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 (허수경 장편소설)

박하 (허수경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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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허수경 장편소설『박하』. 사고로 아내와 아이 둘을 잃고 선배가 있는 독일로 떠난 한 사내가 있다. 그의 이름 이연, 이 책은 바로 그 사내, 이연의 이야기와 더불어 ‘이무(李無) 혹은 칸 홀슈타인의 기록-1902년 봄에서 1903년 겨울까지’라고 쓰인 노트 속 칸의 이야기가 교차하여 전개된다. 이연은 출판 편집자다. 한 사람의 인생 항로를 바꾸는 정말 좋은 책을 만들고 싶었으나 참고서 팀으로 발령이 나더니 결국 실업자가 되고 만다. 거기다 저릿한 연애 시절을 거친 후 결혼한 아내마저 두 아이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다. 두 번이나 불륜을 저지른, 사십대 중반의 허허로움을 이기지 못해 부유하던 그였으나 그로써 완전히 절망에 빠지고 만다. 그런 이연에게 대학 내내 동지였던 마준이 노트 한 권을 건네는데······.
저자

허수경

저자허수경은1964년경남진주에서태어나1987년『실천문학』으로등단했다.시집을두권내고고향과서울을떠나남의나라에서엎드려책읽고남의시간을발굴하는일에종사하면서십수년의시간을보냈다.지금껏펴낸시집으로『슬픔만한거름이어디있으랴』『혼자가는먼집』『내영혼은오래되었으나』『청동의시간감자의시간』『빌어먹을,차가운심장』이있고,산문집『길모퉁이의중국식당』『모래도시를찾아서』,장편소설『모래도시』『아틀란티스야,잘가』가있다.앞으로의소망이있다면젊은시인들과젊은노점상들과젊은노동자들에게아부하는사회에서살아가는것이다.

목차

1박하향기의기원007
2하남이라는도시036
3아주,아주먼여행02
4간절함,그리고첫사랑의눈빛102
5제국의노을120
6도착140
7당신과나의고독146
8해독되지않는그대160
9내사랑,하남183
10배신의내면195
11존재하지않는도서관225
12내가다녀갔거니해줘234
작가의말273

출판사 서평

내가아무리너를부인해도너는있다.
얼마나생은아프도록눈부시고좋은가!

문학동네네이버카페화제의연재작

“어디에선가박하향기가나면
내가다녀갔거니해줘”

계속살아야하는,살아갈이유를찾아야하는
가엾은우리,우리를살게하는이야기!


2011년1월시집『빌어먹을,차가운심장』으로10년만에고국땅을밟았던허수경,그녀가2011년12월장편소설『박하』를들고다시금한국을찾았다.지난4월부터8월까지근4개월에거쳐문학동네네이버카페에일일연재로소개된『박하』는그시작부터여러모로화제가된소설이었다.시인허수경이쓴다는거,시인허수경이독일로가공부로삼은고고학을배경으로하고있다는거,한세기를놓고교차하는과거와현재로말미암아인간이라는존재의안팎을시공간을거슬러끊임없이묻고있다는거,그렇게집요하게근원을향해가고있다는거,특유의애잔한정서가아무렇지도않은듯툭툭던져져있으나그걸집는마음의구부러짐으로결국인간의심장을들여다보게한다는거.

사고로아내와아이둘을잃고선배가있는독일로떠난한사내가있다.그의이름이연,『박하』는바로그사내,이연의이야기와더불어‘이무(李無)혹은칸홀슈타인의기록-1902년봄에서1903년겨울까지’라고쓰인노트속칸의이야기가교차하여전개된다.간략한줄거리는이렇다.이연은출판편집자다.한사람의인생항로를바꾸는정말좋은책을만들고싶었으나참고서팀으로발령이나더니결국실업자가되고만다.거기다저릿한연애시절을거친후결혼한아내마저두아이와함께교통사고를당해세상을떠난다.두번이나불륜을저지른,사십대중반의허허로움을이기지못해부유하던그였으나그로써완전히절망에빠지고만다.그런이연에게대학내내동지였던마준이노트한권을건넨다.20세기초중국을떠돌다독일인에게입양되어고고학자가된이무의기록이었다.이연은그기록을읽으며이무과자신을,또이무와마준을동일시하게된다.이연은마준을따라독일로가고,거기서또이무의기록을따라터키로향한다.이무의기록에는하남이라는고대의도시를찾아가는여정이담겨있다.이무는도시와같은이름을가진노마드여인하남을만나게되고,하남에게는동시에여러시간을살아가는병이있다.하남과사랑에빠진이무는그녀와삶을꾸리고싶어하지만,탐욕스러운식민지시대의기운이터키를침범하기시작한다.이무의기록을모두읽고난이연은,‘존재하지않는도서관’이라고이름붙여둔책에대한아이디어폴더를다시떠올린다.그리고아내가썼던시한편으로시작을꿈꾼다.

그녀가서있는곳,그곳은고대였고
내가서있는곳,이곳은20세기.
나는하남을불러보았다.그녀가나를향해손을흔들었다.

