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리리판타지라믿고싶은교육현실에의통렬한비판,그리고희망
2008년여름십대들이피어올린촛불이촛불정국으로까지나아갔지만,아직꺼지지못하고있다.촛불의의제는더욱다양해지고있지만,소통의기미는전혀보이지않는다.이암울한현실에서문학은무엇을할수있을까?김진경작가는『우리들의아름다운나라』로화답한다.청소년들의일상을촘촘하게그려내는데관심을쏟고있는요즘의청소년소설과는달리작가는현실에대한묵직하고도의미있는화두를던지고있다.학교-학원-입시라는세개의꼭지점안에아이들을가두고삶의열정과기쁨을앗아가는교육제도와정책에대한비판의날이선작품이다.그런데한바탕신나는놀이를통해벼린날이다.작가의교육현장경험과교육개혁운동에헌신해온세월이곰삭아더욱신명나는한판이다.이놀이판에서마음껏떠들고,기뻐하고분노하며,공감의노래와춤판을벌일수있도록청소년독자들을초대한다.
시계탑을부숴라!-강요된하나의시간과공간을뒤엎는십대들의통쾌한반란
여기,낮에잠을자고해가기울무렵이면일어나일상을시작하는이상한나라가있다.이이상한나라의대통령이국제경제력을강화한다는목적으로‘지구반대쪽나라’의시간에맞춰표준시를변경해하루아침에낮과밤을뒤바꿔버렸다.그리고아이들에게는집중력을강화시켜준다는일명‘공부잘하는기계’로불리는시계모자를쓰게한다.해가지면아이들은투구처럼생긴시계모자를쓰고전쟁터에출전하듯학교에간다.하지만시계모자가몰아가는경쟁의세계를거부하는기우,신지,지만,인수,세나는시계모자착용을거부하고,이아이들은학교에서특수반으로격리되어교육현장의주변부로밀려난다.
기우를중심으로특수반아이들은반시계모자카페를만들고시민단체들과연대하여,시계모자의무착용에대한국가인권위제소와헌법소원을진행하여승리한다.하지만리더격인기우가주변의압력에못이겨결국시계모자를쓰게되고,반시계모자세력은큰타격을입는다.시계모자를쓴지얼마안되어기우는집중력을키워준다는‘강화학교’로가게되지만,곧탈출하여‘지하도시’로들어갔다는소문이돌기시작한다.
노숙자들이지하철폐간노선에모여들며만들어진지하도시는,시계모자시대의실패자들이격리된채살고있는공간이다.하지만그지하도시에서사람들은외국인노동자,강화학교탈출학생들과연대하여정부의억압에대항하고,‘지하도시통신’이라는인터넷방송을통해교육현실과사회비판의메시지를퍼뜨려가고있다.기우는다른강화학교탈출학생들과함께지하도시에머물며다시범시민세력의연대의불씨를지핀다.
강화학교의정체와기우의행방을알게된특수반친구들은다시기우를중심으로뭉쳐,학교에게시계모자작동의비밀을퍼뜨리고,지하도시지휘부를색출,공격하려는정부작전의전모를캐내기위해머리를맞댄다.결국지하도시가정부의공습을받아위기에처하자,기우는한때사람들의입에오르내리던자신의인터넷명을딴‘이카루스통신’방송을통해집중력강화학교가시계모자작용의부작용으로정신분열이일어난아이들을수용하는장소라는사실을폭로하고,현교육제도와사회를비판한다.'이카루스통신'이엄청난조회수를올리며퍼져나가는사이,기우는지하도시를탈출해특수반아이들과함께시계모자에전파를보내는중앙시계탑을부수기위한행동에돌입하는데.....
이소설은무엇보다도SF적요소를도입한독특한설정과전편을흐르는긴장감,속도감있는전개가돋보인다.지하도시사수와시계탑파괴라는두사건을축으로작가는다층적인긴장의결을빗어낸다.부분기억상실증에걸린기우행방의열쇠를쥐고있는비둘기편지,지하도시에스며든프락치의음모와작전명‘트로이의목마’‘신의눈’의해석을둘러싸고감도는불안감,끊임없이기우의뒤를쫓으며어디론가그를불러내는환각의정체,숨이막힐정도로현장감넘치는지하도시진압장면,시계탑공격에서아이들이맞는예기치못한사건과반전.이렇게진폭이다른긴장감들이공명하여긴박감넘치는재미를선사한다.
