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름마치 (진옥섭의 사무치다)

노름마치 (진옥섭의 사무치다)

$23.00
Description
‘딴따라의 괴수’ 진옥섭이 만난 명인들의 이야기!
진옥섭의 사무치다 『노름마치』. ‘노름마치’는 ‘놀다’의 놀음과 ‘마치다’의 마침이 결합된 말로, 최고의 연주자를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이다. 이 책은 한국문화재보호재단 한국문화의 집 예술 감독인 진옥섭이 만난 명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녀, 무당, 광대 등의 출신으로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감추어야 했던 비극적 운명을 타고난 예인들을 하나하나 무대에 세우고, 그 찰나를 사진 컷처럼 되살려냈다.

심화영, 공옥진, 정영만, 김수악 등 열여덟 명의 우리네 명인들을 소개하는 이 책은 총 6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장은 개론적 이야기인 서설과 세 예인들의 삶과 예술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연 혹은 살아온 직업에 따라 묶어져 있다. 같은 장의 세 예인은 대략 비슷한 삶을 산 사람들로, 저자는 한 명을 부각하여 다른 이들의 형편을 유추하도록 함으로써 그들을 보다 깊이 들여다보고자 하였다.
“모든 치레를 버리고 몸으로만 올라선 저울”인 무대에서, 노름마치들은 한평생 놀았다. 진옥섭은 그러한 노름마치들의 모습을 책의 곳곳에 실어냈다. 인물사진작가 박정훈이 찍은 김운태의 자반뒤집기, 이한구가 에베레스트 등정 전 금정산에 올라 찍은 문장원, 조갑녀의 90인생을 한 컷으로 인화한 김녕만의 사진을 통해 ‘켜켜이 묵힌’ 전통의 가장 맛난 부위를 찾아 나선다.
저자

진옥섭

저자진옥섭은전통예술연출가이다.그는1964년전남담양에서출생하여연극을하다탈춤을통해전통과춤에빠져들었다고전한다.전국을춤기행하였고,1990년‘춤터세마루’를만들어활동했다.1993년에는『객석』예술평론상을수상했는데,지금껏평론쓰기보다보도자료작성에더몰두해왔다.1993년서울놀이마당의상임연출을맡았으며1995년서울두레극장의극장장,2001~2003년KBS<굿모닝코리아>PD로활약했다.기획사‘축제의땅’을만들어<여기심청이있다>,<이땅의사람들>,<춤의고을,고성사람들>,<남무,춤추는처용아비들>,<여무,허공에그린세월>,<전무후무>등을올렸고,2006년<풍물명무전>으로올해의예술상을수상했다.2008년에는한국문화재보호재단한국문화의집예술감독으로임명되어<유랑광대전><팔무전><시나위>등을올렸고2012년여수엑스포를치렀다.솔직히손님끄는재주하나로지금껏버티고있다.2013년아직도자판을못외워등에‘오만한뼈’가박혀있지만겸손히고개숙여보도자료를친다.

목차

프롤로그이책은보도자료입니다
보고픔도극심한허기의일종이다

1.예기(藝妓),이화우흩뿌릴제
지평선에서약속이있다
춤추는슬픈어미,장금도
춤을부르는여인,유금선
중고제의마지막소리,심화영

2.남무(男舞),춤추는처용아비들
천리아랫녘으로영남춤을마중가다
춤으로생을지샌마지막동래한량,문장원
밀양강변춤의종손,하용부
우조(羽調)타는'무학도인(舞鶴道人)',김덕명

3.득음(得音),세상에서가장긴오르막
소리소문을보러가다
백년의가객,정광수
"적벽강에불지르러가요",한승호
초야에묻힌초당의소리,한애순

4.유랑(流浪),산딸기이슬털던길
보릿고개언덕위의하얀부포꽃
포장극장의소년신동,김운태
흰옷입은심청엄니,공옥진
마지막유랑광대,강준섭

5.강신(降神),영험은신령이주지만재주는네가배워라
한양만신을찾아서
아직도'왕십리개미'라오,김유감
본향꽃밭의길라잡이,이상순
작두타는비단꽃그여자,김금화

6.풍류(風流),'춤의삼각지대'사람들
춤의고을사람들
춤을일구는농사꾼,이윤석
한려수도의마지막대사산이,정영만
진주라천리에제일무,김수악

에필로그스크롤바를올리며
여기적힌먹빛이희미해지더라도

출판사 서평

진옥섭의사무치다『노름마치』

야물던놈진옥섭,딴따라의괴수진옥섭,
20여년에걸친그의사무침이우리예술사를다시쓰게하다!


