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 상처

풍경과 상처

$14.00
Description
김훈의 문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산문 ‘풍경과 상처’를 만나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 주옥같은 작품을 통해 다가온 소설가 김훈의 기행산문이 펼쳐진다~
김훈의 문장력을 통해 생생한 기행의 풍경을 그려내는 기행산문집 『풍경과 상처』. 김훈의 기행을 담은 이 산문집은 계절에 따라 변하는 풍경과 대자연의 아름다움이 여과 없이 드러낸다. 매력적인 문장을 통해 자신의 기행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는 김훈은 어설픈 감상이 아닌 이미지와 인문학적 사유가 스며있는 새로운 언어로 자신만의 기행을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총 24편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신경숙의 문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에피소드 ‘무늬들의 풍경’, 청상병의 정치의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에피소드. 대동여지도에 대한 김훈의 생각, 서해 대부도에서 바라본 일몰 풍경을 아름답게 그러낸 에피소드 ‘저 일몰’, 정다산에 대한 김훈의 생각 등 김훈의 문학적 흥취가 담겨있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그의 문학적 감수성과 유목민적 사유를 만나보자.

김훈은 군대 제대 이후 1973년 한국일보에 입사하여 초창기 사회부 기자로 현장을 주로 취재했다. 그 후 당시 선배 장명수의 권유로 박래부와 함께 문학기행 등을 통해 글 잘 쓰는 기자로 통하게 됐다. 그런 김훈은 〈칼의 노래〉로 2001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여 화려하게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된다. 이 책은 김훈의 문장력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산문집으로 풍경과 상처 사이의 언어로 풍경의 아름다움에 대해 전한다. [양장본]

