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산문집

$16.00
Description
황현산의 늙을 줄 모르는 감각을 온몸으로 마주하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의 생애 첫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지난 4년간 저자가 한겨레신문에, 그리고 2000년대 초엽에 국민일보에 실었던 칼럼들과 지난 세기의 80년대와 90년대에 썼던 글들을 함께 모아 엮은 책이다. 삼십여 년에 걸쳐 저자가 써온 글 속에서 저자가 품고 있던 때로는 막연하고 때로는 구체적인 생각들을 만나볼 수 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빈집》과 기형도의 시 ‘빈집’을 이야기하며 빈집들의 슬픔이 모든 삶의 불안이 된다는 생각을 전하고, 귀신들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친일 작가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기도 한다. 1부와 3부에는 저자의 글을 나누어 수록하고 2부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인 강운구와 구본창의 사진 가운데 이 책을 말하는 데 있어 비유가 될 수 있는 사진을 골라 글과 함께 수록하였다.
이 책에서 우리는 자신을 길러준 강산을 사랑하고, 도시와 마을을 사랑하고, 밤하늘과 골목길을 사랑하였고, 모든 생명이 어우러져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꿈을 꾸었던 저자가 써내려간 글들을 엿볼 수 있다. 여든 편의 에세이에서 합당한 언어와 정직한 수사법으로 가능한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던 저자의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저자

황현산

1945년목포에서태어나고려대학교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대학원에서기욤아폴리네르연구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고려대학교불어불문학과교수를역임했다.프랑스현대시에서상징주의와초현실주의를연구하며문학평론가로활동했다.지은책으로『전위와고전』『황현산의현대시산고』『내가모르는것이참많다』『황현산의사소한부탁』『우물에서하늘보기』『밤이선생이다』『잘표현된불행』...

