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가게 - 보름달문고 53

시간 가게 - 보름달문고 53

$12.50
Description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삶을 유예시키다.
우리 역사와 정서를 담아낸 「보름달문고」 제53권 『시간 가게』. 오랫동안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해온 동화 작가 이나영의 첫 번째 장편동화입니다. 오직 1등이 되기 위해 날마다 10분의 시간을 사는 대신 과거의 행복한 기억을 잃어 정체성 혼란에 시달리는 소녀 '윤아'의 이야기를 속도감과 긴장감 넘치게 담아냈습니다. 그림 작가 윤정주의 매력과 개성 넘치는 그림을 함께 실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윤아는 엄마가 짜 놓은 계획표에 따라 하루 종일 학원을 다녀요. 전교 2등의 실력이지만 과외도 하고 있어요. 엄마는 먼저 세상을 뜬 아빠에게 떳떳하기 위해 윤아를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밤낮없이 돈을 버느라 바빠요. 윤아는 엄마를 기쁘게 하고 싶어 힘들고 벅차도 꾹 참으며 공부해요. 어느 날 윤아는 우연히 '시간 가게'에 들러 하루에 한 번 행복한 기억 한 가지를 팔면 오직 자신만 쓸 수 있는 10분의 시간이 생기는 거래를 제안받는데…….
입시 광풍으로 온전한 '나'를 잃어가는 아이들에게 접속하여 그들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소망을 판타지로 신랄하게 그려냅니다. 시간과 기억이라는 추상적 개념의 이중적 사유를 통해 아이들의 현실에 위로를 보내면서 '지금을 사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자신의 삶에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도록 마음에 귀 기울이는 방법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아울러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삶을 유예시킬 것을 강요하는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을 스스로 세상과 타인과 관계를 맺어 갈 능동적 존재로 존중하도록 이끕니다.
수상내역
- 제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저자

이나영

대학에서생물학과문예창작을,대학원과어린이책작가교실에서아동문학과동화창작을공부했다.2012년『시간가게』로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받으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일상의이면을들여다보고작은목소리에귀를기울이며글을쓰려고노력한다.『붉은실』,『그림자아이』,『블루마블』,『상처놀이』,『열세살의덩크슛』,[변비탐정실룩]시리즈,[와글와글프레리독]시리즈,[소원을들어주는미호네]시리즈등을썼다.

목차

1.시간가게
2.시간을사다
3.십분후
4.수학시험
5.전교1등
6.행복해지는길
7.쓸쓸한패배자
8.다시찾은시간가게
9.인생설계
10.몸의기억
11.영어인증시험
12.기억나지않는기억
13.나는왜
14.또다른거래
15.기억을사다
16.진짜기억,가짜기억
17.넌,지금어때?
18.시계를풀다

출판사 서평

제13회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수상작
현실아이들의삶과내면에접속하는생생한판타지동화

교훈주의를뛰어넘은역사동화의진수를선보인『책과노니는집』,대담한주제의식과작법으로어린이문학의한경계를넘어섰다는평을받은『거짓말학교』,작품의배경을프랑스로확장하여우리사회의남북문제를짚은『봉주르,뚜르』,로봇과인간아이의우정을그리며인간성에대한깊이있는시각을담은『열세번째아이』등선이굵고개성이강한작품들을발표하며어린이문학의깊이와폭을넓혀온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이또한번의걸출한수상작을출간했다.『시간가게』는입시라는미래의목표를위해‘지금’의삶을유예시킨이시대의초등학생들과그가족들의모습을정면으로응시하며‘아이들은과연이대로행복한가?’라는깊이있는질문을건네는작품이다.
경제위기가빚어낸낙오에대한공포와국제중,일제고사등의등장은우리의불안으로하여금‘동심은지켜져야한다.’라는합의가지키고있던마지노선을무너트리고초등학생까지입시광풍속으로몰아넣었다.이제는어린아이라고해서더이상예외가아닌경쟁의딜레마속에서많은초등학생들은학원을순회하며자란다.공부는물론이거니와취미나여가도학원이라는‘전문가의손길’을거치며규격화되고후일의목표를위한경력으로준비된다.가족의풍경도달라졌다.부모가마치매니저처럼자녀를관리하고입시전략,나아가인생의계획을면밀히세워주는식이다.『시간가게』는판타지적인재미를우선으로하면서도이런현실을재료로하여탄생한작품이다.내가진정으로원하지도않는공부를하며늘시간에쫓기는주인공윤아는어느날시간가게를만나‘기억을팔아시간을사는’거래를하게된다.그뒤로조금의틈도없이꽉짜여있던한아이의평범한일상에금이가기시작한다.