▶ 이 책은 1994년 출간되었던 『풍경과 상처』의 개정판입니다.
저자

김훈

목차

목차
서문-모든풍경은상처의풍경일뿐여자의풍경시간의풍경건너오는시조새들AD632년의개겸재의빛정다산에대한내요즘생각낙원의치욕도망칠수없는여름산유화돌속의사랑악기의숲무?기의숲강과탑대동여지도에대한내요즘생각오줌통속의형이상학염전의가을시간과강물먹이의변방가을의빛저일몰억새우거진보살의나라깊은곳에대한성찰무늬들의풍경헬리콥터와정현종생각천상병이라는풍경천상병의정치의식개정판을내며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모든풍경은상처의풍경일뿐이다.”
나에게,풍경은상처를경유해서만해석되고인지된다.
내초로의가을에,상처라는말은남세스럽다.
그것을모르지않거니와,
내영세한필경은그남세스러움을무릅쓰고있다.
풍경은밖에있고,상처는내속에서살아간다.
상처를통해서풍경으로건너갈때,
이세계는내상처속에서재편성되면서새롭게태어나는데,
그때새로워진풍경은상처의현존을가열하게확인시킨다.
그러므로모든풍경은상처의풍경일뿐이다.
_서문에서...
“모든풍경은상처의풍경일뿐이다.”
나에게,풍경은상처를경유해서만해석되고인지된다.
내초로의가을에,상처라는말은남세스럽다.
그것을모르지않거니와,
내영세한필경은그남세스러움을무릅쓰고있다.
풍경은밖에있고,상처는내속에서살아간다.
상처를통해서풍경으로건너갈때,
이세계는내상처속에서재편성되면서새롭게태어나는데,
그때새로워진풍경은상처의현존을가열하게확인시킨다.
그러므로모든풍경은상처의풍경일뿐이다.
_서문에서
이책이처음출간된1994년,(그의말대로라면)“초로”의김훈은(그러나아직)사십대중반이었고,아직첫소설『빗살무늬토기의추억』(1995,문학동네)이출간되기전이었다.이책이출간되기전부터이미유려한문장으로유명한그였지만,그의문장을이야기할때,『풍경과상처』는빼놓을수없는산문이다.
그러므로김훈소설을읽는것은사실은그의문장을읽는일이다.
일몰의서해에서소멸하는것들은언제나현재진행형이다.하늘과바다와개펄에가득찬빛의미립자들은제가끔하나의단독자로서반짝이고스러지지만,그것들은그소멸의순간순간마다다른단독자들과의경계를허물어,경험되지않은새로운빛의생성을이루면서큰어둠을향하여함몰되어간다.떼지어소멸하는빛의미립자들은시공(時空)속에아무런근거도거점도없이생멸했고,다만앞선것들의소멸위에서만생성되었고,앞선것들의생성위에서소멸되었으며,생성과소멸의종합으로서함몰하였다._「저일몰_서해/대부도」
저들은두겹의네모꼴을이루는산악에존재를의탁했고,거대한원호를그리며그것들을싸안는강에생성을의탁했다.‘됨’의띠를둘러‘있음’의외곽을삼았다.굳어져버린시간의껍데기위에어찌삶의터전을들여앉힐수있으랴.존재하는것들이생성하는것위에실려서흘러가고흘러가는것들이흐르고흘러서새로운존재로돌아오는만다라의강가에새날개치는소리들린다.그강가에영원성을건설해야한다는것은죽은정도전에게물어보지않아도자명하다.
수직들은견고하고완강하고높다.그것들은부동하는존재들이다.부동하는것들의내면에는죽음이박혀있다.부동하는것들사이를흐르는강은그것들의그림자를바다에가져다버린다.바다와만나는어귀에서,싣고온존재들의중량을하역하고강은자진自盡한다.
(……)
거대도시의적막은무섭다.인기척없는거대도시의풍경은마치유목하는족속들이버리고떠나간삶의껍데기처럼강안과들판을가득메우고있다.그적막한거대도시는인간의자취에눈물겨워하는한고고학자의누선을건드려거기에서한옹큼의빗살무늬토기라도찾아내게할만했다.그수직구조물들의들판을숨통이막힌큰강이도시의고름과구정물을수거해서겨우겨우흐르고있다._「강과탑_한강/행주산성」
최근『공무도하』를펴내며작가는‘스트레이트체’만의강력한아름다움에대해말한바있지만,책을다시펴내며“나는이제이런문장을쓰지않는다”고했지만,‘풍경’들앞에서도―그의말대로라면상처를경유해온그풍경들임에도―자칫어설픈감상으로빠져들지않고,‘이미지와인문학적사유가서로스며서태어나는새로운언어’로씌어진이산문들의아름다움앞에서는다른어떤설명도사족일것이다.
여기에묶인글을쓰던시절에나는언어를물감처럼주물러서내사유의무늬를그리려했다.
화가가팔레트위에서없었던색을빚어내듯이나는이미지와사유가서로스며서태어나는새로운언어를도모하였다.
몸의호흡과글의리듬이서로엉기고,외계의사물이내면의언어에실려서빚어지는새로운풍경을나는그리고싶었다.그모색은완성이아니라흔적으로여기에남아있다.
나는이제이런문장을쓰지않는다.나는삶의일상성과구체성을추수하듯이챙기는글을쓰려한다.
그러하되,여기에묶은글들은여전히내마음속오지의풍경을보여준다.
_개정판을내며
또하나,을숙도와다산초당과한강과소쇄원과강진……의풍경에서여자와겸재와무기와악기와시간을읽어낸십수년전그의산문에서,소설가김훈의현재를읽어낼수있다면지나친해석일까.
피리죽창,악기와무기는꿈과욕망의양쪽극한이다.겨울수북의대숲속에서나는악기의꿈과무기의꿈이,선율의혁명의꿈이,한데합쳐져오직거대한침묵으로눈을맞고있는장관을보았다.악기의꿈과무기의꿈은결국다르지않다.안중근의총과우륵의가야금은결국같은것이다.그것들의꿈은세계의구조와시간의내용을변화시키는것이다.악기는시간의내용을변화시키고무기는세계의구조를변화시키는데관여한다.악기의꿈은무기속에서완성되고무기의꿈은악기속에서완성된다.그것들은서로가서로의잃어버린반쪽이며,찾아헤매는반쪽이지만,찾아헤맬수록그것들사이의거리는점점멀어져서그것들은이제는세계의두극지로갈라져있다.악기는비어있음의소산이고무기는단단함의소산이다.대나무는연금술사의귤나무처럼저자신의운명을연금하지못하지만,인간의시선이대나무에닿았을때인간은그나무의속빔과단단함에의지해서세계와시간을흔들어연금하려는욕망을키우기마련이고,그욕망이야말로인간의인간된운명일것이다.
_「악기의숲,무기의숲_담양,수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