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울하십니까(일반판)

요즘 우울하십니까(일반판)

$12.00
Description
파격적인 언어로 풀어낸 추醜의 미학
한국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문학동네시인선」일반판 제4권 『요즘 우울하십니까』. 우리 시단의 메두사로 불리는 김언희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김언희 시인은 그동안 세 편의 시집 <트렁크>,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뜻밖의 대답>을 통해 여성이 쓴 시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외설적이고 파격적인 자신만의 시세계를 구축해왔다. 총 68편의 시가 담겨 있는 이번 시집은 해설도 추천사도 없이 오로지 시인의 말과 에필로그, 그리고 저자의 시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날 것 그대로의 거칠고 노골적인 비속어를 자유자재로 섞은 시들을 통해 삶에 있어 욕망이라는 이름의 모든 욕구를 완전히 버린 시인의 감정적 토로를 만나볼 수 있다.
「문학동네시인선」은 한국시의 가장 모험적인 가능성들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포부로 1년 반 동안의 기획 기간을 거쳐 선보이는 시리즈이다. 특히 관행처럼 굳어진 시집 판형을 파격적으로 달리하여, 고전적인 형태를 벗어나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의 맛을 살리고 있다. 이번 시리즈의 4차분으로 선정된 김언희 시인의 시집은 첫 시집부터 꾸준하게 이어진 일상적이면서도 만만한 단어들로 완성한 낯설고 충격적인 시를 통해 저자의 시세계를 이해하게 한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달에게 먹이다

죽은 어머니 숟가락으로 죽을 먹는다

죽은 입속으로 천 번도 더 드나들던

스텐 숟가락 죽은 입술이 천 번도 더

빨아댄 숟가락으로 검은 죽을 먹는다

달 토끼가 밤마다 쇠절구로 빻아대고

있던 건 어미 토끼였어요 아― 하세요

어머니 아― 나는 내 입에 검은 죽을

떠먹인다 한입 한입 죽 같은 어머니

를 검은 달에게 먹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