목차

목차
책을펴내며
제1부
과거도착취당한다
모자쓴사람은누구인가
상상력또는비겁함
소금과죽음
군대문제
몽유도원도관람기
김지하선생을추억한다
그세상의이름은무엇일까
영어강의도사회문제다
30만원으로사는사람
김연아가대학생이되려면
불문과에서는무얼하는가
나는전쟁이무섭다
산딸기있는곳에뱀이있다고
마음이무거워져야할의무
삼학도의비극
기억과장소
태백석탄박물관
방법과치성
또다시군대문제
승리의서사
체벌없는교실
두국사선생
죽은시인의사회
《고향의봄》앞에서
봄날은간다
김기덕감독의한
스위스은행의전설
맥락과폭력
금지곡
역사는음악처럼흐른다
내가믿는대한민국의정통성
민주주의앞에붙었던말
덮어가리기와백사마을
폭력에대한관심
낙원의악마
황금과돌
시대의비천함
영어강의와언어통제
제2부
전원일기
강원도의힘
겨울의개
찌푸린얼굴들
빈집
제3부
당신의사소한사정
내이웃을끌어안는행복
시가무슨소용인가
장옥이각시의노래
유행과사물의감수성
익명성과사실성
밑바닥진실마지막말
윤리는기억이다
사투리의정서
먹는정성만드는정성
자유로운정치엄숙한문화
헌책방이있었다
낮에잃은것을밤에되찾는다
논술고사답안지를넘겨보며
아버지의삶과자식의삶
홍상수와교수들
돌덩이의폭력
한글과한자
협객은날아가고벼는익는다
11월예찬
어디에나사람이있다
이수열선생
귀신들이야기
산에는산새물에는물새
총기사건의공적시나리오와
사적시나리오
바닥에깔려있는시간
춘천의봄
밀림의북소리
어려운글쉬운글
복잡한일
은밀한시간
두개의설날
문학적인것들
고향의잣대
금지된시간의알레고리
삼가노전대통령의유서를읽는다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우리문학과우리사회가믿는
우리미래의힘과깊이가바로그다!
문학평론가이자불문학자황현산의생애첫산문집
황현산,이라는이름이있습니다.서두부터호들갑을떤다고뭐라하실수있겠지만단언컨대그이름만으로도충분히안도되는어떤바가있다고감히말씀드리고싶은저랍니다.난해하기로소문난프랑스현대시도그가읽어주면달랐습니다.자신의천재적인재능을모른채골방속에서시와함께곰팡내를풍겼던우리시인들가운데그가끄집어내어볕에몸말리게한사람또한몇이나되는지모릅니다.황병승시인...
우리문학과우리사회가믿는
우리미래의힘과깊이가바로그다!
문학평론가이자불문학자황현산의생애첫산문집
황현산,이라는이름이있습니다.서두부터호들갑을떤다고뭐라하실수있겠지만단언컨대그이름만으로도충분히안도되는어떤바가있다고감히말씀드리고싶은저랍니다.난해하기로소문난프랑스현대시도그가읽어주면달랐습니다.자신의천재적인재능을모른채골방속에서시와함께곰팡내를풍겼던우리시인들가운데그가끄집어내어볕에몸말리게한사람또한몇이나되는지모릅니다.황병승시인이그러했고,김이듬시인이그러했으며,그밖에그의해설로다시금재조명되어한국시단의새로움이된시인들로치자면여기에일일이나열하기도버거울정도니까요.
그뿐만이아니지요.그는굴곡진우리현대사에정의의이름으로바로서지못하는순간순간을목도하고그때마다더크게부릅뜬눈으로그안타까움과분노를글에새겼습니다.그가밤마다눈물로써나간글은,그러나아침이면우리들몸속에피로돌았습니다.그는사람을사랑할수밖에없는운명으로태어난자였기때문입니다.그운명으로말미암아모든사람이세상을사랑하고,모든사람이세상을희망으로껴안을수있게인도하는참‘어른’의운명으로지금껏살아왔기때문입니다.
그렇게『밤이선생이다』를펴냅니다.제목에서유추할수있듯선생은밤에일하는자로유명합니다.“어둠속에서불을얻어온다”라는말을문학에서쓰듯어둠을불로쓰는것인데,한잡지와의인터뷰에서밝힌선생님의속내로보자면타당성이더할것같아살짝옮겨봅니다.
“내가비평할때분석하는이유는분석이안되는것에도달하기위해서예요.깊이가있다는말은나는모른다는말과같아요.바위속에혼이들어있다는건그안에귀신이있다는건데,다시말해그속에내가모르는게있단거죠.그게곧깊이가있다는말이거든요.밝은곳에있는가능성은우리가다아는가능성이고어둠속에있는길이우리앞에열린,열릴길입니다.때로는그가능성자체가문학이죠.”
-『GQ』와의인터뷰중에서
이번책은문학에관한논문이나문학비평이아닌글로는처음엮는선생의첫산문집입니다.1980년대부터2013년오늘에이르기까지삼십여년의세월속에발표했던여러매체속글가운데이를추려1부와3부에나누어담았고,그가운데2부는한국을대표하는사진작가두사람인강운구,구본창의사진가운데이책을말하는데있어그기저의비유가될수있는몇컷을골라글과함께실었습니다.
