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일반판)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일반판)

$12.00
저자

허수경

경남진주에서태어났다.그곳에서자라고대학역시그곳에서다녔다.오래된도시,그진주가도시에대한원체험이었다.낮은한옥들,골목들,그사이사이에있던오래된식당들과주점들.그인간의도시에서새어나오던불빛들이내정서의근간이었다.대학을졸업하고밥을벌기위해서울로올라왔고그무렵에시인이되었다.처음에는봉천동에서살다가방송국스크립터생활을하면서이태원,원당,광화문근처에서...

목차

목차
시인의말
1부
나의도시
저녁직전
추운여름에받은편지
여기에서
추운여름에쓰는편지
거짓말의기록
수수께끼
너의눈속에나는있다
산벚을잃고
고구마별
글로벌블루스2009
차가운해?가뜨거운발을굴릴때
오후
난존재를안고있는허당이었어요
추운여름에받은편지
2부
옛가을의빛
비행장을떠나면서
찬물새,오랫동안잊혀졌던순간이하늘에서툭떨어지는것을본양
그림자의섬
아름다운나날
오래전에잊은이의눈썹
흑해옆호텔
열린전철문으로들어간너는누구인가
기차가들어오는걸물끄러미지켜보던11월
식물과동물이탄생하던진화의거대한들판,나라는것을결정하던의지는어디에있었던가?
카라쿨양의에세이
그러나아직당신이오지않았는데고생의한남자가
슬픔의난민
울음으로가득찬그림자였어요,다리를절던까마귀가풍장되던검은거울이었어요(혹은잠을위한속삭임)
3부
사막에그린얼굴2008
어린밤의공기
입술
그때낙타가들어왔다
폭풍여관,혹은전투전야
눈동자
검은새한마리
내마음속도저한수압에서당신은살아간다,내기억이여,표면으로올라오지마라
여기는그림자속
기차역에서서
아직도해가뜨지않아서
바다곁에서의악몽
저녁에흙을돋우다가
삶이죽음에게사랑을고백하던그때처럼
내가쓰고싶었던시제목,의자
4부
밤속에누운너에게
추억의공동묘지아래
빛의짐승
문장의방문
풍장의얼굴
빌어먹을,차가운심장
1982년바다를떠나며
여기는이국의수도
이를닦는다
고향
사탕을든아이야
발문
나비와잠자리사이:시를쓰는마음에관하여/서영채(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문학동네시인선,시작을말하다!
‘문학동네시인선’이새롭게출발한다.한국시의새로운패러다임을제시하기위해1년반동안의기획기간을거쳤다.중견과신인을아우르면서,당대한국시의가장모험적인가능성들을적극발굴해서독자들에게선보이겠다는포부다.
이런취지에걸맞게시집의형태가파격적이다.수십년동안관행처럼굳어진시집판형에일대혁신을단행했다.오늘날의시는과거와달리행이길어졌고행과연의구분이없는산문시의비중도커졌다.이것이일시적인양상이아니라현대시의역사철학적조건과밀접...
●문학동네시인선,시작을말하다!
‘문학동네시인선’이새롭게출발한다.한국시의새로운패러다임을제시하기위해1년반동안의기획기간을거쳤다.중견과신인을아우르면서,당대한국시의가장모험적인가능성들을적극발굴해서독자들에게선보이겠다는포부다.
이런취지에걸맞게시집의형태가파격적이다.수십년동안관행처럼굳어진시집판형에일대혁신을단행했다.오늘날의시는과거와달리행이길어졌고행과연의구분이없는산문시의비중도커졌다.이것이일시적인양상이아니라현대시의역사철학적조건과밀접한것이라면,차라리그필연성을인정하고잠재돼있는가능성을극대화하자는것이‘문학동네시인선’의취지다.단형서정시형태에최적화돼있는기존판형을굳이고집할이유가없다는것이다.그래서기존시집판형을두배로키우고이를가로방향으로눕혔다.독자들에게는가독성을높인시집을제공하고,시인들에게더급진적인실험의장을제공하자는것이다.