『시간가게』는입시광풍으로온전한자기를잃어가는아이들의모습을그려낸다.주인공은오로지1등이되기위해매일십분의시간을사고,자신의기억을잃어버린다.이는현실에서는불가능한마술적장치처럼보이지만사실지금아이들의모습을더적나라하게보여주는것이다.서사가진행되며아이들의소망을재미있게그린판타지인것같던이동화는바로이곳의현실을잡아당긴다._심사평중에서

‘지금쓸수있는십분’을사기위해서라면과거의행복한기억쯤은팔수있다는윤아의생각은,단십분만이라도온전한자신만의시간을필요로하는아이들심리의반증이면서동시에‘장밋빛미래를위해서라면현재삶의기쁨은희생시켜도아깝지않다’라는어른들의인식을반영하고있다.현실에대한예리한관찰을기초로한시기적절한문제제기,그리고진정성있는메시지를품고힘껏뻗어나가는서사의독창성과박진감은심사위원들의마음을사로잡기충분했다.

“열심히공부해야미래가편한거야.지금은힘들어도나중엔웃게돼.”

엄마가하라는대로했을뿐,이유는생각해본적이없었다.그저엄마와내가행복하게살수있는방법이라고생각했을뿐이었다._본문중에서

초등학교5학년인윤아는엄마가짜놓은계획표에따라하루종일학원을다니고,학습지를풀고인강을듣는다.전교2등의실력이지만영어학원레벨테스트를잘보기위해과외를받고,수학학원을다니고있는데도또수학과외를받아야한다.엄마는먼저세상을뜬아빠에게떳떳하기위해윤아를좋은대학에보내야한다는일념하나로밤낮없이돈을버느라바쁘다.매순간이벅차지만윤아는엄마를기쁘게하고싶어꾹참으며공부한다.그러던어느날,제시간에늦어서평소와는다른길로학원에가게된윤아는운명처럼‘시간가게’를만난다.길을물어볼곳이필요하던윤아는대수롭지않게시간가게에발을들여놓는다.중앙에자리한거대한나무나벽에적힌이상한문자등시각을압도하는그기이한공간안엔마치윤아가올줄알고있었다는듯한표정을한할아버지가있었다.

하루에한번,행복한기억을하나팔면오직나만쓸수있는십분이생기는거래를제안받는다면어떨까?늘시간이아쉬운윤아는별다른망설임없이할아버지가제시한거래를수락하고특별한시계를받는다.온세상이멈춘십분동안윤아는자유롭다.그리고그십분들은고스란히1등이되는시간으로사용된다.시간이멈춰있는동안답안지를베껴라이벌인수영이를제치고전교1등이되는기쁨도누린다.시험결과가만족스러워질수록,엄마의웃는모습이늘어날수록윤아의마음은불편해지지만한번시작한시간거래의유혹은멈출수가없다.하지만이사오면서헤어졌던친구다현이와외할머니등소중한사람들과의만남은불안한행복을유지하던윤아를뒤돌아보게한다.상대방이내보이는따뜻한감정에진심으로반응하지못하고,아빠와공유했던비밀들도잃어버린자신을보며윤아는기억을잃는다는것이생각보다무서운일이라는것을느낀다.게다가몰래시간을사는것을누군가가알아챈것같아큰일이다.

