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100%

모모 100%

$16.80
Description
인생의 일부를 도려낼 수 있다면 꼭 여기,
하는 부분에 늘 살고 있는 기분이다

“나는 다음 생에는 꼭 말이지, 모든 인간을 좋아하려고 하거든.
그러니까 너는, 이번 생에서, 나만을 좋아해줘.”
반가워, 여러분. 책에 큼지막하게 박혀 있어 알겠지만, 내 이름은 ‘모모’야. 이 책에는 내가 100퍼센트 함유되어 휘휘 휘저어진 이야기가 담겨 있어. 여러분이 내 이야기를 몸소 읽어준다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쁘지만, ‘끝까지’ 읽게 하려면 내 소개를 하지 않을 수가 없어. 여러분을 향한 약간의 친절함이나 다정함 정도로 생각해주면 좋겠어. 나는 열아홉 살이야. 나이를 듣고 실망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기를 바라. 걱정 마, 여러분. 심심하거나 유치한 러브 스토리가 아닐 테니. 너무나 짧은 시간에 이 세상을 꾸역꾸역 다 알아버렸을 뿐이니까.
나에게는 나를 ‘모모!’라 부르지 않고 “모오!” 하고 투덜대듯 부르는 남편이 있고, 틈만 나면 바지를 벗고 맨다리에 덜렁거리는 레그 홀스터를 보여주며 ‘언제든 모모가 원하면 이 총알을 먹어 삼킬 수 있어!’ 하고 으스대는 남자 친구가 있어. 이 남자 친구는 남편의 누나가 소개시켜줬지. 아, 오해는 말아. 남편의 누나와는 둘도 없는 베스트 프렌드니까. 설마 여기까지 듣고 철없는 소녀의 여느 푸념이겠거니 단언하고서 책을 던져버리는 건 아니지? 내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라고. 자,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그래, 길을 걷다 올려다본 밤하늘의 무수한 별처럼 내 심장이 기관총을 쏘듯 두두두두 뛰었던 그날이 좋겠다. 그럼, 여러분! ‘모모’의 세계에 무사히 도달한 걸 축하해. 마음껏 즐기라고!

저자

히비노코레코

저자:히비노코레코
2003년에태어나오사카부에살고있다.2022년「뷰티풀로부터뷰티풀에게」로제59회일본문예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역자:권영주
서울대학교외교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영문학을전공했다.옮긴책으로『오늘밤,세계에서이사랑이사라진다해도』『벚꽃,다시벚꽃』『형사의아이』『애프터다크』『오자와세이지씨와음악을이야기하다』『나와춤을』『유지니아』등이있다.『삼월은붉은구렁을』로일본고단샤에서주최하는제20회노마문예번역상을수상했다.

목차


모모100%

역자후기

출판사 서평

소다처럼톡톡튀는발랄함뒤에감춰진
한소녀의불안전한내면에대하여

“아아,난사랑을자랑으로잘못읽었고
섹스보다근사한차를더좋아하지도못하겠어.”

테니스연습을끝내고집으로가는‘모모’의입에서저도모르게웃음이뚝뚝흘러내렸다.“자신이호시노를,한평범한인간을지나치게좋아하게되었다는사실”에놀란것이다.사람들은‘모모’를이야기할때어김없이‘연애지상주의’라는수식을붙인다.아마‘모모’가남자1을좋아하고,남자2를좋아하고,남자3을,남자4,5,6,7……을좋아하기때문일테다.그러나사실‘모모’는‘지상’보다한단계위에서연애라는것을내려다본다.세상에던져졌으니살긴살아야겠으나,그생존이쉽지않은‘모모’에겐모든게일회용에불과했다.그러니까‘모모’에게“생활은수단이고무기”며,“연애는도구”에지나지않았다.이를테면시끌벅적한학교에서외톨이가되지않기위해,크고작은위협에서벗어나기위해남자와순간접착제같은연애를했을뿐,모두가‘모모’의아랫배를자극할만큼특별하지는않았다.휴대전화를사기위해팬티를팔아자급제스마트폰을사고,다시그휴대전화로팬티를팔아새팬티를사는‘모모’에게연애는마찬가지로아무래도상관없는일이었으니말이다.

