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장아미 연작소설 | 양장본 Hardcover)

고양이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장아미 연작소설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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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의 서른한 번째 안내서. SF, 호러, 판타지, 청소년문학 등 다양한 분야와 소재를 넘나드는 장아미 작가의 첫 번째 연작소설집이다.
장아미의 탁월한 상상력과 세련된 서사 전개를 살펴볼 수 있는 『고양이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세 편의 소설 모두 한국적인 요소가 담긴 변신담으로, 인간과 (귀)신의 영역이 공존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두 세계가 어떻게 다르면서도 유사한지, 그 간극을 다정하게 포개는 사랑과 우정에 관한 애틋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

장아미

저자:장아미
섬거주자.장편소설『마음수거함』『별과새와소년에대해』『오직달님만이』를썼고,앤솔러지『경성환상극장』『좀비낭군가』『우리가다른귀신을불러오나니』등을함께썼다.

목차

소설
고양이는어디든지갈수있다
산중호걸
능금

에세이
이야기는혼자계속

해설
어디든지가는고양이를따라서-심완선

출판사 서평

“저토록애달프게흐느끼고있는건누구일까.
짐승일까.귀신일까.아니면도깨비일까.”

사랑을시험받는혼란한틈새에서
서로의믿음을견고히만드는애틋한변신담

첫번째소설「고양이는어디든지갈수있다」의주인공은비는함께사는검은고양이‘포’를따라창밖을보다가선약이있었단걸뒤늦게떠올리며급히약속장소로향한다.일년만에만난재희는이전과변함없는모습이지만은비는그사실을애써회피하고,재희와동네를거닐며옛기억을나눈다.그들사이에긴장감섞인설렘이오가던중마을뒤편산모퉁이에서깜빡이는불빛과희미한웃음소리를발견한은비가호기심에이끌려다가가려한다.이상함을느낀재희가이를만류하다가오래전은비가자신에게선물했던은빛방울키링을건넨후홀연히사라진다.
은비는유혹을이기지못하고끝내금줄을넘어숲속으로들어간다.그곳에는언제부터시작되었는지모를기이한야시장이펼쳐져있고,주변을오가는이들은마치축제를즐기는듯북적인다.광대의묘기를구경하던은비는주사위놀이를하는이들틈에선다.곁에있던한할머니가은비에게주사위놀이에참여해볼것을권유하는순간,갑자기낯선여자애가나타나은비의팔을붙잡으며그동안자신을찾아다녔다고말한다.
이야기는살아있는인간이쉽게갈수없는신비로운영역을배경으로,기묘한분위기속에예상치못한순간을계속잇는다.금줄을넘어들어간,현실과비현실이뒤섞인곳에서은비는인간인자신을노리는이들의함정에빠지고만다.혼란한상황속에은비앞에다시나타난재희는은비에게자신을믿는지다소뜻밖의질문을해온다.반가운만남도잠시은비는고양이로변신하게되는데……앞으로두사람은집으로돌아갈수있을까?

한발짝나아가지도그렇다고물러나지도못하고꼼짝없이떨고있을때은비는어떤소리를들었다.그소리는아주가까운어딘가,심지어은비자신으로부터흘러나오고있었다.(33쪽)

두번째소설「산중호걸」에는의미심장한분위기를풍기는삵이등장한다.저녁이시작된어느신도시,어수선한인파에서떨어져나온삵은생선구이집근처에서떠도는‘귓것’들을무구로쫓아낸다.삵의정체는단순한야생동물이아닌‘백운’이라는이름을가진신으로,직녀뜨개방의주인인‘직녀’와깊은인연이있다.
백운은뜨개방으로돌아와직녀에게다정하게인사한뒤인간의모습으로변신한다.그곳에서또다른신인‘개화’와시원한바다를몰고온‘파도’까지한데모인다.그들은매년백운의생일마다직녀의뜨개방에찾아와서로에게“안부”와“생존여부”를나눈다.일종의신년회가시작되려던찰나초대한적없는어린신‘도요’가뜨개방에방문하면서오랜친구‘운겸’의부고를듣게된다.
예상치못한부고는뜨개방에있던모든이들에게상실의슬픔으로,변해가는세상을체감하는순간으로이어진다.전능한신의죽음을어느누가쉽게상상할수있을까?그럼에도그들은급변하는인간사에따라자신들의“시대”역시끝나가고있음을가볍게자각한다.이내멈췄던잔치가다시이어진다.새로운섬의주인이된어린신과저물어가는운명을천천히체감하는신들의흥겨운말소리가이어진다.그틈속에서각국의신과굶주린귀들이뒤섞여생과사의묵직한의미를가벼이뛰어넘는다.서로를향한안녕과사랑,다정한애도가이어지는동안직녀가짜는편물의무늬는존재와운명을“잇고또지우”는“번다한궤적”을아련하게남긴다.우리는이에대해여러형태로만들어졌다가허물어지길무한히반복할,‘삶’이라명명하게될것이다.

