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의 시대 - 새소설 17

부끄러움의 시대 - 새소설 17

$15.00
Description
우산 살처럼 촘촘하게 펼쳐지는 한 가족과 당신의
부끄러워할 필요 없었던 면면들
“잘 짜인 구성과 차분한 이야기의 요철”(한강 소설가)이라는 평을 받는 소설가 장은진의 새로운 장편소설 『부끄러움의 시대』가 ‘새소설 시리즈’ 열일곱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촘촘하게 자아낸 고요한 세계관 속에 현실의 이면을 깊이 있게 녹여내는 장은진의 소설이 가지는 매력이 극대화된 작품이다. 장은진은 이 소설을 통해 삶이 희미한 줄처럼 잘 보이지 않는다 할지라도, 의미 없는 삶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담담하지만 힘 있는 문체로 풀어나간다.

우리는 모두 인간에게 있어 ‘의미 없는 삶’ ‘부끄러운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이 던지는 모진 바람을 맞느라 그 사실을 잊은 채 괴로운 나날을 보내곤 한다. 『부끄러움의 시대』는 그런 우리에게 그 사실이 무엇보다 당연해야 함에도 당연하지 않은 부당한 현실을 인지하게 하고, 단순한 인지를 넘어 앞으로 어떤 시선을 가지고 우리 앞에 펼쳐진 길을 걸어야 할지 고민하게 한다.

저자

장은진

장은진
2002년전남일보신춘문예와2004년중앙일보중앙신인문학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키친실험실』『빈집을두드리다』『당신의외진곳』『가벼운점심』,장편소설『앨리스의생활방식』『아무도편지하지않다』『그녀의집은어디인가』『날짜없음』『날씨와사랑』,청소년소설『디어마이버디』등을썼다.문학동네작가상,이효석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유령
이혼
푯말
독립
소리
구멍
수리
문자
양산
화재
지옥
소문
구원
다시
기억
같이
반복
우산
이브
유령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개인의부끄러움이라는비를가리던우산이
현실앞에나약해진사람들을위한
낙하산으로재탄생하는과정

이효석문학상,문학동네작가상수상작가장은진의장편소설『부끄러움의시대』가자음과모음‘새소설시리즈’열일곱번째작품으로출간되었다.장은진은“이상한슬픔,이상한따뜻함,이상한고독”(신형철문학평론가)을누구보다세심하게표현해내며,“잘짜인구성과차분한이야기의요철”(한강소설가)이라는평처럼촘촘하게자아낸고요한세계관속에현실의이면을깊이있게녹여내는작가다.이러한장은진의소설이가진특유의매력은문학을사랑하는독자들에게조용히,그러나확실하게가닿고있다.

이번신작장편소설은“외로움,추억,사랑같은추상적소재를손에잡힐듯생생히펼쳐보이는마술을부”(제44회이상문학상심사평)리는장은진의문학세계를극대화하여보여주는작품이다.먼저장은진은온지구가바이러스로인해팬데믹에돌입한차갑고쓸쓸한가을을배경으로삼아계절에서느껴지는다층적인층위의감각을면밀하게표현한다.그속에서수공예로명품우산을만드는우산마이스터‘강한해’와그의누나‘강노라’,죽은언니의우산을소중히보관하고있던‘봐요씨’의이야기가얽히고설킨다.그와동시에강한해와강노라의아버지와어머니의과거가조금씩풀려나간다.
그리고이모든이의이야기는실제로우리가몸담고있는세상에서‘유령’처럼살고있는약자들의모습으로,그들의삶을세상에드러내는방향으로확장된다.

아버지는무능하지않다.부끄러움의양이좀과할뿐,불쌍하다싶을만큼성실하기만하다.제일중요한사실은아버지가호텔청소부이기에지금의내가존재한다는것이다.

우산손잡이에음각된현실의부끄러움을
나무보다단단한믿음으로지워가는사람들

주인공강한해는대인기피증에가까울정도로부끄러움을많이타는아버지와결혼3년만에이혼해집으로돌아온누나강노라와함께산다.아버지는자신을숨기면서,아니,숨겨야만제대로일할수있는,‘유령’이라는별명으로불리는호텔청소부일을고등학교졸업후쭉하고있다.
남들이남긴얼룩,즉‘부끄러운무언가’를지우는일을하며살아가는아버지의모습을보며우리는처음에는그과도함을의아하게느끼지만,결국에는진정한‘부끄러움’이란무엇인지,남들이부끄럽게생각하는무언가들이과연정말로‘부끄러워해야만하는’것들인지다시생각해보게된다.소설속아버지는스스로“부끄러움의시대를살았노라”고정의하는극한의부끄럼쟁이지만,그의삶을면밀히들여다보면그누구보다도부끄러워할필요가없는사람이기때문이다.그저조용하고,사회의체제에순응하다가도견디고버티며키운힘으로자신에게가해지는불합리와부당에서벗어나고,누구보다자신의일을소중하게여기는사람.그는거친세상을견디며살아내는우리의매일매일과다르지않은인생을살고있다.

아버지가청소부란직업을훌륭하게생각하는이유는누구나할수있는일이기때문이다.청소는못배우고가진게없어도할수있다.까다로운지식이나어려운기술을요하지도않는다.(……)그러나아무도청소를하고싶어하지않는다.할생각도하지않는다.인생의첫번째직업이나꿈으로는더더군다나생각하지않는다.청소일을하기엔많이배우고많이가져서다.하지만어딘가에낮은직업이있다는건누군가에겐구원이었다.

