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소설창문을통과하는빛과같이
이미기록된미래
진입/하기

에세이미처기록되지못한순간들

해설수호천사로서일인칭화자―강덕구

출판사 서평

기록되지못한세계를기억하는낱장의프레임
그안에서다시재생되는너와나

“그렇게사랑은
현실과허구를경유하면서복잡하게
엉켜있었다.”

2018년작품활동을시작한이래두차례의젊은작가상과오늘의작가상,김만중문학상,이상문학상우수상을수상한작가서이제의세번째소설집『창문을통과하는빛과같이』가자음과모음트리플시리즈로출간되었다.
들어가는소설이자표제작인「창문을통과하는빛과같이」는“한때나는세연이었다”는문장으로시작된다.화자인‘나’의현재와7년전을오간다.7년전‘나’는배우를목표로준비하던중친구인‘너’의소개로독립영화를찍게된다.그때‘나’가맡은역할의이름이바로‘세연’이다.‘나(세연)’가찍는영화는독특한방식으로제작되는데,시나리오가없고배우가극중인물이되어그순간느끼는감정을주고받는다.영화를찍으며‘나’는‘너’에게특별한감정을느끼게되지만,영화를찍는방식때문인지그것이‘너’를향한것인지‘수민’을향한것인지화자도,독자도알지못한다.힌트없이바뀌는화자의위치와마음에정신을못차리는사이,서이제는아주단순하고간편한방식으로독자의혼란을가중한다.텍스트사이를비집고들어온정체를알수없는사각형,창문같기도혹은스크린같기도한그것은어쩌면이모든이야기가프레임Frame속의장면임을의심하게한다.

영화는너의얼굴로끝났다.훗날,윤감독은인터뷰에서마지막컷이클로즈업이될것을예감했다고말했다.한편나는영화가여기서이대로끝나도되는건가싶었다.그러니까수민이세연을사랑하게되었다는걸확신하게된순간말이다.이제막자리에서일어나는세연의팔목을수민이세게잡는것으로,수민이세연을애틋하게바라보는것으로,영화가끝나도되는건지.나는둘사이에이야기가더남아있다고생각했다.수민이세연을사랑하게되었다는것.몇달간의촬영을통해우리가진전시킨이야기는그게전부였다.정말로고작그게다였다.세연은이에어떤반응을보였는지,세연도수민을사랑하게되었는지,그런건영화에담겨있지않았다.(36~37쪽)


「창문을통과하는빛과같이」에서독자를오리무중에빠트렸던사각형은「이미기록된미래」로이어진다.작게줄어든사각형은「이미기록된미래」의매단락앞에배치된다.「이미기록된미래」역시‘나’와‘너’가등장한다.‘나’는‘너’의기억을쫓는다.‘너’의잠든모습을떠올리고,‘너’를위해죽은개의무덤을파헤친다.정체를알수없는이가나오는꿈을꾸고,‘너’의시선이담은장면들을곱씹는다.마치각각의단락이하나의프레임을의미하는듯장면은구체적이지만연속적으로이어지지는않는다.「창문을통과하는빛과같이」가프레임안팎의경계에서이야기를전개한다면,「이미기록된미래」는영화를구성하는프레임이라할수있을것이다.해설을쓴강덕구영화평론가는이소설에서‘서술’이“사건을구체적으로해설하는대신,얽히고설킨의미들이가진복잡한뉘앙스를전해주는데활용된다고”말한다.이러한방식은“형식이곧주제”라는서이제의믿음과도무관하지않을것이다.

모든것은정보값이될것이다.그렇게사라질것이다.찍으면찍을수록,만질수없게되어버리는방식으로.소중히간직하려할수록,사라지는방식으로.만질수있었던상은더이상만질수없는상태가되어버렸다.다타고남은재처럼정보값만남긴채로.진눈깨비가재처럼날렸다.손이시려서주머니속에손을넣었다.필름이만져졌다.그것은작고단단했다.아직무언가손에쥘수있음이,그촉감을느낄수있음이위로가되었다.(60~61쪽)


망각의그림자에서건져올린날들
“이제부터기억이존재한다.”

영화는촬영한각각의프레임을적절히연결해완성된다.앞의두편이프레임바깥과각각의프레임을의미한다면「진입/하기」는이를연결한영화라고할수있다.배경은지역의“지루한도시”.‘나’는어린시절친구‘지수’의결혼식에가기위해오랜만에고향으로향한다.그곳에서‘나’는기억하지못하는,하지만‘나’를아는‘그애’를만난다.고향을돌아보다끝내기억해낸‘그애’는지수와함께죽은개를꺼내려땅을팠던또다른‘그애’로연결된다.「이미기록된미래」에서도나온이장면은「이미기록된미래」가「진입/하기」의한프레임이라는사실그리고이소설들이어떤유기적이고분명한관계를구성한다는사실을보여주는한편,끝내‘그애’라는모호한지칭속에인물의정체를숨기며“극도로혼란스럽고,모호한뉘앙스만을남긴다.”(해설,강덕구)

그런데내기억이맞나.개가따뜻했다고기억되는건,실제로그랬기때문일까.아니면내상상일까.상식적으로개가부패해있어야하는거아닌가.날이추웠나.겨울이었나.그래서땅을파헤치는게힘들었나.이제와돌이켜보니구멍이너무도많았다.그럼에도분명히기억나는건,그애가손끝에서피가나도록땅을파헤쳤다는것이다.뒷산을내려왔을때나는그애멜빵바지에피가묻어있는것을보았다.아마손끝에서난피를닦은모양이었다.바보같네.자기다치는줄도모르고.나는그애손을잡았다.(94쪽)


분절된세계가투영하는무한의미래
서이제가포착한오색빛시퀀스

「창문을통과하는빛과같이」에서서이제는‘윤감독’의말을통해영화감독은“원래하는게없”다며,“감독은그저어떤순간을포착하고포착한것을정리할뿐이”라고말한다.어쩌면이‘감독’의자리에‘작가’를넣어도무방하지않을까.우리를스쳐가는어떤순간을기민하게느끼고,포착하는자.“이미지나간어떤날들을위해,미처사진으로기록되지못한순간들을기념하”는자.그렇다면이세편의소설을‘기록과기념’에관한소설이라말할수있을것이다.
네모난프레임을통과한빛이마지막으로도달하는곳,그곳은관객의눈이다.서이제의소설은관객의눈을통해세편의이야기로,한편의영화로,수십개의프레임으로재구성된다.무한히반복되는시퀀스의세계,그것이서이제의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