“나이가들면어둠은더욱많아집니다.하늘을꿰뚫을것처럼빛나는순간은아주가끔이죠.
그래도다행인것이나이가들면어둠에익숙해지고어둠을용서하게된다는거예요.”
선생의산문을보자면놀랍게도그의연배를잊게합니다.어떠한미사여구의도움없이단문으로만치고나가는데참으로강골있으니까요.선생의산문은위에서누르는식의‘말씀’이아니라함께어깨동무하고보폭맞추는‘행동’이라고해야더가까울것같습니다.우리를절로깨어나게하거든요.그렇게자리에서거리로발걸음을옮기게하거든요.예컨대이러한문장들앞에서우리각자무릎탁친연유뒤에할일이무얼까하고보자면말이지요.
“도시사람들은자연을그리워한다.그러나자연보다더두려워하는것도없다.도시민들은늘‘자연산’을구하지만벌레먹은소채에손을내밀지는않는다.자연에는삶과함께죽음이깃들어있다.도시민들은그죽음을견디지못한다.사람들은자신들의거처에서죽음의그림자를철저하게막아내려한다.그러나죽음을끌어안지않는삶은없기에,죽음을막다보면결과적으로삶까지도막아버린다.죽음을견디지못하는곳에는죽음만남는다.”
-p21「소금과죽음」중에서
그런데묘합니다.송곳보다더뾰족하고망치보다더단단한선생만의‘일침’뒤에묘하게남는게어떤‘슬픔’인걸보면요.때로는화를감추지못한목소리로,때로는애정을숨기지못한목소리로그감정의묻어남이사뭇절절한데도왜지렛대의가운데자리에서지않았냐고평론가인그에게따져묻지못하는지……우리시대에진심을다해진실을말해주는스승이어디론가다들숨어버린까닭에선생혼자그감당을하고있는것은아닌지싶은생각도해보게되었습니다.
눈없고귀없다해도삶이야살아지겠지요.그러나‘현재’라는말을그앞에붙인다고했을때우리는과연눈없고귀없이지금의‘오늘’을사는거라말할수있을까요?선생의산문은바로그런‘정의’를말해왔습니다.순전히순정으로옳다,하는방향으로만시선을모을때그끝에서만나게되는다양한삶의방식들,그움틈이야말로어떻게살아야할지몰라유행을좇고돈앞에머리조아리며권위뒤로숨는우리들삶의유일한본보기가아닐는지.
『밤이선생이다』에는총여든편의에세이가실려있습니다.선생의말마따나“결과적으로삼십여년에걸쳐쓴글이지만,어조와문체에크게변함이없고,이제나저제나같은방식으로생각하고있다는것이”놀랍기도한데요,저는바로이대목에서밑줄을쫙그을수밖에없었습니다.“그동안포기할수없는전망하나와줄곧드잡이를해온것같기도하다”라는구절이었는데요,이렇듯선생이평생을걸고싸운다는그‘전망’,모름지기저마다여러단어들로대입이가능한그‘전망’앞에나는어떤싸움을해왔던것일까오래되새김질을해보게도되었습니다.아,이렇듯평생을걸고싸울수있는어떤대거리가있어선생은그토록젊고유연한사고를유지할수있었던것일까,문득도통늙을줄모르는그‘감각’에부러움이일기도하였고말이지요.
책표지는독일현대회화를이끌고있는팀아이텔의그림을삼았습니다.로마어,독일어,철학에회화를전공하여미술뿐아니라문학에도지대한관심이많다는그는자신이그려낸인물과선생이이토록닮을수있음을미처알지못할것입니다.밤에일하는자들의표정은,그뒷모습은이처럼숭고할까요.이는편집자의사담이었습니다만.
작가의말
문학에관한논문이나문학비평이아닌글로는내가처음엮는책이다.지난4년간한겨레신문에,그리고2000년대초엽에국민일보에실었던칼럼이주를이루고있지만,지난세기의80년대와90년대에썼던글도여러편들어있다.결과적으로삼십여년에걸쳐쓴글이지만,어조와문체에크게변함이없고,이제나저제나같은방식으로생각하고있다는것이내가보기에도신기하다.발전이없었던것같기도하고,그동안포기할수없는전망하나와줄곧드잡이를해온것같기도하다.
나는내가품고있던때로는막연하고때로는구체적인생각들을더듬어내어,합당한언어와정직한수사법으로그것을가능하다면아름답게표현하고싶었다.그생각들이특별한것은아니다.존경받고사랑받아야할내친구들과마찬가지로나도사람들이자유롭고평등하게사는세상을그리워했다.이그리움속에서나는나를길러준이강산을사랑하였다.도시와마을을사랑하였고밤하늘과골목길을사랑하였으며,모든생명이어우러져건강하고행복하게사는꿈을꾸었다.천년전에도,수수만년전에도,사람들이어두운밤마다꾸고있었을이꿈을아직도우리가안타깝게꾸고있다.나는내글에탁월한경륜이나심오한철학을담을형편이아니었지만,오직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