아,그녀도이시간,내가서있는시간속에있구나.
다행이었다.참으로거짓말같은참말.
-p178

바야흐로21세기,시인허수경은왜20세기의이야기를,그보다더앞선고대의이야기를한데묶을수밖에없었던걸까.

“이이야기를떠올린것은벌써6년전으로거슬러올라갑니다.처음,히타이트왕국의수도였던하투샤라는폐허도시를방문할때였어요.거대한바위들로이루어진고대도시였지요.처음그고대도시를방문한날저는그곳에서바위계곡에피어있던야생박하를보았습니다.박하향은희미했으나그향기에몰두하면할수록향은더욱더진하게제코를스쳤습니다.그냄새속에몇사람의얼굴과삶이떠올랐습니다.”

박하로대변되는자연,그자연을우리가왜찾는가……결국그무한성에무릎꿇을수밖에없는것은인간이기때문일것이다.1세기만에우리는얼마나빨라지고거대해졌는가.우리가이룩했다고믿는그것,그발전의그늘뒤에남은우리의모습은과연그에비할만큼성장하고성숙한그것인가.시인허수경의소설적촉은바로그로부터발한다.

“우리들이가진비극가운데하나는고대인이나중세인들처럼자신의운명을‘신의의지’라고받아들일수없다는겁니다.신화가사라지고난뒤‘신의의지’라체념하면서간단없이삶을싹,정리할수있는배짱도사라졌습니다.우리가살고있는시대는신화의자리에질문하고반성하고사유하는인간을놓아두었습니다.삶은정리되지않고영혼이받은죽음에이르는충격도간단하게처리되지않습니다.위로를받을수도없고,받아들일수도없는영혼의파탄지경을겪으면서도계속살아야하는,살아갈이유를찾아야하는우리.”

이소설이너무슬플수밖에없는이유,그래도어떡할수없는이유,우리가처한현실이바로그러한까닭일것이다.존재자체가가지는원초적인비릿함을누가희석시켜줄수있겠는가.소설속인물들은대화보다혼자읊조리기를즐겨하는편이고,이를테면포기와체념도빠른편이다.도저히정형의문장으로는나올수없는감정적토로도많다.문장과문장사이의헐거움과뻑뻑함은일정한코바늘뜨기로반복되는것이아니라다만어떤물결의일렁임을따르는듯쉴새없이출렁거린다.그로인한멀미,멀미라는고독……

이때허수경이풍기는고독은인간존재에대한연민,생명을가진모든것들에대한연민으로부터비롯된다.소설을읽는내내우물속에비친나를보는심정,그러나그‘나’는비단‘나’만이아닌,우리모두의‘나’임이분명할것이다.허수경은우리에게이렇게묻는다.삶앞에서노마드가아닌자,누구란말인가.방황하고떠도는것이운명인우리들이이를자주잊는요즘,우리가겪고있는일련의사태는어쩌면당연한결과일지모른다.지구곳곳에서벌어지는대지진,쓰나미,원전폭발,전쟁……이수많은재앙에있어가장아픈부분은자연과인간의어떤‘영원의표정’이그와중에파괴되었고,다시는그‘영원의표정’이복구되지못할만큼치명적인부상일것이라는시인의추측이그리빗겨나지않았다는데있을것이다.

우리모두가병들었는데아무도아프지않다고말한어느시인의말처럼이소설을읽는내내아팠다면,통증을느꼈다면,그것이또한치유이리라.인간의몸이원래그러하므로.본디자연을따르는것,그렇게자연을영혼속에새기는것,이소설이진정으로우리에게말하고싶은바가아닐까.

작가의말
그랬다.나는항상멀리있었고너역시그래서우리는이생애에서몇번이나만났던가.그런데도너는잊혀질만하다싶으면짧은소식을전해왔다.나는그게우리의인연이거니생각했는데참,다시생각해보니이런행운이또있을까.내가그리워하는너는언제나너의소재지를밝히지않으니그게힘이었다.있는듯없는듯한인연을붙들고괴로운것도괴롭지않은것도아니었던시간에,글을쓰기위해오렌지빛램프를켜며책상앞으로돌아온나날들.

책을한권다쓰고난뒤생각을해보면모든글쓰기의내면에는가질수없는것을가지고싶어하는욕망이도사리고있다는생각이든다.적어도나의경우에는그렇다.19세기말과20세기,그리고우리가사는지금21세기,모두를통틀어서상처없는바람을안고간사람은없었겠지.그리고그상처의바람은가질수없었던것들을가슴에품고헤매는바람이아니었을까.(중략)

아,내가아무리너를부인해도너는있다.
얼마나생은아프도록눈부시고좋은가.네가어느거리에서아주가끔이긴하지만나를생각하니.그리고이글이쓰이는동안,고백한다,너를생각해보지않은순간은한번도없었다.다만네가누구인지나는몰라서글속의길은좁고가팔랐다.
2011년11월,허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