그러던어느날‘모모’는그의학교로전학을온‘호시노’에게푹빠져버렸다.‘호시노’는과연예사롭지않았는데(‘특별하다’와‘예사롭지않다’에는엄연한차이가존재한다),떠돌고떠도는그의소문하나를잡아채들여다보면차마입에담지도못할만큼하나같이불경하다.그러나‘호시노’는그어떤소문도부인하지않았고,그랬으니해명할것도없었다.그저“호시노,너‘아무개’랑공원벤치에서키스했다는거사실이야?”하고물으면위풍당당하게웃으며브이를만들어보일뿐이었다.‘호시노’는이야기를부풀려말하는걸좋아했고,어떤말이든자신만의유머를섞어남들을웃기는데혈안이나있었다.그저그런남학생들처럼예쁜여학생을좋아하는게아니라,교실맨윗줄의왼쪽부터차례대로고백하는것만봐도알수있다.“인생의어느부분을도려낼수있다면꼭여기,하는부분에늘살고”있는‘모모’는그런‘호시노’가좋았고,자연스레자신이고백받는차례가되자‘호시노’의고백공격을받아준다.그때부터‘호시노’는“모모의피를내는취미를고스란히대신하게”될만큼‘모모’의일부가된다.무엇보다‘모모’는“세상어떤인간과도잘수있는”‘호시노’의성실함이,“그모두와자고도그게뭐어쨌다고?”하는태도를취하는‘호시노’가좋았다.

타인과의관계성으로자아를획득하려는
한소녀의문제적주체성에대하여

“아무도타는이없는시소처럼시시한평형을유지하고있는
마음의요기,끄트머리를심장이펄떡뛰어오를만큼확눌러주지않겠나!”

‘모모’와‘호시노’는결혼을앞두고,‘호시노’의집을방문한다.결혼의증인이되어주기로한‘호시노’의누나,‘타마키’를만나기위함이었다.‘타마키’는자신을‘산타(산도타마키)’라고부르라며‘모모’에게열띤호기심과강한애정을보였다.‘모모’는‘타마키’가영락없는‘호시노’의누나라고생각했는데,적당히몸에밴재치와자유분방한사고,굳이알려주지않아도장착되어있는센스가‘호시노’와비슷했기때문이다.그러면서도‘모모’는‘타마키’가자신과도매우닮았다고확신한다.인생을구축해가는과정에서‘타인’의손길이,‘타인’에게일정부분기대어야만하는숙명이‘모모’와‘타마키’에게있었다.‘모모’는‘타마키’를만난지몇시간만에가정사를비롯한여러비밀을최초로털어놓기까지한다.아마‘여자’친구를처음사귄‘모모’로서는,‘타마키’가‘호시노’의누나라는점을배제하더라도거울을보듯자신과똑같이생각하고움직이는‘타마키’에게끌렸으리라.다만,‘타마키’에게는제존재이유와가치를결정할수있는‘신념’이있었고,이는나중에‘모모’의가치관을뒤흔드는결정적인계기중하나로작동한다.그렇게결혼을하게된‘모모’와‘호시노’는생각보다이른이별을맞는다.‘호시노’가점차학교를결석하더니나중에는아예잠적해버린것이다.결국부모님의뜻대로의대에진학하기로한‘호시노’가다시학교에나온다한들대학입학과동시에‘모모’와떨어져지내야만하는것도바꿀수없는운명이었다.