소설은여러인물들의시점이번갈아가며전개된다.한주인공의독주가아니라여러주인공들이릴레이처럼이야기를이어받아이끌어가는서사구조다.이는작가가‘천개의눈을가진신’으로상징하는‘다양성’을구조적으로실현한것이라하겠다.
티격태격하면서도똘똘뭉쳐문제를헤쳐나가는아이들에게서우리는십대특유의건강성과힘을느낀다.당당하게자신의목소리를내는그들에게서우리는작가의영감이된우리시대의‘촛불소녀’들을본다.
시계모자로보는우리들의자화상
이작품에는우리의교육현실이‘시계모자’로그섬뜩한모습을드러내고있다.시계모자로뇌의전파를조작하면서까지아이들을경쟁의지옥으로내모는교육부.그무한경쟁에서의도태가정신분열보다더무서운학부모.그리고시계모자를비판하는선생님들이가차없이교육현장에서쫓겨나는,살벌하기짝이없는소설속의세계는우리의현실과너무도닮아있다.상위10%를위해90%를희생시키는우리교육의실상이얼마나그로테스크한지,작가는시계모자를쓰고정신분열에시달리는아이들을통해,최고급시계모자를향한욕망과질시를통해낱낱이그리고있다.
이소설은청소년들의현재와미래를옭아매고있는우리교육현실을뼈아프게돌아보게한다.0교시,야간자율학습,보충수업,우열반이다시등장했고,영어몰입교육의전도사인국제중학교설립과함께초등학교마저본격입시체제에종속될날이얼마남지않았으며,학력편차를줄이기위한명문으로실시된일제고사는아이들을성적주의의피해자로만들고,결국엔사교육의역량차이만확인시켜주기밖에더하겠는가?
또경쟁에내몰린이나라아이들의내면은어떠한가?누군가자기를감시하고있다는관찰망상에걸려있다.“더열심히해야해!”“이번엔더좋은점수를받아야해!”늘자기가만든감시자의눈치를보며산다.또망상속의감시자에게인격이먹혀버려결국누가시키지않으면혼자서아무것도못하게되는‘심리적식인’의상태에이르거나,감시자를피해서자기속으로숨어버리는후천적자폐로시달린다.이아이들의공통점은삶에대한의욕상실,열정의부재다.“뭐하고싶니?”라는물음에“몰라요.”“없어요.”로일관하는우리아이들,성적비관자살이끊이지않는우리사회의마주하기두려운자화상이아닐까,자문해본다.
경쟁과속도가지배하는우리들의타화상
“친애하는국민여러분,세계경제가한덩어리처럼동시간대에움직이고있습니다.(···)석유를비롯한원자재가격의급격한상승은자원이없는우리나라의경제에심각한그늘을드리웠으며,주변국가들의급속한성장또한우리나라경제를거센경쟁의물결속으로몰아넣고있습니다.이러한어려움을타개하고자저는이번에중대한결단을내렸습니다.바로우리나라의표준시를세계경제의중심이자리하고있는지구반대쪽에맞추어변경하는것입니다.1분1초를다투는속도경쟁속에서세계경제중심의실시간에맞추어움직이는것이치열한경쟁을뚫고생존할수있는유일한길이라생각되어내린결단입니다.(···)이시간이후부터는표준시변경과관련된논란을금지합니다.이후불필요한논란을일으켜국론을분열시키고국력을낭비하게만드는사람들에대해서는법에따라엄중한처벌을내릴것입니다.”
국제경쟁력을구실로밤과낮을바꿔버리는기상천외한발상을한대통령의대국민담화문이다.
경제논리가모든것에우선하는이이상한나라에서는아무렇지도않게국민의기본권이박탈되고생명의순리마저거스르는정책들이발의되고실현된다.이러한경제제일주의가교육에반영된다면,교육의목적은오로지노동력의산출,산업역군의배출,인재의양성인것이다.이목적을위해서라면경쟁구도강화를위해정신분열도마다않고시계모자를씌우는것이다.결국학생들은하나의인격체가아니라노동력의잠재적가치로서만평가되고마는것이다.
절대권력을누리는이나라의경제논리는시계모자에적응하지못하는아이들을강화학교에감금시키고,경제적효용성이없는사람들(노숙자)을지하도시로밀어낸다.아이들은경쟁에서뒤처지면사회의밑바닥으로,지하도시로전락한다는두려움으로시계모자를더욱세게눌러쓴다.작가는이러한사회를공포가지배하는사회,현세대가다음세대의미래를잡아먹어버리는‘식인의시대’라고정의내린다.