아버지와반대로,강한해와강노라의죽은어머니는호탕하고불의를참지못하는성격이었다.자신을비난하는수학교사에게“천하의개새끼!”라는일침을가하고학교를자퇴한후,모텔에서청소일을시작한그는남들의수근거림과손가락질에일말의부끄러움도느끼지않았다.오히려자신의능력을살려호텔로이직한후,가장낮은곳에서가장낮은일을하는사람들의목소리를대변하며약자의희망으로서살아가다그에게가장어울리는방식으로죽음을맞이했다.

어머니는불공정하거나불합리한일에맞닥뜨리면피하지않고앞장서서싸우는사람이었다.옳지않다고판단한문제는따져서원칙대로바로잡아야직성이풀렸다.학생들은자신들의생각을대변해주고행동으로도보여주는어머니를경애했다.하지만학교입장에서어머니는눈엣가시처럼거슬리고성가신존재였다.

“의미없는삶은세상어디에도없다.
비록그삶이희미한줄처럼
잘보이지않는다할지라도.”

아버지의‘부끄러움유전자’를물려받지않은강한해와강노라또한각자의삶을자신만의방식으로꿰매고,덧대고,수놓으며살아간다.강한해는천성적으로무덤덤한자신의기질을아버지의“생명의은인”인스승에게‘능력’으로써인정받고,우직하게우산장인이라는한길만을걷는다.강노라는자신에게어울리지않는‘결혼’이라는옷을껴입으려애쓰다가“고춧가루,털한가닥”을보고이혼이라는방식으로스스로를해방시킨다.그후휴식을통해자신의성격을정돈하면서이전에놓아버렸던꿈,우산장인의꿈을다시키워나간다.

예전의나를잃어가도상관없을만큼우산에빠져든삶은후회스럽지않았다.그것의가치가무엇이냐고묻는다면,사라지지않도록전통을잇는다는데있었다.한사람의탄생은다른사람의삶을이어받기위한거라는생각을그때처음으로했다.

“있지,한해야.”
먼젓번보다묵직하고진지해서무서울지경이었다.
“뭔데.뜸좀그만들이지?”
누나가침대에서일어나자세를바로잡고앉는소리가들렸다.
“나,우산다시해볼까?”

강한해의가족이자신들이사회적약자의입장에있음을부끄러워하지않고자기앞에놓인길의돌을고르고,땅을다듬으며미래를만들어가듯,또다른등장인물인봐요씨도참사피해자의유가족이라는틀에만얽매여있지않는다.그는화재참사에휘말려죽은언니의유지를이어주중에는기계설계자,주말에는도슨트로일한다.그리고강한해에게언니의우산을고쳐달라고부탁하면서강한해와함께마치유령같지만언제나존재하고있는사람들의따스한삶을빌고,그들의삶을지원하는미래를꿈꾼다.

“공장기계를설계하다보면내가만든기계에노동자가끼어서다치거나죽었다는소식을자주듣게돼요.그럴때면회의감이들어서생각이복잡해져요.기계는사람을살리는도구일까,죽이는무기일까.그래서전에는놀이공원놀이기구를설계하는게꿈이었는데,이제는사고나재난이일어났을때사람을구하러달려가는태권브이처럼커다란기계를만드는게꿈이에요.”

어떤시대든,시대란견디고버텨야하는것이다.그리고견디고버티는자가그시대의승자다.강한해의아버지는유령임과동시에호텔최고의청소부였고,누구보다자신의시대를잘견디고버텨낸사람이다.그러므로,그는승자다.강한해의어머니도,강한해도,강노라도,봐요씨도마찬가지로,승자다.

험난한시대를살며비로소승리를거머쥔그가,그들이보통사람들의시선이닿지않는곳에서고군분투하는자들,보통의삶을살아가는이들에게있어‘약자’로보이거나‘불쌍한사람’‘의미없는삶을사는사람’으로보이는자들이라는사실에서우리는이소설이말하고자하는바,우리에게전달하고자하는바를명확히깨달을수있다.매년돌아오는가을과우리모두가지나온팬데믹이라는배경은그러한소설의목소리를더크게,더또렷하게증폭시킨다.

『부끄러움의시대』는소설이라는작은사각형의지면을빌려눈에잘띄지않았던이들에게(그들이부끄러워하지않도록조용히)말을건네고,직업에가려져있던진짜이름을불러주고,작고연약하게만보였던이들이‘세상’과‘시대’라는거대한세계의중심에존재할수있게만든다.이담담하지만심장처럼따스한이야기와의만남을통해,현실의차가운바람을참고견뎌내는모든이가힘을모아그바람을“얍!”하고무찌를수있기를.시대의진정한승자가될수있기를.

“인생별거없어요.견디고버티는거예요.그거면돼요.”

‘새소설’은지금한국문학의가장참신하고첨예한
작가들의시선을담는소설시리즈입니다.
읽는즐거움을누릴수있는젊고새로운작품을소개합니다.

저자의말

견디고버텨줘서고맙다고말해줄누군가를떠올리며끝까지이어가기를.삶을.
그리하여마침내도달하기를.꿈과사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