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 원만 빌려줘 (안보윤 연작소설 | 양장본 Hardcover)

이만 원만 빌려줘 (안보윤 연작소설 |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서로를 구원하는 대신
함께 부서진 채 나란히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서른여섯 번째 안내서. 2005년 등단 후 우리 사회의 침울한 일면을 능숙하게 소설화하며 자음과모음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 안보윤의 연작소설집이다.

안보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우리'라는 대명사로부터 밀려난 이들의 막막한 궤적을 추적한다. 「이만 원만 빌려줘」 「(알 수 없음)」 「우리가 될 수 없는」 속 파편화된 비극들은 기어코 서로의 꼬리를 물며, 사람과 사람이 온전히 연결될 수 없는 절망의 지형도를 그려낸다.

“이 글이 거대한 변명의 장이 되지 않으려면, 오늘에 대해 써야 한다, 오늘의 각오와 오늘의 실패, 오늘의 비겁함과 오늘의 오만과 오늘의 나에 대해 써야 한다”고 다짐하는 작가의 이야기 속엔 그 절망의 깊이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사람들이 등장한다. 다만 바스러지기 직전의 상태로 벼랑 아래를 바라보는 이들의 눈은 세계에 대한 연민으로 글썽이고 있다.
저자

안보윤

2005년문학동네작가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비교적안녕한당신의하루』『소년7의고백』『밤은내가가질게』,중편소설『알마의숲』『세상모든곳의전수미』,장편소설『악어떼가나왔다』『오즈의닥터』『사소한문제들』『우선멈춤』『모르는척』『밤의행방』『여진』등이있다.자음과모음문학상,현대문학상,이효석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이만원만빌려줘
(알수없음)
우리가될수없는

에세이_마침표도없이,
해설_끝끝내'우리'가되지않음으로써(최진석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참혹한세계를견디기위해부서진자들이취하는아득한거리감
첫번째소설「이만원만빌려줘」는자살을결심한'나'가온라인에서만난김동주라는사내와동반죽음을실행하기위해떠나온여정을진술한다.숱한가짜죽음희망자들을만나며타인의불행을구경해온'나'는,현실의모든끈을끊어낸듯한동주에게서진짜절망을보게된다.

김동주씨는그들과달랐어요.현실과연결된수많은실이있다면김동주씨는그걸차근차근모조리잘라내며걸어온사람같았죠.실밥뭉치처럼곳곳이비어서언제흩어져도상관없다는듯무감했어요.보자마자알겠더라고요.이사람은진짜구나.이번에는진짜,끝을낼수있겠구나.
_「이만원만빌려줘」15~16쪽

하지만그의이면에는기묘한사건하나가숨겨져있다.동주가'나'를만나기전,어린아이를유괴하였고그가요구했던몸값이고작'이만원'이었다는사실이다.이어처구니없는액수는자본주의적교환가치로는측량할수없는인간의지독한부채감을증언한다.모든것이숫자로치환되는불모의세계에서작품은값싼위로를건네는대신,다른사람의고통을다안다는오만함을내려놓으라종용한다.그리하여타인을끝내알수없는고유한존재로남겨두는이거리감각속에서우리는아이러니하게도인간존엄의단초를발견한다.


씁쓸한교차로에서말없이스쳐가는번역되지않은고통들
숫자로치환된세계의폭력성은두번째소설「(알수없음)」의주인공오영의일상을통해상시적인비극으로변주된다.좁은고시원을전전하는오영은스스로를“칠천원짜리”라자조하며살아간다.직장내괴롭힘으로스스로세상을떠난동생이서의죽음앞에서도,오영은타인에게감정을쏟지않고그저하루하루를무기력하게견딘다.

약한것들,가여운것들,불쌍한것들,그런것들의미래는다만잘썩고잘타는것.향이코끝에서타고있는것처럼눈이맵다.
_「(알수없음)」54쪽

이작품은동생의억울한죽음을풀기위해세상과맞서는오영의복수극이아니다.다른사람의고통을나의언어로번역하지않겠다는작가의서늘한자각이서사의완결을계속해서유예한다.타인을마음대로재단하지않겠다는,기어코'알수없음'으로내버려두겠다는윤리적안간힘.이러한모럴이작품이마무리된뒤에도독자를끊임없이사유하게만든다.


파국과절망의기록을통해헝클어진세계에남기는연대의단초
세번째소설「우리가될수없는」은유괴범동주로부터이만원이라는몸값으로풀려난뒤어른이된정우의시선으로세계를응시하는이야기이다.다만정우가겪은진정한외상은동주가아니라,어머니의강박에서비롯된것이다.그사건이후정우의어머니는정성껏키워낸제아이가고작이만원으로환산되었다는점을받아들일수없어한다.

나는지금도엄마가내게했던말들을종종떠올린다.
—네차림새가,네몰골이,네가얼마나거지같아보였으면고작이만원을달라고하니.
엄마는놀이터흙바닥이나마트선반에서내손을거칠게뜯어내며말했다.
—이게뭐하는짓이야,더럽게.
그러고는도무지견딜수없다는듯,진저리를치며내뱉곤했다.
—제발이만원짜리같이굴지좀마.
_「우리가될수없는」112쪽

삶의가치와의미가화폐로계산되고환산되는순간,가장가까운이조차잔혹한가해자로전락하고마는세계에서,작가는“진심이되려면믿어야한다,사람을,세계를,무수한선택속에숨어있는선의를믿어야한다”고말한다.그리하여실의와좌절로가득한세편의이야기에앙금처럼가라앉는조용한희망이있다.저자가언급한“반드시회복되리란믿음”,안보윤의이번작품에서그희망이드러나는부분을찾는것도묘미일테다.그렇게독자는“부서뜨리기위해믿고믿기위해부서뜨리는기이한반복속”추락하는일외에,'연대'라는선택지가있음을깨닫는다.함부로이해한다고말하지않는묵언(默言)과절망의기록을통해가장역설적인윤리와협력의실마리를벼려내는것.소설가안보윤의신작이우리에게건네는,묵직하고도서늘한통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