“손님맞느라수고많았어요.”
백운이미소띤얼굴로직녀의허리에두팔을두르며속삭였다.
“도와줘서고마워요.덕분에무척즐거웠어요.”
직녀의손에서흘러내린편물이흔들의자에떨어졌다.뜨개바늘의움직임이느려졌다.
어떤밤은기록되지않아도괜찮았으니까.기억속에머물다죽음으로소멸하는것만으로도충분히의미있었다.(85~86쪽)

“내가얘기한적있던가요?셀수없이많은꿈을
동시에꿀수있다는거말이에요.”

이해할수없는운명을기꺼이껴안을때
새롭게태어나는사랑을닮은세계

마지막소설「능금」은아버지의유산으로받은‘산’속에서홀로살아가던‘능금’이어느날‘해수’라는의문의남자를만나며시작된다.능금은옷이갈가리찢어질만큼부상을입고숲속에쓰러진해수를집으로데려와치료해준다.해수의심상치않은상처를보며익숙한경계심을느끼던능금은우리가만난적있노라고,“당신을계속기다리고있었”노라고말한다.두사람에겐어떤과거가놓여있을까?소설은많은말을아낀채,코끝이천천히시려워지는겨울숲속으로독자를이끈다.
어느덧두사람은몸과마음을섞을만큼가까워진다.앞으로행복만이남았으리라믿게될쯤,해수는자신이인간의모습에서점점멀어지고있다고고백한다.그는시간이지날수록인간다움과거리가먼신적인존재로변하며,억제하지못한자신의본성때문에타인을해하기전스스로를사냥하길택한다.능금은낯설고두려운해수의모습에불안을느끼면서도해수를쉽게포기하지못하고,그와함께하는일상적인시간을잃지않으려노력한다.해수가과연신인지,괴물인지,혹은또다른존재인지는분명하지않지만능금은바스라지는해수의곁을지키며그를깊이끌어안는다.
인간과초월적존재사이의경계를서정적인분위기로묘사한「능금」은극복의대상이아닌,불안과두려움이공존하는형태의사랑을이야기한다.장아미가펼쳐낸비현실의세계는‘나’와타인사이의몰이해를껴안는방식으로현실이된다.이제우리는그가만든세편의소설이사랑,죽음,영원한기다림과같은쉽게이해할수없는영역을표류하는이를위한다정한응답임을알게될것이다.

“내가남긴흔적들을보았겠죠.피와살점말이에요.해가지날수록나자신을유지하기가힘들어져요.때론내가누구인지도잊어버려요.손톱이길어지고뿔이돋고송곳니가자라요.그러면살을찢고피를마셔야해요.그래서스스로를사냥하는거예요.다른누군가를다치게하기전에,내배를가르고간을터뜨리고심장을뜯어내삼켜요.하지만눈깜짝할사이에상처는치유되고나는다시젊고건강해지죠.이게신으로변하는과정이라면,능금,당신은받아들일수있겠어요?”(102쪽)

우리는때로사랑을시험받는물음을받는다.이래도상대를믿을수있는지,그럼에도상대의곁을떠나지않겠다약속할수있는지,그모든것을겪었음에도마음이변하지않겠다말할수있는지.질문앞에선뜻긍정의대답을내놓지못하는순간,우리의입술끝에서흩어진‘망설임’은모두어디로사라졌을까?끝내그것을사랑이아니었다고말할수있을까?

장아미의이야기를읽는일은이런망설임을마주하고,더듬어가고,호명하는것과닮아있다.사랑을사랑이라말하지않더라도,잠시다른것에미혹돼길을잃더라도,한세계에서영원히헤어지게되더라도그때마다있었을‘멈칫’의순간에대해의미를부여한다.‘멈칫’과‘망설임’의조각이모여끝내사랑으로,따뜻한애정으로정의될때우리의유한한삶은한겹더두터워질수있음을경험하게만든다.
“꿈과현실,‘나’와세계,현재와영원이흐릿하게엮이는어스름”이이어지는장아미의이야기에서수많은‘멈칫’과‘망설임’을기꺼이사랑이라감각할때,우리는서로가있는곳을향해명확히걸음을내딛을수있을것이다.

저자의말

첫번째문장이있어야두번째문장이있을수있듯어떤문장도외로이존재하지않았다.순서대로넘어가는블록처럼분명한연쇄안에있었다.한칸씩의공백에가로막히고행갈이돼분리된상태에서도서로에게영향을끼쳤다.은밀하게뒤섞이며복잡한규율을이루었다.그러자한문장을썼을때에는보이지않았던진실이실체를드러냈다.쓴다는건읽음으로써가능했다.내가쓴이야기조차타인의눈으로읽는과정을거친다음에야절반이나마이해할수있는것처럼.
-에세이「이야기는혼자계속」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