여러분들가운데‘노름마치’란말의정확한뜻을아시는분이쉬이계실까모르겠네요.뉘앙스로보건대우리말같기는한데도통무슨뜻인지감이안잡히실분들이대부분일거라짐작해요.이책을만든저역시도맨처음이책을봤을때어라,뭐지?한참을그랬었거든요.참묘하죠.낯선영어단어앞에서는뜻모르는것이부끄러워쥐구멍이나찾으면서우리말앞에서라면그러거나말거나무지앞에어찌나뻔뻔하고당당한지.
‘노름마치’는‘놀다’의놀음(노름)과‘마치다’의마침(마치)이결합된말로최고의잽이(연주자)를뜻하는남사당패의은어라지요.곧그가나와한판놀면뒤에누가나서는것이무의미해결국판을맺어야하는데,이때놀음을마치게하는고수중의고수를‘노름마치’라고한대요.
자자,서두가좀길었습니다만제가앞서부터요란하게‘노름마치’타령을해댈수밖에없는연유에는일생동안‘藝’를향한어떠한간절함으로삶을지탱해온우리네진짜배기예술가들을이제는좀알아봐줘야하지않겠느냐하는사명감같은것이이책으로부터생겨남을알았기때문입니다.우리의것을얼마나모른척했으면우리의것이소중하다고말한한명창의말이시대를풍미하는유행어로남았을까요.
당연지사그러할진대각설하고,이제부터『노름마치』라는책으로여러분을안내해볼까해요.참고로이책은앞서2007년도에출간된적이있는데요,2013년6월에다시금펴내고자계획하면서전면적으로증보를하게되었어요.이책에는모두열여덟명의우리명인들이등장하는데요,지난6년사이평균나이여든에육박했던어르신들에게생과사를넘나드는큰삶의변화들이무쌍했던까닭에아니그러할수가없었지요.
이책의저자진옥섭선생에게는분명지난한작업이었을겁니다.말이야전통예술을기획ㆍ연출하면서공연홍보를위해쓴보도자료를고쳐묶은것이라지만,한사람한사람마다무대위에서“기별없이치러버리는굿판이나춤판”위의삶은말할것도없거니와그너머안방건넌방부엌밥상머리삶까지죄다불러서는저마다한맺힌울음의그마지막토막까지토하게했으니,이는전통의가장맛있는부위를찾아나선한사내의사무침이진실하고신실하지않았다면불가했을터.
『노름마치』는그렇게20여년의세월을고스란히끌어안고산한사내의집념이며사무침의기록이기도합니다.무(武)와무(舞)와무(巫)와무(無),이4무를굳이사무침과맞장단치려한애초의의도같은건없었습니다만,종래에우리가돌아갈그‘무(無)’의‘텅빔’과‘사무침’이라는감정의‘작정모름’이암수한몸처럼닮아있는것만은사실입니다.삶이,예술이,죽음의그본디란것이뭐그리다르겠습니까.다‘절로’인것을.

“뭘봤으니까저수선을떨겠지.”
진옥섭의사무침은‘케케묵은것’이아니라‘켜켜이묵힌것’이었다!


이책은총6장으로나뉘어있습니다.각장의구성으로보자면개론적이야기인서설과각각세사람의삶과예술로구성되어있으며,마지막페이지마다‘2013년오늘’그들의근황에가까운후기를실었습니다.이들명인들이어떠한분야에서각각어떤천재적인재능을발휘했는지는다음과같은설명을보시면편하실겁니다.

예기(藝妓)에소개된셋은춤추는슬픈어미,장금도.춤을부르는여인,유금선.중고제의마지막소리,심화영.남무(男舞)에소개된셋은춤으로생을지샌마지막동래한량,문장원.밀양강변춤의종손,하용부.우조타는‘무학도인’,김명덕.득음(得音)에소개된셋은백년의가객,정광수.“적벽강에불지르러가요”,한승호.초야에묻힌초당의소리,한애순.유랑(流浪)에소개된셋은포장극장의소년신동,김운태.흰옷입은심청엄니,공옥진.마지막유랑광대,강준섭.강신(降神)에소개된셋은아직도‘왕십리개미’라오,김유감.본향꽃밭의길라잡이,이상순.작두타는비단꽃그여자,김금화.풍류(風流)에소개된셋은춤을일구는농사꾼,이윤석.한려수도의마지막대사산이,정영만.진주라천리에제일무,김수악.

