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열정 : 아니 에르노 장편소설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단순한 열정 : 아니 에르노 장편소설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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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간결하고 꾸밈없는 아니 에르노의 열정적 로맨스!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의 사랑을 다룬 『단순한 열정』은 글쓰기의 소재와 방식, 기억과 기록을 탐구한다. 이 소설은 임상적 해부에 버금가는 철저하게 객관화된 시선으로 ‘나’라는 작가 개인의 열정이 아닌 일반적이고도 보편적인 열정을 분석한 ‘반 감정소설’에 속한다. 에르노는 발표할 작품을 쓰는 동시에 ‘내면일기’라 명명된 검열과 변형으로부터 자유로운 내면적 글쓰기를 병행해왔는데, 이 책의 내면일기는 10년 후 《탐닉》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하게 된다. 이러한 글쓰기 방식을 통해 작가는 ‘나’를 화자인 동시에 보편적인 개인으로, 이야기 자체로, 분석의 대상으로 철저하게 객관화하여 글쓰기가 생산한 진실을 마주보는 방편으로 삼았다.

그는 특히 이 책에서 지독한 사랑을 그려낸다. 머리가 물속에 잠긴 듯한 숨 막히는 열정을. 그녀는 이 사랑을 실험적이면서도 절제되어 있는, 거의 완벽한 그림으로 그려 보인다. 단정하고, 간결하고, 차가운 문장들. 화해도, 양보도, 심리 분석도 없다. 정확한 단어들만으로 지독한 기다림을 설명하지 않고 보여준다. 이 책은 이재룡 문학평론가이자 숭실대 불문과 교수의 해설이 더해져 작품과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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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아니에르노

1940년9월1일프랑스릴본에서태어나노르망디이브토에서성장했다.프랑스작가이자문학교수이다.루앙대학교에서문학을공부한뒤중등학교교사,대학교원등의자리를거쳐문학교수자격을획득했다.자전적요소가강한그녀의작품들은사회학과밀접한관계를이루고있다.유년시절과청소년기를노르망디의소읍이브토Yvetot에서보냈고,노동자에서소상인이된부모를둔소박한가정에서태어났다....

목차

단순한열정
해설|소외된사람들을위한글쓰기(이재룡)
옮긴이의말
아니에르노연보

출판사 서평

출신성분과고향을버리고
딴세계에유배된망명객이쓰는삶

‘직접체험하지않은허구를쓴적은한번도없고앞으로도그럴것’이라고자신의작품세계를규정하는프랑스의문제적작가로,사회·역사·문학과개인간의관계를예리한감각으로관찰하며가공도은유도없는독보적인작품세계를이룩해온아니에르노는2011년선집『삶을쓰다』로생존작가로는최초로갈리마르총서에편입되는기록을세웠다.선집의제목이암시하듯,그녀의작품에대해말하려면그삶을이야기할수밖에없다.아니에르노의글은노년기에한생애를총체적으로회고하는한편의자서전이아니라삶의전환점마다과거가현재의글이되고그글이다시미래의씨가되어삶을규정하는현재진행형의자서전인까닭이다.
아니에르노는1940년9월1일프랑스노르망디의소도시에서카페겸식료품점을운영하는소상인의딸로태어났다.가난한농부에서공장노동자로,이어가까스로자영업자로신분이동에성공한아버지와보다나은삶을위해억척어멈으로살아온어머니,그들의하나뿐인딸로구성된가정이었다.부엌에서몸을씻고취객의저속한농담을감수하며마당구석의변소를사용하고다락방에서추위에떨며자야했던작가는사립학교에입학하게되면서동급생부모들의생활방식과자기부모의투박한일상을비교하게되면서부모와심리적단절을결심하고자신의열등감을우수한학업성적으로보상하려한다.이후대학에진학하고중산층엘리트남편과결혼하고문학교수자격시험에합격하게되면서부모의세계와는멀어지게된다.
이렇게빈곤층출신의여자가성장하고사랑하고결혼하는과정에서겪은모멸감과소외의식은『빈장롱』,『그들이했던말,혹은하지않았던말』,그리고『얼어붙은여자』등초기작에서소설형식을빌려자유분방한언어로표현된다.이후1984년에발표해르노도상을받은『자리』로작가는글쓰기태도에중요한변곡점을형성하게된다.아버지의죽음을계기로소설을쓰려다중간에포기하고결국사실에근거한진솔한감정을담담하게서술하는쪽을택하게된다.이를기점으로아니에르노의글은평범한독자의눈에도금세파악되는개성을확보하게된다.비교적짧은분량의글,문단사이의여백,그리고단숨에독자의관심을끄는첫대목,담담한문체,그리고오로지사실만을기록하고자애쓰며기억의확실성을저울질하는자기성찰,그리고자신의글의장르적정체성─내가쓰는글이과연문학일까─등에관한대목이거의전작에서되풀이된다.

