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투나 (전하영 소설)

시그투나 (전하영 소설)

$14.00
Description
찬란한 꿈, 변질된 꿈, 파괴된 꿈
그리고 여전히 우리의 손에 남아 있는
지연된 꿈에 대하여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의 서른세 번째 안내서. “아름답고 우아하면서도 냉정한 결기로 반짝인다”라는 평을 받으며 제12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거머쥔 전하영이 ‘트리플’ 시리즈를 만나 새로운 소설집 『시그투나』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묻고 있는 세 편의 소설은 작가 전하영이 은밀하게 수행 중인 약속 같기도 하다. “더는 예술에 아무런 힘도 남아 있지 않다고 체념하거나 예술은 속된 것으로 전락했다고 냉소하는 대신, 예술이 감행할 수 있는 시대착오를 통해 오래된 맹약을 유지”하려는(이소 문학평론가) 전하영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독자들에게도 가닿기를 바란다.
저자

전하영

저자:전하영

2019년문학동네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제12회젊은작가상대상을수상했다.소설집『시차와시대착오』를썼고앤솔러지『봄이오면녹는』등에참여했다.

목차


시그투나
인도차이나
조용하고먼

에세이_어느계절에
해설_여전히남아있는것들_이소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미래를,그리고우리를포기하지않은사람들
여성지식인최영숙의꿈과투쟁에관한이야기

첫번째소설「시그투나」는식민지조선에서태어나유럽으로건너간최영숙의눈으로억압과자유,고립과연대를교차시킨다.1927년스웨덴의고요한마을시그투나.이작은마을에거주하는조선인이라곤그녀한사람뿐이다.멜라렌호수의찬란한빛과한여름의향연속에서도그녀의기억은늘조국으로되돌아간다.3·1운동의거리로,서대문형무소의차가운벽으로,그리고동지들의죽음을목격한순간으로.

내가경험한수치를,끝없는절망을이토록평화로운스웨덴의사람들에게밝힐수있을까요?1919년3월의일을그들은과연상상이나할수있을까요?그게상상이아니라진짜로벌어진일이고,여전히계속된다는것을,더심해진다는것을믿을수있을까요?나는잊을수없습니다.절대로잊지못합니다._본문25쪽

최영숙은새로운언어를익히고글을쓰면서,동급생리사와대화하면서낯선자유의공기를마신다.하지만동시에멀리떨어진조국의아픔을증언해야한다는사명또한짊어진다.그녀의글은단지일기의조각이아니라세계를향한절규이자미래세대를향한편지로읽힌다.

청춘과함께사라진열정과순수
그극적이고서글픈쇠락

두번째소설「인도차이나」는사십대소설가인‘나’와영화제작자인‘R’이북토크에참석하기위해소도시의서점으로향하며펼쳐지는하루동안의이야기다.
젊고유망했던청년예술가였던‘나’는이십년의세월이흐르면서흔하디흔한예술계의노동자가되었다.한때는순수한열정과재능을오롯이쏟아부었던무언가가있었던것같지만,지금은그저생계수단이되어버린일에피로만이남았을뿐이다.

“웃기지마.그때정말자기가어리다고생각했어?난아닌데?난책도썼잖아.이십년전에는지금보다더잘썼는지도몰라.그때는지금처럼마른걸레쥐어짜듯억지로쓰지않았다고.오히려생각이흘러넘쳐서그걸다담을수없는정도였지.당신도그렇잖아.내가요즘쓰는것보다예전에쓴걸더좋아하지않아?”
의도치않게흘러나온자기고백적인말에나는움찔했다.내속에나도모르게뒤틀려져있던부분이갑자기튀어나온것이었다.나는어느순간부터퇴보하고있지않나?무언가순수한불꽃을잃고시시껄렁한껍데기로살아가고있는것은아닌가._본문61쪽

‘나’는여정을통해소설가로서의삶뿐만아니라여성,그리고한사람으로서나이들어가는자신을마주한다.‘R’과의관계는애정과갈등,친밀함과균열을동시에보여주며,‘나’는그속에서과거의기억을떠올린다.작품은삶과관계의불안정성,예술가로서의자기회의,나이듦의체감,그리고일상속에서스치는장소와순간들이남기는잔상을날카롭고도섬세한문장으로포착한다.

“민망한향수조차없이잔인했던좌절의기억”
조용히긴파문을남긴상처의잔해

세번째소설「조용하고먼」은과거대학시절의사건을매개로다시얽히게된두인물-윤경과승혜-의통화를중심으로전개된다.졸업작품과정에서벌어진표절사건은두사람의인생을바꾸어놓았고,20년이지난뒤에도여전히현재를규정한다.
승혜는자신의아이가윤경과같은잘못(표절)을저질렀다며과거의이야기를다시불러온다.두사람은서로의기억과상처,억울함과후회를되짚으며누구의잘못인가하는질문을끝없이주고받지만,결국은인생을무겁게짓누르는죄책감,속죄그리고끝내해소되지않는갈등을드러낸다.

내가그작품을안다고얘기했을때,그때봤던너의표정을절대로잊을수없을거야.그런장면은평생잊을수가없지.
…….
너는부인했어.너는모른다고되풀이해서말했어.지금도그렇게얘기할수있니?
이미다인정했잖아.합당한처벌도받았으니까다끝난얘기야.
넌정말가벼워졌구나.
아니,나는사라지고싶었어.아주오랫동안.죽은듯이지냈어.그게지금의나야._본문118-119쪽

소설은두인물의대화를통해과거의그림자와현재의삶이어떻게연결되는가를보여준다.작가는인간관계의균열,예술가의윤리그리고세대를이어반복되는실수를섬세한시각으로탐구하여조용하지만멀리까지파문을남기는이야기로그려내고싶었던건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