대부분기녀,무당,광대등순탄치못한삶을산사람들이라지만이들의피와살과뼈는감히신에견줄만큼비교할수없이남다른예술앞에다다른것에다름아니었습니다.한마디로순간이영원으로통할때의그가벼움을이미겪은몸들이라고나할까요.무대위에서만난열여덟명인들이무대에서내려온뒤에는,그렇게너나나나다같이늙어가는몸뚱이로범상할때는,노인정과다방,시장의국밥집에서마주했다고했습니다.그렇게‘한길사람속’을물어그들스스로삶에대한이력서를쓰게했던거지요.
지금은고인이된공옥진선생이나,그가계가워낙유명해심수봉의집안어른이라고도알려진심화영선생이나,온갖데서호들갑스럽게불러낸큰무당김금화선생이나,그이름이대중적인이들은이들인대로,아직도건재한‘판의사람들’인데‘초야에묻힌’이란수사로통째로묻어버린듯했던이들은또이들인대로,『노름마치』는어느쪽으로도기울지않은채오로지한목표를가지고우리들에게호소하고있음을압니다.“위대한현존을그대생애에한번이라도스치고싶다면,보시오!우리예술사가결코이분을비켜갈수없습니다!”라지않았을까요.

일어나몇차례의소리판을가졌으나다시쓰러졌다.2010년1월28일,문상객의화제는선생의극진한애주에맞춰졌다.한번은심청가를부르다소반위물병에술을넣어두고간간히마신모양이었다.심청이가인당수로뛰어들때“풍덩”하고는그대로주저앉아잠들어버렸다.사태를알아챈고수가북채로옆구리를찌르니,번쩍깨어“인당수가얼마나깊던지여태빠지던것이었다!”하며태연히소리를이었다고한다.
그렇게상가에웃음꽃퍼질때누가내게귓속말을했다.말년에이제한국은판소리가안먹히니LA를가겠다고했다는것이다.“영어를배워야겠다.네가나를도와라!”말하는그도나도눈시울이붉어졌었다.
-p208~209「한승호」편에서

2010년5월전라남도무형문화재일인창무극심청가보유자로지정되었다.계보가중한데,창작의창무극이지정된것은,전국민의존경을외면할수없었기때문일것이다.다음달6월,국립극장에서공연하며“죽지않으면또오겠습니다”고했는데,2012년7월9일새벽에전남영광기독병원에서타계했다.
빈소에두레극장의공연장면이영정사진으로걸려있었다.그공연때,가수박진영을불러냈었다.뽕짝도한소절하고막춤을맛나게추어기억에생생하다.만능엔터테이너가된그가상찬의추모글을올리며공옥진이자신의멘토임을고백했다.절정기였던그공연을본사람들은두말없이안다.일인창무극,가장완벽한관객장악이었다.
7월12일아침영결식을마치고영광예술연구소앞에서노제를지낼때,교촌리의할머니들이“공옥진이간다”고모두모여들었었다.무용인도국악인도아니었다.그냥동네공옥진이었다.이렇게유명인과마을의이웃을겸하긴힘들다.공옥진,무대밖의삶도예술이었고베풂이라는종교였다.
-p270~271「공옥진」편에서

2006년추석무렵에선영의산소벌초를하다가제초기에오른손검지를잘렸다.“조상들이사람들손가락질하지말라고가져갔다”고웃는다.문제는고성춤이양반들을조롱하면서발전한지라손가락질이중요한거다.잘린오른손검지가기하학적기울기의최종꼭짓점인것이다.결국고무검지를만들어끼고춘다.춤판이늘어몽골,중국,동남아며유럽까지가서춤을춘다.전에는고성오광대놀이만초청하였는데,지금은막간에그의<덧배기춤>까지원한다.무명옷한벌로세상을여행하는것이다.공연후몰려온사람들이큼직한농사꾼의손에눈길이멈춘다.그러면공연이끝나분장을지우듯검지를쑥뽑아주머니에넣으며씩웃는다.
-p381「이윤석」편에서

무대란모든치레를버리고몸으로만올라선저울이라지.
멋으로꽉꽉찬우리네노름마치들,한평생거기서놀았다.


