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묘약 : 프로방스, 홀로 그리고 함께

여름의 묘약 : 프로방스, 홀로 그리고 함께

$15.50
Description
너무나 짧았던 우리 여름의 싱싱한 빛을 따라, 특별한 여행으로 안내한다!
알베르 카뮈, 장 그르니에, 마르셀 프루스트를 만난 김화영의 프랑스 문학기행『여름의 묘약』. 사랑일 수도 있고 청춘일 수도 있는 ‘인생에 드리우는 짧은 여름빛’같은, 삶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들이 있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김화영 교수에게 ‘여름’은 그의 첫 책이 시작되었던 프로방스에의 시절이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유학생이었던 그는 이제 원로 학자가 되었고, 그런 그가 2011-2012년 두 번의 여름, 프로방스를 다시 찾았다. 프로방스에서 파리까지의 여정에는 알베르 카뮈, 장 그르니에, 마르셀 프루스트 등 그가 평생을 바쳐 번역해 소개한 작가들이 함께했다.

1974년 청년 김화영이 학위논문을 끝내고 찾아갔던 알베르 카뮈의 집 루르마랭을 다시 찾는가 하면, 말라르메가 기간제 영어 교사로 머물렀던 투르농의 고등학교를 찾아가는 등 저자는 당대의 현실, 그 속에 살던 작가의 삶, 그가 그려낸 작품 세계, 그 삶과 작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깊이 있게 안내한다. 더불어 작가와 작품을 만나는 여정 사이사이, 김화영 교수는 젊은 날의 추억과 그때의 인연을 찾아간다. 책의 곳곳에는 저자와 한 시절을 함께한 사람들, 마음을 뒤흔들었던 것들 등 한 학자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삶의 한 켠에 숨겨두었던 ‘너무 짧았던 우리 여름의 싱싱한 빛’을 담아두기 위한 글들을 담았다. 눈을 감고 그 시절을 음미할 문장으로 되새기면서, 스쳐가는 나날을 보듬으며 삶을 사랑하는 특별한 여행으로 안내한다.
저자

김화영

저자:김화영
서울대학교불문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석사과정을마쳤다.프랑스엑상프로방스대학교에서알베르카뮈론으로문학박사학위를받고30여년동안고려대학교불문과교수로재직하였다.현재고려대학교명예교수로있다.

목차

서문
너무짧았던여름의빛
2011년여름,엑상프로방스
세잔의길과보르쾨유의여름집
프로방스의아침시장과카바용멜론의향기
낮잠뒤에차린쿠스쿠스
생트빅투아르와쿠르미라보
낯설어진도?시의이방인
엑스의분수대순례-마자랭구역
물의도시를걷다-구시가의골목길들
뤼베롱골짜기의숨은꽃-루르마랭
알베르카뮈의집
생레미의알리스모롱부인
반고흐의풍경
프로방스에서파리로,그리고갈리마르출판사100주년
베네치아에서바라보는여름의뒷모습
짧아서더잊을수없는그빛
목신을찾아서
2012년여름,오트프로방스
금작화만발한마을
지오노와마노스크
'몽도르'언덕위의방심放心
바셰르의푸른종탑
시미안의장그르니에와바농언덕에소생한푸른'수레국화’
뤼르스,그리고지오노의집'르파라이스'
루시용붉은흙을바라보며레몽장을전송하다
보리의마을과세낭크수도원
마르고트의떡갈나무와네여왕의폐허
루상성에서의식사와‘빛의채석장’
세비녜부인의편지와함께높이솟은그리냥성
말라르메의투르농
알베르카뮈의유배지‘르파늘리에’
레뇌마을의종소리에서무위를배우다
바티뒤르페성의신부와마을의혼례
『대장몬느』의잃어버린영지로가는길
노앙성에서조르주상드의이웃이되어
루아르의보석아제르리도와사셰성골짜기의하얀꽃
마르셀프루스트의콩브레
레오니아주머니의집과스완의집
말라르메의정원에서하늘을보다

출판사 서평

“이것은긴세월동안남프랑스의여름빛이숙성시킨사랑의묘약이야기다.
그리고여행길의풍경속에지워지지않는지문을남긴문학의이야기다.”

1974년‘청년’김화영이학위논문을끝내고찾아갔던루르마랭,알베르카뮈의무덤앞에헌화한기억이있는그곳을2011년여름에다시찾았다.알베르카뮈의집을방문하기위해서다.현재그집에서는카뮈의딸카트린카뮈여사가아버지의작품을관리하고있다.수십년간카뮈의작품을번역해온한국의학자와카뮈의딸은,카뮈의옛집필실을둘러본다.“카뮈는이찬란한풍경을앞에놓고‘헐벗음’이‘풍요’와하나가되는행복하고비극적인인간의삶을생각했을것”이라말하는문장속에는카뮈와그의문학에대한깊은애정과신뢰,그가머문곳에서그를추억하는김화영교수의남다른감회가담겨있다.
이듬해에는카뮈가폐결핵으로고통받으며가족과떨어져외롭게요양한농가‘르파늘리에’를방문,그곳에서구상한소설『페스트』와희곡『오해』를되새긴다.병중에도스승장그르니에와끊임없이주고받았던편지의내용,『작가수첩』을통해알수있는당시의심경등은‘르파늘리에’의정경묘사와함께묘한감흥을불러일으킨다.“눈에덮인겨울날카뮈는‘덧문과창문이푸른색이라는것을내가알아챈것은모든것이눈에덮이고나서였다’라고기록한바있지만,70년이지난이화창한여름날,다소준엄해보이는회색돌벽에뚫린덧문들은대낮의눈부신빛을날카롭게반사하며그푸른빛으로내눈을찌른다”고말하는김화영교수의가슴엔,카뮈의문학과함께한시간이아득하게떠올랐을것이다.