한편,‘모모’는‘타마키’와같은대학에입학하려했다.하지만통학하기에는너무멀고,독립하기에는경제적으로여유가없었기에단번에결정할수없었다.‘타마키’는그런‘모모’에게자신이감명깊게본영화의줄거리를늘어놓는다.우주에서조난당한주인공이도움을받을때마다답례로섹스를한다는내용이었다.그러면서주인공이‘타마키’같아웃음이났다며,“그건모모랑도비슷하잖아?모모는걸레잖아.기분좋아질수있는사람이잖아”라고하는바람에‘모모’도웃음을참지못했다.‘모모’는‘산타’가좋았다.반전이있는미스터리나호러영화가좋은것과같은의미에서였다.다시말해“산타라는인간은‘모모’에게엔터테인먼트”였다.‘타마키’는‘모모’에게도움을줄수있는친구가있다면서“그거,답례로섹스하는영화말인데.모모가미쓰한테도타마키처럼그렇게하면”된다고말한다.‘타마키’의소개에편의점앞에서‘미쓰’를기다리던‘모모’앞에“밤바람을물어뜯듯아취,하고오른발부터뛰어올라재채기를하는”남자가나타났다.‘미쓰’는‘타마키’의제일가는친구가맞는다는걸입증하듯,자연스럽게‘모모’를받아들인다.‘모모’는그렇게“온몸의뿔을둥글게말고‘미쓰’의집으로때구루루굴러드는데”성공한다.

이시대를방황하는청춘을대변한
한소녀의유구한사랑에대하여

“모르는남자가아는남자를넘어서는일은없을것이다.
그러니까순정만화에서왕자님은소꿉친구를이기지못하는것이고.”

‘모모’는‘미쓰’와새로운관계를형성한다.과거‘균’으로불린적있다는‘미쓰’는자신의학창시절을부끄러워하지않았고,타인의시선에아랑곳하지않는모습을보였다.그저무던하고건조하게기타치는일에몰두할뿐이었다.‘모모’는‘미쓰’의결핍이자신의것과비슷한‘류’에속한다고생각했고,자신이갖지못한걸‘미쓰’도갖지못한것에비해‘미쓰’는올곧은사람이라고여겼다.올곧은사람이라올곧은여자를좋아했기에,‘모모’는한때팬티를팔았다는사실이나‘호시노’와의결혼사실을말하지못했다.“모모의연애감정은풍선껌처럼부풀었다꺼졌다하는게아니라탄소처럼세상에일정수존재하는것이라,‘이사람은무지무지좋아하고이사람은조금좋아한다’식으로조절할수있는게아니었다.”‘모모’는마음한구석에‘호시노’를둥실떠올리면서눈앞에잠든‘미쓰’를깨워동물원에가자고한다.그리고동물원에서부터벌어진일련의사건으로그들사이에,‘모모’가관계맺은사람들의사이에선명한금이가기시작한다.과연,이들의‘행방’은어떤운명을좇아이어질것인가?

히비노코레코작가의『모모100%』는언뜻봤을때는철없는자유를욕망하는열아홉소녀의방랑기같다.‘모모’뿐만아니라소설에등장하는‘호시노’와‘타마키’,‘미쓰’역시현실을부정하고현실에적응하지못한청춘들의일탈을재연하는것처럼보인다.하지만이소설을자세히들여다보면,이시대의현주소를아주명확하게나타내고있다는것을알수있다.정형적인일본소설의클리셰라느낄수있는지점들은익숙하면서도현실적이라외려낯설고불편하게다가올수있다.이들에게는저마다의사정과꿈이있다.꿈의형태는모두다르겠지만,그들이공통적으로지향하는목표는결국‘앞으로’나아가고자하는데있다.‘모모’는0%의,미성숙한자신을적나라하게드러냄으로써100%가되어가는과정을여실히보여주기도하고,앞서언급했듯‘모모’라는인물의100%를이야기함으로써성장소설의주인공역할을착실히해내기도한다.이책은제59회문예상을수상한히비노코레코작가의첫장편소설로,독특하고개성넘치면서도특유의사랑스러운화법이돋보이는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