한사람의집요한그‘좋음’이없었다면곧죽어도만나보기힘들었을우리예인들의생과사,그신과명을저또한집요하게읽어나가면서요,저자진옥섭과는다른방식으로이들의삶을작금의시대에선보이고싶은욕망으로간질거려혼났더랬습니다.기생,광대,무당이라는직업적특성을달리하고서라도몸으로밀고온삶의구절구절을찬찬히들여다보자면평범하다싶을그어느가계하나라도범상치않음으로눈앞에그려지더군요.영화가별거인가이런인생살이를굽이굽이풀어낸것이영화이지싶은확신속에서요.
본디우리의것이라는게우리역사의흐름과그궤를함께하지않을수없던장르적특성이다보니천대가환대로,우대가괄시로일순뒤집히는배처럼뒤바뀌는형국을한두차례맞닥뜨린것이아니었지요.허나이제와이런생각을해보기도하였습니다.우리에게있어춤이면춤,소리면소리,악이면악,이숙명의예술이귀하디귀하게만전수되어왔다면이렇듯뿌리깊은생명력을유지해왔을까,어쩌면이‘못가짐과덜누림’의과정속에그네들의피눈물이예를더욱바닥깊숙이끌어내려만물의본바탕인‘흙’이되게한것은아닌가하고요.
『노름마치』는한번손에쥐면도저히놓을수가없는,그런무시무시한운명을타고난책입니다.저자의문장들을한번보세요.뼈는뼈대로살은살대로제각각움직여야할그타이밍을기가막히게알아차리고뻗어갑니다.힘이있어요.읽는이들은그대로그렇게복종할수밖에없어요.바른말만가지가지골라서하거든요.넘침도모자람도없이아슬아슬찰랑찰랑그는종이위에서그가그토록뒤따르려마지않았던춤으로소리로악으로글을씁니다.“뼈만남은앙상한그고독을탐하”는건비단그가예찬한‘춤’의증거만은아닐테지요.책을읽고시간을내어진옥섭,그가기획하는공연들을자주봐둘일입니다.시간은흐르고그순리에제숨을다해가는우리예인들하나둘늘고있는요즘이니까요.

흰옷입은심청엄니,공옥진

1995년12월3일날짜적고동그라미를그려공≫孔을,세로로옥진≫玉振,가로로‘한≫恨의춤’쓰고,인주없어루주묻혀도장박다.고령의출연자중단연최고의맞춤법이다.그날온종일동그라미위에올라선묵직한액수까지담판하였다.

중고제의마지막소리,심화영

진작좀오지다늦은이제와서소리하고춤추라한다.머리손질하는것도버겁다.비녀를찔러주는외손녀뒤에서젊은그가묻는다.여태무얼하고이제야찾느냐고.

한양만신을찾아서,한부전

한부전씨의반쪽남은결혼사진이유인즉슨,신이내리자신랑이무당하고는함께살수없다며자신의쪽을떼어갔다.신은그렇게신부의아담한꿈을앗아갔다.굿은이슬픈여자들의짜디짠눈물로부패되지않고상속된다.

포장극장의소년신동,김운태

김운태의‘자반뒤집기’돌고도는순회속에서돌고도는회전이생활이었다.하루세끼를위해하루천바퀴를돌았다.착지보다체공이더안전한순간이될때,진정한춤이이뤄졌다.보라저허공중천!그만이운행하는항로다.

◎작가의말

개정판을펴내며
“아서라세상사이렇구나”
한승호선생이<편시춘>을부르며조선가는길을물었다.여기가거긴데이제조선은없다고말했다.풀이푹죽은선생은풍채가줄더니베잠방이를입은소년이되었다.문득기적이울었고,나는저차가막차라고허름한소년의등을밀었다.차창의소년은다시갓을쓴소리꾼한승호가되었다.나는꿈인줄알면서도“기필코해동조선국을찾아가왕앞에서소리하는어전광대가되시오”했다.꿈속의선생은살아생전처럼“네모반듯한말씀이시오!”씩웃었다.

2009년,이제는다죽어‘저승프로’가더재미있다던김수악선생이어화벗님네를찾아갔다.김유감,심화영,한승호,공옥진,문장원선생이연이어뒤를따랐다.깜박잊고안부전화를걸다핸드폰을닫은게여러번이다.때로뜬금없이꿈속에도왔다.꿈이생생한날은종일어찌할바를몰랐다.

책을낸날부터부고받을태세로살았다.하여“노름마치!”하면덜컥하는데,다행히“노름마치재출간!”제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