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아니었다 - 새소설 16

우연이 아니었다 - 새소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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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매 작품마다 특유의 지구력으로 밀도 있는 서사 구조를 보여주는 설재인의 신작 소설 『우연이 아니었다』가 자음과모음 ‘새소설’ 시리즈 열여섯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그동안 설재인은 다양한 장르와 소재, 작품 세계를 탄탄하게 구축해나가며 믿고 볼 수 있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우연이 아니었다』에서는 관습 앞에 자신의 욕망을 쉽게 타협하지 않는 설재인식 여성 인물들이 등장한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위해서 기꺼이 이기적이고자 하는 그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존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소설은 그들이 특정한 상황과 서사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지극히 보편적인 방식으로 평범한 일상 속에 우리와 공존하고 있음을 마주하게 만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욕망으로 점철된 인물들의 이야기가『우연이 아니었다』에서 거침없이 펼쳐진다.
저자

설재인

저자:설재인
1989년생.한때는고등학교에서수학을가르쳤으나인생이요상하게흘러가서,이제는하루종일소설을쓰고읽는일을한다.근육이간을보호해주지못하는걸아주잘알지만그래도술을오래마시기위해매일세시간씩체육관에머무른다.불행했던시간덕분에소설을쓰는사람이되었고,힘든경험이생기면언젠간꼭이걸소설에써먹고말겠다며칼을간다.2019년『내가만든여자들』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내가만든여자들』『사뭇강펀치』,장편소설『세모양의마음』『붉은마스크』『너와막걸리를마신다면』『우리의질량』『강한견해』『내가너에게가면』,에세이『어퍼컷좀날려도되겠습니까』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어느날의메일
1부
2부
3부
에필로그:어느날의집필노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너도,나도다비슷했던거야.
그러니까서로를알아봤지.”

17년만의재회로시작된
뒤틀린욕망을가진이들의이야기

분당의학원강사로일하던호림은미성년제자호준과의사건을계기로학창시절을보냈던나문시에오게된다.남편승환과도떨어져지내며부모의집에서근신중에있던호림은한때가깝게지냈던고등학교동창지양과17년만에재회한다.예전과달라진현재의지양을보며충격을받은것도잠시,두사람사이에서겹겹이쌓여가는‘우연들’은호림이오랫동안잊고있던불편한과거의윤곽을더듬어가도록만든다.

“사실은정말궁금한게있었다.지양이자신을어떻게알아보았는지.
(...)침침했던옛날의자신과아직도단절하지못한거라면무슨일이든더할수있었다.”(35쪽)

17년전,상대적으로부유하고안정적인가정환경에서자란호림과엄마의투신자살후다양한소문의주인공이된전학생지양은밴드음악을좋아한다는공통점으로서로에게유일한친구가된다.그러나이우정은단순하고다정한방향이아니었다.‘특별한’사람이되고싶어했던호림은자신의존재를꾸며줄수있는것이라면수단을가리지않고그럴듯한사연의주인공이되고자한다.뒤틀린마음으로지양을시기하고동시에선망하는호림의욕망은두사람이나눠쓰기로약속한교환일기장을통해진실을왜곡하는방식으로걷잡을수없이퍼져나간다.

“그렇게두사람은교환일기장을만들어자신의부모를욕하는가사를써서
서로에게공유하기시작했다.”(59쪽)

“추악하지않은사람이세상에어디있을까?”

서로에게쉽게던지지못했던,
그러나지극히보편적인세계를향한그질문

과거와현재시점이교차되며이어지던서사는지양의고등학생딸성연에게로향한다.호림은자신과연락이끊긴동안어떤사정으로지양홀로딸을키우고있는지의아해한다.하지만단순한미움을넘어지양을혐오의대상으로여기는성연의태도를보며,호림은지양이지나왔을지난시절에대한호기심대신성연에게친모보다더좋은엄마이자어른이될수있다고스스로자신한다.

“호림은성연의순수한적의를보며문득궁금해졌다.(...)물론성연의잘못은아니었다.그건,그엄마의잘못이었다.”(78쪽)

이들사이에새로운인물영근이합류하면서,이야기는다시한번쉽게피해갈수없는우연의방식으로전개된다.호림은자신과안팎으로갈등을맺고있는남편승환과다른매력을가진영근과그동안바라왔던일탈을실현하기로한다.그토록욕망해왔으나한번도이룬적없던아슬아슬한관계를맺던호림은자신과영근,성연과이상적인‘대안가족’이되어감을기뻐한다.
“부유하지는않지만소탈하게작은서점을운영하는아버지”“몽매하고천박한타인에게서상처받았으나다시금사랑을무럭무럭키우고있는어머니”“그들이낳지않았으나그리하여오히려이성적인애정을줄수있는어린딸”로구성된가족은,호림자신을반드시특별한삶의서사로데려가주리라믿어의심치않는다.

“호림은자신의욕망을잘알았다.자신의계정을염탐하고있을사람들에게보여주고싶은마음.너희가그렇게쫓아낸것이나에겐아무런상처를입히지못했다,하고과시하길원하는마음.”(79쪽)

완벽하지만인간적이며피한방울섞이지않는타인의자식을친딸처럼여기는,사랑으로가득한아내이자여자.소설은호림을통해혈연으로엮이지않은가족의형태가어떤욕망의결과물로나타나는지거침없이펼쳐나간다.호림을비롯한지양,성연,영근모두각자의욕망을위해서라면타인의삶을기꺼이수단으로쓰고자한다.이때성연의혈육과관련된진실이그들사이에충격적인혼란을불러오면서,호림이갖기위해악착같이애써왔던세계에균열이생기기시작한다.

소설은이기적이고뒤틀린욕망을가진인물들을향해일반적인윤리를논하지않는다.독자는섣부른판단은보류한채,이들이삶을살아가는방식이과연‘어떻게보이는지’응시하며,확답을내릴수없는질문에흥미롭게골몰하게될것이다.

특별한존재가되고자애썼던모든순간이
서로를겨누는비극이되었을때,

우리는그것을
우연이었다고말할수있을까?

우리는살아가는동안셀수없이많은우연을경험한다.현실에서겪는행복과절망,성취와결핍이이해되지않을때,우리는그것들이우연으로작동되었다고믿는다.『우연이아니었다』는이런믿음을향해묻는다.외면하고싶은형태의삶조차우리본연의것이아닌지,그모든것을우연으로얼버무릴수있는지를.

드러났거나언젠가드러나게될각자의비밀이여러관계속에서어떻게긴장감을불러일으키는지,당장의전개를선뜻예상할수없게만드는이러한서사적흥미는다방면으로구조의완성도를놓치지않는『우연이아니었다』의특징중하나다.

얽히고설킨진실과거짓이인물들을어디로인도하는지,소설의끝에서우리는비로소알게될까?어떤인물도간단히예단하거나해석할수없음을느낄때,이는독자들로하여금서사에더욱몰입하도록만드는역설적인동력이되어줄것이다.매페이지마다다음장을넘기지않을수없는,자신의욕망을위해서라면현실과타협하지않는저돌적인설재인식세계를『우연이아니었다』에서경험할수있길바란다.

‘새소설’은지금한국문학의가장참신하고첨예한작가들의시선을담는소설시리즈입니다.읽는즐거움을누릴수있는젊고새로운작품을소개합니다.

작가의말

남들이손가락질할거리가많은,나같은사람끼리구질구질한사건들을겪으면서도결국은서로를끊지못하고함께생활하는이야기를쓰고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