매력없는아이,아무것도아닌나이윤아.나는누구인가?

행복했던기억이라…….갑자기떠올리려니막막했다.그런건시험문제에나오지않기때문에생각해본적이없었다._본문중에서

누군가와맺었던,온전히느꼈던행복한기억을잃어버리자윤아는자기자신이누구인지도점점기억이나지않는다.그러나역설적이게도시간을팔기위해서‘행복’에대해의식적으로떠올리는동안처음으로진짜바라는것이생긴다.교육열이센동네로이사오고난뒤친구관계에대한기대감도버리고스스로의느낌이나의견같은건애써무시한채로봇처럼일상을수행하던윤아에게큰변화가일어난것이다.행복,기억,시간같은것의소중함을느낀윤아는이제는추억이갖고싶다.기억이없는나는,가슴이텅비어혼자인나는진짜‘나’가아니기때문이다.

지금행복하지않은데엄마말처럼미래에행복해질수있을까?만약에그렇다해도지금내가행복하지않은데무슨의미가있을까._본문중에서

윤아는사랑하는사람들과의추억을더이상잃을수가없어시간가게로달려간다.조급해하는윤아에게시간가게할아버지는이제까지와는정반대의새로운거래를제안하는데…….윤아는과연이혼란을바로잡을수있을까?시간가게와의거래가점점교묘하고복잡해질수록서사의흐름에도속도감이붙고긴장감은최고조를향해달려간다.

멈춰진아이들의삶을다시재생시켜야할때

입시라는과제앞에아이들의소소한삶의경험은저평가되기십상이다.바쁜일상에‘놀이’나‘자아’나‘관계’가들어올자리는없다.하지만그런사소한경험들이쌓여유년기의자아정체성을형성한다.직접부딪치고체험하며얻는지혜,타인과의관계망속에서설계하는자아정체성과세계관은그무엇보다도소중하다.어린이청소년문학평론가유영진은‘정체성형성이라는과제를수행하지못한아이들은더깊은혼란에빠져들어간다’면서,‘내가누구인지모르는,나를채워주는그무엇이없는텅빈아이가자신과자신의미래에무엇을기대할수있는가?사라진아이의시간과기억은돌이킬수없기에주인공이기억을사고자하는노력은파국으로빠져들어갈수밖에없다’고짚는다.이런상황은비단작품속에서의문제만이아닌바로오늘의시급한현실풍경이다.
그렇다면이문제를해결하는방법은무엇일까?바로‘지금을사는것’이라고작가는작품속에서말하고있다.뭔가잘못되어있다는불안감을느끼면서도귀를닫고오로지입시에매달리는이시대의많은자녀와부모들에게‘지금을살아야’만진정한나로살수있다는작가의조용한메시지는윤아의발걸음을따라서서히호소력을얻으면서책장을덮을즈음엔나를되돌아보게하는둔중한울림을준다.
『시간가게』를읽은독자들이단십분만이라도‘나는어떨때행복한가?’라는질문을할수있으면좋겠다는작가의바람은,아이들을어른에의해서통제되는기계가아니라스스로묻고세상과타인과관계를맺어갈수있는능동적인존재로존중하는데에서출발한다.어린이독자들이기다리는동화는,현실의삶이빠진채환상계의묘사에만치중한판타지나,서사로서의재미를담보하지못한절름발이작품이아니다.동화의독자인아이들을둘러싼현실을예리하게직시하는데에그치지않고,아이들의마음을그들의입장에서섬세하게들여다보고위로와용기를주려한작가의진정성이,이작품이‘문학’의본질과독자의마음에바짝다가서도록돕는가장큰원동력이다.『시간가게』는독자들을감싸안고그들의친구가될준비가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