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 - 트리플 26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 - 트리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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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단요

저자:단요
2022년부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다이브』『마녀가되는주문』『인버스』『개의설계사』『세계는이렇게바뀐다』,중편소설『케이크손』,르포『수능해킹』(공저)이있다.2023년문윤성SF문학상과박지리문학상을수상했다.2024문학동네신인상을통해평론가로도등단했다.

목차

한개의머리가있는방
제발!
CalledorUncalled
에세이토끼-오리가있는테마파크

해설유행하는허구들과전복의(불)가능성―이성민

출판사 서평

망상과착란,희박한도덕의식의세계
그안에서재조합되는현실과현대의조각들

2022년에작품활동을시작해2023년문윤성SF문학상과박지리문학상을동시에석권한작가,2024문학동네신인상을통해평론가로도등단하며특유의첨예한시선을한층더명료하게드러낼준비가된작가단요의첫소설집,『한개의머리가있는방』이자음과모음트리플시리즈로출간되었다.이책에서단요가머릿속에간직하고있던“압도적인규모의상상력”(윤경희문학평론가)은더이상‘SF’혹은‘장르문학’이라는좁은범위에갇혀있지않다.그의목소리는짧고도긴지면을통해“이시대에필요한소설”(구병모소설가)로완전히탈바꿈해,계속해서독자들에게기민한화두를던진다.

들어가는소설이자표제작인「한개의머리가있는방」은음주운전사고로몸은소각되고머리만살아있게된제약회사회장‘건록’이,자신과뇌가연결된소년‘목향’이벌인살인사건을목도하면서시작된다.목향은자기머릿속에서말을거는건록을“하느님”이라고부르며정신적으로기대고건록은그런목향을자살의고비에서몇번이나구해주지만,그의호의는목향의삶을실제로더좋게만들지못한다.얼핏건록에게맹목적으로보이는목향또한건록의존재를끊임없이의심하면서긍정과부정의경계선을넘나들어왔다는사실이밝혀진다.

의식불명인건록을위해‘하느님에게기도를시키는고아원’에서자란목향처럼,개인의믿음은개인이속한사회문화적배경에서자유롭지않다.그리고인간은종종건록과같이내가선의를베풀지않으면누군가의세계전체가위태로워진다는기만적인생각을하며만족감에젖어들곤한다.그래서해설을쓴이성민문학평론가는이단편을“사적개입의거짓긴박성과믿음의환영이라는두축이결부되어있”는소설이라고평한다.

마지못한인정일때도있었고순전한후회일때도있었지만결론은항상같았다.목향은지금보다행복해질수있었다.하지만…….
하지만,으로시작되는질책과변명이원의맞닿는두호를이룬채머릿속에서공회전했다.후회와자기혐오는오만을닮은변명이되었고,공포로바뀌었다가,죄책감과분노와다른모든감정이되어길게늘어졌다.사이사이에는까마득한침묵이검은띠를이루고있었다.나는문득이방출스펙트럼이어떤원소를가리키는지궁금해졌다.원소라고……나는아직도이상황을지독한농담으로만느끼고있는것이다…….(24쪽)

「제발!」은아포칼립스에가까운분위기를자아내는,SF의뼈대위에고딕호러장르를덧씌운작품이다.사람들이전쟁으로“지나간세계의기억을잃어버”리고또다시전쟁을하다겨우휴전협정을맺은근미래배경속,주인공은사이비종교‘별의인내자’에빠져가족을버린누나가남긴막대한유산을받으러종교의본거지에찾아간다.한학자컬트집단이만든이종교는“찬란한문명을보존하”는일을목표로지구를떠나우주식민지로가는것이야말로진정한구원이라고설명한다.그들이열정적으로외치는교리는마치우리가발을디디고있는현대의세계가언제든지부서질수있는허구적체제임을전시하고,그위험성에대해경고하는것처럼보인다.

그리고놀랍게도,주인공은정신만데이터화된누나를통해인내자들의말이허무맹랑하지않다는것을,그들의주장이허구가아니라는것을알게된다.그들은정말로지구너머의세계와연동하면서지상정부들과결탁해“땅의질서”를조종하고있었다.이반전을통해우리는어떤허구는허구인채동시에실재가되어,우리와우리가사는세계를지배할수있다는의미심장한사실을인식하게된다.

하지만주인공,즉보통의인간은여전히“모두가진실을두눈으로볼수있지만그게진실이라고는말하지못하고,상상과거짓말을마취제삼는땅,땀과피마저도누군가의여흥에불과한땅”에서살아가야하므로,“우주에대해서는절박하도록몰라야만”하는채로누나를위시한별의인내자들의구원받은삶과는전혀다른미래를그려나갈수밖에없다.

