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이야기 (성혜령 소설 | 양장본 Hardcover)

산으로 가는 이야기 (성혜령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4.00
Description
작가-작품-독자의 트리플을 꿈꾸다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29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의 스물아홉 번째 작품.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고 있는 작가 성혜령의 신작 소설집이다.
2021년 데뷔 이래 줄곧 “돌연한 균열”로 불거진 ‘일상의 불안’을 그려온 성혜령이 “산으로 가는” 세 소설로 찾아왔다. 실종된 동생의 시신이 숨어 있는 산, 잘린 아버지의 손가락이 묻힌 산, 산 채로 매장된 돼지가 있는 산. 성혜령의 ‘산’은 생生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사死의 경계를 모호하게 흐트러뜨리며 독자를 무한한 중간 지대, 회색 공간으로 이끈다.
저자

성혜령

저자:성혜령
2021년부터소설을발표하기시작했다.
2023젊은작가상,2024이상문학상우수상을수상했다.
펴낸책으로소설집『버섯농장』등이있다.

목차

소설귀환
꿈속의살인
원경

에세이산으로가는이야기

해설그여자들은왜산으로갔을까―오은교

출판사 서평

“필요없는것은버리면돼요.”

버려지고,버려야할
사라지고,살아남을이들을위한
균열의이정표

첫번째소설「귀환」에는현실적으로설명할수없는미스터리한존재가등장한다.주인공‘수임’의아이는교통사고를당해의식을잃고깊은잠에빠진다.아이가잠에빠진지몇달,“온세상이무너져내리는소리”와함께아이가깨어난다.기쁨도잠시깨어난아이는태어나들은적도,본적도없는‘고모’에대해이야기하고,이전과는다른성격과행동을보이기시작한다.아이의고모는수임이그의남편을만나기도전에“여자의몸을단련하면하느님을스스로잉태할수있고,각자가신으로거듭난다는”신흥종교에빠져산으로떠난뒤실종되었다.하지만아이는누가알려주기라도한듯혹은고모에게동화되기라도한듯그처럼오른손이굽고,말하고,행동한다.심지어는허공에대고대화를나누기도한다.아이를의심하던남편은점차아이를,아이가옆에있다고말하는‘고모’의존재를받아들이지만,수임은남편과아이에게서알수없는거리감을느낀다.어느날아이는“다같이갈곳이있다”며이들을어떤산으로이끄는데…….과연아이는,수임의일상은이전처럼돌아올수있을까.

“고모만있었어요,그때.엄마아빠는없었잖아요.”
아이는조금도움츠러들지않고말했다.
“내가아프고외로울때,고모만있었어요.옆에.”
아이는남편의손아귀에서벗어나자기방으로들어가며말했다.저는밤식빵사다주세요.고모가먹고싶대요.(27쪽)


두번째소설「꿈속의살인」에는꿈속에서사람을죽이면,죽은사람이현실에서스스로를죽이는저주를지녔다고생각하는인물이나온다.꿈속에서‘나’가옥상너머로떠민친구‘나겸’은옥상에서몸을던졌고,냄새나는몸에비닐을씌운회사동료는얼굴에비닐봉지를뒤집어쓴채죽었다.그리고‘나’는이번꿈에서엄마를죽였다.자작나무숲과캐리어를열었을때떨어진빗금무늬금반지를낀잘린약지.엄마는아빠와싸울때도,아빠가외도를하고집을떠난후에도반지를빼지않았다.아빠도그반지를뺀적이없다고했다.반지는,그런것이었다.그러던와중엄마는‘나’몰래어디론가떠나버린다.엄마를찾은곳은이혼한아빠의내연녀인오선양이운영하는‘선양민박’.자작나무숲과선양민박그리고냉동고에서발견한의문의손가락으로이어지는이야기는우리를다시소설의처음으로돌아가게한다.꿈이의미하는것은무엇인가,과연저주는유효한가.

“오래된집인것같은데참깨끗하게잘관리하셨네요.”
엄마가말했다.
“필요없는것은버리면돼요.”
오선양씨가엄마를똑바로쳐다보면서답했다.(82쪽)

“너묻을까봐겁나?”

반복되며변주되는언캐니의세계
조각난틈사이로솟아오르는
잊혀진,그러나살아남은이들의목소리

마지막소설「원경」은갑작스레암판정을받은주인공‘신오’가‘유방암’유전자가있을가능성이있다는이유로헤어진연인‘원경’을찾아가는이야기다.원경이있는곳은홀로산에산다는이모의집.원경을찾아간산은수년전원경과교제시절보았던모습과다르게화마에다타버린상태다.원경과신오,원경의이모,산의하나뿐인암자의신자였던보살님은사라진비구니스님이묻어두었다는금괴를찾으려암자주위를파낸다.하지만구덩이에서나온것은금괴가아닌수많은돼지의뼈.불안전과죽음을피해도착한곳에서마주한죽음의흔적은더이상산이삶의공간이아님을의미한다.

꿈틀거리는것들,옴짝달싹못하는와중에도숨을내쉬고,가르릉울고,어떻게든일어나보려고발에힘을주며몸부림치던것들.신오는땅만보려고했다.그세세한움직임을,몸부림을보지않으려고했다.그때부터어쩌면,신오는알았어야했는지도모른다.자신의미래가예정되어있었다는것을.자기도살기위해언젠가몸을비틀고악을쓰고그러다끝내깊은구멍에묻히게되리란것을.(114쪽)

흔히‘말이나글이제중심을잃어샛길로빠져드는상황을빗’댈때“이야기가산으로간다”는표현을쓰곤한다.‘산으로간다’는평범한문장앞에난데없이‘이야기’가주어로온순간문장의의미는완전히다른의미로변모한다.이야기를책잡기위한표현이되는것이다.작가라면결코긍정적으로들릴리없는문장이건만,성혜령은용감하게도이를소설집의제목으로낙점함으로써말한다.이안에있는이야기는“모두산으로가는이야기”라고.그런데여기서근본적인질문하나.왜하필‘산’이었어야했던걸까?

‘산’은흔히생명의공간으로취급된다.화마가산을휩쓸고가도“그냥두면나무탄재가토양에영양을줘서다른나무들이알아서자란다더라”는원경의이모의말처럼산은죽음과삶의경계가모호하게흐트러진무한한중간지대이자회색공간이다.다시말해어떤일이벌어져도이상하지않으며,무언가를숨기기에도,숨어있기에도용이한공간인것이다.

해설을쓴평론가오은교는이이야기들을“멀리서보면산으로가는이야기지만가까이서들여다보면산에서잘살아가는이야기들임이아닐수없”다고정리한다.‘산으로가는이야기’가“정말두서없고근거없이벌어진일”이아니라,“그냉담한표현이산으로향할수밖에없었던이야기들의맥락을은닉하는것”일수있다며말이다.그렇다면이렇게바꾸는것은어떨까?‘이야기는산으로간다’그리고‘이야기는산에숨는다,혹은숨겨진다’.

이야기는산으로간다.“버림받은이야기”는파헤쳐지고,“버려야할이야기”는땅속깊이묻힌다.그것이이야기가,성혜령이산으로가는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