임상적해부에버금가는칼같은글쓰기로
치명적인열정을진단하다

1991년아니에르노는연하의외국인유부남과의사랑을다룬『단순한열정』을발표한다.유명작가이자문학교수의불륜이라는선정성과그서술의사실성탓에출간당시평단과독자층에큰충격을안겨그해최고의베스트셀러화제작이된다.그리고6년뒤,『단순한열정』을계기로연인사이가된서른세살연하의필립빌랭이자신의첫작품으로『단순한열정』의서술방식을차용해아니에르노와의사랑을다룬『포옹』을발표하게되면서다시화제가된다.“올여름나는처음으로텔레비전에서포르노영화를보았다”라는문장으로글을열어“작년9월이후로나는한남자를기다리는일,그사람이전화를걸어주거나내집에와주기를바라는일외에는아무것도할수없었다”라는고백이등장하는이작품에대한이러한반응을예견한아니에르노는작품속에서이렇게서술했다.

이런이야기들을숨김없이털어놓는것을나는조금도부끄럽게생각하지않는다.이글이쓰이는때와그것을나혼자서읽는때,그리고사람들이그것을읽는때는이미시간상으로상당한차이가있을테고,어쩌면남들에게이글이읽힐기회가절대로오지않을지도모르기때문이다.남들이읽게되기전에내가사고로죽을수도있고,전쟁이나혁명이일어날지도모른다.그런시간상의차이때문에나는마음놓고솔직하게이글을쓸수가있다.(...)
(그러므로자기가겪은일을글로쓰는사람을노출증환자쯤으로생각하는것은잘못이다.노출증이란같은시간대에남들에게자신을드러내보이고싶어하는병적인욕망이니까.)

『단순한열정』은글쓰기의소재와방식,기억과기록을탐구한다는점에서기존작품과의연장선상에위치하며,임상적해부에버금가는철저하게객관화된시선으로‘나’라는작가개인의열정이아닌일반적이고도보편적인열정을분석한반(反)감정소설에속한다.아니에르노는발표할작품을쓰는동시에‘내면일기’라명명된검열과변형으로부터자유로운내면적글쓰기를병행해왔는데,『단순한열정』의내면일기는10년후『탐닉』이라는제목으로출간하게된다.이러한글쓰기방식을통해작가는‘나’를화자인동시에보편적인개인으로,이야기자체로,분석의대상으로철저하게객관화하여글쓰기가생산한진실을마주보는방편으로삼았다.

이별과외로움이라는무익한수난
그수난을겪은사람들의속내를쓰다

어릴적술에취한노동자들틈에서자랐어도입신양명해중산층엘리트계급에안착해출신성분과고향을버린작가였다.하지만이사랑에빠진후로는클래식대신대중가요를듣는다.대중가요는사랑에빠진작가에게‘생활의일부’이자‘(내가)사는방식을정당화’시켜주는수단이된다.또사랑하는남자에게언제나색다른멋진모습만보여주고싶다는바람으로옷,귀고리,스타킹등을산다.남자는고작오분쯤시선을줄테지만그녀에게는똑같은옷을입고그사람앞에나선다는일이마치‘그사람과의만남을일종의완벽한것으로만들려는노력을소홀히하는일’처럼생각된다.여성잡지를펴서제일먼저운세란을읽고서점에들러베스트셀러를읽으며공부도한다.이러한태도를특정개인만의열정이라말할수는없을것이다.
『단순한열정』은2001년국내에처음소개된후꾸준히인기를누려온작품이다.이번에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에속하게되면서는이재룡문학평론가이자숭실대불문과교수의해설이더해져작품과작가의작품세계에대한이해를더할수있게되었다.이재룡교수는‘작가’,‘글쓰기’라는단순한용어만을고집하며,이미정해진장르구분을무색하게만드는개성적글쓰기의가능성을연아니에르노의『단순한열정』을이렇게설명한다.

프랑스어에서‘passion’은남녀간의절절한애정이란뜻에서우리말로‘열정’이라번역하지만이것은예수가십자가에서겪은‘고통’을지칭하기도한다.대학시절아니에르노가읽었던사르트르의용어를빌리자면우리의삶은‘무익한수난’이다.작가는사르트르의용어에서형용사만바꿔그녀가겪은한시절의체험을‘단순한수난’으로명명했으리라.(...)가난이야동정과연대감을기대할수있지만한개인이겪는차마고백할수없는이별과외로움은그야말로무익한수난이다.그수난을겪었던사람들의속내를절절히형상화한『단순한열정』은이전작품과의단절,배신이라고단죄될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