그러나작가는공포속에서희망의가능성을꿈꾸고확신한다.
“지하도시와강화학교는공포의상징이되었어.툭하면‘우리가하는식으로열심히따라오지않으면지하도시로가게돼.강화학교로가게돼.’라고들하잖아.하지만목숨이붙어있는한희망을버리지않는게사람의본성인데공포로사람을,이세계를움직이려한다는게말이나되는소리냐?그래서바로공포의상징인지하도시와강화학교에서공포를희망으로바꾸어보려는거야.공포의대상인이곳에서조차살아있는사람들이희망을꿈꾸고만들어나간다는것을보여주려는거야.”
우리는춤추고노래하며반란한다.
기우,신지,인수,지만,진이,세나,준이,이들은우리가촛불정국에서만난십대들과유사하다.그들은기성제도와언론을믿지않는다.뉴스는그들에게소스(source)일뿐이다.그들은그소스를재료삼아정보를재편집하고의견을교환하고,평가하고,걸러내고,퍼트린다.그들은자신의생각을표현하는데자유롭고거침없다.그들은진지하면서유쾌하다.소리높여구호를외치고힙합음악에몸을흔든다.흥과즐거움으로억압에맞서고,우정과신뢰와연대로희망을이어나간다.
작가는여러등장인물들의목소리를통해아이들이직면해있는현실을보여준다.제도에순응하고지내는것처럼보이는아이들도그안에는뜨거운불씨를품고있다.엘리트코드를밟고있는방송반반장종서,공부로가난의족쇄에서벗어나고싶어하는진이가그들이다.생명력을잃은학교가더이상교육의장이될수없음은특수반아이들과학교에서모든희망을포기하고겉도는준이,그리고‘지하도시통신’의주역이자탈학교학생인아드레날린이나팬더곰,깨비를통해보여주고있다.각자의처지와고민의구체적모양새는다르지만,내가존중받는교육,내가주인되는삶을향한꿈과투쟁의길에서그들은하나가된다.
이작품에서‘어른들’은아이들의조력자역할을하지만결정적영향력을갖고있지못하다.어른들은그들이취사선택할정보의소스이자연대의동등한대상이다.아이들은반시계모자세력을결집시키는구심점이되고,권력감시와여론수렴의기능을잃은기성언론을대신해‘지하도시통신’이라는대체언론을만든다.그들은시계모자기능의비밀을퍼트리는방법을모색하고,아이들을조직해내고,정부기관의정보를입수한다.시계모자의기능을완전히마비시킬수있는유일한길은시계탑을부수는것뿐이라는결론도,그위험한미션을위한계획을수립하고실행하는것도모두이들이다.따라서이책에서그들이맞이하는승리는온전히그들의몫이다.비록그승리가긴투쟁의시작에불과할지라도,노래하고춤추며외치는그들의신명난마지막모습이거침없는앞으로의행보와희망을독자의마음에심는다.
시계모자를벗고천개의겹눈을가진신을향하여
_그들과함께꿈꾸는‘우리들의아름다운나라’
시계모자를쓰게하고밤과낮을뒤바꾸며하나의시간과하나의가치관을강요하는이나라를작가는탐욕스런외눈박이신에비유한다.“왜이하찮은인터넷방송하나를없애기위해그런엄청난힘을동원하는것일까?”그것은‘지하도시통신’이있는한,수많은댓글이달리는한,외눈박이신의눈이유일한눈이될수없기때문이다.
아이들은외눈박이신대신,천개의겹눈을가진신을꿈꾼다.감고있는눈이뜨이고닫혀있는입이열려다양한시선과목소리가어우러지는세상에천개의겹눈을가진신이있다.천개의겹눈이겹쳐져맺는상안에그들의아름다운나라가있다.그들의목소리가저마다한개의눈을이룰때,이작품을읽는독자들의눈하나하나가모일때그것은천개의겹눈을가진신을향한아름다운시작일것이다.그들과함께우리도아름다운나라를꿈꿔본다.
“눈을떠봐.
매일매일너는너의세상을창조하며사는거야.
매순간순간너의눈길이,너의말이,
네심장의고동이이세상을살아있게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