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박찬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월간 『시문학』에 「상리마을에 내리는 안개는」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 1월 19일 지병인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저서로는 시집 『수도곶 이야기』 『그리운 잠』 『화염길』 『먼지 속 이슬』, 실크로드 문화 기행집 『우는 낙타의 푸른 눈썹을 보았는가』가 있다.
그 시절 사람 오래된 숲1 오래된 숲2 오래된 숲3 외로운 식량 흙으로 구운 시-박실의 테라코타전에 부쳐 개화산에서 신열 예쁜 꽃 그리운 잠2 도깨비발톱 몸살 오십줄 귀가 봄편지 봄의 幻 봄날 저녁 무렵 달마산 백담사에서-鳳今無今 매화꽃 전쟁 화산 석류 백담사 계곡 사랑 心訶3 산령을 넘으며 가을밤 칸나꽃 질 무렵 절름발이 진도行 옻나무 꽃도장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며 산빛 가을, 석남사 가을밤 얼음매미 대만란 DNA 달빛 밤길을 걷다 달의 계곡 도비도 꽃샘 애기동백 적막한 귀가 마음의 폐허5-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마음의 폐허6 미황사 물끄러미 거시기 비 오는 날 치자꽃 피는 밤 인생아! 마음의 폐허-타클라마칸 사막에서 진도 복춤 그 웃음 좆도 포도시 옥녀봉 적막 고혹 바람이 사는 집-책장 존재의 이름 집 하늘연꽃 散骨을 하며-어머님께 당혹 듯 수아다카 도시에서 사는 법 메르브 서래봉 가는 길 위태로운 봄 새벽별 꽃자줏빛 겨울 주왕산 공명 천둥소리 허공꽃 급한 일 목포의, 눈물 째보 금자 108계단 소리를 찾아서-서래봉 가는 길
2007년 1월 19일, 우리는 한 시인을 떠나보내야만 했다. 지병인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故 박찬 시인은 가족과 지인들의 안타까움과 아쉬움, 눈물을 뒤로한 채, 그의 시처럼 담담히 이승을 떠났다. 시간은 가도 기억은, 사랑은, 그리고 시는 남는 법. 어느덧 시인이 세상을 뜬 지 일 년, 다시금 고인을 추억하며 우리들 가슴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시인의 마지막 목소리가 아로새겨진 여든여섯 편의 시를 선보인다. 『외로운 식량』은 시인 생전에 여러 문예지를 통해 발표했던 시들과 미발표작들을 모은 유고 시집이다.
표표히 길 떠나는 자의 뒷모습 시인은 걷는다. 개화산, 달마산을 지나 백담사에 들러 잠시 숨을 돌리기도 하고, 진도로 산집 나들이를 가기도 하고, 낮이며 밤이며 계속 걷다 아나우 언덕과 타클라마칸 사막에 이르기까지 시인의 여정은 계속 된다. 그 길에 동행하는 이는 이름 모를 들꽃이었다가, 풀벌레였다가, 하늘이었다가, 바다였다가, 바람이었다. “한겨울 눈 속에 빨갛게 꽃잎 연”(「애기동백」) 애기동백에게 따뜻한 눈길 한번 주고, “그 맑고 투명한”(「얼음매미」) 얼음매미 소리에 귀 기울이고, “물결 출렁일 때마다 따라 출렁거리다가” “돛대에 갈매기 날아와 앉”으면 “그 모습 물끄러미 바라보고”(「물끄러미」) “날이 개면 이글거리는 태양빛에 다시 타들어갈 것 같은”(「마음의 폐허5―타클라마칸 사막에서) 사막에 이르면 바람과 내리는 비에 온몸을 맡긴다. 그 여정의 끝에 결국 깨닫게 되는 건 “봄꽃,/저 홀로 피었다 지듯/오직 나 혼자뿐!”(「절름발이」)이라는 사실. 절대고독이라는 인간의 숙명을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고 한 걸음 한 걸음 끊임없이 걸어가야 할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 거기엔 삶도 죽음도 따로 없다. 생성과 소멸은 대자연의 섭리이고, 대자연이 보듬고 있는 모든 존재는 다만 그 섭리에 따를 뿐이라는 시인의 시선에서 삶을 달관한 이의 여유로움과 너그러움이 느껴진다.
들판으로 소풍 가듯 죽음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여로 시인은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것일까.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지 일 년이 지난 지금 읽는 유고 시편들의 행간에 언뜻언뜻 운명의 그림자가 비친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그저 기분 탓일까. 그렇다 하더라도 그 운명의 그림자는 결코 시인의 시에 그늘을 드리우지 못한다.
이 시집을 다 읽고 책장을 덮기 전, 맨 마지막에 실린 「소리를 찾아서―서래봉 가는 길」을 다시 한번 소리내어 읽어보면, 붉은 칸나에게도 푸른 하늘에게도 “안녕!”이라고 작별인사를 고하고 뒤돌아서서 휘적휘적 걸어가는 시인의 모습이 선연하게 떠오르는 듯하다. 그는 그렇게 떠나갔지만 그의 시는 언제까지고 우리 마음속에 큰 울림으로 남을 것이다.
외로운 식량 (박찬 시집)
$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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