마술이란아슬아슬한거짓말을그저믿음으로써현실로만드는기예다.기껏마술사를초빙해놓고속임수를알아내려는사람은돈아까운줄모르는얼간이다.금화처럼우수수쏟아지는정오의햇살,무수한종류의빛.빛이고통처럼번쩍거렸다.고통이빛처럼번쩍거렸다.(76쪽)

“저바깥의사람들에게는도대체무엇이퇴적되고있을까?”
지속가능성을점쳐야하는망가진세계
좌절을딛고끝까지밀어붙이는인간의의지

남의머릿속에함부로침투할수있는건록같은‘하느님’도우리를구원해주지못하고우리개개인또한세계가구현한상상과거짓말에이미마취되어있다면,우리는허구와도같은현실에위태롭게매달린채끝까지구원받을수없는것일까?

검은꽃이즐비하게자라난「CalledorUncalled」의세계속주인공은이질문에다음과같이답한다.그모든방해물에도불구하고,허구-현실을실재-현실로재건하고우리와우리사회를구원하는것은복잡하고모순적인인간의내면과그것에서발현되는삶에대한의지라고.

「CalledorUncalled」는어둠처럼새카만꽃을피우는기능성유전자개량식물이곳곳에심어진한도시,그식물의돌연변이종이강력한마약성분의꽃가루를퍼뜨리며빠르게질서가붕괴되기시작한도시를배경으로한다.그리고“전자화폐완전실명화를추진하는강경파재무국장의남동생”“급진적인우파가속주의자이자사이버아나키스트”“스트레스와사춘기의호르몬이상으로인한조현정동장애발병”자인주인공의병적인망상은종종현실을압도하는듯해소설의혼란스러움을가중한다.

그는자신의내·외면에달라붙은온갖혼돈과환각을기꺼이따라감으로써머릿속에흐르는수많은생각의기원을깨닫는다.여기까지는「한개의머리가있는방」의목향과크게다르지않다.그러나「CalledorUncalled」의주인공은깨달음이후에도건록에게의지한목향과는반대로“그감각에도취되었지만이모든관계를어딘가에서부터끊어낼필요가있음을느”끼게된다.그래서자신의눈앞에펼쳐진“검은꽃이도시전체를융해시키는중”인현실을다시한번되새김질한후,파괴된세계를재건하기위해마침내자리에서일어난다.이러한그의각성과의지는상징계로빠져들어가는현대세계를물질세계,객관적으로존재하는사물의세계로다시끌어당길것이다.그리고그과정에서,인간과인간이존재하기위한‘땅’은비로소구원받을수있게된다.

그래서나는여기까지왔다.
여기까지왔는데무엇이더중요하단말인가?

근동의예언자들이들은아버지의목소리는황야의메마른열기로부터왔을것이다.다니엘슈레버의영적비전은그의아버지가개발하고착용시킨자세교정도구로부터왔다.모든각성의시작은정말이지별것아니거니와가끔은추레하기까지하다.그러나다행히슈레버와달리내사연을아는사람은거의없다.누나가내게실제로무엇이었는지와상관없이,나는순수히감사하면그만이었다.(152쪽)

“세계를무너뜨릴역능과세계를지탱할역능은
본질적으로동일하다.”
고통과명징함,역겨움과아름다움이
무한히전복되며그려내는보다나은미래

『한개의머리가있는방』에담긴세소설은저마다다른스타일과테마를취하고있지만,모두소름끼치도록비현실적이면서동시에처참할정도로현실적이다.즉,단요가이책을통해독자들에게선사하는세계는우리가발을디디고있는현실과현대의조각들을끊임없이재조합하며만든,가짜이기도하고진짜이기도한세계인것이다.책을덮은후에도손에쥐어진“오른쪽에서보면토끼고왼쪽에서보면오리인무언가를”유심히뜯어보도록만드는그런세계.그래서우리는눈이불타는듯해도그세계에서시선을뗄수없고,또떼지않아야만한다.

동시에독자들은단요가만든“마스코트캐릭터가종종조셉자스트로의토끼-오리처럼작동”하는“미묘하게명징한테마파크”에서“모든어트랙션을한번씩”타보며의식-무의식의경계에놓인세계들의직조에직접참여할수있다.그후에는“대관람차의꼭대기에서몸을내밀어”보면서그가『한개의머리가있는방』을통해우리에게이야기하고자하는바에대한각자의정답을만들어나갈수있을것이다.그리고그정답은“이세상의비참이옛이야기로변하고모두가연합할수있”는미래,인간의의지가만들어내는이상적인미래로나아가는디딜판이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