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숲사이바닷가처럼
꿈결같은이야기시
2016년『창비어린이』로작품활동을시작한임수현시인은제7회문학동네동시문학상대상,제27회창비좋은어린이책공모동시부문우수상,제7회권태응문학상을수상하며자신만의확고한영역을동시단에구축했다.그이상하고아름다운시세계에이름을붙여야한다면,책의첫머리에저자가쓴대로“뒤죽박죽상상나라”가마땅하겠다.그렇다면『고슴도치선크림바르기』는그나라로통하는여권이라할수있다.동시집의서시가자작나무숲조붓한샛길을떠나는장면인것은그래서의미심장하다.
바다를보러가는중이었다
한손에가방을든할머니가손을들어
아빠차를세웠다
언덕너머마을까지
거기까지만태워달라고했다
(…)
언덕은지난지오래
자작나무숲사이로차는들어서는데
할머니가가방을움켜안고잠들어있다
나도할머니어깨에기대스르르잠이든다
-「자작나무숲사이로」중에서
그렇게입장한뒤죽박죽상상나라는그이름만큼이나독창적상상력으로가득하다.세상모든그늘을망태에모으는사냥꾼이야기,새학기첫날이두려워눈물짓는코끼리이야기,안개마을에서안개식당을운영하는안개할머니이야기,고양이가되고싶은호랑이이야기까지.수록된한편한편의시가마치동화처럼깊은서사를내포하고있다.자작나무숲사이푸른바다같이아름다우면서대낮에꾸는꿈의한장면처럼발랄한,시인임수현이지은환상의나라가독자들을기다린다.
숲으로가자숲으로가자
우거진나뭇가지위로소복소복쌓인눈맞으며
눈누난나노래부르며가자
뿔을키우는사슴에게도
나뭇가지옮겨다니는종달새에게도
안녕안녕인사하며가자
(…)
숲속가장높은나뭇가지에걸린
눈썹달을따서
긴장대를들고돌아오자
어서어서가자눈꼭감고가자
-「눈썹달자장가」중에서
태어나처음간영화관처럼
어슴푸레따사한마음
『고슴도치선크림바르기』에는제호에등장하는고슴도치외에도늑대,코뿔소,암탉,주머니쥐,흑염소등갖가지동물이독자를반긴다.송혜선작가의따스한그림체로구현된이들은기쁨,슬픔,노여움,두려움등생활속에서우리가마주하는감정의또다른모습이다.우리는살아가며이들을길들이는데에때로는성공하고때로는실패한다.그럼에도엄연한사실은,우리의삶이이러한마음과반려(伴侶)하며사는일이라는것이다.그러니까『고슴도치선크림바르기』에나오는동물들은우리의내면을비추는거울이다.각양각색의우화를접하는동안독자는과연무엇을발견하게될까.
용기는갈비뼈밑에있어
배고픔속에있기도하고
쉿!저기수풀이흔들리고있어
다리덜덜떨지말고
뿔따위는아무것도아닌척
어깨펴고걷는거야
자어서나가봐!
할수있지?
-「늑대가두려움을극복하는방법」중에서
태어나처음으로영화관에갔던때를기억하는가?새까만어둠속불안감도잠시,포근한좌석에자리했을때은막위로내려앉던하얀빛.그렇게상영되는누군가의아름다운꿈.우리는임수현의동시를통해그때느낀서정과다시접촉한다.어슴푸레따사로운이세상에서내가느끼는감정이나혼자만의것이아님을,시인의말마따나“친절함,부드러움,쓸쓸함,외로움”이한장면안에배치될수있음을깨닫는다.결코잊을수없는영화를보고난뒤극장문을나선순간처럼,『고슴도치선크림바르기』도그러한원체험을선사할것이다.
학원마칠때까지기다려도나오지않던친구
나만빼고놀러간친구
피구하다얼굴에맞은공도
나만두고모두돌아간운동장처럼
쓸쓸해
다말하고싶지만
다말하고싶지않아
이불이돌돌감긴동굴속에서
어둠과나는
얼마나환한지몰라
그렇게한숨자고일어나는거야
-「다말할순없어그렇지만말하고싶어」중에서
문해력(文解力,글을읽고이해하는힘)단련의시대
우리말과글을맛있게이해하는자음과모음문해력동시!
바야흐로문해력단련의시대이다.현세대어린이들이영상미디어에익숙해져문자를읽고해석하는능력이현저히떨어졌다는연구결과가연일보도된다.그리하여문해력을내세운갖가지프로그램과도서가요즈음교육,문화계내의추세이다.
문해력이란,단순히읽고쓰는행위를넘어글을이해하고분석하는능력을일컫는다.어린이가학교생활에서지식을습득하고시험을치르며과제를해내고모둠활동을하는전반적인과정에이것이작용한다.다시말해의사소통능력을좌우하므로대인관계를위해서도문해력단련은반드시필요하다.
많은전문가가문해력을키우는방법으로다양한종류의읽기와쓰기를꼽는다.시작부터긴글을읽으며끙끙대라는말은아닐테다.짧은글을집중하여읽는훈련이우선이다.어린이를위한짧은글하면동시가바로떠오른다.행마다응축된화자의감정과관찰력을읽고해석해내는훈련을하다보면어린이의문해력은어느새크게자라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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