어느날카뮈는말했다.“누구에게나찾아오는죽음,그러나각자에게는저마다의죽음.하여간그렇기는해도역시태양은우리의뼈를따뜻하게데워준다.”그뼈가따뜻하게느껴지는동안우리는이세상에살아있음을찬미할일이다.
_225쪽,「루시용붉은흙을바라보며레몽장을전송하다」중에서

말라르메가기간제영어교사로머물렀던투르농의고등학교를찾아가기도했다.명상적인말라르메의시세계와무관한시골에서그가감당해야했을막막함과알아주는이하나없다는고독감,무력감과권태를짐작해본다.교사직이힘겹게느껴질수록마음속으로는시적세계를갈구하고창조적고통에시달렸던말라르메,“여름에는관능과지혜와음악이조화를이룬전원시「목신의오후」가,겨울에는얼음처럼싸늘한절대의미인「에로디아드」가그를송두리째사로잡”았다.
조르주상드의고향노앙성과『마의늪』의무대가된숲,1층에는어머니가운영하는세탁소가있었고3층에는아버지의구두수선아틀리에가있었던‘그랑드거리14번지’장지오노의생가,알랭푸르니에의신비로운러브스토리『대장몬느』의배경인에피뇌유르플뢰리엘,발자크가『고리오영감』『골짜기의백합』등10여편의걸작들을구상,집필했던사셰성,마르셀프루스트의소설『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가운데서도잊을수없는‘마들렌’이야기를들려준콩브레……당대의현실,그속에살던작가의삶,그가그려낸작품세계,그삶과작품을추체험하게해주는저자의깊이있는안내는“여름의싱싱한빛”처럼강렬하고도환하다.

“교수께서이한국젊은이를지도하게된것은뜻하지않은기회입니다.”

작가와작품을만나는여정사이사이,김화영교수는젊은날의추억과그때의인연을찾아간다.1969년낯선나라에도착해어려움을겪던그는엑상프로방스대학불문과의사무를총괄하던알리스모롱부인의지도덕에레몽장교수를사사한다.“교수께서이한국젊은이를지도하게된것은뜻하지않은기회입니다”라는간결한추천서.그때부터모롱부인은그의“영원한후견인”이되었다.아흔을앞두었으나여전히정정한모롱부인과김화영교수의40여년간이어진인연.그옛날,첫딸의아기옷을선물해주었던모롱부인은그아기가성인이되어결혼을하고,두살난아기의엄마가되어나타나자놀라움을금하지못한다.
프레카틀랑공원에도추억이있다.1977년여름,첫아이를가진만삭의아내와함께저자가처음찾았던공원이다.“초록빛임부복차림으로언덕길을힘겹게올라가던앳된아내의뒷모습이어제인듯눈에선하”고,“35년의세월이흘러그때뱃속에있던아이가어머니가된지금”,저자는“머리가희끗해지려는초로의아내와다시인적없는공원을호젓이걷는다.”
이렇듯이책곳곳에는한학자의세월이스며있다.그시절을함께한사람들,마음을뒤흔들었던것들,되돌릴수없는젊음과열기는눈을감고음미할문장으로남았다.

저앞에앉아밤새사나운미스트랄소리를들으며이야기꽃을피우던그친구들은지금모두어디에있는것일까.삶이우리를갈라놓고그사이로끝이보이지않는길을냈다.그길위로봄,여름,가을,겨울이지나갔다.올리브가익고무화과가터졌다.개양귀비꽃들이핏빛으로들판을물들였다.그리고세월은우리모두의얼굴을할퀴며주름살을남겼다.
_15쪽,「생레미의알리스모롱부인」중에서

“왼발이앞으로나가고오른발이아직뒤에있을때그중심에머무는몸의짧은순간,전신의모공을열어빨아들이는세상의빛과냄새와소리와감촉,그것이여행이다.”

김화영교수가보낸두번의여름은,누구나떠날수있지만누구도하기어려운여행을보여준다.경험과직관보다는빠르고많은정보,그‘스마트’함이최우선인이시대에는더욱그렇다.누구나가지고있을“너무짧았던우리여름의싱싱한빛”을간직하는생의여정,“모순으로가득한무용한정열”을잊지않으려는자세,그것이야말로스쳐지나가는나날을보듬으며진정으로삶을사랑하는삶의태도임을우리는이특별한여행에서되새길수있다.