이는단지현대시의산문성과서사성에대한배려만은아니다.고전적인형태를갖추고있는시에도더많은모험의가능성이주어질것이다.최승호시인의시집아메바의경우처럼,한페이지를네개의공간으로분할해서한편의시를네편으로변주하는실험도이경우에가능해진다.그저빈공간일뿐이었던상하좌우의여백을적극적으로활용하는사례들도기대해볼만하다.말라르메의「주사위던지기?처럼여백이그자체로시의한부분인형이상학적형태시가시도될수도있을것이다.더불어사진과그림을문자텍스트와결합하는실험을시도할수있는여지도더커진다.요컨대읽는시에서보는시로의전환이라고부를수있다.
이제시쓰기와시읽기의패러다임을바꿀때가되었다.최승호,허수경,송재학의시집을1차분으로내놓는다.독자들에게비교의기회를제공하기위해‘문학동네시인선’은기존판형으로제작되는‘일반판’과혁신판형으로제작되는‘특별판’으로동시에출간된다.
●허수경시인,그리고『빌어먹을,차가운심장』
허수경시인의신작시집『빌어먹을,차가운심장』을펴낸다.2005년네번째시집『청동의시간감자의시간』이후햇수로6년만에선보이는시들이다.1987년『실천문학』으로데뷔했으니시인으로사는일도근24년이되었고,1992년독일로떠나지금껏그곳에서살고있으니이국에서사는일도근20년이되었다.그사이시인은다섯권의시집을상재했다.쉽게계산해보자면5년에한권꼴이니그리과작도그리다작도아니다.하지만우리말로24시간을사는삶이아니니우리말로속깊이호흡할수있는시인만의시간이과연얼마나될까감히짐작이나해보게되는것이다.그리움이차오르지않으면뱉을수없는시인의그말들.
한국시단에있어허수경시인이차지한그자리가어떠한지잠시생각해본다.시인만의고유한울림이있는자리다.시인만의고유한언어를여전히기다리고있는자리다.시인은여자가아닌여성의목소리로,목청껏지르고싶었으나도저히삼킬수밖에없었던세상사의많은슬픔과비애들을다양한음역을가진시로표출을해주곤했다.시인스스로일찌감치말하지않았던가.나는비애로가는차,그러나나아감을믿는바퀴라고.
이번시집에는총54편의시가실렸다.고고학적인세계와국제적시야를바탕으로그사이세상을들여다보는시인의사유는더욱깊고더욱넓어졌으며더욱간절해졌다.그간절함의대상은우리가쉽게정의내릴수있을만큼쉽고단순하며가벼운것이아니다.무한이다.우주이며역사다.사랑이다.당신이며너다.시를다읽고났을때내가읽은것이과연무엇인가다시금책장을넘기게되는힘,삶을다살고났을때내가살아낸것이과연무엇인가다시금삶을반추하게하는힘,이시집은우리에게마침표를찍어주는게아니라물음표를던진다.물론홀로고민하게하지않는다.함께고심하게만든다.
부드러운이완력을따라가다보면안팎으로세상의온갖자잘한떨림과함께흔들리는시인과만난다.그렇게비틀,하는순간의균열을견디지못하고튀어나온말들을좇는시인과만난다.시인은몸이가는대로시를섬긴다.그러다보니한줄의넋두리로완성되는시가있었고,어떤시들은희곡이나에세이처럼다른장르의옷을입어야숨을쉬기도하였으며,또어떤시들은그자체로노래였다.
시인의이번시집을하나의거대한유적지라고하자.감히이렇게단언할수있는까닭은앞서펴낸네권의시집속시편들의기원을바로이시집속에서발굴할수있었던까닭이다.시를읽는다.아니,시를캔다.그뿌리의끝이어디서부터시작되어어디에서끊어지는지알수없는그막막함을희망으로우리는벌써부터시인의다음시집을기다린다.
●시인의말
심장은뛰는것만으로도인간의가장뜨거운성기가된다.그곳에서가장아픈아이들이태어난다.그런데그심장이차가워질때아이들은어디로가서태어날별을찾을까.
아직은뛰고있는차가운심장을위하여아주오래된노래를불러주고싶었다.
옛노래들은뜨겁고옛노래들은비장하고옛노래들은서러워서냉소적인모든세계의시간을자연신의만신전앞으로데리고갈것같기에,좋은노래는옛노래의영혼이라는혀를가지고있을것같기에,새로시작된세기속에한사코떠오르는얼음벽,그앞에서서옛적처럼목이쉬어가면서도임을부르는곡을해야겠다싶었기에,시경의시간속에서울었던옛가수들을위하여잘익어서러운술을올리고싶었기에.
2010년겨울
허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