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웃는 매미 (장대송 시집)

스스로 웃는 매미 (장대송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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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각과 촉각적 이미지가 뒤엉켜 넘실대는, 살아 숨 쉬는 생명의 과잉적 감각!
장대송 시인의 세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문단에 데뷔한 지 21년, 두번째 시집 『섬들이 놀다』 이후 9년 만에 펴낸 신작 시집이다. 시의 깊이가 시가 나오기까지 흐른 시간과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자신의 고유한 시 세계를 유지하며 오랫동안 쓰고 매만진 시에서는 분명 그 시간 동안 짙어진 특유의 향이 풍기기 마련이다. 장대송의 새 시집 『스스로 웃는 매미』에서 느껴지는 특별함 가운데 하나도 그러하다.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집 한 채

붉은 땅에서 붉은 집을 짓고
바위산이 보이는 곳에서는 돌집을 짓고
논밭이 지천인 곳은 초가를 짓고
사막에는 벽돌집을 짓고
산모퉁이에는 나무집을 짓고 살아도
나중은 회색으로 변해갈 텐데
사십 센티만 파도 붉은 흙이 나올 이 땅에서
처음부터 회색 옷을 입고
회색 집을 짓고
회색 페인트를 칠해대니
회색으로 된 마음이 없으면
집 한 채 갖기 힘들 것 같아서
회색 시를 쓰고 있다
저자

장대송

저자장대송은충남안면도에서태어나한양대국문과와동대학원을다녔다.1991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시「초분(草墳)」이당선되어문단에나왔다.시집으로『옛날녹천으로갔다』『섬들이놀다』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회양사람과숲에서노을을보다가
강천(鋼川)
옛날연속극
바닷가무쇠난로
해질녘탱고
검은고양이
늙은사과나무
욕하는매미
한시간
꽃가루
가짜문
풍경
꽃배달
내입이없어졌다
성형수술,코
눈이나무에박혀있다
늙은자전거

2부
마늘
지하실의TV
합성인간
전신마취
군자란꽃대
흔들리는것들
성씨네양조장집돼지
오래된바람
술한잔하게나
쉽게,아주쉽게
디지털의흔적
헛것
온정리옥수수밭한가운데우물

사라진우체통
노스페이스팩토리아울렛

3부
가을리
낡은유모차와할머니
집한채
왜가리
참새,디에고
토마스의집
가을을타다

그뱀을본적이없다
개명
섬강버들
눈치
서성이는것들
동굴을들고다닌다
살구꽃지는
호랑거미

4부

동고비
겨울,바다
쑤욱빠져나가는것들

바다
하얀꽃
태양의돌
늦가을
여름을허락하다
선인장
경비원정씨아저씨
전각
꽃의영혼
서재
여름과가을사이

내가살아있다고느꼈을때

해설│마음,그것
│송종원(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스스로”를들여다보는빨간마음,빨간눈

물리적인시간의흐름을거스르는시의흐름


장대송시인의세번째시집이출간되었다.문단에데뷔한지21년,두번째시집『섬들이놀다』이후9년만에펴낸신작시집이다.시의깊이가시가나오기까지흐른시간과꼭비례하는것은아닐테지만,자신의고유한시세계를유지하며오랫동안쓰고매만진시에서는분명그시간동안짙어진특유의향이풍기기마련이다.장대송의새시집『스스로웃는매미』에서느껴지는특별함가운데하나도그러하다.

전작에서간결한문체로육화된삶의풍경들을보여주었던그의시는보다근원적인정서와맺어진볼만한풍광의서정시로주목을받았다.이것은이번시집에서도고스란히이어진다.그런데시인의시작(詩作)인생동안쌓인시간의더께가이번시집에이르러그의시에특별한색하나를덧씌운듯하다.
독특한시문법으로불길한사유와섬뜩한형상을표현한첫시집과사회와자아의소통을위해각고하는내면의모습을담은두번째시집을거쳐,이번에출간된세번째시집은“스스로”를들여다보는,자신의내면으로좀더깊이파고든시편들이주를이루었다.
그리하여이번시집의해설을맡은문학평론가송종원은이번시집에서“마음”이란단어에주목한다.장대송의시에서일종의마비의순간을발견하고,충격에의해얼어붙은시(인)의육체와익숙한관념의흐름과일상의논리가어떤침묵에자신의자리를내어준채시에서내?기는모습을목격한그는장대송의시에서쓰인“마음”이란단어주위에‘마비’와‘침묵’과‘느낌’이걸려있음을설파하고,장대송시를읽는일은마음의장애로부터비롯된고통과친숙해지는일과다르지않다고역설한다.

그렇다면마음이전에,시인이들여다본“스스로”의모습은어떠한가를살펴보는일이선행되어야할것이다.시작인생이20여년이지난그는시인으로서도한사람으로서도나이가들어가고있음을부정할수가없다.이번시집에유독‘옛날’‘늙은’‘낡은’‘오래된’‘늦가을’등의말들이눈에띄는것도그때문이아닐는지.

일상의순간들이어떻게시로드러나는지,시의언어가우리의삶과어떻게잇대어있는지가담담하면서도차분하게그려진다.그러면서동시에‘늙고’‘오래된’것들의쓸쓸함이객관적인거리를유지하며고스란히전해져온다.자신의내면(마음)에서자아와일정한거리를유지한채로그것을들여다보는시선은시인의언어를더욱풍요롭게하는힘이다.
허나시인은단지늙어가는것의쓸쓸함만을이야기하려하지는않는다.시간의흐름과는다른방향으로흐르는마음의흐름이그내면에있음을시인은처음부터알고있었는지모른다.

시인은물리적인시간의흐름으로는깨뜨릴수없는단단함속에서살고자한다.그곳은시의더깊은안쪽일것이다.그리하여저오랜장마철동안의지독한눅내를깨고시작만하고떠났던그욕을다시이어가려고한다.그스스로웃는그웃음의의미보다그웃음뒤의마음이,웃고있는그눈이빨갛다는것이이세번째시집에서시인과우리가건져올린소중한진실일지도모른다.

●시인의말

그눈이빨갛다

지독한비에모든것이쓸려갔다.산청에서올라왔다던그비구니는아직도비구니일까.나면서부터비구니였다는그여자는아직도비구니일까.지하철순환선을탈때는신발을머리에이고타야된다는비구들의농에정말그렇게해서2호선을몇번이나순회하고고려대장경연구소까지찾아왔다는그비구니는흥분하여수다를떠는데눈이빨개져있었다.

지독한비에모든것이쓸려져갔다.
한강둔치아산병원에서천호대교중간지점에어린백로한마리가산책로에나와있다.사람이두려운것같지않다.어디론가날아가버린부모나물에휩쓸려간둥지를찾는것도아닌것같다.산책로한쪽에서다른한쪽까지왕복하는그는노란발을머리에이고있다.조용한몸에눈이빨갛다.

노출된반복은눈에들지않는다.
TV를보거나인터넷을하거나아이를학원에데려다주고데리고오는일들……그반복과순환의코드중간중간에잠시들락거리는것들이있다.형체를알수없는것들이들어왔다가그냥형체를남기지않고사라진다.두려움이라는욕망도,뭘하고싶다는욕망도아닌어떤허상같은게남겨질뿐이다.아무렇지도않게살고있지만내가슴은빨갛다.

2012년9월
장대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